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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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함께 빙긋이 웃을, 명랑한 이야기. 덕분에 올 봄은, `명랑한 봄`이에요!! ^^* (알라딘에서 주는 컵받침도 너무 예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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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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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_ p.17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첫 문장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이나,

『롤리타』를 만난 후, 이 매혹적인 첫 문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롤.리.타.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에도 내 혀는 문득문득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려본다.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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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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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한 장의 그림이에요.

『시간 가게』에 실려 있지요.

 

 

"걱정 마세요. 일단 두 달 정도 저랑 공부하면 확 달라질 거예요."

선생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윤아를 그렇게 만들어 주신다면야. 저는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엄마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주인의 취향대로 조립되는 DIY 가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_ 107쪽

 

처음에는 흥미로운 설정에 끌려서 집어들었어요.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십 분'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판다니...?

기억과 시간을 어떻게 맞바꾸며,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십 분,이라는 건 뭐지? 딱 '십 분'을 어디에 쓰려고...?

이야기 속에는 정말로 '시간 가게'가 등장해요.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ㅡ 시간 가게

 

 

 

 

 

이런 광고지가 내 얼굴로 날아든다면, 혹할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주인공 윤아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인데, 윤아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이 광고지에 혹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더 바쁘다지요...?

(언젠가 "우리 어렸을 때는 오후면 티브이에서 재밌는 것도 많이 하더니 요새는 그런 것도 없는 거 같아?" 했더니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요즘 애들이 티브이 볼 시간이 어디 있겠어! 학원이다 과외다 뭐다, 애들이 더 바뻐...")

 

시간이 부족한 아이는, 행복한 기억 하나와 하루 한 번 '십 분'의 시간을 맞바꿔요.

아이가 시간과 바꾸기 위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이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었어요.

윤아야, 안 돼! 행복한 기억을 그렇게 버리면 안 돼...

'베프'와의 즐거웠던 시간, 가족들과 함께한 행복한 여행의 추억, 내 엉덩이를 토닥여주던 외할머니의 다정한 손길...

사라져가는 윤아의 행복한 기억이, 내 것인 마냥 몹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윤아는 윤아 나름대로, 행복한 기억을 내어주는 대가로 얻은 '십 분'으로 또 다른 '행복(?)'을 만듭니다.

 

윤아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예요. 하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해요.

내가 주인의 취향대로 조립되는 DIY 가구 같았다,는 윤아의 속마음을 읽으며 정말 울컥했습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어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삶을 유예시킨 아이들의 이야기"

'지금의 삶을 유예' 당한 윤아는,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어요.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_ 150쪽

 

얼마 전 마스다 미리 만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서 본 문장도 떠오르네요.

 

노후가, 멀리있는 미래가, 현재 여기있는 나를 구차하게 만들고 있다.

 

띠지의 문구가 더욱 강렬하게 와 닿아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삶은 유예시켜도 될까요...?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책을 읽으며, 이 땅의 아이들이 가여워서, 그 힘듦이 느껴져서, 참 아팠습니다. 미안하기도 했고요.

 

두껍아 두껍아, 행복한 기억 줄게, 십 분 다오...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십 분'... 주면 안 될까요...?

그 '십 분'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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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지지 마 - 노모, 그 2년의 기록
한설희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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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얼굴이 달걀형이기보다는 네모난 편이고, 두 눈은 쌍꺼풀이 짙고 입술이 도톰합니다. 눈썹은 숱이 아주 적어서 '문신'으로 지워지지 않는 눈썹을 얻었지요. 콧마루는 꽤 낮은편이에요. 그리고 얼굴에는 점이, 있던가요 없던가요… 콧잔등 근처였나 입언저리였나, 어딘가에 작은 점 하나가 언뜻 떠오를 듯하다가 맙니다. 아니, 점은 제 왼쪽 뺨에나 있을 뿐 엄마의 얼굴에는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엄마 얼굴을,

    오래 들여다 본 적이 없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늘 내 곁에, 거기에 그렇게 있는 얼굴이니까요. 한 소설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곧 익숙해질 거야. 나중엔 눈에 보이지도 않을걸." "어떻게? 항상 거기 있을 텐데.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오히려 안 보이게 될 거야."(『소수의 고독』) 이 소설 속 대화는 배에 새겨진 문신을 가리키지만, 항상 거기,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서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되는 존재, 어쩌면 엄마도 그런 존재인지도요. 그래서 저는 엄마를 생각하다가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늘 그 자리를 지켜주기에,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애써 그 존재 떠올려보지도 않고, 물끄러미 들여다 본 적도 없고,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고. 엄마의 머릿속, 엄마의 마음속은커녕 엄마의 얼굴에 점이 있던지 없던지조차 나는 잘 모른다고. 엄마는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 늘 내 곁에 있지만, 그래서 더욱 나는 엄마를,

    들여다보려 한 적 없습니다.

 

한 엄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나의 엄마는 아니지만, 다시 몇십 년의 시간이 지난다면 나의 엄마의 얼굴이 될 것도 같은 한 엄마의 얼굴을. 예순아홉의 딸이 찍은 아흔셋 엄마의 얼굴입니다. 엄마는 오래된 이부가지 위에 앉거나 누워 있고, 아름다운 은발을 풀었거나 빗어 넘겼고, 지팡이를 짚었거나 휠체어에 앉았고, 등에는 뼈의 산맥이 두드러지고 손등에는 핏줄이 굵게 불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실은, 사진집을 넘겨보기도 전에 저는 울기부터 했습니다. 이 세상에 '엄마'만큼 수분이 많은 단어가 또 있을까요. 괜히 자꾸만 눈물이 나와, 며칠을 미뤄두었다가 드디어 펼친 이 사진집은, 하지만 눈물보다 귀한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바로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라고, 늦어버리기 전에 지금 바로, 엄마를 기억하라고. 간절한 바람을 담아 제목처럼 말해보고 싶지만, "늦든 빠르든 우리는 언젠가 고아가" 될테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최선을 다해 서로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요.

 

참 고맙습니다. 늘 곁에 있으면서도 잊고 살았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존재를 제 가슴에 가득 불러내어 주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덕분에, 엄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아직은 쑥쓰러워 여행, 그리고 사진을 핑계 삼아,

    엄마 얼굴을 많이 들여다봐야겠습니다.

 

 

 

 

뷰파인더 속에 담긴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엄마가 예쁘다고 느낀다.

아름다움이 어떻게 젊음의 전유물이겠는가.

늙은 엄마도, 그 엄마의 낡은 물건들도 이토록 빛이 날 수 있는데.

나이 든 이의 쇠락해가는 육신.

그 안에 층층이 쌓인 인고의 세월이 늙음을 더 빛나게 한다.

나는 엄마에게 들릴 듯 말 듯 말한다.

엄마, 엄마는 아직 고와. _ p.113

 

 

사진 속 엄마는 이렇게 묻는 듯하다.

내 삶은 빛이 들지 않는 자리에 있는 것 같았지만

돌아보니 제법 찬란했다고.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나도 내 엄마로 살고 싶다고.

네 사진 속 어딘가에서 환하게 자리하고 싶다고,

그러니 나의 늙음을 더는 딱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_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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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의 밤 十一月夜

 

김청한당

 

 

겨울밤 둥근 달이

눈부시게 앞 숲을 비추네.

등불 아래 책을 보고 있자니

내 심사도 밤과 더불어 깊어간다.

 

一輪冬夜月 皎皎度前林

燈下看書史 心思與夜深

 

 

ㅡ 『청한당산고』

 

 

 

겨울밤 책을 읽으며 冬夜讀書

 

서영수합

 

맑고 맑은 거문고 소리 휘돌고

검푸른 칼 기운 아득한데,

한밤중 눈 속에 매화 가지 비껴 있고

달빛은 책상 위 책을 가만히 비추네.

여린 불로 느긋이 차를 끓이고

술 데우자 은근한 향 넘치네.

흐린 등불이 걸린 오래된 벽으로

반짝반짝 새벽빛이 서서히 찾아든다.

 

淸切琴聲轉 蒼茫劍氣虛

梅橫三夜雪 月照一牀書

細火烹茶緩 微香煖酒餘

疎燈掛古壁 耿耿曉光徐

 

 

ㅡ 『영수합고』

 

 

 

『여성 한시 시집』의 5부는 '책 읽는 즐거움과 시 짓는 기쁨'인데,

그 중에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두 편을 골라봤어요~! ^^

한시라면, 김연수 작가님 산문집에서 주로 접해보고(^^;;), 한시집을 따로 본 기억은 없는데,

아... 한시를 읽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아, 물론, 한시의 번역문을 읽...습니다!)

 

1부 '그리움과 기다림의 목소리'에 실린 시들은, 아, 그 절절한 그리움에 제 애간장이 다 녹을 지경....-.-;;;

기회가 되면, 「층층으로 지은 시 層詩」를 올려보고 싶어요.

원문을 함께 올려야, 그 느낌이 더 살기 때문에... 한자를 많이 입력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

언젠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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