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 - 5년 만에 자산을 100배로 불린 투자고수 렘군의 단기속성 부동산 스쿨
김재수(렘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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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저는 결혼식에 맞춰서 힘겹게 신혼집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신혼집을 무리해서 마련한다는 것은 말그대로 무리수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의 시작은 남편이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집에서 시작키로 했습니다.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지금까지 무주택자로, 서울에서 월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댁 부모님 댁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생각들이 형편이 넉넉하고 미래를 준비하기에 좋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입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은 합리적입니다. 월세는 남편이, 관리비는 부모님이 납부해왔습니다. 그리고 새 식구로 제가 들어왔고, 또 새로운 식구가 생길 것을 고려하여 우리들은 새로운 공간을 마련키 위해서 시간투자를 하며 노력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신혼부부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특별공급의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평수가 85평방미터로 제한적이라, 공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한 공간으론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분가보단 시부모님과 함께 가족을 구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집 마련을 목표로 하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지만 여전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책도 읽어보고, 유튜브 강의를 참조해보고, 물건이 나오면 투어도 다녀봤지만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서 그저 막막하기만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몰라서 너무 답답해서 접근방법을 알고 싶어서 김재수(렘군)의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이하 적.모.부)를 읽어봤습니다.



■ 적.모.부 내용 


저자도 우리와 같은 생계형 노동자였으며, 생활에 비해 들어오는 고정수익은 한정적이며, 재산을 불리는 방법으론 절약과 저축밖에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름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한채 불안에 떨고 걱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부동산 공부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회사생활을 병행하며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관련 게시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고, 부동산 교육이 있으면 무조건 듣고,  전국을 두 번이나 돌며 부동산을 실제로 보고 조사를 하는 등 열의를 다합니다. 이런 열의 덕분에 눈감고도 부동산 시세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저자가 시간을 투자하고 직접 발로 뛰며 얻어낸 부동산 지식과 정보들을 블로그에 올려서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무료로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평범했던 저자가 부동산 전문가가 되기 까지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 적.모.부 책 전반엔 부동산에 접근하는 방법과, 부동산을 사고 팔기 위한 조짐, 부동산 사이클과 입주물량 파악과 예측 및 주의사항, 미분양 정보확인, 종목별(아파트, 빌라, 상가, 재건축, 분양권, 토지) 분석키워드, 신도시와 구도시를 분석하는 방법 등, 부동산 투자를 위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 느낀점 


이 책은 평소에 부동산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으면 막연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정리할 수 있고, 부동산초보자가 읽으면 개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했지만, 아파트 분양 혹은 부동산 투자는 일반 생필품이나 물건을 사는 개념과는 차원이 아예 다르잖아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모험을 하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도 너무나 많고요. 그래서 부동산 투자에 선뜻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자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결혼 전, 어려운 환경 덕분에 항상 이사를 다녀야했습니다. 이사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집때문에 아주 힘겹게 살다가, 제가 결혼하기 5년 전쯤에, LH를 통해서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고, 겨울엔 따뜻한 물을 쓸 수 있고 여름엔 아주 시원한 아파트로 들어가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우리집은 아니어도, 열악한 환경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것보단 훨씬 나았습니다. 천국과도 같은 곳이였죠. 친정이 그렇게나마 안정적으로 자릴 잡으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남편도 우리 친정과 비슷한 환경입니다. 그래도 서울시 종로구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월세를 살 고 있어서 열악하단 생각은 전혀들진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친정과 같은 임대 혹은 영구임대아파트, 분양 등을 공부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면 될 것이란 확신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공부를 하는데, 사실 막막하긴 하더라구요. 그나마 여러자료를 둘러보는 중에 적.모.부를 읽으니, 경제의 기본개념을 다시 파악하고, 종목별로 다양하게 접근하며 분석하는 방법을 알아가니, 시야가 조금씩 넓혀지는 기분이 듭니다. 평방미터를 평수로 환산하는 방법도 배웠다며 ㅎㅎ  무엇보다 저자가 전국을 두번이나 돌면서 얻은 내용을 책에 담아서, 손쉽게 손품을 팔았단 생각도 들게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내용을 글로 읽고 이해한다는 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저자가 몸소 부딪히고 공부해서 정리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진짜 편안하게 읽혀집니다. 여러번 읽다보면 놓친 부분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부동산 공부의 영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좋은글귀


p. 31-32 사람들은 부자가 되길 원한다. 기왕이면 남들보다 빨리 부자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주식, 부동산, 창업, 비트코인, 등 수많은 공부를 한다. 하지만 정작 자본주의 자체를 공부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본주의를 이해하면 돈을 버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것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p. 32 화폐 또는 돈을 교환하는 것이 고유 역할이다.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돈을 갖고만 있어도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쟁기는 밭을 매는 데 쓰여야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데, 그대로 창고에 두고 농작물이 저절로 생산되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화폐 또는 돈은 교환되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p. 34 욕규 해결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데 초첨을 맞추면 분명 다른 길이 보일 것이다. 나는 부동산으로 시작했지만 모든 시작이 꼭 부동산일 필요는 없다. 세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분야는 그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작은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면 더 큰 세상에서도 분명히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p. 103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전체가 하나의 사이클을 보이는 게 아니고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수도권, 경상권, 호남구너, 중부권, 강원권, 제주권, 충청권의 흐름이 모두 다르다. 권역 내에서도 도시별로 사이클 주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는 곧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내가 바닥에서 진입할 수 있는 투자처는 꼭 있다는 뜻이다.


p. 129 현재의 문제점을 빨리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자신의 기준 없이 대상을 선택하려고 한다. 나의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 맞는지 대입만 해보면 되는데, 기준이 없으니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다. 내 기준을 뛰어 넘으면 그 곳은 좋은 투자처이고 미달이면 좋은 투자처가 아닌 게 된다.  기준만 있으면 판단이 간단해진다. 

p. 132 내가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더는 불안해하지 않게 된 시점은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렸을 때가 아니다. '나에게도 좋은 투자처를찾을 수 있는 안목이 생겼구나'하고 느꼈을 때였다.



p. 201 좋은 일자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역은 대부분 비싸다. 기존에 역세권이 아니었지만 새로운 개발 계획으로 역세권이 되는 지역에 관심을 둬야한다. 사람들이 많이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교통 수단일수록 좋다. 


p. 230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반경 500미터만 보더라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파트는 인터넷에 매물 정보가 뜨기 때문에 시세 파악이 쉽지만 그 외 부동산은 알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뿐만 아니라 부동산 공부를 하는 사람들조차 자기 동네의 시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관심이 있는데도 시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p. 263 아파트는 결국 지역이라는 범주 내에 있다. 아파트의 가격 자체가 오르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변화로 입지가 좋아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파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역이다. 아파트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역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라. 아파트 시세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역 시세를 공부한다고 생각하라. 모든 키워드를 지역으로 바꿔라. 그게 올바른 방법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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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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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왕성하던 20대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그런 현실을 거스를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30대에 접어들고 결혼을 하고 나니 잘 늙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했습니다. 맘에 들지 않은 주변사람들과 내가 속한 사회 혹은 세상과 적절한 타협도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고, 타협을 위한 노력으로 자기계발서만 읽는 습관을 벗어던지고, 여러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이 주는 의미와 즐거움도 몰랐어요. 지루한 장르이며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문학에 흥미가 없던 이유는 문학에 접근하는 방법을 너무 몰랐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박진성 시인의 산문집 이후의 삶을 읽곤, 문학적 감성이 사람의 마음을 많이 위로하고 공감하며 채워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래서 문학을 안다는 분들이 문학의 좋은 점을 늘 노래했나봅니다. 문학이 참 좋은 장르라는 걸 깨닫곤, 문학가들에게 관심을 가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몰라서 집의 책장을 훑어 보았습니다. 책장엔 박완서 소설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꽂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박완서 소설가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진 못했어요.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내용  


박완서 소설가의 살아온 인생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취향과 성향, 문학적 감성,  그녀가 읽어왔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산문집입니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일제의 영향도 받았고, 6.25전쟁도 겪었던, 격동적인 한국의 근대사를 몸소 경험해야만 했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성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여유도 담겨 있습니다. 산문집 전반은 어떤 질서가 있거나 연관성이 있다기보단 그저 느낌가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적어 내려간 듯한 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 느낀점 


박완서 소설가의 산문집만 읽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다재다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글 쓴다는 걸, 한편으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글과 친해져야겠다고 결심했던 계기는 영한 번역의 어려움을 알고부터입니다. 내가 아는 한글의 표현엔 한계가 있다는  직시하곤 책도 읽고, 생각을 글로 표출하는데, 여전히 글쓰는 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거기에 글쓰는 훈련은 기본이고 모든 감각을 열어서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상식과 세상의 흐름도 읽을 줄도 알아야 하고, 관찰력도 좋아야 하고... 정말로 많이 많이 알아야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쓸 수 있겠더라구요. 눈이 자연스럽게 굴러가고 마음을 콕콕 건드려서 위로하는 힘이 있는 글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산문집을 통해 사람 박완서를 만난 기분이 듭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성격이며, 당신이 책과 글을 접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책이 당신의 글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  그녀와 마주 앉아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 좋은글귀


p. 28 이 세상에 섬길 어른이 없어졌다는 건 이승에서의 가장 처량한 나이다. 만추처럼. 돌아갈 고향이 없는 쓸쓸함, 내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줄 웃어른이 없다는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예년에는 한 번 가던 추석 성묘를 올해는 두 번 다녀왔다.

p. 40 인간의 참다움, 인간만의 아름다움은 보통사람들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숨어 있는 것이지 잘난 사람들이 함부로 코에 걸고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문학의 이름으로 추구하는 건 진실인가. 말로 표현된 것의 자유와 한계, 읽히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조작한 이미지, 경박한 과장, 분식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p. 65-66 기억 중 나쁜 기억은 마땅히 썩어서 소멸돼야 하고, 차마 잊기 아까운 좋은 기억이라 해도 썩어서 꽃 같은 것으로 태어나야 하는 것을.

p. 126-127 그가 남기고 싶은 묘미명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 않았다"라고 적고 있다. 그의 오만이 전율스럽다. 그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운동도 누구하고 경쟁하고 적수를 의식하는 게 싫어서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달리기를 좋아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과연 경쟁자 없는 운동이 가능할까. 아마도 그의 적수는 자기 자신일 것이다. 이 세상에 나하고 맞설 적수는 나밖에 없다는 것처럼 도저한 자신감, 우월감이 또 있을까.

p. 148 제목만 보고도 처음 읽었을 때의 행복감이나 감동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책은 못 버린다.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p. 155그 밑줄 친 문장이 당장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나는 보통 노인과 다름없이 내 건강이나 우선적으로 챙기며, 내 속으로 낳은 자식들과 그들이 짝을 만나 새롭게 만든 가족들의 기쁜 일을 반기고 어려움을 나누며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소리 없이 나를 스쳐 근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그렇다면 시간이야말로 신이 아니었을까.

p. 179 이 지그상에서 나에게 허락된 시간도 이제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비슷한 기억을 되풀이하며 어디로 가고 있을 뿐 처음은 없다는 사실 정도이다. 

p. 215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머리도 쉴 겸 해서 시를 읽는다. 좋은 시를 만나면 막힌 말꼬가 거짓말처럼 풀릴 때가 있다. 다 된 문장이 꼭 들어가야 할 한마디 말을 못 찾아 어색하거나 비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시를 읽는 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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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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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만큼 힘겨운 일도 없죠. 때에 따라 비판도 해야하고, 맞지 않는 건 맞춰가면서 살아가야하는데 참 여유있는 소리다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내 삶에 걸림돌인데, 그 걸림돌을 보고 있자면 화부터 나는데, 뭘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걸림돌에 수십번 걸려보니,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구요. 걸림돌을 무조건 방해요인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걸림돌은 걸림돌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걸리고 멈춰지게되는지, 생각합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가기만 할 뿐, "앞으로 나가는 이유와 방향성"이 전혀 없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있는 그대로 봐야, 본질이 눈에 보입니다. 걸림돌은 걸림돌의 역할만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걸려서 멈춰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일맥상통하죠. 대부분 무엇 때문에 나아가려는지도 모른채, 걸림돌에게 원망하고, 제거하는데 온 힘을 씁니다. 그러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찾으려는 시야도 가려지고요. 평생 걸림돌과 씨름하는 삶만 살다가겠죠. 상상만해도 끔칙한 일이라 생각이 들어, 있는 그대로 보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맘 먹습니다. 받아들임에 관한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시인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입니다. 




■ 지구별 여행자 내용 


시인 류시화가 젊은 날에 밀려오는 허무와 본질에 대한 갈망으로 인도여행을 떠났고, 15년 동안 인도를 여행하며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은 내용을 담은 에세이 입니다. 시인 감성으로 적어 내려간 글귀로 적어 내려간 인도여행의 에피소드가 참 흥미롭습니다. 인도 사회, 문화, 분위기, 사람들의 채취가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에세이를 통해서 영적스승을 뜻하는 "구루"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요. 인도를 오고가며 시인이 갈증을 느꼈던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혜안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느낀점 


지구별 여행자라는 제목의 책이 남편의 선반 위에 그대로 꼿혀져 있었습니다. 책도 인연이 맞으면 딱- 읽게 되잖아요. 이 책도 그 책 중에 하나입니다. 눈에 늘 밟혔고, 아침독서 때 읽었습니다. 단순한 여행에세이로만 본다면 오산!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접할 수 있어요. 인도를 간접적으로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왠지 인도를 다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여유만 되면 내일 당장이라도 인도를 갈 수 있을 것 같은 충동도 샘솟습니다. 인도사회와 문화에 대한 단순한 동경만 그려놓진 않앗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책에 그려 놓았습니다. 특히, 인도 사람들의 뻔뻔함이라 해야할까요?  영적 깨달음과 마음 수양을 추구하는 인도에서는 인도사람들도 물질엔 찌들어도 마음만큼은 여롭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멋진 말을 던지곤 돈을 달라는 기이한 풍경. 뭔가 덤탱이를 씌우는 것 같으면서 명언을 날려주는데, 읽는 내내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이없음이겠지요. 처음엔 인도인들이 이해되지 않앗습니다. 적절한 경계태새를 가지고 인도인들을 들여다 봤는데, 어느순간 설득당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도인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일이 어디 인도뿐이겠습니까. 우리 일상도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책장을 넘길수록 인도를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참 신기했습니다. 첨엔 경계로 시작했다가 익숙함으로 마무리한 에세이예요. 마음도 든든해지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더라구요. 



■ 좋은글귀


p. 15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이룬 자, 깨달음을 어은 자는 누구인가? 그는 천한 사람이든 귀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선한 자든 악한 자든 모든 인간 존재에게서 신을 발견하는 자라고 비하르 요가 학교의 창시자 스와미 사티야난다는 말했다.



p. 39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p. 40 "신이 준 성스런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무엇을 얻을 수가 있겠소?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p. 43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오."




p. 51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삶에서 겪게 되는 대강의 줄거리들을 나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라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얻어 더 높은 영혼의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p. 112 때론 그런 것이다.자의든 타의든 어느 순간 우리는 아무도 없는 진공 상태 같은 곳에 던져진다.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다. 그곳에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p. 114 해가 뉘엿뉘엿 지고, 집시들은 침묵과 평화로움 속에 한 지친 여행자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내게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중인지조차 묻지 않았다.




p. 146 "점성술사는 내가 몇 살에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가를 예언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일이라고. 그것이 곧 내 운명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말예요. 그땐 그것이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은 그 뜻을 알 것만 같아요."



p. 224 인도는 내게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세상을, 사람들을, 태양과 열에 들뜬 날씨를, 신발에 쌓이는 먼지와 거리에 널린 신성한 소똥들을.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적망한 기차역에서 잠들어야 하는 어둔 밤까지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것은 나 같은 여행자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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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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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속에도 여러가지 모양의 욕망이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자유롭게 표출하고 싶으나, 표출해야할 것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잖아요. 영화나 책을 통해서, 여러 색깔의 욕망을 보면, 내맘을 들킨 것 같아서 괜히 보기 싫거나, '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냐"라며 고상한 척도 했었죠. 소설의 느낌상 뭔가 외설적인 느낌이 들면, 작품으로 들여다 보지 않고, 괜한 도둑이 제발 저린냥, 호기심은 있는데, 이런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 보고 다뤄야할지 몰라서, 야한 이야기나 오고가고 다소 비도덕적인 전개로 흘러가면 못 읽고 못 들여다 봤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표출은 직접적으로 하지 못해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자는 차원에서, 신간 소설 그녀,아델을 읽었습니다.



■ 그녀, 아델 줄거리


35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파리지앵 아델, 그녀는 신문기자이며 의사남편과 귀여운 아들도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녀의 삶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안정적입니다. 누구나 그녀와 같은 삶을 원하겠지만, 그녀는 그녀의 일상을 만족할 수 없어서 아무에게나 쉽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감행합니다. 즐긴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 정도의 자극을 추구합니다. 그녀는 성욕을 표출하고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고독입니다. 고독을 떨쳐내고자 대범하면서도 은밀하게 자신의 성욕을 표출합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끝날 줄 모르는 그녀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 느낀점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단순히 "외설적"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이해하지 못할 땐 그랬어요. 하지만, 여자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아니. 성욕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었을 땐, 읽어내기엔 조금 껄끄럽다가도, 뿜어져 나오는 성욕을 가감없이 표현하는데 희열도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성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아직 낯간지러워합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된, 그 동안 억눌린 원초적인 본능을 마주한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선 자신의 삶을 만족할 줄 모르는 파리지앵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는데, 그녀를 통해서 우리들의 자아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채워갈수록, 또 다른 것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 채워가는 건 행복과는 완전 반비례되는 아주 아이러니한 상황과 항상 씨름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아델이 두려워 하는 고독. 고독에 대한 의미와 정의가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진 고독을 통제하기엔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겁없이 성욕을 폭발적으로 표출하다가, 이후엔 더욱더 심한 고독을 느끼는 아델을 보고 있자면 고독은   없앨 수 있는 "어떤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족에 집착할수록 사람은 자기파괴적으로 변모한다는 것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고독을 없애야만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인지, 욕망을 무조건 충족해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 책 속 한 줄 


p. 20 아델은 이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사실 자체를 경멸한다. 이델은 타인들의 시선을 받고 싶다는 욕망 외에 그 어떤 욕구도 가져본 적이 없다. 한때 배우를 꿈꾼 적도 있었다. 파리에 와서 배우 수업에 등록했으나 결국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만 확인했을 뿐이다.



p. 44 뤼시앙(주인공 아델의 아들)은 버겁다. 아델에게 뤼시앙은 좀처럼 맞추기 힘든 거북한 존재다. 아델은 복잡하게 뒤얽힌 여러 감정선 중 어디에 아들을 위한 사랑을 품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패닉 상태, 옷 입힐 때의 짜증, 잘 나가지 않는 유모차를 밀고 언덕을 기진맥진 오를 때, 그 모든 일들에 분명 사랑이 있다는 걸, 그녀는 의심치 않는다. 서툴게 매만진 사랑, 일상의 희생양.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랑.


p. 236 그녀는 만족이란 걸 모르는 욕망에 대해, 추스르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충동에 대해, 마침표를 찍는 게 도무지 어려운 고뇌에 대해 리샤르(주인공 아델의 남편)에게 설명하려 애썼다.

p. 253 "예,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완치라는 거 말인데요. 그것도 끔찍해요.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거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p. 263-264 그녀가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갈 만한 유형의 그런 남자다. 신경이 곤두서면서 방향 감각이 흔들린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고독이다. 누가 됐든, 누군가의 시선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것, 무심한 익명이 된다는 것, 군중 속의 하찮은 돌멩이가 된다는 것이 두렵다. 

p. 276 "만족을 모르는 인간은 주위의 모든 사람을 파괴하는 법이야."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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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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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집이 폭망한 후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다. 생활형편에 맞는 집만 구해서 이사를 다니다 보니, 살다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부딪혀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다녀야했습니다. 유목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긋지긋했죠. 이사가 지긋지긋한 진짜 이유는 우리와 함께 했던 물건들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삶 자체도 버거워죽겠는데, 날라야 하는 짐들은 왜이리 많은지. 조금 오래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땐 죽을 맛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았던 공간에서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나올 것이란 상상을 못했거든요. 그때부터 물건을 어줍잖게 구매하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더라구요. 이번에 읽은 이숙명 작가의 사물의 중력이라는 책을 읽으니, 함께 해오던 물건과 작별인사를 한다는 표현이 제대로 와닿았습니다. 그 물건들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저마다의 이유와 변명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데, 선뜻 이별한다는 건, 사람과 이별을 두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나와 물건의 관계에서 소유하고, 이별하고, 이런 행동패턴들이 반복됩니다. 



■ 사물의 중력 내용 


제목부터 특이한 책입니다. 사물의 중력이라니. 물건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읽어보면, 그렇습니다. 사람이 어떤 특정한 물건과 연(?)을 맺기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물건에 끌린다는 건, 물건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발상,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물건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내 삶에서 물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순환되죠, 소유했다가. 처번했다가, 소유.. 처분. 이런 순환 속에서 사물과 우리는 더불어 살아갑니다. 저자가 물건을 두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찰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물건을 사들이고, 감당도 못하고, 또 처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사연과 추억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 우리자신이 내둘리는 씁쓸한 모습까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 뿐이겠습니까.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물건과 관련한 사연들을 에피소드별로 적었는데,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저자는 아주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추운 겨울이면 동남아로 떠나서 유목민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여행에세이를 들여다보는 기분도 들어요.  특히, 발리에서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유목민같은 삶을 살아가는데도, 그녀와 물건은 늘 함께하고 늘 이별도 합니다. 그리고 물건과의 연(?)을 두고 고찰합니다. 물건의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 느낀점 


인간이 사회 속에서 생활을 하려면 물건은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버거울 정도로 물건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물건들이 우리 삶에 들어오는덴 다양한 이유가 있고 물건에 의미를 붙이기도 합니다. 소유하고 싶을 땐 소유하고 싶은 이유가 있고, 물건을 처분하려면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 각자에게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삶이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면, 물건으로 채워진 공간을 보고 있자면 마음에 여유는 더 없어지더라구요. 나는 그래서 물건을 잘 안사는 편입니다. 필요한 물건 중에서 떨어지면 구매하는 정도입니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의미가 많이 퇴색된  물건을 처분하느라 바쁩니다. 근데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사들이는 건 아주 쉬운데, 처분하는 일은 더 힘들더라구요. 이럴때면 물건을 필요악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물건을 사들이는 방법과 이유가 여러가집니다. 팔랑귀여서 사들이거나, 충동적으로 사들이거나, 필요할 것 같아서 사들이거나, 삶이 윤택해질 것 같아서 사들이거나.. 근데, 그 이유에 따라 사들이고 나면 맘이 빨리 식어버립니다. 그리고 쓰는 물건만 쓰죠. 물건을 대할 때마다 이런 아리너한 감정이 이해 안될 때가 많은데 책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물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의류 폐기물 소각장에 취재갔던 내용인데, 그곳엔 할인까지 떼려도(?) 팔리지 않은 완전 새옷을 폐기는 하는 내용을 읽고 살짝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우리는 사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사는 옷들이 팔리지 않아서 새것인 그대로 폐기된다는 것에서 뜬금없이 돈의 가치와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건은 구매해서 사용해서 낡아서 버려지기도 하고, 팔리지 않아 새것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돈을 주고 물건을 사야하는 건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되구요. 우리를 끌어당겨서 함께 살아가는 물건의 가치, 의미 등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 좋은글귀


p. 89-90 혼자 있을 때도 라면을 냄비에서 국그릇으로 옮겨 담고 김치를 접시에 덜어 먹는 일, 그런 게 바로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이란 걸 알았다. 


p. 109 내가 한때 사랑했고 여전히 가치 있지만 내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행운의 선물이 되어 다시 사랑받는 것. 그거야말로 내가 중고거래를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단지 물건을 처분하고 싶다면 고물상을 불러 한 방에 보내는게 간단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물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 (중략) 그것이 쉽게 버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그때 나는 오랜 친구들과 공들여서 긴 이별을 하고 있었다.



p. 114 취향은 나 좋자고 갖는 것이다. 그걸로 돈벌이를 할 게 아니라면 결국 나 자신이 그로 인해 즐거운가 아닌가가 최우선이다. 때로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쁘게 수다를 떨거나 수용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권해볼 수 있는 있겠지만 아무에게나 강요할 수는 없다.



p. 135 꼭 아끼는 물건이 아니어도, 돈을 좀 들였거나 아직 제 구실을 하는 물건을 처분할 때는 골치가 아프다. 끼고 살자니 공간이 부족하고, 버리기는 죄스럽고, 누굴 주자니 아깝고, 파는 건 귀찮다. 이럴 때 최선은 나보다 그 물건을 아껴줄 사람, 내가 그 물건보다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손님이 오면 뭐 줄 게 없나 두리번거리는 게 습관이다. 이런 경우 선물했다는 뿌듯함보다는 받아줘서 고맙다는 기분이 먼저다.



p. 140-141 취향 없는 사람의 눈에는 이 세계가 포화 상태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다들 무언가를 더 갖고 싶어 한다. 더 새로운 것, 더 멋진 것, 더 편리한 것을 갖고 싶어 안달한다. 그러고는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에게 짐을 떠넘긴다. 어쩌면 우리는 그걸로 공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공허감이든 허영심이든 불안함이든, 채워지지 않을 무언가를. 



p. 169 그리하여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사고, 후회하고, 가까스로 한 군데 정착하지만 '아, 요것만 어떻게 좀 했으면' 싶은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그렇게 나는 내가 죽은 후에도 지구상에 굴러다닐 쓰레기를 또 살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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