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신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놓쳐서 아까웠는데 재공연 한다기에 반가워 달려갔다. 비오는 일요일, 예술의 전당. 커다랗게 걸린 '신과 함께' 포스터. 예전에 본 웹툰의 기억과, 책 선물로 지인에게 전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공연을 기다리며 마시는 커피는 쓰고도 달다. 얼마만의 뮤지컬 관람인지. 호사스런 문화 생활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화장도 하고 목걸이도 하고 왔음.

웹툰의 캐릭터들과 놀랄만큼의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배우분들! 강림도령과 진기한 변호사의 서로를 향한 (하지만 정작 자신들을 향한) "건강 챙겨, 너도" 의 멋진 녀석 멘트에 다들 넘어감. 커튼콜에서도 캐릭터대로 뿜어내는 저 생생한 에너지! 진기한, 너 정말 잘나셨어요! 강림 도령도 늘 쿨하시고요! 계속 활동해 주셔야해요!
중간중간 불러대는 "어머니" 대사와 사모곡에 울컥하지만, 너무 전형적이고요. 가만....요즘 나의 젠더 감수성에는 이 공연의 한정적 여성 캐릭터들이 맘에 걸린다. 강림 도령이나 진기한 캐릭터 중 하나는 여성이 맡았어도, 지장보살은 여성이 맡았다면, 일곱 지옥의 대왕중 단 둘만 여성인 것은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다. 홀로 나만 바라보며 키우신 외롭고 고생하신 어머니는 둘이나 나오는데 말이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짜임새 있고 멋진 무대에 디테일 하나하나 살려 역동적으로 공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재연재에 들어갔다고. 추억을 되새기며 책을 다시 들어야겠다.
착하게 살자, 인간들아. 죽어서 벌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