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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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즐기면서도 마케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나는, 블로거로서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의 개념과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에 접근하기 위해 한창 방황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마케터 강민호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만났고, 이를 통해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관점으로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여운을 가지고 저자의 두번째 책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읽어봤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관점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여 통찰하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내용

 

소비를 즐기면서도 마케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나는, 블로거로서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의 개념과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에 접근하기 위해 한창 방황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마케터 강민호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만났고, 이를 통해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관점으로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여운을 가지고 저자의 두번째 책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읽어봤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관점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여 통찰하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느낀 점

 

저자는 "가치있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현혹만 시키는 브랜드가 아닌, 진정성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유용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되는 브랜드에 집중되어 있어서, 저자의 브랜드 전략에 몰입되었습니다. 특히, 그의 첫번째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이 책에서 "브랜드는 언어학적 이해와 문학적 감성(p. 193)"이라고 표현하는데서 이 글귀를 여러번 들여다 봤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광고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할 때 한 줄의 카피 혹은 문구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언어적, 문학적 언어와 감성으로 구성된 문구는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우리들의 일상이, [나]라는 브랜드의 일상과 삶이 브랜드에 녹아들어있죠. 그렇게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되면 올바른 소비로 연결되고요. 이러한 접근으로 마케팅과 브랜드를 이해하니, 소비자들의 주머니만 턴다는, 마케팅에 대한 속물적인 편견이 점차적으로 사라지더라고요. 물론, 충동적인 소비로 욕구를 충족하는 소비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만큼 [나]라는 브랜드를 잘 알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선 어떤 브랜드를 만들거나 추구해야하는지 등 을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게다가 필요충족할 수 있는 브랜드도 만들고, 필요충족할 수 있는 제품도 시기적절할게 구매할 수 있는 판단력도 생기고요.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책 혹은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익숙한 자료들을 브랜드와 접목시킨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료들이 익숙하지만 브랜드와 만났을 때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이야기하면서 그 브랜드만의 철학과 스토리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방법도 언급해서, 어떤 면에선 위로를 받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은 많은데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있는 마케터입문자에게 추천합니다. 관심분야라도 무엇이든 어렵게 접하면 시작자체를 못하거나, 질리기 마련인데요. 이 책을 가볍게 읽고 마케팅 분야에 점차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책 속 글귀

 

p. 9 친절한 태도를 지닌 사람은 친절한 브랜드를 만듭니다. 정직한 성품을 갖춘 사람은 정직한 브랜드를 만듭니다. '누가 하느냐'가 결국 '어떤 브랜드가 되느냐'를 결정합니다. 오늘 삶과 일상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피해 의식을 가진 사람은 피해자의 삶을,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주인공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삶과 일상이 [나]라는 브랜드의 운명이 될 것입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지가 어디든 함께 출발해 보았으면 합니다. 삶과 이상의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p. 23 체험의 목적이 거래라면, 경험의 목적은 관계입니다. 거래는 사람과 상품을 연결하는 것이고,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경험은 사람을 동반합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삶이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좀 더 의미 있는 연결인지, 또 어떤 쪽이 더욱 지속가능한 연결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입니다.

 

p. 31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라는 것은 사실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가지고 있는 날것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품고 있는 본연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약속한 이야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p. 43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어 가려면, 누군가 먼저 그 브랜드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브랜드를 사랑해줄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은 누구입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브랜드를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사람은 외부의 고객이 아닌 바로 내부에서 브랜드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구성원인 우리, 그리고 [나]입니다.

 

 

p. 55 일의 의미를 단순히 워크work라는 한 조각의 파편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라이프Life라는 삶의 관점에서 조금더 폭넓게 관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과 삶이 통합된 일상 속에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10년, 20년 후의 우리는 다채로운 감정을 이해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p. 61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과 순간의 총량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입니다.

 

p. 71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하는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반드시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합니다. 마찬가지로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꼭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반드시 좀 더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p. 102 자율과 책임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쉬운 단어지만, 현실에는 이보다 무겁고 무서운 말이 없습니다. 자율성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지향점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의 자율성이 아니라, 어떠한 일, 업무에 있어 자율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고된 훈련과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p. 104 일의 자율성을 차지하더라도 자율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인풋이 필요합니다. 절대적인 훈련을 통해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끝까지 견뎌내지 못한다면 영원히 열정의 주변부에 머물며 그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평생 속으며 살게 됩니다.

 

 

p. 178 개인 브랜드, 즉 퍼스널 브랜딩에는 일반적인 브랜드와는 다른 몇가지 특수성이 있습니다. 먼저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 습관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지니고 있는 생각, 신념, 철학까지 자신의 모든 것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브랜드의 이미지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입니다.

 

p. 193 혹시 여러분은 얼마나 다양하게 읽고, 또 쓰기를 반복하고 계신가요? 세상의 존재하는모든 학문은 사실 인문학입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언어학적 이해화 문학적인 감성입니다. 자기만의 언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훈련하고 반복하면 비로소 자기다움에서 오는 차이가 생깁니다. 차이는 브랜드의 가치를 생산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브랜드가 가치 있는다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아마 차별화된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책짓기 패널로 참여 후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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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웃던 날들 - 차가운 세상에서 뜨겁게 웃을 수 있었던
정창주 지음 / 부크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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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평소에 우리의 삶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런 대화가 너무나 진부하면 힘을 빼고 싶어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든지 아니면, B급 병맛 영화(지극히 남편 취향)을 보는데요. 개인적으론 앞뒤가 맞지 않으면 딴지를 걸고 싶어하는 성향인데, 남편따라 B급 병맛을 보고나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강박증이 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기분 전환을 위해서 B급 병맛의 풀내가 풀풀 풍기는 정창주의 분노도 웃던 날들이라는 대조적인 단어로 조합을 이룬 에세이 한편 읽어봤습니다.

 

 

■ 분노도 웃던 날들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저자의 대학 1학년 1학기 2007년 과거 시점과, 2019년 현재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지극히 저자의 관점을 적어내려간 좌충우돌 B급 병맛 에세이입니다. 2007년 과거 시점엔 수능이 끝나고 민증이 나온, 드디어 대학을 입학하면서 성인이 된 저자는 원대한 꿈보단, 여느 남자 성인들이 생각하는 아주 응큼한 발상과 허세를 표출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지극히 원초직인 꿈과 환상에 젖어 있습니다. 반대로 2019년 현재 시점에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든 저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역겨운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고, 자기다움을 갈망하며 자가다움을 추구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저자가 그린 듯한, 수준급의 만화가 그러져 있고, 그림에 맞는 B급의 주옥같은 글귀도 적혀있습니다.

 

 

 

■ 느낀 점

 

이 에세이의 전반적인 느낌은 제목에서 보여지는대로 B급 병맛입니다. 저자가 그렇게 자처하고 쓴 에세이예요. 가식이라곤 1%로도 섞지 않는, 그래서 표현의 위험수위가 높은 편입니다. 여자들이 보면 여성협오 발언을 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전적으로 전형적인 남자사람의 뇌구조를 들여다본다는 생각도 들어요. 엑스레이나 MRI로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이요. 수능의 굴레를 벗어나 성인이 되면 허용되는 모든 것(?)을 즐기고 싶어서 아주 환장(?)하고 허세가 덕지덕지 흘러넘칩니다. 글의 전개가 지나치게 사실적이여서, 야한 영화 한편 들여다 보는 기분도 들고, 진실을 너무 적나라게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어서, 중립적인 사고로 읽는데 힘이 들긴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자가 아예 작정하고 솔직하게 쓴 에세이라, 독자들보고 사전에 감수하라는 듯, 서문에 글을 적어두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글을 적응하는 건 모험과도 같았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읽기 힘들지만, 부분 부분 저자가 고뇌하는 글을 보면 와닿는 글귀가 많아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저자는 자유분방한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정도 타협을 하며 살아가고 자기 성찰을 합니다. 저자만의 생각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자기다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의 태도를 봤을 때, 어느정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도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고, 가끔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있으며 대신 이들과 적절하게 타협을 해야한다는 것정도는 아는데, 잘 안되서 마음으로 육두문자를 품을 때가 있거든요. 표현의 차이는 있을 뿐, 나와 비슷한 생각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싶은데, 막상 표출하는데 힘이 들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지극히 B급 병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드립니다.

 

 

■ 책 속 글귀

 

p. 25 (중략) 미안하지만, 난 여느 에세이 작가들처럼 당신에게 어떤 그럴싸한 위로나 공감의 말 따위 또한 해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짓도 그럴 만한 깜이 되는 놈이나 하는 거다. 이건 그냥 어떤 망나니가 간신히 어른이 된 이야기다. 말하자면, 당신은 절대로 피해 가야 할 인생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무서워 죽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망가라.

 

p. 36 쥐뿔도 없는 주제에 꿈이 크다고? 괜찮다. 꿈은 분수에 넘치게 크게 가져도 좋다. 설혹 산산히 부서지더라도 그 조각만큼은 클 테니까.

 

p. 91-92 얼핏 보면 사람들이 다 다른 모습인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또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다 똑같다. 입고 다니는 옷, 헤어스타일, 향수 냄새, 심지어 애인의 생김새나 갓난 아기들 모습까지 매우 비슷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난 사람들이 너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인터넷이나 미디어에서 핫하고 유행한다는 흐름에 편승하여 자신의 모습을 틀에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진짜 자기 모습이 없다.

 

p. 92-93 정서나 마음 씀씀이까지 유행을 따라간다. 어떤 드라마에서 머리를 쇠망치로 서너 대 맞은 것같이 엉뚱한 말만 골라하는 사차원 캐릭터가 유행하면, 그해 유독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중략) 의식적으로라도 남과 달리 사는 연습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남들 하는 대로 하고 살 거면 뭐 하러 살지? 라는 생각도 든다. 괜히 난 하고 싶지 않고 따라 하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과 주파수를 맞추겠다고 내 모습까지 바꿔버리면 결국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모습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p. 110 아직은 돌아오는 월요일 출근길이 어색하다. 그래, 결국 이렇게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이런 생각은 나를 굴종하게 만드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 평범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라는 주의다. 내가 어차피 너처럼 살고, 또 다른 너처럼 살다 갈 거 같으면 어차피 난 없어도 되지 않아? 어차피 너나 나처럼 살다 갈 사람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발에 채고도 남을 테니까.

 

p. 128 시간에겐 자비란 없다. 일절 봐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 시간이란 놈을 거스를 수 없게 되어, 그럴싸한 준비없이 속수무책으로 죽음과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이렇게 하나둘씩 몸에 하자가 오는 게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매스컴에 나와서 자신의 성공담을 청춘들과 공유하는 나이 지긋이 먹은 갑부들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젊음은 돈이랑 못 바꿔요. 어릴 때만 해도 이 말, 희대의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꽤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p. 146 우리는 보통 어릴 때부터 사회 속의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어른들에게 배워온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산다는 건, 즉,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함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자전적 고백 같은 걸로 인식되곤 한다.

 

p. 148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랑을 하는 동안 시야폭이 무척이나 좁아진다는 것이다. 내 모든 일상의 타임테이블을 상대방의 것에 안배하고 맞춰야 하다보니 볼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조차도 무척이나 제한된다. (중략) 내가 말하는 건 관념이다. 혼자 있을 땐 줄곤 잘했던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생각, 즐거운 상상, 나에 대한 고민 같은 걸 할 시간이 없어진다.

 

p. 173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일관되게 생각해오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어른 대접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때론 나도 나이에 맞지 않는 짓거리를 한다면 응당 아랫사람에게라도 조인트를 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불썽사나운 실수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p. 200 어른이란 것들은 앞으로 살아가며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보다 잃게 될 것들에 대한 불안으로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순 구제불능 머저리들밖에 없다. 그래서 난 어른이 되는 게 싫다. 어느 외국 영화의 주인공처럼, 낡은 배낭 하나와 제일 멋들어진 페도라 하나 걸치고 기차 짐칸에 몸을 싣던 돼지 똥내 나는 헛간에서 잠을 자더라도 늘 가슴 뛰고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만드는 바람 같은 청년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

 

p. 202 하지만 지금도 아예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나름의 자유를 느끼며 살고 있다. 우선, 남은 여가 시간엔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집중하며 산다. 평일 퇴근 뒤에는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이렇게 글을 쓰고, 돌아오는 매주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고, 괜찮은 옷이 눈에 띄면 한두 장 사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보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좋은 전시회가 생기면 그걸 보러 가기도 한다. 감자기 이런 생각도 해본다. 대학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과연 뭐라고 말할까? (중략) 적어도 최악으로 크진 않았네. 애썼다. 그럼 지금의 나는 역시 당했다는 듯이 무척이나 유쾌한 목소리로 웃을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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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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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따뜻함이 서린 문체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이어서 말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작가 이기주만의 색채가 스며든, 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 말의 품격 내용 및 구성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말할 때 지니면 좋을 4가지 품격,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큰 말음 힘이 있다)을 각 1장씩 다루고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문화, 책, 인문고전, 영화, 어원 등을 예시로 들면서 말을 더욱 깊이있게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언어의 온도는 일상 속에서 환경과 사람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에 관한 내용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말의 품격을 지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강의를 듣는 기분이듭니다. 강의 느낌이라고 해서 딱딱하지 않고, 작가 이기주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방법과 혜안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이기주 작가만의 특색이 있는데, 내용의 흐름에 따라 고전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 혹은 대사, 그리고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무엇보다 단어의 어원을 풀어서, 그 단어의 본질을 파악하는 동시에 폭넓게 성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작가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어원을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긴했습니다. 물론, 이기주 작가만의 책 구성이나 흐름이 비슷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말"이라는 주제로 지루하지 않게 글을 풀어가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 책의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한 책이 한동일의 라틴어수업인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말"로 운명과 인생을 흥미롭게 통찰하듯 그려내는 글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등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 혹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묻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내가 하는 말"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바람이 있다면 말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 몇 마디만 던져도 그 말 속에서 깊은 내공과 울림이 느껴지는 말을 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작가가 언어의 온도에서도 언급한 사람향기, 즉 인향이라는 표현은 말의 품격에서도 확인되는데요(분명히, 작가는 "인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듯) 나의 말에서도 꽃향기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인향이 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 글로 쓰는 말에 품격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p. 18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 33 이순신 장군은 '제승지형'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운주당에서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기보다 자신의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용했으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차분히 전쟁에 대비했으니 말이다.

 

p. 64 중용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용은 단순히 중간 지점에 눌러앉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연한 흔들림이라고 할까.

p. 65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p. 84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non verbal communication'의 힘은 세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발아들여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 난다.

 

p. 106 숨 막히는 세상이다. 젱제되지 않은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워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p. 126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p. 137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 143-144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p. 169-170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커뮤니카레communicare'이다. '교환하다','공유하다'등의 뜻이 담겨 있다. 말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소통은 혼자 할 수 없다. 소통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때 가능하다. 상대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던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독백만 주고받는 일인지 모른다.

 

p. 188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p. 19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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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쇄 기념 에디션)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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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순간부터 말과 글이 내 삶에 가까이 스며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라 말이 적어졌고, 글이라 하면 나를 지루하게만 만드는, 나와 친해질 수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러나,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할 땐 말과 글 뿐이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면서 대화를 할 땐 혼잣말이라도 말을 해야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도통 모를 땐 종이에 세겨진 활자를 보고 읽고 말하고 내 생각을 옮겨적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보니 말과 글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에세이도, 제목에서 나의 관심을 끕니다. '언어의 온도라니, 언어에도 온도가 있어?'라며, 에세이의 제목을 참 신기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 언어의 온도 내용 


저자의 주변 일상과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엿들으며 마주했던 다양한 모양의 언어들을 은은하고 차분한 말투로 사뿐히 여백을 채운 듯한 글들로 담겨진 에세이입니다. 흥미로운 건, 각 사연에 따른 관련 단어를 언급하고 그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고, 다양한 문학과 고전, 그리고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잘 묻어난 위로, 충고, 사색과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 느낀 점 


아버지를 따라 퀴퀴한 헌책 냄새를 맡으며 헌책방에 다녀온 이후로 활자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그때 이후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헌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글을 다루고 책을 쓰는 직업으로 이어졌고요. 그의 글을 접하다보면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에 쏟은 정성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그의 글에선 어원설명이 자주 출현(?)합니다. 다른 여러 책이서도 어원을 언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는 유달리 어원을 자주 언급합니다. 뭐랄까,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를 일상과 삶 속에 잘못 적용하고 있거나 편견이 있던 것을, 다시금 재정비해주는 느낌입니다. 라틴어 어원이든 한자 어원이든 그 뜻을 풀어서 다시 설명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영화, 사회이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비유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온화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읊조리 듯 말해줍니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오디오북이 마음에서 울리는 듯해요. 그의 글들을 1차원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도 한번정도 생각해볼 법한 그런 고민이자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시시할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층더 가깝게 느껴지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여러 범위의 온도를 더해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경이 쭈삣쭈삣 날카롭게 서서, 어떤 타이밍에 결정적인 끈덕지가 눈에 거슬려 뭐라도 찔러버리기 일보 직전에, 온도가 더해진 글들을 보면 나의 신경을 위로하며 쭈삣함을 부드럽게 안정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그 단어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지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꼈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시끄럽고 나를 괴롭히는 일상과 잠시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가까이하면 좋을 책인 듯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없이 살아가는 분들, 차가운 말에 상처를 입었거나 따스한 말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p. 29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방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p. 30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p. 59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p. 69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힘 좀 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런 멘트에 기운을 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분발을 종용하는 건 위로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p. 96 궁금한 게 생긴다. 왜 우리는 질문을 아끼는 걸까. 궁금한 게 별로 없는 걸까, 아니면 궁금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것일까.


p. 115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을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p. 121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랑'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p. 140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p. 169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p. 205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 259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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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아주 냉정하게 담고 있는데요. 1권과 2권 각각 담고 있는 맥락은 비슷하나, 그 내용이 달라서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나눠서 담아봅니다. 


■ 골든아워 2 내용


골든아워 2에서도 골든아워 1 못지 않은, 우리나라 정책이 응급의료 상황에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위해서 출동했지만 사고해역 상공은 해양경찰이 관할하기 때문에 다른 헬리곱터가 사고해역으로 진입하면 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사고해역을 벗어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 긴박한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구조에만 신경 쓴다면 침몰하는 배 속의 사람들을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는 아주 속터지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거기에 한창 정치적인 이슈로 시끌벅적 했단 북한병사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국종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힘겹게 지정된 후에도 국제표준에 맞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국종교수와 그와 함께하는 의료진들이 뼈를 깍아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려 힘겹게 버텨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아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막연하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 애국자로서 도리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후로 지나치게 긍정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부조리함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믿었고 억울함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 부조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무한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고 옳고 그름을 판다하는 힘부터 길러야겠다는 결심부터 서게되었습니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세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고 또 부조리하게 돌아갑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서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윗선에서 어떠한 명령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뛰어들지 않는, 아이러니하게 말 잘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곤 고구마를 머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사고 현장근처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상황이 어떻냐고 물으면 모두들 모른다고만 일관하는. 답답한 사람은 이국종 교수와 그와 함께 했던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이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희생을 바치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전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요청한지 8년지 지나도 이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카카오톡으로 응급상황을 주고 받는다고 하니, 정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환자들을 외상센터로 이송하기 위해서 닥터헬기가 주거지역 상공에서 비행할 때마다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등산 중 김밥을 먹을 때 헬기가 뜨면 김밥에 먼지 들어간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면 구청은 중증의료센터에 넘겨서 주민의 항의를 잠재우라고 책임을 떠넘깁니다. 이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하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나라에선 국민에게 닥터헬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시민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부상당하지 않았다고, 남일처럼 바라보는 이기적인 시민의식을 보곤, 힘이 빠지더군요.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든 재정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주 긴박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국종 교수가 알리기 위해서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골든아워 2편 제일 후반부에 보면 인물지가 부록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림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로 돌아가신 사실만 봐도,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힘겹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돌아가시고 나서야, 관심을 갖는, 그러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그를 기억하고, 또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개선될까요? 개선될 수 있을까요? 본질을 파악하고 무엇이 옳고 그런지, 혹은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결과적으로 돈이 되는 것에만 급급하고 지속된다면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줄지 의문을 가지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중환자실과 외상 병동의 중증외상 환자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경계가 모호했고, 매 순간 소멸과 회복사이에 있었다. 그들을 삶에 가까이 끌어다 놓은 것이 내 일이었다.

 

 

p. 12-13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화려한 외장과 외래공간에 공을 들인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을 쫓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환자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으므로 번쩍거리는 외관과 맛있는 지하 식당, 편리한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들에 쉽게 홀렸다. 병원들의 형태가 과대 포장한 불량식품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꾸 입안이 썼다.

 

p. 41-42 고요한 밤 창밖의 희미한 가로등을 보고 있으면 뒤엉킨 생각들이 때로 정리가 되었고 때로는 파편적으로 갈라져 나갔다. (중략) 미안한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으나 그 어떤 결론에도 닿지 못했다. 가장 쉬운 결말은 누군가 나서서 내 일의 종료 시점을 정해주는 것이리라. 내게 맡겨놓는 한 나는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고, 이 일을 지속하는 한 나는 위험한 상황을 좇는 본능에 따라 또 다시 움직일 것이다. 나는 단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답을 들어도 무엇도 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p. 59 그러나 나는 갈수록 보람보다 부담이 더 커져갔다. 외상외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의 최종 희생자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거의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젊은 환자는 연인과 행복해 보였으나, 외상외과 의료진은 강도 높은 노동 현실에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p. 82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4월 16일 하루 종일 들은 말이었다. 하긴 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죽도록 비행하고 엄한 이착륙만 하다가 어깨만 아파져 돌아왔다. 현장에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책임자라고 나서는 자도 없었다.

 

p. 93 세월호 침몰을 두고 '드물게' 발생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모두가 흥분했다. 나는 그것이 진정 드물게 발생한 재난인지, 드물게 발생한 일이라 국가의 대응이 이따위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휘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p. 117 ······진퇴양난이구나. 외상센터의 일은 줄지 않았고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병원으로 오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를 조절할 수 없고 병원 문턱을 넘어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전원시킬 수도 없었다. 권역외상센터 건물을 지어 올리는 데 따르는 행정 업무까지 가중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업무량은 날로 늘어났고 업무 강도는 극심해졌다. 그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 282 대부분의 정당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고들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직원 고용 수준은 영미권의 3분의1에 불과했고, 적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과로로 쓰러져나갔다. 수술방의 모든 의료진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피를 뒤집어 썼다. 전담간호사들이 다치거나 유산해 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 현실은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었다. 이 곳의 노동자들은 무슨 이유로 의생을 기본 값으로 감수해야만 하는가. 거대 담론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니다.

 

p. 296 한국에서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미국에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의 세계적 표준과 워칙을 배웠고,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또한 일본의 외상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증외상 판 안쪽에서 뒹구는 나는 침몰을 또렷하게 알았다.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많은 사람이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구축에 필요하다며 다들 자기 이권만을 관철시키려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조차 없었다.


 

p. 297 보건복지부의 의욕 넘치는 관료들을 이 일에 끌어들인 지 15년이 넘었다. 석해균 선장이 다시 살아난 일을 동력 삼아 정부로부터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끌고 들어온 지도 10년을 향해 간다. 그러나 초석을 함께 놓던 행정부의 정치권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중략) 이제 경기도청 안에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이해하고 추진해줄 고위층은 사라졌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큰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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