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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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화두라고 한다면 내가 눈을 떠서 몸을 움직이며 숨 쉬고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할지 늘 고민하고 있거든요. 때로는 내가 만족할 수 없는 어떤 것, 혹은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 때문에 내가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인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만하기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그 덕분에 살아가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은 하수연의 에세이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이라는 책을 읽고, 내가 살아가는 지금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내용 및 구성


18세 겨울 어느 날, 몸에 이상 반응이 와서 병원을 아주 가볍게 찾았는데,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중증 희귀난치병 확진 판정을 받고 6개월 안에 죽는다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을 들은 저자. 생사 자체를 확신할 수 없는 막연하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했던 저자의 난치병 극복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골수를 빼고 항암치료를 받고 골수이식을 하고 골수가 자리잡기까지, 그리고 그 고통과 맞서면서 마주한 내적갈등과 저자만의 자기성찰이 담겨진 에세이예요. 에세이는, 1)갑작스럽게 환자가 됐는데요 2)힘, 그거 안내면 안될까요? 3) 다시 건강해질거야 4)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5)투명한 나날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도 포함되어 있으며, 저자가 에세이 맥락에 따라 직접 그린 그림과, 투병기에 찍은 사진, 그리고 저자가 겪었던 희귀난치병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재빈(재생불량성 빈혈 줄임말)탐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삽화와 간단한 설명을 담았습니다.






■ 느낀 점


저자는 18살 겨울에 희귀성난치병 재빈 확진을 받고 그로부터 완치판정을 받기까지 6년의 투병기간을 거처야만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저자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담아 일기를 꾸준히 써왔고, 그 글들을 다듬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출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긴 투병시간 끝에 그녀는 "저는 세상을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바라보게 되었다(p.4)"고 언급하는데, 뭉클하기도 하고,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투병기를 읽고, 그녀의 근황을 확인하고 싶어서 인스타를 확인했더니 너무너무 건강해보고 예뻐보여서 저절로 안도하고, 남 부럽지 않게 남의 눈치보지 않고 재미있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나는 조금만 체하면 머리가 띵하고, 예민하게 아파서, 감정기복도 심해집니다. 조금만 체해도 아파 죽겠다고 딩굴딩굴 구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희귀난치병을 확진을 받고, 완치되기까지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내 몸이 내 몸 같지도 않은, 생사를 오고가는 고통을 겪었고 고통스러웠던 만큼 꼭 살거라는 어린 그녀의 의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의 완치는 부모님을 비롯한 의료진과 골수기증자의 도움을 더해, 그녀가 살아내고자 하는 정신력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병은, 그녀의 정신력을 절대적으로 이기지 못했고, 마침내 그녀가 이겨냈습니다. 물론 완치 후에도 무기력증이 밀려와 이를 극복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로지 병마와 싸우느라 시간과 정신을 쏟았기 때문에 완치 후 삶에 대해선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겁니다. 그래도 그녀는 말합니다. "내 과거는 현재를 지탱한다(p.288)"고요. 외롭고 어둡고 무섭고 힘겨운 고통 속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세상의 희망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곤, 그저 눈물이 흐르더군요. 지난 시간의 고통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텐데, 저자는 지난 고통스러웠던 과거로 지금을 현재를 지탱한다고 합니다. 나에게 그냥 주어진 듯한, 그리고 당연하게 누리는 현재 속 소소한 일상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녀는 "나는 당신들보다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경험해봤으니 행복한 줄 알아요"라는 뉘앙스는 없으니 오해마시길. 지금의 건강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 언제 아팠는지 티도 나지 않을정도입니다. 오히려 아팠던 사람 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네요(이휴.. 그걸 질문이라고ㅜㅡㅜ). 누구든 각자 나름대로 누와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고통과 마주하고, 외적이거나 내적인 갈등에 시달립니다. 누가 덧 낫다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희망과 살아갈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며, 희망과 삶의 가치를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투병기를 읽는데, 간경화로 힘겹게 투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버지를 상실했던 입장에선, 우리만 남기고 우리에게 불행만 주고간 아버지께 "이겨낼 생각이나 의지가 있긴 있었냐"며 원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나와 우리가족이 고통스럽다보니, 우리만 남기고 간 아버지가 미웠지, 아버지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고 하지 않

았습니다. 당신의 고통이 끝났으니 편히 쉬셔란 말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주변에 몸이 아파서, 힘겨워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세포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힘을 내라는 말은 함부로 전하진 않되,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꼭 기억하라는 말을 더합니다. 주변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고통을 승화시킬 내재적인 잠재성과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는 걸,꼭 한번 각인시켜주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느낀 점에서 언급했듯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겨워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마음만큼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겨운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녀의 투병과 나의 고통을 비교하라는 것이 아닌, 우리 자체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힘으로 우리가 숨쉬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꼭 알게 되어, 고통을 승화하여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 책 속 글귀


p. 22 즉 혈액삼합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죄다 낮아서 몸이 이 모양이란 말이었다. 여태 원인불명으로 아팠던 모든 것들이 한 번에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드르게 명쾌했다. 잠깐 편의저메 다녀오는 기분으로 나왔다가 어떨결에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강제 착석해서 병실로 올라가게 되었다. 부모님과 동생 모두 얼굴이 굳어 있는데 나 혼자만 키득거렸다. 사태 파악을 못한 게 아니라 웃음이 날 만큼 어이가 없어서였다.


p. 89 하루는 길고 시간은 안 가고, 할 일은 없고, 공허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 지도 몰라서 늘 안전부절 못했다. 사실 뭔가를 한다고 한들 손에 잡히지도 않을 게 뻔했지만. 낮이 없었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자 6시간 정도면 딱 좋을텐데. 왜 힘든 건 무뎌지질 않는지 왜 겪어도 겪어도 처음처럼 힘든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p. 111 뭐 하나 좋은 일은 쥐뿔도 없고 병원 갈 때마다 낭떠러지 밑을 확인하고 오는 거 같아서 비참해. 세상이 밉고 어디에라도 원망하고 싶어하는 내가 싫어. 그래도 내 인생이잖아.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인데 살아야지. 버텨야지. 일어나야지. 백 번 다짐하고 한번 무너지고 또 백 번 다짐하고 다시 무너지고 괜찮아, 사람이니까 무너지는 거야. 어쨋든 나는 나을 거잖아.


p. 119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과 살아보겠다고 남의 피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니. 도대체 사는 게 뭐라고 우리는 이렇게 힘든 걸까. 죽는 것과 사는 것 둘 중에 하나는 쉬워야 하는 거 아닌가.


p. 120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단지 내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일이 엉켰다고, 조금 힘들다고 죽고 싶다는 말을 쉽게 입에 올렸던 지난 날의 내가 부끄러웠다. 


p. 182 나도 불어오는 바람 좀 맞아보고 싶다. 나도 광합성 하고 싶다. 나도 커피 마시고 싶다. 나도 머리카락 휘날리며 걷고 싶다! 나도 마스크 벗고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싶다!


p. 235 가만히 있으면 많은 연인이 머물렀다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며 사람 공부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것이다. 타인을 마주하는 일이 어쩌면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p. 237 건강을 잃는 건 단순히 몸이 아픈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실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평소 건강한 몸에 감사하고 산 것도 아니면서 아프게 되면, 특히 큰 병에 걸리면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놀라워하고, 힘들어하고, 마음 아파한다. 영원할 거라고 약속했던 건강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것 처럼.


p. 254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통 그게 가까운 미래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은 그렇게 사고하도록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p. 260 툭 쳐도 재수없으면 죽을 수 있는 병. 이 병은 그런 병이다. 그렇지만 눈으로 보이는 질환이 아니다보니 겉으론 멀쩡해 보여서 사람들이 "아프다더니 멀쩡하네?" 라거나 "빈혈이면 수혈 받으면 되잖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혈 몇 번 받아서 될 일이면 제가 삼보일배를 하고 다니겠습니다. 내 병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싫지만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 


p. 263 병원은 내가 가진 부끄러움을 바닥까지 들춰낸다. 누구에게도 낱낱이 보여야 할 필요가 없었던 내 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찰대에 오르고, 혈소판이 낮아 생리가 어떻고 질 출혈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까지 주고받아야 한다. 섭취량과 배출량을 기록하기 위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소변컵을 들고 가야하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기도 한다.


p. 269 나는 너무 급했다. 따지 못한 학점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바스러져가는 몸을 보살폈어야 했고 졸업이 늦어졌다는 사실보다 어쩌면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더 걱정했어야 했다. 남들이 취업하고 인턴하고 연수 받을 때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한탄하지 않았어야 했다. 바쁘게 살던 관성이 남아서 투병하는 중에도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감정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p. 280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음을 먹고 문제를 똑바로 쳐다본 후 그 일을 다시 해보는 것이다. 직면하지 않고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고 했던가. 문제를 바라볼 용기조차 없었던 나는 이제 피해도 상관없는 것들까지 도전해볼 만큼 성장했다.


p. 287 '여길 나가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면'이란 전제를 달고 하고 싶은 손꼽던 그 때를 떠올리면 환자복을 입고 바깥을 바라보던 과거의 내가 달려와 냅다 뺨을 후려치며 말한다. 그 정도 삶을 영위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알면 잘 살라고. 지루할 만큼 무난한 이 일상을 얼마나 갈망했던가.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얼마나 절망했던가. 과거의 나에게 뺨 한 대 맞고 나면 부스스 정신이 돌아온다. 


p. 288 내 과거는 현재를 지탱한다. 발 밑에서 흉터로 자리잡은 내 아픔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주며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받치고 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책짓기 패널로 참여 후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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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빨강머리 앤 - 낭만을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른이 된 앤 셜리가 전하는 말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허씨초코 그림, 신선해 옮김 / 앤의서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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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강머리 앤 만화가 시작되지 전에 오프닝으로 흘러나왔던 OST. 아직까지도 빨강머리 앤이 나의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TV 만화로는 앤이 17~18세쯤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앙숙과도 같은 길버트와 썸을 타는 것 까진 기억나는데, 그외 후속으로 성인으로 성장하여 겪는 앤의 일대기를 담은 앤 시리즈가 출간되었다는 건, 스무살, 빨강머리 앤을 읽고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 스물살, 빨강머리 앤 내용 및 구성

 

스무살, 빨강머리 앤은 원작 <그린 게이블즈의 앤 Anne of Green Gables> 후속 편인 <에이버린의 앤 Anne of Avonlea>, <레드먼드의 앤 Anne of Island>,<윈디 윌로우즈의 앤 Anne of Windy Willows>, 그리고 <앤의 꿈의 집 Anne's House Dreams>을 바탕으로, 성장, 꿈, 사랑, 인간관계에 대한 앤의 주옥같은 말들로 구성된 책입니다. 게다가, 앤의 원작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직접 쓴 원문 내용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느낀 점

 

"~ 얼마나 낭만적이예요"라는 표현을 달고 살았던 우리들의 낭만 소녀 빨강머리 앤. TV 만화 속에서 봤던 앤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고, 그러다가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를 만나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안정을 찾아갑니다. 물론, 마릴라 아주머니는 사내 아이를 데려오길 원했는데, 여자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움을 표현한데서, 앤 셜리가 열폭하는..ㅋㅋ 그들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앤은 진짜 추억의 만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앤의 이야기 원작이 따로 있다는 건, 내가 성인이 되어서 알았고, 원작자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건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며, 앤 이야기가 인기가 많아서 독자들의 요청으로 후속작이 출간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앤 이야기 원제는 <그린 게이블즈의 앤 Anne of Green Gables>이며, 이는 앤의 10대 시절을 담았고, 앞서 책 내용에서 설명된 후속 작들은 앤의 10대 후반에서 20대를 아우른 앤의 인생을 담았습니다. 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으며, 말대답을 잘하는(그래서 내가 너무나 존경했던ㅋㅋㅋ) 천진난만한 소녀였죠.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면서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고, 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낭만 소녀 앤은 거기에서 좌절할 사람이 아니죠. 고통스러운 삶을 아주 희망적으로 재해석하는 앤 셜리만의 주옥같은 말들이 담겨져 있어서, 다시 한번더 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공감과 위로를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혜안을 느낄 수 있어서, 앤의 모든 이야기를 통째로 읽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서 조망간에 꼭 읽으려고요(책읽으면서 하고 싶은거 다하려니 24시간 모자랄 정도예요. 암튼). 그리고, 영어를 좋아하고, 번역에 관심이 많은터라, 앤의 이야기를 원작자의 원문으로 짧막하게 읽어볼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우리나라 번역문과 원문을 비교해서 읽고, 원문을 기반으로 내 방식으로 번역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만, 성장, 꿈, 사랑, 인간관계를 각 주제로 삼고, 그에 따른 말모음들이 있는데요. 본문 내용을 읽기 전에, 책 뒷면에 앤 후속작에 대한 간단한 내용이 있으니, 그 내용을 먼저 들여다 본 후에 읽을 것을 권합니다. 후속작의 내용을 잘 모르면, 잘 모르는 인물들도 나오고, 잘 몰랐던 맥락들이 나와서, 살짝 혼동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후속작에 대한 간단 설명을 꼭 먼저 읽어보길 바라요. 물론, 앤의 후속작을 이미 아는 분들은, 무리없이 읽을 수 있어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앤을 통해서, 위로와 공감을 얻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특히 앤을 너무나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책 속 글귀 

 

p. 55 "Fancies are like shadow...you can't cage them. they're such wayward, dancing things. But perphas I'll learn the secret some day if I keep on tring." "공상이란 마치 그림자 같이……. 제멋대로 춤을 추는 통에는 도무지 붙잡아 가둘 수가 없다니까. 하지만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그 비결을 알게 되겠지."

 

p. 60-61 "Well, let's forget oour troubles and think of our mercies," said Anne gaily, "Mrs, Allan says that whenever we think of anything that is a trial to us we should also think of something nice that we can set over against it." "음, 우리, 고민거리는 잊어버리고 고마운 일을 떠올려보자. 앨런 부인이 말씀하시길, 괴로운 생각이 고개 들 때마다 그에 맞설 수 있게 좋은 것을 떠올리라고 하셨어."

 

p. 62-63 "After all," Anne had said to Mallia once, "I believe the nicest and sweetest days are not those on which anything very splendid or wonderful or exciting happens but just those that bring simple little pleausres, following one another softly, like plears slipping off a sting." 언제가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가장 즐겁고 기분 좋은 날이란 대단히 인상적이거나 경이롭거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벌어지는 날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고 소소한 기쁨들이 실에에서 알알이 미끄러져 나오는 진주 알처럼 살며시 연달아 다가오는 그런 날들이라 생각해요."

 

p. 70-71 Those who knew Anne best felt, without realizing that they felt it, that her greatest attraction was the aura of possibility surrounding her...the power of future development that was in her. She seemed to walk in an atmosphere of things about to happen. 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뿜어내는 희망의 기운…… 그녀가 지닌 장래성과 잠재력이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느꼈다. 어디든 앤이 있는 곳에선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p. 84-85 "Stop it, Pris. 'The best is yet to be.' Like the old Roman, we'll find a house or build one. On a day like this there's no such word as fail in my bright lexicon." "그만해, 프리스.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다'는 말도 있잖아. 정 집을 구하지 못하면 고대 로마인터럼 우리도 집을 짓지 뭐. 오늘 같은 날 내 빛나는 사전에 실패라는 단어는 없단다."

 

p. 86-87 "It has been a prosy day for us," she said thoughtfully, "but to some people it has been a wonderful day. Some one has rapturously happy in it. Perhaps a great ded has been done somewhere today-or a great poem written-or a great man born. And some heart has been broken, Phil" 앤은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 "우리한테는 심심한 날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멋진 날이었겠지. 누군가는 황홀할 정도로 행복했을 테고, 아마 어디선가는 오늘 굉장한 일이 벌어졌을 거야……. 혹은 훌륭한 시가 쓰였거나……위대한 인물이 탄생했거나. 또 누군가는 가슴이 무녀졌을 거야, 필.

 

p. 94-95 There are so many Bugles in the world...not many quite so far gone in Buglism as Cousin Ernestine, perhaps, but so many kill-joys, afraid to enjoy to day because of what tomorrow will bring. 세상에는 불안쟁이가 너무 많아……. 어니스틴만큼 정도가 심한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겠지만,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오늘을 만끽하길 겁내며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은 정말 너무나 많아.

 

p. 100-101 I shall never forget the thrill that went over me the day you told me you loved me. I had had such a lonely, starved heart all through my childhood. I'm just beginning to realize how starved and lonely it really was. Nobody cared anything for me or wanted to be bothered with me. I should have been miserable if it hadn't been for that strange little dream-life of mine, wherei I imagined al the friends and love I craved. 네가 날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 느꼈던 전율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어릴 적에 난 내내 너무나 외로웠고 애정 결핍 상태였어. 그 시절 진정으로 내가 얼마나 정에 굶주리고 외로웠는지 이제야 막 깨닫는 중이야. 날 신경 쓰거나 나서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신기하고 유치한 공상의 세계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우정과 사랑을 그리지 않았다면 난 정말 비참했을 거야.

 

p. 124-125 Anne was always glad in the happiness of her friends; but it is sometimes a little lonely to be surrounded everywhere by a happiness that is not your own. 앤은 친구들의 행복이 언제나 기뻤다. 그러나 주위에 온통 자기 것이 아닌 행복뿐이면 누구나 조금은 쓸쓸해지는 법니다.

 

p. 144-145 "It won't seem to so hard by-and-by, dear," said Anne, who always felt the pain of her friends so kneely that she could not speak easy, fluent words of comforting. Besides, she remembered how well-meant speeches had hurt her in her own sorrow and was afraid. "얼마 후면 괴로운 마음이 덜할 거예요. 레슬리." 앤은 언제나 친구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통렬히 느끼기 때문에 위로의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도 당사자에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터라, 뭐라 위로하기조차 조심스러웠다.

 

p. 152-153 "I'd like to add some beauty to life," said Anne dreamingly. "I don't exactly want to make people know more...though I know that is the noblest ambition...but I'd love to make them have a pleasanter time because of me...to have some little joy or happyy thought that would never have existed if I hadn't been born." 앤은 꿈꾸듯 말했다. "나는 삶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싶어. 사람들에게 지식을 더 심어주는 게 아니라……물론 그것도 가장 숭고한 포부인 걸 알지만……나로 인해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아간다면……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존재하지 못했을, 소소하지만 기쁘거나 행복한 생각을 떠올리며 살아간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아."

 

p. 164-165 "All life lessons are not learned at college," she thought. "Life teaches them everywhere." 앤은 생각했다. '삶의 모든 것을 대학에서 배우는 건 아니야. 어디에서든 삶이 교훈을 주는 걸.'

 

 

p. 168-169 "Of course. Everybody has. It wouldn't do for us to have all our dreams fulfilled. We would be as good as dead if we had nothing letf to dream about." "당연하지. 다들 그렇잖아. 꿈이 전부 다 이뤄지면 오히려 좋지 않을걸? 이루고 싶은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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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 (러블리 에디션)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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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따사로움 보단 차가움이 자리잡고 있고,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 좋아라 하는 편이지만, 때론 감성감성하는 따뜻한 마음이 솟구치길 바랄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수필, 시,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과 그림, 사진 그리고 공연과 같은 예술작품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중에 있어요(에세이나 소설 리뷰 서문에 늘 하는 말인듯..). 그래서 이번엔 SNS에서 핫했고 지금도 핫하고,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한 구절 한 구절 나와 인기를 얻은 하태완의 에세이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읽어봤습니다.

 

 

■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내용 및 구성

 

내가 될 수 있는 너, 너가 될 수 있는 나라는 존재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담긴 감성감성 에세이입니다. 총 4챕터로, 주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글들이 산문과 운문을 오고가며 자유분방하게 적혀져 있어서, 읽기도 편해요. 중간 중간 글과 어울리는 삽화를 보면서 감성에 젖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 느낀 점

 

솔직히 이 에세이가 메스컴을 한창 탈 때, 그렇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지인들과 "존재 가치"에 대해서 한창 논하고 있던 시점이 있었어요. 나만큼 내 주변 사람들도 참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에게 그들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던 찰나에, 이 에세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세이가 담은 내용은 정확하게 모르고 제목에만 꼿혔어요. 내가 나를 "너"라고 칭하며 내가 나에게 전하는 말들로 가득한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모든 순간에 너는 곧 나, 모든 순간=너=나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에세이 초반에 "나는 네가 해복했으면 좋겠고, 눈물은 조금만 흘렸으면 좋겠고, 적당히 여유로웠으면 좋겠고, 행복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고,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너 그자체였음을 절대 잊지 말고 살아.(p.14)"라는 구절을 읽고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이 에세이의 전반은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꼭 연인과의 사랑에 한계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나 자신과의 사랑이 될 수 있고 타인과의 사랑이 될 수 있으며, 이웃과의 사랑도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전적으로 "나"에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가서, 온전히 "나"라는 존재에게 집중하게 하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사랑과 이해관계 속에서 행복, 기쁨, 슬픔, 고통 등을 경험하는 "나"만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기분이랄까요? 한번쯤은 날 위한 합리화를 허용해도 될 듯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폭 빠지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내면적으로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데, 의식적인 집중이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사랑을 해도 나에게 집중하고 싶고, 사랑을 하지 않아도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네요. 그러나 뻔한 글귀모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비추~!!

 

 

■ 책 속 글귀

 

p. 23 너만을 위한 사람은 분명 나타날 테니, 쓸데없는 외로움에 힘들어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아무 사람이나 만나지마. '외로움'을 '사랑'이라 착각해서 아무에게나 마음 주지마.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니까.

 

p. 34 요즘, 이상하리만큼 많이 힘들죠? (중략) 그렇지만, 그런 지금일수록 이것 하나는 꼭 알아두었으면 해요. 당신이 지금 서글프게 울면서 무너져버린 것 같다고 해서, 앞으로의 날들에 남아 있는 행복과 기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요.

 

p. 53 각박한 삶 속의 피폐해진 당신이라도 괜찮아요. 어찌 됐든, 포기않고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응원할게요. 비록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당신이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요. 당신을 정말 각별하게 아껴요. 그 누구보다 멋진 색깔을 가진 당신이기에, 누구보다 멋진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 거예요.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세요. 뭘 해도 잘될 당신.

 

p. 90 기억해. 오늘 너의 하루는 절대 무의미하지 않았어.

 

p. 122 이제는 설렘보다 익숙함이 더 소중하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당연하다는 듯 함께 보러 갈 수 있는 것.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당연히 함께 마주 보며 먹을 수 있는 것. 좋은 노래를 찾게 되면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것. 별다를 것 없는 하루와 일상을 나누더라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일이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익숙함 말이다.

 

p. 157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의 사랑이 되는 것만큼 황홀하고 기적에 가까이 닿아 있는 일은 없으니, 부디,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며 계속해서 서로의 세상이 되어주기를.

 

p. 179 사랑이라는게 원래, 그 온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라지만, 너와 나, 우리의 사랑은 아마 영원함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진 단어만이 형용할 수 있는 듯해. (중략) 지금의 이 행복을 잊지 않고 나는 나의 최선으로 너를 사랑할게. 약속해.

 

p. 197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굳이 내 시간을 할애해가며 만날 필요 또한 없습니다. 훗날에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는 마음은 그때그때 전하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그리움을 모두 표현해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도 좋습니다.

 

p. 229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이 사라지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꼭 알고 있어야 해요.

p. 235 그 사랑과 사람은 결코 헛된 것들이 아니었구나. 나에게 조금 더 좋은 사랑과 조금 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게끔 힌트를 조금 더 아프게 준 것 뿐이었구나.

 

p. 251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 사람과 단지 손을 맞잡고 걸었을 뿐인데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싱그러움을 느끼고, 자신이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은 지금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본 포스팅은 이벤트 당첨으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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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넥서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활력이 넘치는 어린친구들만봐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흐뭇해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들로 웃음에 넘치는 어린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과 표정만 봐도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어린시절로 돌아가면 어떻냐"라는 질문을 하면 손사래를 칩니다. 그만큼 나에겐 어린시절은 약하고 무지해서 겪어야만 했던 성장통이 꽤나 아픈 편이였거든요. 다시 그 고통을 되풀이할 생각을 하니, 아픔이 찌릿하게 느껴져서 어린시절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 듯합니다. 하지만,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서툴러서 겪어야 했던, 그 시절이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라고 말하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회상해봅니다.

 

 

■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내용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정도는 아는 "사는게 뭐라고", "죽는게 뭐라고"의 저자 사노 요코의 유년시절을 담은 잔잔한 에세이입니다. 저자 사노 요코가 어린 아이였던 시절(4~5세)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유년기에 겪었던 경험들과 그 당시에 품었던 그녀만의 생각들이 담겨 있어요. 에세이는 저자만의 추억의 단어로 제목을 붙이고, 그 제목에 따른 유년시절의 추억이 단편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저자의 책 뒷면엔 " 다시 되돌아보고 싶은, 아니 다시는 되돌아보고싶지 않은 어린시절"이라고 표현이 적혀있습니다. 이 문구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을 표현하자면 "다시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뭐랄까, 내 어린시절엔 어리고 잘 몰라서 행동도 생각도 서툴러서 겪어야 하는 온갖 쪽팔리는 경험들로 알록달록(?) 물들어져 있거든요. 친구들로부터 관심받고 싶어서 무리수를 둬서 거짓말한 적도 많고, 잘못햇는데도 우기면서 떼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바닥을 뒹굴뒹굴 청소하며 사달라고 졸랐으며, 초딩 3학년 때까지 이불에 오줌싸고,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데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그 친구의 주변만 멤돌았던.. 이 외에도 참 많아요. 과거를 향해 기억을 떠올리면 마치, 쪽팔려서 보기 싫으니까 곁눈질로 들여다보듯 합니다. 사노 요코가 그려낸 저자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 시대적 상황적 배경은 달라도, 누구나 거치는 순간이 유년시절이라, 그땐 누구나 어설프고 서툴고 때론 고집스럽다는 걸 확인합니다. 에세이 제목대로 참 보잘것 없지만, 그 땐 보잘것 없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그런 시절을 겪으면서 우리는 성장했고 어른이 되어서 어린시절에 비해 세상살에 능숙해지니까요. 힘겨운 사회생활에 찌들다보면 멋모르지만 자유로웠던 유년시절을 동경하는 수간도 있고요. 유년시절엔 참 보잘 것 없는 존재였던, 나를 어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나와 비교해서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걸 확인하면 뿌듯하기도 해요. "유년시절"을 두고 참 다양한 표현들을 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이 책엔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물론 개인차이는 있을 듯합니다만, 그저 다른 사람이 쓴 어린시절을 적어 둔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기분입니다. 사노 요코는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가, 그때의 시대를 반영한 자신의 유년기를 책 속에 담았어요. 그녀의 기억에 담긴 유년시절을 기억나는대로 적고, 성인이 되어 가진 감성을 더해 적어내려간 일기장 같아요. 나도 곁눈질 하지 않고, 서툴렀던 나의 유년기를 추억하면서 성인이 되어 얻은 나의 감성이라는 양념을 버루며서 꼭 적어보고 싶네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서, 쪽팔리는 나의 과거 혹은 유년기를 들여다 보고 싶은데, 쉽게 들여다보지 못할 때, 사노 요코가 적어내려간 유년기를 먼저 들여다보면 됩니다. 너나할 것없이 유년시절의 나는 어설프고 서툴고 판단도 잘 못 내리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세상을 이해하며 세상살이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저자 사노 요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 책 속 글귀

 

p. 10-11 2년 후 다롄에 살 때, 히사에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는 몸시 놀랐다. "예쁜 아이는 빨리 죽는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때 나는 예쁘지 않아서 죽지 않겠구나 싶었다.

 

p. 96-97 오랫동안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게 싫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 시절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죽이고 울었지만 또 다른 내가 나를 달래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편이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개를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참던 나는, 인간답지 않았을까.

 

p. 129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들이란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듯,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훤히 티가 났다. 다만 누구누구가 데이트를 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p. 132 "조금만 애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헌데 아버지가 나에게 애교를 가르쳐 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무렵 나는 굉장히 무뚝뚝했다. 애교를 잘 부리는 것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내키지 않는 사람을 향해서 웃어 보이는 건 할 수가 없었다.

 

p. 150-151 나는 알았다. '편애'가 있으면 당연히 그 반대도 있기 마련이라는 걸. 무엇을 하든 예쁜 아이가 있다면 무엇을 해도 미운 아이가 있는 건 당연지사겠지. 편애가 나쁠 게 뭐람. 따지고 보면 소학교 때는 언제고 이유도 없이 얻어맞았던 아이가 있었다. 그것은 편애의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좋고 싫음이 있는 법니다. 나는 연애가 편애의 극치임을 이해했다. 인간은 인간을 편애할수록 상냥해진다. 세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넘쳐난다.

 

p. 166 그것들은 절대 손에 닿지 않는, 닿을 리가 없는 세계였다. 시간은 꿈처럼 지나갔고, 우리들은 이제 <맥콜>보다도 더 아름다운 일본 잡지를 본다.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아침 햇살을 머금은 안개꽃과 카페오레와 크루아상이 차려진, 그리고 하얀 삼베 런천 매트가 깔린 삼목 테이블에서 은수저로 아침식사 따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훌륭한 시기를 고르는 것은 여성의 소양이다. 나는 그런 잡지를 즐겨 보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진들이 당홍스럽고 너무 지나차게 아름다우면, 뭐랄까, 몸 둘 곳도 없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p. 174 지금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스무 살 안팎의 남녀가 얼마나 비극적인 큰 문제를 안고 있었겠는가. 그저 일종의 어수룩한 포즈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나에게는 그들만이 존재 가치가 있는 중요한 사람인 듯 보였다. 아니면 그 시절에는 연애에 빠지면, 순식간에 아주 심각해져 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p. 178 나는 따돌림을 당하는 게 두려워서 찾집에 따라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찻집에 가면 나는 블랙커피를 마셨다. 어떤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냥 수다를 떨러 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 수다 상대였던 남자, 혹은 여자아이들도 실은 음악을 논할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같기도 하다.

 

p. 181 나는 평생 일하지 않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취미로 첼로를 켜는 백발의 친구 아버지가 좋았다. 주먹밥에 치즈를 넣고 생계를 위해서 목도리를 짜는 친구의 어머니도 좋았다. 치즈 주먹밥을 만드는 아내와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를 위해서 내어 준 커피는, 프라 안젤리코와 바흐의 세계와 이어져 있는 듯했다. 그날의 커피는 맛있었다. 커피 맛을 모르는 내 말을 믿어 준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을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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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도상희 지음 / 뜻밖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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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걸 뼈를 치도록 싫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혼자" 남겨지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마치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들어 성인이 되어선 무리해서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성이 부족했는지 사람들과 갈등도 겪고, 사랑이 서툴러서 이별을 경험하고, 정규직을 보장해준다는 약속때문에 기대심에 부풀어 나의 오늘을 희생하며 열일했는데 직장에선 그 약속을 지켜주지 않아서, 나는 "혼자"를 자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자"는 필연적인 거라, 피하려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혼자"면 안된다는 식의 분위기 때문에 "혼자"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느끼려 하지 않습니다. 도상희 에세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를 읽으며서 "혼자" 보내던 일상을 되돌아봤습니다.

 

■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내용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초짜어른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혼자여서(파트 1. 오롯한 혼자), 짝사랑에 젖어(파트 2. 습관성 짝사랑), 일에 치이면서(파트 3. 아등바등 사무실)느끼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혼자여서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하고, 짝사랑에 가슴 앓이도 하는, 그리고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을 고민해보는, 외로운 여정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삶을 이해하는 "혼자"인 것에 관한 고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 느낀 점

 

저자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고,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도 없는,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타나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외로운 생활을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자취집으로 돌아오면 공허함이 급습합니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비어있다보니 자신과 같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의 공백을 내가 챙겨주고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동정을 사랑이라 착각하죠. 작가의 지인 언니 말로는 그런(?) 증상은 "구원자병"이라고.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누군가를 구원해줄 만큼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지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이 "구원자병"입니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 오는 내적 갈등. 좋아하는 것을 일과 접목시켜 생각하지만 실상 현실에선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죠. 막상 하더라도, 무조건 자유로울수도 없고요. 포기해야할 것들도 많습니다. 결국 자신이 혼자서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페이스를 찾아갑니다.

 

우리사회는 "혼자"인 것에 달갑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혼족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혼자"서 카페를 가거나, 식당을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씁니다. 그리고 "혼자"여서 "공허함"과도 덤으로 친구삼아야 하는데, 마음 속 공백을 어줍잖게 사람 혹은 사랑으로 억지로 채우려고 하죠. 사람은 연인이 있고 배우자가 있고 가족이 있어도 "혼자"임을 느낍니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각 개인의 감정에 따라 느껴지는 것들이라, 이는 각자의 감당해야 해요. 혼자서 방치되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혼자를 즐길 수 있는 방법, 혼자여서 얻는 것들, 혼자 사색하면서 마주하는 혜안들이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면, "혼자"라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혼자라서 오는 공허함은 매울 순 없어요. 혼자라서 그 공허함이라는 구멍으로 숨을 쉬고 여유를 가지고, 나와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되는건 일도 아니겠죠? 이렇게 오롯이 혼자,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이 즐거움이라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 사랑을 해도, 잘해요. 구원자병으로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어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각자가 해줄 수 있는 사랑만큼 주고 받는데서 고마움을 느끼고, 각자 혼자만의 시간도 허용하고 존중해주는 여유까지 생기거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혼자"라는 느낌이 너무나 싫어서 나의 시선 밖의 외부적인 어떤 것들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억지로 이겨내려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 "혼자"임을 극복하는 방법론을 알려주진 않지만, 외로움과 공허함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되죠. "혼자"여서 느껴지는 마음의 구멍을 매꾸려고 아둥바둥하는 분들은 멈추세요. 그리고,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될 수 있음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 책 속 글귀

 

p. 20 오늘은 '발견의 눈'이 떠진 날.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골목길을 걷다가 비에 젖은 아름다운 능소화를 봤다. 그것 하나로 이번 주말은 좋은 주말이 되었다.

 

p. 32 어제는 다른 팀에서 하기 싫은 일을 부탁하기에,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토록 원하던 '단호박' 인간이 되었는데 왜 마음은 언잖을까? 거절함으로써 내게 부탁한 사람 사이와의 정을 약간 끊었기 때문이다. 삶은 하나 플러스에 하나 마이너스.

 

p. 51 하지만 그렇게 '지금 좋은 것'만 하고 몇 년 지냈더니, 미래가 현재에 희생당하는 것 같았다. 삶에는 꼭 해야만 할 것도 있는데, 그걸 해치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니 행복해지질 않았다. 쾌락과 행복은 다른 것이니 이대로 오래오래 살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까? 요즘 '소확행'이니 하는 말들로부터 멀어져 더 모으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며 뒤늦게 대꾸해본다. 저 이제 욜로 안 하렵니다.

p. 56-57 올해 여름 나는 두 사람을 잃었다. 잃었다기보다는 간다기에 그저 놓아주었다. 붙잡고 싶지도,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았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상태를 원했으며, 이따금 그런 때가 무료해지면 사람을 찾을 뿐이었다. 사람이 너무나 절실했던 때도 있었다.

p. 66 "우리는 왜 꼭 행복해야 할까?왜 다들 행복해야 한다고 말할까. 행복은 일단 좋은 것이지만, 불행이 없으면 행복을 느낄 수가 없잖아. 행복에는 반드시 덜 행복했던 기억, 비교대상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러니 우리는 불행 덕에 행복할 수 있죠. 실은 '불행하자'. '불행하세요.'하고 인사해야 하는 건 어떨까요."

p. 99 내게는 다름을 애써 설명하지 않을 자유, 불편한 개인의 사정을 숨길 자유가 있다. 이 자유는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질문'을 던질 자유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p. 111 지금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있지 않지만, 숫한 짝사랑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매번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던 순간들은 달콤한 만큼이나 괴로웠다. 몇 번의 짝사랑을 해오면서 그이와 내가 동등하다든지 내가 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기댈 수 있을 사람이라 여겨 좋아했다.

 

p. 114-115 이상형을 물으면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이라고 답했었다. 어딘가 빈 곳이 있는 사람이 좋았다. (중략) 그다음으로 좋아했던 B는 긴 목에 깊은 눈이 슬펐다. (중략) 그들이 비어 있어서 내 마음이 머물렀다. 하지만 텅 빈 마음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그 사람들을 만날수록 나도 함께 비어갔다. 사랑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그늘진 사람들에게 끌렸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뜯어 말렸다. 이제는 좀 햇살 가은 사람을 만나, 따뜻하고 너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 (중략) 가까운 한 언니는 이런 나의 상태에 병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구원자병'. 내가 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 만큼 강하거나, 따뜻하거나,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믿음이 원인이라는 거였다.

p. 120-121 애인이란 끊임없이 서로를 넓히고 생의 지난한 곯은 상처들을 빨아내어 뱉어주는 사이여야 할 터인데, 그런 일은 실은 저를 더욱 고단하게 만들 뿐입니다. 차라리 인형을 끌어안고 자겠습니다. (중략) 우리네 앞에 이제 고단한 하루가 있고, 그것은 아무리 고단한들 오롯이 나의 몫인 것입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있어도 그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그이의 몫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루를 단정히 마무리할 때에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주면 그만입니다.

 

p. 123 마음의 곪음이 옳아갈까 두려워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다. 온전히 드러내도 도망하지 않을 이를 찾는 일도 이제는 버거워 그만두었다. 무엇이 나를 그리도 힘든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건 나 스스로, 라는 답밖에는 얻어지지 않는다.

 

p. 141-142 (중략) 저는 '자신을 사랑해야 해, 자신을 사랑합시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강연이나 자기계발서를 미워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 생에를 걸쳐 뼈아프게 해내야 하는 업보이니까요. 끝끝내 생을 마칠 때에도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려 몸부림치는 존재이기에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는.

 

p. 181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지. 출퇴근길 나뭇잎에다가 하늘에다가 한강에다가 다짐을 써넣지만 누구를 위해 이렇게 눈뜨고 감는 건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p. 202 내 삶에 충실하면서, 계속 아픔들을 목도하고 싶다. 함께 곁에서 앓지는 못하겠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인 나를,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다. 그렇게 믿는다. 믿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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