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헌책방 나들이를 갔다.

요즘 한창 한국소설에 심취해 있는지라 한국소설집 몇권 사러 가는 발길이었다.

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 (장편소설)

헌책방이라 아직 개정판은 없고,

왼쪽의 예전 판본으로 샀다.

6년전꺼지만 상태가 좋았다.

 

엘리베이터에낀남자는어떻게되었나? (소설집) -9편

김영하 소설집을 한권 더 골랐다.

그의 작품 중에 '검은꽃'을 좋아한다.

 

부엌 (소설집-연작소설)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책의 느낌이 좋아 골랐다.

여기서는 품절이구나.

 

종소리 (소설집)-6편

우~와 완전 새책이 헌책방에 있었다.

연두색 띠지까지 빡빡하게 둘러져 있다.

 

황만근은이렇게말했다 (소설집)-7편

예전에 한번 읽었다.

고3이던가? 대학교 1학년때던가? 그때 읽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느낌이 좋았던 것만.

이것도 모래빛 띠지가 둘려져 있다.

그대의차가운손 (장편소설)

액자소설형식이란다.

표지는 맘에 안드지만..

 

멋진한세상 (소설집)-11편

'가난' 이라는 소재의 대표주자 공선옥의 단편집이다.

이 책도 가난이다.

 

누가걸어간다 (소설집)-6편

첫만남! 좋아하는 작가가 되기 바란다.

 

 

그외, 한국소설은 아니지만..

나는선생님이좋아요 (일본소설)

일본소설이다.

'하이타니 겐지로' 의 이름땜에 샀다.

애들의 이야기지만 어른들도 봐야하는.

어깨너머의연인 (일본소설)

우선은 나오키문학상을 탄 작품이다.

그런데 왠지..로맨스소설의 냄새가 난다.

머리를 식히는 기분으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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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샀다.

한권이라도 좋은데 작가의 단편집까지 주다니, 헤헤~*^^*

두개가 같이 비닐포장되어 박스로 배달왔다.

덕분에 깨끗한 책을 받아 볼 수 있었서 더 기분이 좋았다는..

여성들의 구미에 맞춘 이쁜 표지도 맘에 든다.

삐까삐까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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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을 대하면 두근두근하다.

그리고 그 작가의 매력을 알았다면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어진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어졌다.

현재 한국에 출간된 작품 중에 제일 먼저 쓰여진 책이다.

소재는 '초능력'

이 부분을 놓고 책을 읽느냐 마느냐 한참 고민을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분야가 SF 적 성향이다.

...............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담고 있는 이 책,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적이었다.

초능력 .   초(超)와 능력이 합해진 합성어.

초가 '뛰어넘을 초' 다.

소위 범(凡)인들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뜻만 보자면 '반에서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 , '남들보다 다리가 빠른 달리기선수' 를

가리키는 '평범한' 단어가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나 달리기선수도 초능력자라는 말이다.

흔히 초능력자라고 지칭되는 염력, 염동, 텔레파시, 천리안, 미래 예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단순히 달리기선수처럼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날 뿐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괴물 보듯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들의 어리석음으로,

염력, 염동 능력자는 '야바위꾼이나 도박꾼' , 텔레파시능력자는 '네고시에이터' ,

천리안능력자는 '양궁선수, 저격수'  ,  미래예지능력자는 '무당, 점술가'  로 무장하고  범(凡)인들과

세상을 살아가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는 범인들의 삶에 자기들의 능력을 숨긴채..

또한, 자기의 초능력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아라한장풍대작전' 이라는 영화도 그런 의미를 깨우쳐주지 않던가.

tv에서 본 '달인'이라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은 초능력자예요!" (붐의 제스처를 취하면)

.

책을 펼치자 마자 내 주위의 소리는 암흑으로 사라지고,

여름장맛비가 시끄럽게 울려퍼진다. 세찬 바람도 느껴진다.  오~우

빗속에 뚜껑 열린 커다란 맨홀이 보인다. 물이 콸콸 소용돌이치면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노란우산.

이쯤에서 나는 몸이 차가워지는 감각을 느낀다.  소름이 쫙~돋으며 극한 공포를 본다.

글솜씨가 뛰어나다.

처음부터 모든 감각을 다 느끼게 해주는 글이다.

코에도 비 비린내가 느껴졌으니..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불합리는 아주 잘 어우러진 형태로 공존한다.

'사이킥' 이라는, 사람의 마음속을 스캔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나오는데

그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비현실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킥이라는 초능력의 과다사용과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잡지기자 고사카의 목소리로 초능력이야기+사랑이야기+어느사건의 미스터리+그외 기타 등등

과 같이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면서 잘 버무려진다.

"초능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꿈이야. 어른들의 환상이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꿈을 꾸면 슬쩍 장난기가 동해서 그걸 이루어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그 애들은 냉정해. 거기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어른들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일까지는 생각하지 못 해.

애들에게 꿈이란 깨어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것인데 말이야."

VS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거기 있는 것입니다. "

.

읽는 내내 가슴 한쪽이 계속 아렸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에게 나를 이입시켜도 가슴이 아린다.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용의 형태가 말이다.

가장 가슴아팠던 용의 형태가,

모두가 가지고 있던 범인들의 능력중에 한가지가 도리어 소멸되었던 말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부이사장이나 비서는 병들어 있었고..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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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했던 내가, 단편 쪽에 저울이 기울어진 까닭은

근래에 좋은 단편집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특히 창비에서 출간한 '20세기한국소설시리즈' 중에 한권을 읽고 중,단편..그 묘미의 참맛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소설의 한글이 외국소설의 번역투 한글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걸 늦게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한국소설을 많이 읽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선택한 책,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  정미경의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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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배미의 사랑 어두운 기억의 저편 우리들의 조부님 포구의 영혼 외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40
박영한.최인석 외 지음 / 창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창비에서 출간한 '20세기한국소설50' 중에

40번째인 이 책을 먼저 선택한 것은,

'구성된 작가 중 아는 사람이 없다'  라는 이유 때문이다.

(딴 편수에는 꼭 아는 사람, 아는 작품이 하나라도 끼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리즈로 출간된 책은 그 특유의 '딱딱함' 때문에 멀리했다.

'한국소설' 이라면 국어라는 과목때문에 억지로 취해야 했던 먼지 덮힌 글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시절, 학교에 몰래 잠입한 책장수의 언변에 속아서 산 지지리도 억울한 책의

형태가 한국소설시리즈였다.

......그 편견이 깨졌다. 왕창!

우리나라의 좋은 중,단편소설을 알리고자 한 기획이

정~말 칭찬에다가 존경까지 보탤 정도로 좋다.

그리고 외국소설에 입맛이 길들여진 내 입안에 사탕을 넣은 것처럼 달콤한 한글 맛을 깨우쳐 준

것도 이 책이다.

우리가 흔히 좋고, 재미있는 책을 접했을 때, 읽는 도중 혀 안으로 달콤함이 맴도는 것을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봤을리라 생각한다.

'책이맛있다' 라는 표현이 생긴 것은 여기에서 은유됐으리라.

이 중,단편집을 읽었을 때 나의 입 안에서는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

어두운 기억의 저편

이 이야기는 추리의 형식이다.

내 머리에 타격이 가해진다.

'엉? 딱딱한 한국소설에 추리라니.'

늘 고루하기만 하다고 생각한 한국소설의 편견에 금이 쩍! 간다.

남자가 여관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아무런 기억이 없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중요한 내 서류가 들어있는 가방은 어디에 있는지..

남자는 전날에 술을 먹었다. 그들은 취기가 모는 대로 걸었다.

역추적을 하는 남자. 그는 어제저녁의 그를 만나러 갔다.

같이 술 마셨던 신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의 어제 모습을 듣는다.

신대리도 그 가방의 행방을 모르고.. 마지막 술집에서 깨고 부수고, 시시꺼렁한 농담따위를 거넨 남자의

어제행동을 말해준다.

그 말을 들으니 술 취했을 때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여러 개의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존재도 하나의 명제도, 하나의 결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겨우 가방 때문에 많은 그의 존재 중 하나를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과 여러 사람과의 대화로 계속 추적해 나갔다.

"미안하지만 말이오."

"어머 천사 같은 남자네. 그런 말 들어본 지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감격했어요. 왜요?"

추리 형식의 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남자는 술만취-> 가방찾기->낯선 나의존재 발견 ->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상처를 발견 한다.

그는 유리잔에서 위스키를 진하게 섞어 마셨다. 세 잔을 거푸 마셨다. 사위가 고요한 밤에

혼자 마시는 독한 술. 그것은 복받치는 설움을 혹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욕망을, 사랑을

잔잔하게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던 것이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던가.

우리가 술을 먹고 취한 그 모습이 진정 나의 존재일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든 것 잊은 듯 살아가지만 나의 또다른 존재는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아픈 나의 기억은 잊은 게 아니라, 나의 또다른 존재가 여전히 기억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우묵매미의 사랑

어느날 신문을 읽고 있었다.

'소설가 박영한 머나먼 곳으로..'

그게 2006년 8월 23일 이었다.

내가 아직 글로 만나지 못한, 생을 마감하는 작가가 늘어가고 있다.

박영한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쿠웨이트 박' 과 '은실네'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었다.

'왕룽일가' 라는 드라마는 당시, 내 나이가 어려 최주봉씨가 역할을 맡은

'쿠웨이트 박'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점점도시화에 물들어가는 시골배경이라는 것과 함께..

우묵매미의 사랑은 연작중의 일부란다.

이 연작에는 사랑,  그것도 불륜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불륜의 사랑이야기가 더럽고 추잡한게 아니라 '순박' 하고 재밌다.

식탁이 멋있었다. 조그만 꽃모종 비닐 화분을 켜켜이 담아두던, 구멍이 많이 뚫린 노란 플라스틱 곽대기를

뒤엎은 게 우리의 식탁이었다. 우린 그 식탁에 소주병이며 새우깡에다 꽃이 핀 화분을 올려다놓고

기분을 냈다. 침구도 멋있었다. 쇠똥 냄새가 좀 나고 가운데 불탄 자국이 시꺼먼 두 장의

가마때기가 우리들의 침구였다.

키가 작고 귀여운 미싱기술자 유부남 '배일도' (키가 크고 말이 험한 아내한테 종종 맞는다) 와

어쩌다 집에 돌아오는, 딴 사람에게는 약자고 마누라한테만은

강자인 남편에게 두들려 맞는 '미스민' 의 불륜적 사랑이다.

"만약 오늘 밤 함께 지내게 되믄 우린 다시 못 만나요. 다시 만나기 위해서 헤어진다는 거, 잊지 말아요.

순간적인 쾌락을 못 잊어서 이별을 재촉할 필욘 없잖아요?"

두 사람은 사랑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서울의 여관에 조촐한 살림을 마련하지만,

결국 배일도는 마누라한테 들켜 걸레쪼가리가 된다.

미스민과 헤어지고 마누라와 혼인신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배일도는 눈물짓는다.

(마누라와 아직 혼인신고를 안했다.)

시일이 지나고 배일도를 찾아온 민공례.

다시 사랑을 불태우려고 반기는 배일도에 비해 민공례는 사랑이 식었다며 찬바람을 풍긴다.

배일도 : "...우리들의 사랑은 비록 초라하고 가난한 것이었지만, 백 년 천년, 십만 년 후에도 언제든,

내 가슴속을 뜯어서 들여다보라. 그 속엔 미라와도 같이 수백만 년을 견뎌낸 알짜배기의 단단한 사랑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건 이 세상의 그 어떤 보석과도 맞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아느냐, 이 머리 나쁜 여자야?"

민공례 : "있잖아요..나, 요기 바로 이 자리에...몇 번 왔다 간 줄 알아요?"

(...........) "길 가다 지호 아빠랑 비슷한 남자 뒤꼭지만 봐도 가슴이 퉁 내려앉을 지경이었으니까 말예요.

미치구 환장하도록 좋아했죠. 미라 겉은건 상대도 안 돼요. 미라가 다 뭐예요? 주인집 전화벨 소리에두

깜짝깜짝 경기를 일으킨 정돈데요 뭘. 하루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은 줄 알아요?

세상에 이런 병신스러운 여자가 어딨겠어요."

결국 민공례는 배일도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뼈아픈 거짓말.

이 이야기는 불륜이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

우리들의 조부님

이번에는 빙의다!

할아버지가 몸져 누웠다. 친척들이 이제는 갈때가 되셨다고 운명할때를 기다리고 있다.

웬 걸~ 눈이 초롱초롱 , 굽은 등을 쭉 펴면서 할아버지는 일어났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니다.....아버지다!!!!!!

아버지는 억울하게 공비로 몰려 마을청년 여덞명과 죽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몸을 빌려 그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

내가 마을 구장을 죽인 게 아니라는 하소연과 사건의 정황을 그대로 재연한다.

두려움에 떠는 구장 아들과 노망든게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어쩐지 이상한  마을 사람들과 종조부.

마지막 재연,

일부러 '나'를 따로 불러 아버지가 죽었던 장소로 데리고 가는 할아버지의 몸 속 아버지.

마을 사람들도 그 공터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지켜봐라' 면서 '나'를 밀어낸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자 이리저리 도망치는 아버지.

그러자 종조부는 마을청년들에게 아버지 령이 들어있는 할아버지를 잡으라고 한다.

잡혀 온 아버지는 마을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뭔가를 말하는 듯 아들을 바라보는데....,

그러다 아버지의 령은 잠잠해지고 할아버지는 운명하신다.

사람들과 떨어져서 바라본 '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 '뺄갱이를 잡아서 처단하자' 가  있었고 간첩신고 포스트도 사방팔장 있었다.

시국이 불안정하던 그때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했고 공비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그것이 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것.

나를 죽인 사람은 이 마을사람들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빙의가 아닌,

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아들의 원한을 풀고자 마지막 힘을 태운 건지도..

포구의 황혼

북쪽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향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있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내 피 같은 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더 그리워 한다.

이 당연한 그리움은 누군가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남쪽의 가족들이다.

"난 휴전선만 뚫리면 그날루 고향으로 달려갈 거야." 가 입버릇인, 북쪽에 가족을 두고온 아버지

이야기다.

남쪽의 가족들에게 무뚝뚝한 아버지가 미워, 북쪽가족사진을 찢어버린 어린아들.

아버지는 그 아들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고 당장 나가라 한다.

가출해서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가 그 조각난 사진을 정성스레 흰종이위에 붙이는 것을 보고

더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

아버지의 그 그리움 때문에, 그 행동때문에

아들의 삶은 먹구름이었고 불행이었다.

세월이 흘러 간경변증과 실어증에 걸려 있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접적으로

아들의 고기잡는 배를 한 번 타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한다.

고기잡는 목표해역에서는 날씨가 맑을 때 '북' 을 어슴푸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자!..아버지는 라면 상자를 배에 싣고 같이 출항 한다.

단순히 라면상자 인 줄 알았던 그 상자가 ............................................

이것 보고 울었다. ㅠ.ㅠ

인형만들기

삐까뻔쩍 한주기업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갇힌 사람은 관리부의 조경현 차장과 전산실 오퍼레이터 민영주.

이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두고 두 세력이 충돌한다.

회사의 권력층 vs 파업중인 용원들

회사의 권력층은 어찌됐든 '회장님이 오실 때까지 ' 엘리베이터을 고쳐나야 되고,

파업중인 용원들은 '우리의 요구조건을 들어줄때까지'  엘리베이터를 고칠 수 없다.

이 들의 싸움에는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갇힌 두 사람이 배제되어 있다.

오직 자기의 입장에서 오직 자기의 충족을 위해 싸울 뿐이다.

"전 갇혀서 사는 데 익숙해요. 감옥 같은 데에 갇힌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소일거리를 만든대

요. 머리카락으로 인형 같은 걸 만든다거나, 잇솔 토막으로 아주 정교하게 여자의 몸을 조각한다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죠? 하지만 갇힌 사람들에게는 그건 아주 당연한 생활 방법이에요.

어쩌면 유일한 생활방법인지도 모르구요. 제가 카페에 나가 컴퓨터 가게를 마련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전 머리카락으로 인형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게 완성이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다른 할 일이 없는 걸 어쩌겠어요?"

우리의 사회를 반영하는 말이 아닐까?

서로의 이익으로 소외되는 층이 생긴다.

서로의 이익의 추구로 숨 막히는 이 사회는 고장난 엘리베이터의 공간과 다름이 없다.

그 소외된 공간에서 우리는 그래도 숨을 쉬어야 한다.

숨을 쉴 수 있는...소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민영주가 회사를 다니면서 술집에도 나가는 것 처럼.

민영주를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민영주의 소일거리, 숨을 쉴 수 있는 소일거리다.

파업중인 용원들 사이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두사람을 구하자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언제 엘리베이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구하자라는 목소리가 이겨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고침' 으로 정상 가동된다.

승강기 바닥에 검게 반짝이는 물체가 떨어져 있었다.

경현은 무심코 그것을 집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떨어뜨렸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 허리는 잘록하고,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게 발달한,

늘씬한 여자의 누드 인형이었다.

노래에 관하여

슬프다......슬프다......한없이 슬프다.........

이게 나의 감상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귓속에 울려 퍼진다.

김광석의 노래는 흥겨운 멜로디 일지라도 슬프다.

그 노래를 들려주던 김광석은 자살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와 모질게 두들려 맞고 훈련받는 이들.

이들은 이렇게 끌려와 공포를 체험할 만큼 죄를 짓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세상.

"어딜 가건 우린 아직 사람이 아니고, 이 세상은 아직 세상이 아닌데."

(.....)

"이번에....깨달았어...우리가 짐승이 아니라면 이게 도대체...."

"짐승 같은 생활이었어.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달라져. 기분도 생각도 다 달라질 거야. 걱정 마."

"밖? 어디가? 다 굴속인데......."

굴속을 벗어나가고픈 열아홉살 순식은 죽음을 택한다.

수용자들은 담요를 펴고 누웠다. 신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아하, 내가 저 들판에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에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그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었다. 이곳은 아직 세상이 아니었다.

...................................................................................ㅠ.ㅠ

그래서 김광석은 굴을 벗어나 하늘로 갔는가 보다...

.

이렇게 좋은 우리 소설, 이제는 많이 읽고 싶다.

아~또..울컥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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