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쇄 기념 에디션)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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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말과 글이 내 삶에 가까이 스며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라 말이 적어졌고, 글이라 하면 나를 지루하게만 만드는, 나와 친해질 수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러나,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할 땐 말과 글 뿐이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면서 대화를 할 땐 혼잣말이라도 말을 해야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도통 모를 땐 종이에 세겨진 활자를 보고 읽고 말하고 내 생각을 옮겨적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보니 말과 글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에세이도, 제목에서 나의 관심을 끕니다. '언어의 온도라니, 언어에도 온도가 있어?'라며, 에세이의 제목을 참 신기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 언어의 온도 내용 


저자의 주변 일상과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엿들으며 마주했던 다양한 모양의 언어들을 은은하고 차분한 말투로 사뿐히 여백을 채운 듯한 글들로 담겨진 에세이입니다. 흥미로운 건, 각 사연에 따른 관련 단어를 언급하고 그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고, 다양한 문학과 고전, 그리고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잘 묻어난 위로, 충고, 사색과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 느낀 점 


아버지를 따라 퀴퀴한 헌책 냄새를 맡으며 헌책방에 다녀온 이후로 활자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그때 이후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헌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글을 다루고 책을 쓰는 직업으로 이어졌고요. 그의 글을 접하다보면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에 쏟은 정성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그의 글에선 어원설명이 자주 출현(?)합니다. 다른 여러 책이서도 어원을 언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는 유달리 어원을 자주 언급합니다. 뭐랄까,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를 일상과 삶 속에 잘못 적용하고 있거나 편견이 있던 것을, 다시금 재정비해주는 느낌입니다. 라틴어 어원이든 한자 어원이든 그 뜻을 풀어서 다시 설명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영화, 사회이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비유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온화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읊조리 듯 말해줍니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오디오북이 마음에서 울리는 듯해요. 그의 글들을 1차원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도 한번정도 생각해볼 법한 그런 고민이자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시시할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층더 가깝게 느껴지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여러 범위의 온도를 더해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경이 쭈삣쭈삣 날카롭게 서서, 어떤 타이밍에 결정적인 끈덕지가 눈에 거슬려 뭐라도 찔러버리기 일보 직전에, 온도가 더해진 글들을 보면 나의 신경을 위로하며 쭈삣함을 부드럽게 안정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그 단어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지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꼈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시끄럽고 나를 괴롭히는 일상과 잠시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가까이하면 좋을 책인 듯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없이 살아가는 분들, 차가운 말에 상처를 입었거나 따스한 말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p. 29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방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p. 30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p. 59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p. 69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힘 좀 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런 멘트에 기운을 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분발을 종용하는 건 위로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p. 96 궁금한 게 생긴다. 왜 우리는 질문을 아끼는 걸까. 궁금한 게 별로 없는 걸까, 아니면 궁금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것일까.


p. 115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을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p. 121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랑'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p. 140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p. 169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p. 205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 259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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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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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아주 냉정하게 담고 있는데요. 1권과 2권 각각 담고 있는 맥락은 비슷하나, 그 내용이 달라서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나눠서 담아봅니다. 


■ 골든아워 2 내용


골든아워 2에서도 골든아워 1 못지 않은, 우리나라 정책이 응급의료 상황에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위해서 출동했지만 사고해역 상공은 해양경찰이 관할하기 때문에 다른 헬리곱터가 사고해역으로 진입하면 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사고해역을 벗어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 긴박한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구조에만 신경 쓴다면 침몰하는 배 속의 사람들을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는 아주 속터지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거기에 한창 정치적인 이슈로 시끌벅적 했단 북한병사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국종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힘겹게 지정된 후에도 국제표준에 맞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국종교수와 그와 함께하는 의료진들이 뼈를 깍아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려 힘겹게 버텨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아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막연하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 애국자로서 도리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후로 지나치게 긍정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부조리함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믿었고 억울함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 부조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무한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고 옳고 그름을 판다하는 힘부터 길러야겠다는 결심부터 서게되었습니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세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고 또 부조리하게 돌아갑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서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윗선에서 어떠한 명령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뛰어들지 않는, 아이러니하게 말 잘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곤 고구마를 머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사고 현장근처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상황이 어떻냐고 물으면 모두들 모른다고만 일관하는. 답답한 사람은 이국종 교수와 그와 함께 했던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이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희생을 바치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전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요청한지 8년지 지나도 이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카카오톡으로 응급상황을 주고 받는다고 하니, 정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환자들을 외상센터로 이송하기 위해서 닥터헬기가 주거지역 상공에서 비행할 때마다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등산 중 김밥을 먹을 때 헬기가 뜨면 김밥에 먼지 들어간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면 구청은 중증의료센터에 넘겨서 주민의 항의를 잠재우라고 책임을 떠넘깁니다. 이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하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나라에선 국민에게 닥터헬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시민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부상당하지 않았다고, 남일처럼 바라보는 이기적인 시민의식을 보곤, 힘이 빠지더군요.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든 재정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주 긴박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국종 교수가 알리기 위해서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골든아워 2편 제일 후반부에 보면 인물지가 부록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림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로 돌아가신 사실만 봐도,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힘겹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돌아가시고 나서야, 관심을 갖는, 그러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그를 기억하고, 또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개선될까요? 개선될 수 있을까요? 본질을 파악하고 무엇이 옳고 그런지, 혹은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결과적으로 돈이 되는 것에만 급급하고 지속된다면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줄지 의문을 가지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중환자실과 외상 병동의 중증외상 환자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경계가 모호했고, 매 순간 소멸과 회복사이에 있었다. 그들을 삶에 가까이 끌어다 놓은 것이 내 일이었다.

 

 

p. 12-13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화려한 외장과 외래공간에 공을 들인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을 쫓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환자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으므로 번쩍거리는 외관과 맛있는 지하 식당, 편리한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들에 쉽게 홀렸다. 병원들의 형태가 과대 포장한 불량식품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꾸 입안이 썼다.

 

p. 41-42 고요한 밤 창밖의 희미한 가로등을 보고 있으면 뒤엉킨 생각들이 때로 정리가 되었고 때로는 파편적으로 갈라져 나갔다. (중략) 미안한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으나 그 어떤 결론에도 닿지 못했다. 가장 쉬운 결말은 누군가 나서서 내 일의 종료 시점을 정해주는 것이리라. 내게 맡겨놓는 한 나는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고, 이 일을 지속하는 한 나는 위험한 상황을 좇는 본능에 따라 또 다시 움직일 것이다. 나는 단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답을 들어도 무엇도 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p. 59 그러나 나는 갈수록 보람보다 부담이 더 커져갔다. 외상외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의 최종 희생자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거의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젊은 환자는 연인과 행복해 보였으나, 외상외과 의료진은 강도 높은 노동 현실에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p. 82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4월 16일 하루 종일 들은 말이었다. 하긴 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죽도록 비행하고 엄한 이착륙만 하다가 어깨만 아파져 돌아왔다. 현장에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책임자라고 나서는 자도 없었다.

 

p. 93 세월호 침몰을 두고 '드물게' 발생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모두가 흥분했다. 나는 그것이 진정 드물게 발생한 재난인지, 드물게 발생한 일이라 국가의 대응이 이따위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휘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p. 117 ······진퇴양난이구나. 외상센터의 일은 줄지 않았고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병원으로 오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를 조절할 수 없고 병원 문턱을 넘어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전원시킬 수도 없었다. 권역외상센터 건물을 지어 올리는 데 따르는 행정 업무까지 가중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업무량은 날로 늘어났고 업무 강도는 극심해졌다. 그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 282 대부분의 정당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고들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직원 고용 수준은 영미권의 3분의1에 불과했고, 적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과로로 쓰러져나갔다. 수술방의 모든 의료진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피를 뒤집어 썼다. 전담간호사들이 다치거나 유산해 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 현실은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었다. 이 곳의 노동자들은 무슨 이유로 의생을 기본 값으로 감수해야만 하는가. 거대 담론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니다.

 

p. 296 한국에서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미국에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의 세계적 표준과 워칙을 배웠고,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또한 일본의 외상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증외상 판 안쪽에서 뒹구는 나는 침몰을 또렷하게 알았다.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많은 사람이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구축에 필요하다며 다들 자기 이권만을 관철시키려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조차 없었다.


 

p. 297 보건복지부의 의욕 넘치는 관료들을 이 일에 끌어들인 지 15년이 넘었다. 석해균 선장이 다시 살아난 일을 동력 삼아 정부로부터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끌고 들어온 지도 10년을 향해 간다. 그러나 초석을 함께 놓던 행정부의 정치권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중략) 이제 경기도청 안에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이해하고 추진해줄 고위층은 사라졌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큰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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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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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가까운 사람의 사고로 아주대학교 외상센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외상센터에서 닥터헬기를 띄워서 나의 지인을 응급조치할 수 있었고, 간신히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외상이 너무나 심했습니다. 그런데, 헬기로 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절박한 순간에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노력한 덕분에 지인은 고비를 잘 넘겨서 지금은 회복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잘 받고 있고, 그를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 지금도 밤낮없이 뛰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서 골든아워를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골든아워 1 내용


골든아워는 현재 아주대학교 외상센터를 이끄는 이국종 교수가 직접 쓴 에세이입니다.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센터에 몸을 담게 되면서 외상센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로잡게 하기 위해 그와 그의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만을 살리겠다는 원칙만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하지만, 우리나라 정책과 구조적인 문제와 봉착하면서 매순간 어려움에 봉착하는 숨막히는 의료계 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는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현장경험 등을 바탕으로 모은 기록들이라고 과언이 아닙니다.


■ 느낀점 


"우리나라, 참 갈 길이 멀었구나." 라는 막연함과 막막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우리나라 큰 병원들을 둘러보면 암센터가 아주 의리의리하게 우뚝솟아 있는 모습을 보곤, 암환자가 참 많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사고를 접하고 이 책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들은 수시로 발생하여 중증외상센터는 항상 밀려드는 환자들을 응급처치하고 살려내기 위해 처절한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의 지인도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중환자실을 오고가는 보호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만큼 다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데,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처절함이 어딘가엔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살뻔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중증외상센터가 늘 대면하고 있는 냉혹한 의료현실을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 작가의 필력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국종 교수가 사실적인 표현으로 적어내려가는, 중증외상센터의 상황은 처절함 그 이상입니다. 다쳐서 오는 사람들은 쓰나미가 밀려오듯 밀여오지만, 그 쓰나미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버틴다고 상상해보세요. 중증외상센터가 딱 그런 현실입니다. 밀려오는 환자에 비해 , 의료진의 수도 적고, 센터를 운영하는 자금 또한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닥터헬기를 띄우는 건 소방대원들이 하는데, 소방대원의 수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중증외상센터 말고도 처절한 곳이 많다며 그의 요청은 수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로 활용할 땐 그땐 잠시 외상센터에 관심을 가져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듯 큰 소릴치다가 그 이슈가 사그라들면 지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덴만 여명작정 중 부상을 심하게 입은 석해균 선장을 에어 앰뷸런스를 아슬아슬하게 급조하여 오만의 왕립술탄카부스병원에서 한국으로 데려 온 장본인도 국가가 아니라 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와 그의 팀원들이었습니다. 석해균 선장 구출을 계기로 외상센터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는 듯 했지만 오히려 큰 짐을 더 떠안을 꼴이 되어버리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는 자연적 순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라 정책과 구조가 어떻게 자리잡고, 운용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사는 인재人災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의료 체계 속에서 이국종 교수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지만, 다치고 아파서 오는 사람들, 정말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그냥 죽게 할 수 없어서 포기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의 의료진들도 마찬가지고요. 자본주의 사회라 돈이 되는 "과"만 몰빵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라 돈이 안되면, 지원 안하고 무너질 때까지 방치하거나, 버티게 놔둬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정말로 방법이 없는걸까요? 아프고 다치고 치료받고 하는 건 우리모두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껏 남일처럼 봤는데,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의식을 심을 수 있었고, 우리들의 생은 숨은 곳에서 처절하게 힘쓰는 누군가의 희생과 노고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에 반성하여, 사회의식을 조금 키울 수 있는 성숙한 국민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결심도 덤으로 해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이 기록은 열악한 한국 의료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순전히 우리 팀원들과 현장의 소방대원들의 피와 땀을 짜내 만들어온 것이다. (중략) 또한 이 기록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내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다.


p. 51 어떤 환자라도 조건은 같고 환자는 언제나 상황에 우선한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의료진은 원칙대로 환자에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더 빨리, 더 가까이 가려고 애썼다.


p. 141 삶의 보편성으로부터 먼 일상과 상식 밖의 시선까지 버텨야 하는 진흙탕에 뒹구는 것은 나 하나로 족했다. 


p. 148 나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송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일개 지방 병원의 외과 의사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책을 누가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고 확실한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들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제약과 한심한 조치들은 늘 보이지 않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로부터 몰려왔다.


p. 246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통상적으로 외과 의사들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하는 가장 흔한 말이겠으나, 나에게 이 말은 위로의 말만은 아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에 가깝다. 2003년 말부터 시작된 끊임없는 사직 압력 속에서도 '잘리는 순간까지는 최고의 수술적 치료를 제공한다'는 내가 스스로에게 내건 직업적 원칙이었다.


p. 304 나는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구르고 떨어져 짓이겨진 채 실려 와 병원비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는 환자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고 자주 생각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이곳마저 대한민국 여느 분야와 다르지 않아, 원칙은 무너지고 힘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는 존재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비루한 모퉁이 한쪽일 뿐이다. 불합리를 삼켜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여서 우리는 스스로를 죽음 가까이에 두는 일이 많았다. 


p. 389 중증외상 환자 이송 체계는 항공대원들과 의료진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세워지고, 그체계가 얼마나 공고히 정립되는가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이 결정된다. 나와 내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이 갈 때 환자는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를 나는 어찌하지 못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타인을 살리고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했으나 세속적 가치는 없었다.


p. 400 내가 하는 일은 개인들의 노력과 희생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한계는 명확해 보였다. 조직 전체에서 핵심부서와 인력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지속되면, 조직의 미래 이전에 당장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패턴을 바꾸거나 사직을 결정짓는 것이다. 


p. 416 수익구조를 찾아 달리는 의료계에서 정의의 사도인 척 달려드는 많은 병원들에 그 한마디를 뇌까리고 싶었다. 나는 내게 날아오는 것이 돌이든 화살이든 상관하지 않았따. 그것은 이제 두렵지 않았으나 단지 지겨웠다. 두려운 건은 단 하나였다. 팀원들이 아파 쓰러지고 다치는 것이야 말로 정말 큰 공포였다. 


p. 417-418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에는 손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중환자에 비해 관리해야 하는 장비와 약재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환자 상태는 끊임없이 흔들리므로, 간호사들은 중증외상 환자 담당을 힘겨워했다. 한국의 대학병원은 겉만 화려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돈이 연관된, 돈이 벌리는 부분은 초고속으로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바닥 없이 퇴보한다. 한국 대학병원들의 고용인원은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웬만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병원들에 비해서도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엉망이었다.




이국종교수 유튜브 영상 ▶ 냉혹한 현실,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현실, 바꿀 순 없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이국종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Shwn5hEr7Sk&t=8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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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가끔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 때문입니다. 결국 그 후회는 내가 내 삶의 순간순간에 체계를 가지지 않고, 무조건 닥치는대로 열심히만 살아온 것에서 비롯됩니다. "무조건 돈만 잘 벌면 그냥 잘 살아지는 것"이라는 막연한 비전만 가지고 살았고, 돈은 곧 나라는 생각으로 살았죠. 그러나, 지나고 보면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소비를 할 것인지 등 돈으로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할 계획도 체계도 없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깝게만 여겨집니다. 물론, 그런 계획과 체계를 세우면 시간이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기회만 주어지면 닥치는대로 했고, 닥치는대로만 했는데 무너졌을 땐 허무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 삶은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윤택하기도 했다가 칙칙하기도 하며, 일상의 흐름을 조금더 여유있게 관찰하고 들여다봤다면 삶을 살아가는 힌트를 얻고 목적성이 생겨서 체계와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 삶에 대한 철학도 생기기 마련이죠. 유명한 서평작가가 쓴 서평을 보고 선택한 기획자의 습관. 이 책을 통해서 단조로운 일상을 "기획해보면서" 특별하게 바라보는 눈을 얻는 기회를 만난 듯 합니다. 



■ 기획자의 습관 내용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기획은 일상에서 이미 이루지고 있다는 아주 가벼운 발상을 던져주며, 기획자의 사소한 습관과 기획에 대한 노하우 등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습관의 깊이도 들여다 보고 인문학적, 철학적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획자의 습관 구성 


책은 기획자의 생활습관, 기획자의 공부습관 그리고 기획자의 생각습관, 총 3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part 1에는 생활의 발견, 관찰의 힘, 정리력, part 2에는 공부는 노력, 독서이론, 대화의 격률, 표현학습법, part 3에는 생각의 두 관점, 발상의 힘,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이라는 작은 주제로 기획으로 이끄는 저자만의 의견, 생각과 노하우가 담겨져 있습니다.




■ 느낀 점 


블로그를 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획"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기획서"라는 단어는 중압감 그 자체고요. 하지만 마케팅과 기획은 땔레야 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근접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서평가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서평을 통해서 기획이라는 건 일상에서 이미 이뤄진다는 표현을 보곤 "기획"이라는 것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 속 기획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고,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고 주말 일정을 정하는 등, 우리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하며 행하는 것들이 기획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기획 자체가 이렇게 친숙할 수 있다니. 저자의 말에 빌어 조금더 오버하자면 우리는 매순간이 기획자라는 것 입니다. 오호-! 거기에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습관들로 실력과 내실을 잘 다듬어 전문 기획자로 거듭할 수 있는 방법들도 담겨져 있어서,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자의 습관은 아주 특별한 것 같지만, 아주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기본으로, 인간관계에서 늘 필요로 하는 말하는 센스, 섬세한 관찰력, 발상의 전환, 정리력, 공부 등등. 일상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그러나 실상에선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들입니다. 이런 습관들이 상품의 가치를 홍보하는 기획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삘이 꽂혀 있는 내실단련과 직결됩니다. 


그리고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기획력이 생활 속에 습관이 되어 있었다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크고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재미로도 살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습니다. 목표를 위해 기획한 후, 그 일이 풀릴 때까지 방황은 하겠지만 기획한 바를 조금씩 조금씩 이행하는 과정을 재미삼아 살았을텐데, 그렇게 살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가 있죠. 그러나 딱 3년 후에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지금과 같이 크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독서와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맞이하는 사소한 습관을 기획하고 조금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나의 동기가, 일상 속에서 내가 실천 가능한 습관을 기획한다는 것, 그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 기획하면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내 주변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 조차도 아주 특별하게 바로 보는 눈까지 생겼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꼭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아도 내 삶을 위한 기획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단조로운 내 삶을 기획해보고 싶거나,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 정처 없이 방황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서, 공부, 정리력이 저자가 말하는 기획자의 습관인데요.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실천이 절대 쉽지 않은 기본을 언급하지하는데, "이런 습관들이 정말로 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습관은 결코 기획자로 거듭나기 위한 습관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특정한 꿈과 목적이 있다면 그들을 이루기 위해 기획하는 습괍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좋은 글귀 


p. 22 기획 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劃. 기획이 없으며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 은 기획한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p. 36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환히 웃는 자','변화한 자','빛으로 감싸인 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내일의 기획은 공식이나 방법론, 프로세스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p. 38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감각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감각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세상에 '관심'을 보이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파악한 뒤 내 생각과 행동에 반영할 정보들을 취사선택한다.


p. 93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그저 많이 공부했을 뿐 무언가 정신의 산출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p. 97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필요한 경우, 대화 중간 중간 내용을 정리하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다. 이렇게 하면 항상 상대가 말하는 핵심도 명확히 정리할 수 있고, 대화가 끝났을 때 요약이나 회의록도 굉장히 따른 속도로 작성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미 상대방의 말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p. 115 정리는 정보를 배열하는 기술이다. 언제든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잘 구분해두는 기술이고,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을 통해 내게 남아 있는 건 다양한 방식으로 고생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그에 대한 증거 자료들이다.


p. 125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 활동이다. 우린 잘 살아가기 위해 노하우를 터득해간다. 공부 또한 잘 살기 위한, 그리고 결국은 잘 죽기 위한 생명 유지 활동이다.


p. 169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화를 한다. 상대가 없을지라도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사유를 발전시켜나간다. 혹은 책을 읽으며 텍스트화된 저자의 대화를 나눈다. 시각텍스트(회화, 사진, 조각, 건축 등)를 마주할 때도 대화가 가능하다. 홀로 있을 때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혹은 내 머릿속에 각인된 타자의 흔적들과 나누는 대화일 수도 있다.


p. 170-171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저 '달변가'인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고 헤어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경청傾聽의 달인'이라는 것 역시 강조하고 싶다.


p. 178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즐기는 철학자였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단계별 질문을 던졌다. 계속된 질문 속에서 상대는 자기가 던진 말의 의미를 깨닫고 인사이트를 준 소크라테스에게 가사의 인사를 하게 된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논증은 상대의 말을 하나씩 반문하면서 결국에는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고 비판한 것인데도 말이다.

p. 188-189 기호학semiotics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화는 수많은 '기호'들이 오고가는 장이며, 대화의 주된 기호는 '말'이다. 우린 그 말에 집중하여 의미를 해독하고, 나만의 의미를 생산한다. 그런데, 그 말에 둘러싼 화자 話者, speaker의 표정, 시선, 제스처 등 동작, 말의 뉘앙스, 억양 등 '말'과 무관한 기호 요소들이 있다. 이들 기호를 '준어어적paralinguistic'이라고 부른다.


p. 223 때론 생각을 멈추고 포기해야 생각이 날 때가 많습니다.


p. 257 우리는 진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그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는', 혹은 '인류는 똑똑해지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생활과 사유의 양식을 규정짓는 도구의 힘이 인류를 진화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 도구는 지금까지 문자, 책, 현미경, 망원경,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p. 289 우리의 일상은 기획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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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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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반대와 갈등에 한 번씩 부딪히는 성격이라, 마찰이 일어나면 겉으론 당당한 척하지만 돌아서면 "내탓이요"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 내탓이려니 생각하라는 그말.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내 탓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왜 무조건 내 탓만 하라는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하나 붙들고 이 억울한 심정을 모두 표출할 수 없을 땐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습니다. 전적으로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을 건내고 싶을 때, 언, 내곁에 있어줘 읽었습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내용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 무던해 보이는 무표정 그러나 왠지 따뜻할 듯한 마음을 가진 것 같은 라이언과,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글이 함께 모여 힘겨움에 지친 마음을 쓰담쓰담 해줍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구성 

책 내용을 접하기 앞서 라이언의 성장 배경과 성격이 책 초반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아주 소박해 보이는 저 라이언이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의 계승자로 태어났다고 ㅋㅋㅋ 수사자 이지만 갈기가 없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으며 왕이 되기 보단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몰래키웠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왕궁의 생활에 지겨움을 느낀 라이언은 둥둥섬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처럼 컴플렉스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며 신나는 모험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생긴 것(?)과 달리 배려심도 깊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라이언의 캐릭터 특성을 설명하며, 전승환의 글이 마치 라이언이 전하는 메세지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발상 자체가 참신하다는 말밖에~!! 그리고 1) 무표정한 내가 좋아 2) 이 별에 딱 하나 있습니다. 3) 누군가를 바꾸지 않겠다는 결심 4) 내 곁에 있어줘 5)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생각해볼래 와 같이 주제별로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엔 라이언 외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특성도 언급해 두었는데, 이들의 특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느낀 점


카카오 프렌즈는 우리들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때론 가족과 같고 친구 같은 아주 친숙한 캐릭터입니다. 카카오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이 책 표지에 떡~하니 무던하지만 따뜻한 표정을 짓고 꽃다발을 내미는 모습에, 단순히 라이언을 갖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라이언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데 거기에 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작가 전승환의 심금을 울리는 글귀와 콜라보라니! 조금 의아했습니다. 책 내용이 가볍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 내용에 큰 기대를 안한 덕분일까요? 아니면, 라이언과 전승환의 글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일까요? 책 내용을 가볍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고, 글자 한 자 한 자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이기도 했고,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위로이기도 했으니까요. 내가 살아온, 내가 처한 상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단, 전적으로 나의 감정에 몰입하여 전적으로 날 위한 말들이 마음에 세세하게 꼿힙니다. 뻔한 말 조차도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고요. 글귀가 때론 시, 일기, 편지, 에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담겨져 있고, 거기에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라이언까지 있으니, 마음도 든든해집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격려 그리고 위로를 주는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은 관심 받고 싶잖아요. 어린애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소리 안들을려고, 어리광조차 부릴 수 없어서 마음과 감정과 숨겨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아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관심, 따뜻한 위로를 마음껏 받아도 좋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모든 문제적 상황을 두고, 무조건 "내탓이요"라고 외치는 모든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내탓이요"만 외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거든요. 문제적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힘, 용기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를 위로하며 나에게 관대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거든요.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한 사람이 내 주변엔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추천하려고요.


■ 좋은 글귀 


p. 24-25 가식적인 표정을 강요받는 사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 그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만 남는다.(중략)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무표정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조금더 가까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테니


p. 28 온화한 미소를 띠는 사람이 친절해 보이고,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례한 것도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략)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를 위해 내가 지어 보일 수 있는 표정을 갖는 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한 감정만을 느껴보는 일이다.


p. 41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나의 생각으로 지켜온 내 인생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 그래서 누가 뭐라건, 나는 나로 활짝 피어날 거야.


p. 54-55 복잡한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없는데도 두세 가지 더 알기 위해 집착하는 것보다 남보다 하나 더 안다고 으스대는 것보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라도 더 알았음에 고마워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p. 87 우리는 너무나 사소한 일에 연연하며 사는 것 같다. 작은 실수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면서. 난 그럴 때 화가 밥 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아요. 그저 즐거운 우연이 생기는 것뿐이죠."


p. 119 보이지 않는 배려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상대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그에게 좋은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 스스로가 선입견을 만들어 누군가의 배려를 함부로 오해하지 않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p. 126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부담스럽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고 들면 마음이 열리기는커녕 벽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p. 137 진심을 담은 말은 결국 말하는 이에게도 힘이 되어준다. 말을 건넨 사람의 입에 남아 있는 그 마음의 흔적만큼. 


p. 145 어른이라는 틀에 갇혀 숫자가 최고의 가치라고 고집하며 뭐든 다 아는 척, 잘하는 척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되고 싶지도 않다. 인생에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속도를 따라서, 내 방식대로 찾아가고 싶다.


p. 155 마음의 공허함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열어두는 것, 누군가의 작은 호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p. 215 그런데 어차피 벌어진 일, 대체 왜 그런 건지 속상해하고 곱씹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쩌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닐 수도 있고,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고민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면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잠시 생각을 쉬는 동안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릴지 누가 알까? 생각의 끝에 닿으면, 뭔가 결론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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