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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소설이 아니라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곳에서 한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비극을 보여주는 처절한 기록이다.
미국과 국경이 접해있는 산페르난도는 지정학적 위치상 마약 카르텔에게 안성맞춤인 지역이였고, 파벌이 나뉜 카르텔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납치, 살해 등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범죄를 저지르지만 이를 막아야 할 공권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범죄자들과 결탁한 군인,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부패한 정부와 범죄 조직의 만연한 유착관계는 한 세기가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딸이 납치된 후, 경찰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범인을 추격하기로 하고, 머리를 자르고 범인들의 가족에게 접근해 정보를 캐내며 가방에는 권총을 숨기고 그들을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수많은 위험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녀의 집념과 모성애의 위대함에 숭고한 마음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범죄와 결탁하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아흐메드는 날카롭게 묘사한다. 미리암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자 사회의 부조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아흐메드는 미리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