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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 47쪽
상상력이란 언덕 너머 미지의 뒤편까지 보는 힘이다. 그리고 호기심은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올라가려는 인간의 타고난 충동이다.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두뇌는 그런 위험한 행동을 통해 보상받도록 형성되었다. 최근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하도록 자극하는 도파민 활성화 회로의 일부를 발견했다.
- 79쪽 - 80쪽
나는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결국 예상치 못한 실용적인 쓸모로 바뀔 것이라거나 마침내 생겨난 실용적인 쓸모야말로 사실상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쓸모’라는 단어를 폐기하고, 인간 정신이 자유를 누리게 하자고 간청하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괴짜들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귀중한 돈을 조금 낭비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람들 마음속의 족쇄를 부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두 편의 글이 실려있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이야기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초대소장인 플렉스너의 클래식 에세이와 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장이자 끈 이론의 권위자인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의 오마주 에세이로 <내일의 세계> by.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와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by.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이다. 이 책은 본문은 100쪽이 안되는 짧은 글로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지식의 쓸모와 이유를 다룬다. 짧기는 하지만 울림이 있는 글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글이라 변화와 혁신의 추진력이.무엇인지 알려준다. 아인슈타인, 튜링, 노이만 등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한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는 이브러햄 플렉스너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것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특출난 인재로 성장한 이들의 공통분모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는 플렉스너가 1930년에 설립한 민간 연구소로 그 운영이 특이하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기치는 ‘방해나 제약이 없이 쓸모없는 지식 추구하기’다. 그런 기치 하에, 학자들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자율적 연구를 보장한다. 소속 학자들은 어떤 성과물을 낼 의무가 없이 오직 호기심과 상상력에 근거한 연구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 추구하는 주요 방향은 ‘호기심’과 ‘상상력’이다.
- 65쪽
“호기심, 그것은 유용한 무엇으로 귀결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현대적 사고방식이 지닌 가장 뛰어난 특성일 것이다.”
- 36쪽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우리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며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제한 없이 연구되는 학문은 정신을 고양시키고 일상 너머로 우리의 관점을 드높이며 익숙한 것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 이 책은 ‘무용한 지식의 유용성’이 21세기에 여전히 시의적절한 이유를 설명한다. ‘무용한 지식의 유용성’이 지식 생태계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기초학문 연구가 그 자체로 지식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지식은 사용할수록 늘어나는 유일한 자원인데, 지식의 토대가 충분히 연구되었을 때 지식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과학의 역사에서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하다고 판명된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유용성이 아닌 단지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자기들만의 상아탑에 갇혀 대중을 배척하는 것은 과학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기초 과학은 대중이 그것이 지지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확신시키기 위해 힘겹게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학의 대중화는 과학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일의 가치를 대중이 이해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들만큼 과학의 가치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한다. 공유되는 지식은 미래의 기술과 혁신,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비옥한 땅이다. 과학의 대중 참여에는 훨씬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그 목표는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건전하게 회의하며, 진리를 추구하고, 사실과 불확실성을 존중하며, 자연과 인간 정신의 풍요로움과 경이로 이루진 과학 문화를 수용할 때 사회 역시 근본적으로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쓸모없다 생각했던 지식의 본질을 꽤뚫고 우리가 가진 편견을 없애고 순수한 사유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