현란한 편집으로 유명한 미스테리아. 노안으로 힘들게 읽지만 이 잡지를 꽤 좋아합니다. 특히 41호는 더욱 제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표지부터 봐봐요. "애서가의 천국과 지옥"과 "독서광의 폭주". 서재 친구들 닉넴이 좌르르 흐릅니다. 특히나 비블리아 고서당을 다루고 있어서 서둘러 그 부분을 열었습니다. 


아는 이야기 아는 장면의 아는 책 인용인데도 다시 봐도 즐겁다니 나 정말 애서가 (=책에 미친 자)인가 봅니다. 이제 알았네? 이 책에서 추천하는 "비블리아" 풍의 라노벨 "문학소녀" 시리즈의 1권만 맛 보기로 했습니다.




아, 여기서도 다자이 오사무가 나옵니다. 아무래도 일본 교과서에 '인간실격'이 실려있어서 그런가 싶고요. 부끄럽게 살아있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이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나 나옵니다. (세번째가 뽀인트이며 반전임) 하지만 정말 이 "문학소녀"가 '폭주'에 들어가는 이유는 주인공 아마노 토오코가 책을 좋아하고 엄청나게 읽어대다 못해 책을 말 그대로 먹기 때문입니다. 종이를 야금야금 먹어요. 그리고 그 맛을 음미합니다. 대체로 먹는 텍스트의 분위기에 따라 달거나 쓰다고 하는데 먹는 행위로 독서의 완결을 짓는 느낌마저 들어요. 그리고 토오코짱은 삶에 좌절한 후배에게 "살아야 해.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열 번은 읽을 만큼은 살아야해. 너 아직 못 읽은 책 많잖아?" 라고 말합니다. 그치. 오래 살아야 그 많은 책들을 조금이라도 더 읽어볼 거 아니겠니. 


"문학소녀" 시리즈의 1권은 화자 문학"소년" 이노우에 코노하가 선배 토오코와 함께 다자이 오사무같은 "죽고 싶은 광대"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 자살을 막는 이야기입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보다는 억지스럽고 (책을 먹는 것도 그렇고 주변인의 죽음으로 죄책감 + 자살 시도 콤보가 트리플로 나오다니) 빙과 시리즈보다는 상큼함이 모자릅니다. 무엇보다 표지가 아...이거 ...だ 싫다


1권만 맛 보고 (비유적 표현) 그만 두려고 했는데 2권이 "폭풍의 언덕" 이야기라고 해서 ...하아...이거 참 ... 미스테리아가 잘못 했네. 왜 나한테 폭주를 시키고 이러니. 이 나이에 이런 표지의 라노벨 시리즈라니. 엄마가 이러는거 애들이 익숙하지만 좋아하진 않을텐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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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데 그렇게까지 겁 먹을 필요는 없었다. (난 한 권짜리 빨간 띠로 읽었다)

디킨스의 다른 소설보다 이야기 구조나 인물이 어렵지 않아서 악인은 악인답게 주인공은 엄청난 호구로, 혹은 말간 도화지로 등장한다. 핏줄 혹은 가문, 출신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기에 진정한 신사 계급은 나쁜 일을 겪어도 결국엔 수습이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천한 것들이 술수를 부린 것을 바로잡기만 하면 되니까. 다 읽고 난 느낌은 뭘 굳이 이 두꺼운 걸 읽을 필요가 있나 싶다. "위대한 유산"은 훨씬 더 다듬은 버전인 셈이다. 


최근의 영화로 만든 것은 이 소설을 조금 더 코믹하게 해석한 듯하다. 그렇다면 변주할 곳이 적잖겠지. 다양한 피부색의 배우들의 조합도 흥미로워 보이고 특히 틸다 스윈튼이 연기하는 고모님도 그렇다. 책의 고모님은 (작은 아씨들의 고모님처럼) 고집스럽고 완고하지만 결단을 내려 베풀줄도 아는 사람이다. 데이비의 엄마가 어버버하다 아들과 재산, 무엇보다 자존감을 다 던져 버리고 '인형'으로만 역할한 도라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결국 집안 (돈 있는) 어르신의 눈과 혀가 옳다, 라고 보여주는 디킨스? 


길었다. 너무 길었다. 중간 중간 재미도 있지만 빤히 보이고 복잡하게 얽히지도 긴장감이 길게 가지도 않는다. 데이비가 사랑에 쉽게 빠지고 쉽게 잊는 것도 편리하다. 그런데 재미가 없지도 않아서 계속 읽었다. 궁시렁 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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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2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11-22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오잉? 저도 저거 빨간 걸로 읽었는데 표지가 달라졌네요?!
100자평이나 남길까. 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1-22 10:10   좋아요 0 | URL
한 권 짜리가 새 표지로 나왔나봐요.

잠자냥 2023-11-22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굳이 이렇게까지 길어야? 굳이 이렇게까지 읽어야? 뭐 이런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영화에선 틸다 스윈튼이 고모로 나오는군요?

도라와 데이비 엄마는 진짜...... 어휴 노답 캐릭터 ㅋㅋㅋㅋㅋ
근데 도라와 사랑에 빠지는 데이비.. 너도 좀 .... 음.....

유부만두 2023-11-22 10:2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첨에 데이비 어릴 때 공장(?) 가고 고생하고 그래서 맴이 아팠는데 금방 끝나데요? 그리고 엄마도 어쩜 그렇게 멍청해요? 지 아들이 맞는데도 가만 있음. 돈도 있는 여자가. 도라랑 신혼 때 살림 하는 꼬라지 너무 웃기죠. (나 조금 뼈 아팠다요? 경제관념 없는;;; 아 물론 몇십 년 전에)
전 후반에 악인들이 결탁해서 뭔가 사건을 더 터뜨려주길 기다렸다고요.

하이드 2023-11-2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킨들에서 4불 얼마 주고 샀는데, 언제나 읽으려나요 ㅎㅎ

유부만두 2023-11-22 21:15   좋아요 0 | URL
영문학사에서 중요한 작품이지만 그 자체만 보자면 시간이 아까워요. 이런 말도 읽고 나서야 할 수 있지만요. ^^

하이드 2023-11-22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두 도시 이야기 도착했는데, 첫 페이지 읽으면서 넘 좋더라고요. 번역본만 읽고 원서는 이번에 처음 읽어요. 당시에는 광장이나 카페에서 낭독했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진짜 입에 쫙 달라붙는 글이라서, 이런 글 쓰는 작가에게 부러운 마음이 확 들었어요.

유부만두 2023-11-22 21:23   좋아요 0 | URL
코퍼필드도 첫장 혹해요.
아마 코퍼필드가 제일 재미없는 디킨스 장편일거에요. ㅋㅋ
두도시 이야기 재밌죠. 사랑 영웅 신파 다 있고. 재밌게 읽으세요. 좋은 문단 낭독 동영상도 올려주세요. ^^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말컴 커쇼를 찾아온 FBI 요원 그웬은 그가 수년 전에 서점 블로그에 올린 리스트 "8 건의 완벽한 살인"에 대해 질문을 한다. 바로 그 리스트에 오른 클래식한 탐정 소설의 살인 사건과 비슷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고 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평생 덕후였으나 5년전 교통사고로 부인이 사망한 후 더 이상 범죄소설을 읽지 않는 커쇼는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범인은 아무래도 커쇼 주변인물인 것만 같다. 


소설의 2/3 정도 까지 정신 없이 읽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보다는 그 원본이 되는 8개의 소설들과 여러 다른 소설과 작가들이 언급되며 (배경도 서점이고) 독서광들끼리의 에너지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정수', 즉 범죄소설의 거장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이다. 모방범이 사회적 밉상, 죽어야 마땅한 피해자를 택하고(작가 피터 스완슨의 히트작 제목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접근해 (고문 후) 죽이는 방식이 어쩌면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 바로 직전에 읽은 호로위츠와 비슷한 구도이다. 범죄 소설을 너무나 좋아한/싫어한 나머지 범죄를 구상한다. 종이 위에 혹은 이 땅 위에.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커쇼와 (사연 있는) FBI 요원 그웬, 전직 형사 마티 등이 그 8권의 책에서 찾은 원칙과 결말을 들고 협력한다. 커쇼의 친구이자 알콜 중독자, 펄프픽션 작가이며 그 서점의 건물주인 브라이언은 냉소적으로 완벽한 살인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알라딘 책 소개에는 그 8권의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하이스미스의 소설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그래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 책에 대한 책이라 즐겁게 읽으며 장바구니를 채웠지만 이 책의 여러 살인 현장에서 범인이 멀쩡하게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데다 허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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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11-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범 찾기 전문 독자가 되실 껀가요?^^
요즘 범죄 소설물에 심취하셨군요.

<비밀의 계절> 소설 제목을 접하니 제가 1권만 읽었어서 제겐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소설이네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11-17 07:30   좋아요 1 | URL
범죄소설 중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라 골랐어요. ㅎㅎ 도나 다트는 소설을 너무 길게 늘여써서 선뜻 손이 안가요. 황금방울새 읽고 질렸거든요.

psyche 2023-11-22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안 읽은 듯?
재미있겠다 하면서 보니 마지막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허술하다고.... ㅎㅎ 그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23-11-22 09:07   좋아요 0 | URL
이건 패스하시고 호로위츠로 가세요!! 얼렁 가세요!!
 
[eBook]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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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예상보다 강렬했지만 "책 안"에 머물러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사랑해도 그 밖에 세상이 있고 "사람 있어요". 


액자 소설 구성의 책 속의 책 "맥파이 살인 사건" 의 피해자들도 소설 밖의 피해자(작가 앨런 콘웨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미움을 받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기는커녕 잘됐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저변에 깔린 여혐과 가부장제에 한숨이 나온다. 작가 콘웨이도 시리즈의 특이한 이름의 탐정 아티쿠스 퀸트를 증오해서 시리즈를 끝맺으며 그를 묻어버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탐정이야 말로 콘웨이가 대중의 사랑과 돈을 받는 이유였다.


살인 피해자들이 모두가 피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설정은 애거서 클리스티를 연상시키고 모든 것을 아는 퀸트 역시 푸와로와 닮았다. (실제 인물들을 너무나 많이 품고 있는) 탐정 소설 원고 안팎을 넘나들며 독자/탐정/ 편집자로 활약하는 수전도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수전은 푸와로처럼 도덕의 잣대를 멋대로 휘거나 꺾지 않는다. 


사실 수전이 (그리고 우리 독자들이) 진정 분노하는 점은 작가 콘웨이가 대중 독자들의 취향을 경멸하고 탐정 소설 장르를 멸시하며 자신이 다루는 소설 내 인물들을 소홀히 다루었고 이야기 소재에 대한 윤리 의식도 없고 따라서 그의 창작 활동이 퍼즐 풀기나 조립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가 시리즈 아홉 권이나 쓰는 동안, 심지어 그 유일한 '문학 작품'을 쓰는 동안 무엇을 바랐는지 생각하면 그의 문학관과 인생 철학이 얼마나 개똥인가 알게된다. 그러나 그 개똥이 폭로되어 그 속에 담긴 잔인하고 비열한 코드를 만나서,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쓰며 그의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이 똥물을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작가들이 뭐 그리 대단한 종자라고. 그들이 무얼 의도하고 숨기고 주장해도 소설 속 이야기들이 작가의 소유물은 아니잖아. (물론 저작권은 다른 문제. 이 소설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가 등장한다는 게 흥미롭다) 우리 독자는 우리가 알아서 우리의 취향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식대로 읽고 씹고 맛보고 즐긴다고!!!! 


독자들이 읽는 게 그저 이야기, 재미, 하찮다 말하지 말라고. 이 주장을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외쳐준 수전에게 동료의식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데 아, 안돼요. 이건 또다른 위험 표시. 작가 호로위츠가 이렇게 스마트하다고요. 그러니까 책 속의 이야기에 과몰입하지 맙시다. 힘들더라도. 진짜 힘들어도. 책 밖에 진짜 인생 있고요 다른 책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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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90퍼센트 정도 읽었는데 (전자책이라 페이지 수가 없음) 오늘 내로 완독은 하겠지만 12시 전에 감상문 정리가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서재에 들어왔다. 


<중요한 건 살인>에서 작가가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끌었다면(혹은 희롱했다면) <맥파이 살인 사건> 역시 독자/편집자가 탐정 소설 주변을 탐색하며 소설 세계, 그 가상 혹은 퍼즐의 조합을 살펴본다. 두꺼운 분량은 그 안에 '거의' 한 권 분량의 탐정 소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첫 시작은 편집자가 유명 탐정 소설가의 원고를 읽기 직전의, 그리고 이 소설을 둘러싼 탐험 이후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어쩌면 독자도 겪게될 상황을 경고하며 바로 그 소설로 넘어간다. 


설정이 많아 다소 지루한 도입부의 원고 '맥파이 살인사건'은 1955년에 영국 소도시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 사건과 여러 명의 용의자를 등장 시킨다. 그리고 그중 첫 살인 사건의 범인만 갑자기 밝히며 (방법이나 설명 없이) 툭, 끊어진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없어진 이 소설 원고를 읽던 편집자 수전은 너무나 황당스러운데 더해서 작가 앤디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것만 같다. 책 원고의 마지막 부분이 너무나 절실한 수전은 직접 원고와 작가의 죽음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10퍼센트의 결말만 남겨둔 지금 내 입장이 수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서 읽어버리고 싶은 마음, 용의자들 중 몇몇이 더 부각되는데 이러다 엉뚱한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움. 책읽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여러 작가와 책들, 그 책 속의 세계들이 언급되어서 좋다. 그리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에 대한 자조적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지난번엔 아동 문학에 대해서 그러더니... 


자, 나머지를 읽고 마저 생각해 보자. 지금으로선 범인이 아마도 ...  


(조금 긴 버전의 BBC 드라마 예고편. 책 다 읽고 오니까 더 궁금합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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