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신형건 옮김 / F(에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날 무언가를 떠올렸는데

 

그것이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라면,

 

아직껏 아무도, 어느 누구도 해 본 적 없이

오직 당신만이 해 낸 생각이었다면

 

당신은

하느님일지도 몰라요.

 

하느님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오늘도 당신은 세상을 천천히 살펴보고

그 안에 있는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미

하느님일지도 몰라요.

 

 


종교적 의미에서 하느님은 정말 거룩하고 홀리한 의미라서 조금은 무겁고 쉽게 쓰일 수 없는데 이 책은 우리의 일상 속 인물 속으로 하느님을 데려와 정말 친근하고 편안하고 친숙한 존재로 표현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하느님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 속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세상을 찬찬히 살펴보고 그 안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는 인물들로 이 책을 통해 각양각색 다양한 하느님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사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 책은 신시아 리얼런트의 시와 말라 프레이지의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집으로 신시아는 언어를 다루는 감각과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감각이 있어서 시, 소설, 동화, 그림책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살아 있는 모든 것들>등을 집필했다. 그리고 말라는 감각적이고 따뜻한 일러스트로 감동을 주는 작가로 대표적으로 <보스 베이비>의 원작 <우리 집 꼬마 대장님>등을 작업했다.


 



 

이 책은 굉장히 짧고 얇다. 사이즈도 작아서 쉬는 시간에 잠깐 읽었는데 금방 읽었다. 이 책은 16편의 시가 들어있으며 각 시는 앞서 말했듯 일상 모습들로 하느님을 가져와 평범한 일상 속 잊혀졌던 가치를 재조명한다. 그 중에서 <하느님, 보트에 타다>, <하느님, 감기에 걸리다>, <하느님, 책을 쓰다>, <하느님, 하느님을 찾아가다>,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시가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시를 쓴 이유를 잘 몰르고 시 내용이 잘 이해가 안갔는데 시에서 이야기하는 '하느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이 시에서 '하느님'은 일상 속 평범하게 마주칠 수 있는 누군가로 이 책의 처음에 "그것이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라면, 아직껏 아무도, 어느 누구도 해 본 적 없이 오직 당신만이 해 낸 생각이었다면 당신은 하나님일지도 몰라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에 따르면 종교적으로 거룩한 의미의 신인 '하느님'이 아니라 남들과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이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느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화집이었지만 소설을 떠올리게하는 독특한 제목과 독특한 단어 선택에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시만큼이나 실린 일러스트는 시의 내용을 잘 표현하면서 따스한 색감이나 터치들로 표현되서 따스하고 유쾌한 시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워서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책 읽고 난 뒤 활동으로 직접 "하느님. -" -이하를 지어보면서 상상력을 높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짧은 시었지만 정감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집이었다.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하느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느님은 개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래 왔지만

지금은 도무지 개를 키울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느님은 늘 일이 많았고

개는 보살필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하느님은 또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길 잃은

개를 보았다.

그 개는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하느님은 자신이

그 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자면

하느님이 한 일이라곤

단지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게

한 것뿐이라지만,

어쨌든 하느님 책임이었다.

하느님이라고 해서 모든 일로

비난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하느님은 그 개를 보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 개를 집으로 데려와

'어니'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제 하느님은

밤에도 자신의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누군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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