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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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북로드 스토리콜렉터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받은 미션 도서가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지옥이 새겨진 소녀>인데, 이 작품이 시리즈거든요. 약간 순서 집착증이 있는 관계로 시리즈의 첫 작품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일단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부터 집어 들었습니다. 독서 권태기가 심각해 두꺼운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시점이었는데, 400페이지가 넘는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과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지옥이 새겨진 소녀>를 연이어 읽겠다고 맘 먹은 건 큰 도전이었지요. 게다가 넬레 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건데, 독일 소설 특유의 지명과 인명등의 난해함이 가독성을 방해했었기에 더더욱 이건 도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저의 기우였습니다. 엄청난 가독성, 매력 철철 넘치는 캐릭터,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매우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비교해선 안되겠지만) 전 넬레 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살인범에게 엄마를 잃은 형사 쟈비네, 안하무인 괴팍하지만 매력 철철 넘치는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이 작품의 어찌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인 헬렌. 그리고 더벅 머리 페터​ '더벅 머리 페터'는 실제로 존재하는 아주 오래된 동화라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충격적이더군요. 현대에 차고 넘치는 잔인한 스릴러 소설들 보다도 어찌보면 더욱 잔혹함을 담고 있습니다. 동화 <더벅 머리 페터 >의 줄거리대로 이어지는 살인 사건들. 동화의 잔혹함을 '아동 학대'라는 소재와 결부시켜 현대식 스릴러로 아주 멋지게 승화시킨,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지옥이 새겨진 소녀>를 읽을 것이기에,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의 리뷰는 간략하게 마치겠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슈나이더도 ​아마 원하는 바일 테니까요. 이제 제대로 된 케미를 보여줄 쟈비네와 슈나이더를 생각하니 마구 마구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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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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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고, 스마트 폰이 발달하면서 이제 필름 카메라는 거의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소풍이나 수학 여행을 갈 때엔 살살 다루뤄야 한다는 신신당부를 거듭 들으며 귀하디 귀한 카메라를 목에 소중히 걸고, 필름값 아깝다며 한장 한장 아껴 찍으며 그렇게 즐기기도 했었는데 말이지요. 집에 카메라가 없는 친구들은 일회용 카메라라는 신기한 물건을 사서 찍기도 했구요.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사진관에 현상을 맡기며, 인원수대로 뽑아달라고 부탁해 사진을 함게 찍은 친구들과 나눠 갖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졸업 선물 가장 인기 품목은 앨범이기도 했지요. 글을 쓰다보니 그 시절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역시, 사진의 다른 말은 '추억'이지 싶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서 여러 책과 관련된 추억과 미스터리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냈던 미카미 엔이 이번엔 그 무대를 사진관으로 옮겼습니다. 주인공 마유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 정리를 위해 섬 에노시마에 있는 니시우라 사진관을 오랜만에 방문하여 겪게 되는 여러 소소한 미스터리를 담고 있습니다. 마유 또한 사진과 관련된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어, 그 추억과 관련된 에피소드 또한 미스터리하게 펼쳐집니다. 여기에 비블리아 고서당의 여주인공처럼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남성과 몹시 더디고 더딘 로맨스도 전개되고요. 정확히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의 사진관 버전이었습니다.

 

같은 작가가 장소만 달리하여 비슷한 구성으로 전개하기도 했고, 비블리아 시리즈가 워낙 대박 작품이라 니시우라 사진관이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 또한 그 스토리면에선 비블리아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서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책이 소재로 등장할 땐 좀 난감했었는데, 니시우라 사진관의 소재는 '사진'인지라 독자(특히 국내)들의 공감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달 남짓 독서 권태기에 허우적 거리느라 책에 손조차 대지 않다가 오랜만에 집어든 책. 가독성, 잔잔함, 미스터리까지 제 독서 권태기를 한방에 날려 준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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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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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늙은이' 등을 뜻하는 은어로 쓰였었는데, 이젠 엄연히 국어 사전에도 등재가 되어 있네요. 처음 '꼰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그 어감이 너무나 불손해서 그 말을 사용하는 아이들 역시 너무나 불량스러워 보였고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꼰대'들을 '꼰대'라고 하는 것 만큼 적절한 표현 또한 없지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흔히 '꼰대'라고 지칭하는 대상들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소통이 전혀 안되는 독선적인 어른'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뭐 이젠 '꼰대'라는 단어가 은어의 기능을 상실해 버려 요즘 아이들은 거의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글 서두에 뭐 좋은 단어라고 '꼰대'라는 말을 연발하느냐구요? 이 책은 바로 이 세상의 '꼰대'들이 읽어야 할 청소년 소설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서넛이 PC방에서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 기사를 보고, 나름의 추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주로 범인의 입장에서 흉기나 살해 방법 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들의 대화를 앞뒤 상황 다 차단하고 그 대화 내용만 듣고 있자면, 너무나 무시무시합니다. 당장이라도 이 아이들은 큰일을 벌일 것만 같습니다. 왜 우리는 흔히 '요즘 아이들 정말 무섭다.'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습니까? 이런 말을 하는 '꼰대'들 역시 수십년 전엔 '요즘 아이들'이었을 거면서 말입니다. 아무튼 PC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어른은 결국 크나큰 오해를 하고, 사건이 벌어지며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서에도 물론 '꼰대'들만 한가득. 그래도 어찌됐든 그 아이들이 진짜 흉악범은 아니었기에 우여곡절 오해는 풀려 경찰서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또다시 이야기 도입에서 벌였던 고드름 흉기에 관한 논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를 듣고 있던 부모들은 또한 역시나 자신들의 자녀가 혹여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봐 아이들을 다그치지죠. 아아,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꼰대'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는 다름아닌 소설집의 첫 작품인 <고드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큰 따옴표나 문단 가름을 전부 생략해 버리고 진행되는 소설에 처음엔 당황했었는데... 청소년들의 화법과, 그리고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불통의 어른들을 묘사하기에 얼마나 적절한 구성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저도 '꼰대'가 된 듯한 기분에 조금 부끄러워지더군요. 때문에 저는 이 소설집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꼭 읽어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전부 <고드름>처럼 아이들과 어른들의 불통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어른들, 아이들과 부모들, 아이들과 사회와의 조화와 화합을 그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녀>라는 단편에선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는 와중에 벌어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청소년의, 그러니까 아주 아이도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딱 그 시점에서 바라보는 가족, 친척,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주인공과 아빠와 마을 어르신들의 물과 기름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겪어야하는 생의 과정을 상징하는 인물 구도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미진이>이라는 단편도 그렇습니다. <그녀>와 더불어 연작 소설로 볼 수 있는 작품인데, '미진이'라는 인물은 다름아닌 바로 앞 단편에서의 '그녀'였거든요. <그녀>에서 어렴풋이 소개된 사연 많은 소녀 미진이의 사연이 안타깝게, 하지만 마무리는 훈훈하게 전개됩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어른들은 아이들을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지만 결국엔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해하는 모습에 꽤 흐뭇해집니다.

 

<만두>, <파란 아이>라는 단편은 특히나 가족, 친구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뤄 가장 청소년 소설답다고 느꼈습니다. <이어폰>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그저 안타까워 한없이 보듬어 주고 싶어지는 이야기였구요.

 

<아는 사람>의 경우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결코 없어야겠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건을 겪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혹은 그런 일을 겪고 좌절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겐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결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지만, 꼭 들려주어야만 하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소설속 주인공들과 같은 청소년들과 주로 생활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소설집을 읽는 동안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아이들이 끊임없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나를 좀 봐달라.'고, '우리 말을 좀 들어달라.'고, '우리도 때론 아프고 괴롭다.'고 외치는 아우성 같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꼰대질'을 했었던가 반성하며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놓고선 '이건 전부 너희를 위해서야.'라며 독선적인 말들 또한 퍼부었겠지요. 그동안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좀 더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지, 그래서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으로서 아이들 앞에 서야지, 다짐해 봅니다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마 아니겠지요;;;

 

반짝 반짝 아름답게 빛나지만, 자세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 샹들리에. 마치 우리 아이들 같습니다. 그들이 위태롭지 않고 언제까지나 반짝 반짝 빛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전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때문에 이 글은 <샹들리에>의 리뷰이자, 제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조금 쑥스러운 러브 레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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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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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혹은 수십 년 전 고립된 장소(섬이라든지 오지라든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 사건은 미결로 남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현재가 되고, 과거 사건들의 관계자들은 특정 사건 때문에 다시 그 장소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의 복사판인 사건들이 그대로 일어나지요. 이런 설정 굉장히 익숙하지 않습니까? 저는 주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나, 그 긴다이치를 할아버지로 두고 있는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자주 보았던 설정입니다.

 

또한 이런 오지 마을들엔 흔히 떠도는 전설이 많기도 합니다. 왜 수십년 전 엄마 치마폭에 숨어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란 드라마에서도 보면 어떤 어떤 마을 어떤 산, 어떤 바위, 어떤 안개...같은 것에 얽힌 전설이라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지 않습니까? 이 작품 역시 어떤 섬, 그 섬의 영산, 그 섬의 안개와 관련된 섬뜩한 전설이 떠돕니다.

 

이러한 익숙한 설정들 덕에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상당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배경이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익숙함과 젊은 작가답지 않은 뛰어난 묘사력으로 인해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을 시원하게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책장을 한번 열면 쭉쭉 그대로 마지막까지 내달릴 수 있는 미친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물론 등장 인물이 몇 안되는데다가 이런 설정이 익숙한 추리 마니아들은 범인을 쉽게 눈치 챌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중반부즈음에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꽤 치밀한 트릭이라든가 자연스럽게 곳곳에 숨어있던 복선들, 그리고 소름이 오소소 돋게 하는 묘사들 덕에 결말까지 내리 내달릴 수 있습니다.

 

일본 추리 소설에서 자주 보아오던 설정들과 우리 전설을 접목 시켜 스릴러적인 소재들을 잘 활용해 만들어 낸 수작이라 칭하고 싶네요.(뭐 제가 이런 평을 할 수 있는 깝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작가가 정말 정말 젊던데 벌써 이 정도 필력이라니, 앞으로 이 작가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됩니다. 차기작 또한 한국적인 전설을 토대로 집필중이라니 또 한번 여름 밤을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소름 오소소 돋는 작품 딱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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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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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미미여사의 판타지 물입니다. 게다가 다른 세계로의 여행. 이세계 트립물. 저는 판타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미미여사의 판타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천 입학으로 이미 현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조금 복잡한 가정사도 가지고 있는 시로타, 유명 만화가의 어시이지만 현재는 휴가중인 파쿠 아저씨. 주요 인물은 고작 이 세 사람입니다. 세 사람 모두 어떤 그림을 통해 그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 탐험(?)을 하게 되지요. 그림 속엔 성이 있었고, 그 성엔 한 소녀가 갇혀 있습니다. 아니, 그들은 그 소녀가 갇혀 있다고 확신하며 그 소녀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만나고 이 탐험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한 사건이 화두에 오르고, 그들은 그 과거 사건과 그림 속 소녀와의 연관성을 파헤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선 역시 미미 여사의 특기인 추리적인 요소가 등장을 하는 부분이지요. 그렇게 그림 속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점점 하나의 점으로 모아집니다.

 

역시 이 작품은 해리포터나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 같은 그런 느낌의 판타지는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일상적인 판타지랄까요. 주인공들이 분명 그림 속 세계를 탐험하긴 하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큰 얼개라고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탐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나 그림 속 세계가 어째서 생겨났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였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겁니다. 그때, 이러 이러했더라면......하고 아쉬워 하는 마음. 때문에 최근 방영된 한 드라마도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마음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과거의 한 장면에서의 자신이거나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이거나. 그런 마음들이 담긴 작품이라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일본 대지진 이후에 나온 작품이라니 더욱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미여사는 역시 대단한 작가입니다. 화제가 되었던 그림 하나와, 산책길에 본 풍경 하나로 이런 작품을 구상해 냈다니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친듯이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마치 신이나 시로타나 파쿠가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기가 빨려 미친듯이 먹거나 기절하는 상태 비슷한 걸 저도 느꼈던 거지요. 이렇게 말하면 분명 안믿으실 것 같지만 정말 정말이랍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오히려 오던 졸음도 달아나는데 이 작품만큼은 자꾸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급기야 책을 다 읽은 그제(토요일)엔 거의 하루 종일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가독성이 장난아닌 작품이었기에 결코 책이 지루해서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때문에 제겐 참 묘한 작품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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