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이나 해설은 비교해서 볼 때 쉬운 편이다. 정작 그의 저서는 무척 어렵다. 읽기가 어렵다. 번역의 문제일까??. 아무 그렇지 않은 듯싶다. 글 자체가 어려운? 것일 게다. <<GREY ECOLOGY>>. 사실 이 책이 궁금하였는데, 탈출 속도의 한 장이 GREY ECOLOGY다. 



이 생태학은 자연에 의해서보다는 도시의 인공적 환경이 인간들 사이의 , 다른 공동체들 사이의 물리적 근접의 변화에 미치는 효과에 의해서 관심을 갖는 학문인가? 구역들 바로 주변의 근접, 엘리베이터, 기차나 자동차의 기계적 접근, 최근에는 즉각적인 원거리 통신의 전자적 근접이 존재한다. 동시에 땅, 주변의 통일성과 함께, 타인 부모 친구 바로 이웃과 함께 그 만큼 규모의 단절도 있다. 75



원거리 통신에 의한 극도의 근접이 초음속 통신수단에 의한 속도의 극단적인 한계를 대신하는 오늘날, 녹색 생태학 옆에서 회색 생태학을 새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상호접속되는 인텔리전트 '도시무더기들'에 의한 회색 생태학은 곧 유럽과 세계를 다시 개혁할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도시 생태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원격작용의 원격기술에 의해 전복된 공간-시간의 이러한 상황 속에서이다. 생태학은 대도시의 대기오염이나 소음공해 뿐만 아니라 20세기말에 자리잡은 원거리 통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 '도시-세계'의 때 아닌 갑작스런 출현에도 기인할 것이다.76



대기권이나 수권의 오염이 아닌 질주권의 오염은 '영토'의 외관 '영토'의 지구물리학적 현실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영토가 없다면, '사회집단'와 '동물'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의 자연환경에서 존재하는 것은 여기지금, 즉시 자리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잃게 된다면 우주를 정복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지리적 죽음이기도 하다. 82,83



그가 말하는 원격시선을 갖게 되어버린 우리는 새로운 것이 없다. 냉소와 도시무더기에서 누에고치처럼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빛의 속도, 자동차의 속도, 기차의 속도, 말의 속도, 자전거의 속도, 걸음의 속도.....거꾸로 속도가 만드는 자장에 맞춰 삶의 박자는 공명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은 자라지 않고 지지직지지직 광파에 오염되어 압축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빛의 속도는 지구를 점으로 만들어버린 우주의 속도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린 지구에 사는 생명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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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퇴근길 라이딩. 아니 자전차 느낌이다. 업무마치고 돌아가는 길같은 일상. 페달을 밟고 찬바람이 스미는데, 아버지의 탄광시절이 생각난다. 도시락을 주러간 것인지 아니면 퇴근길인 건지 모르겠지만 함태탄광의  컨베이어를 말안장 위에 서서 타듯 내리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되새김기억은 상실감이 배경이 되어 또렷해졌다. 막장에서 사고로 구조되어 7개월을 병원생활했다고 한다. 아마 이 체험이 7-8년뒤 그곳을 떠나온 배경이 됐을 것이다. 점방, 양계장, 밭일...어림잡아도 일이 3잡 4잡.


0.


길랑바레로 부장님은 투병중이다. 벌써 9개월째. 장애인등급이 나왔다고 한다. 일터는 빈자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님이 세세히 말하길 노력은 해보지만 일장악력이나 일순서들이 매끄럽지 않다고 한다. 언젠가 짚어주셔야 내년 대보수기간에 좀더 깔끔하게 일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귀뜸해주신다. 


1.


마뚜라나의 책 뒷부분에는 사랑이란 대목이 나온다. 식물씨앗이든 나비든 애벌레든 신뢰가 없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다한다. 조금만 삐끗해도 생명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물에 빠질 것 같은 아이를 구하는 심경 역시 그러하다고 말한다. 연애가 아니라 식사 뒤 음식부스러기를 챙겨가는 거미를 봐주며 놔두는 것들이 사랑이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의견을 공유하는 만큼만 진행되는 것이라면 사랑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나머지를 채우는 감정이라고 말이다. 책임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마음씀'이라고 말한다.


2.


국밥을 들고 반주를 하고 있는데 켜진 채널A에서는 진행자가 희죽거리면서 전쟁소식을 볼거리라고 현장화면을 전한다. 차마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귀마저 막고 싶었다. 폭음소리. 비명소리. 이어지는 자막에는 로켓은 북한제 의심. 그들은 가르고 찢고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짓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패널에게 어떤 코칭을 할까 생각해보자 더 끔찍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책임지지 않는 자들. 애초에 마음쓸 생각조차 없는 집단들이 언론과 권력이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3.


자전거 라이트를 켜고 돌아와 보지 않던 유튜브 정치채널을 본다. 이제서야 조금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정치인이 되지 말고 정치를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제발. 하루하루 빚에 허덕이는 젊고 아픈 애딸린 사람들을 보라. 얼마나 지옥같겠는가. 하루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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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5. 공산토월편.  <대부>에 대한 영화평을 써달라는 대목인데 다른 사설이 길다. 읽는 와중 시인들과 교제를 숨김없이 적고 있다.


대전 박용래시인, 사천 박재삼시인, 광주 박성룡시인들과 친분도 그러하며 몇날 며칠 헤어지지 않고 안부와 시풍을 나누는 모습들도 겹친다싶다.


윤중호시인 역시 이런 선배들에게서 그 영향을 받았으리라.



답을 못하는 이문구는 혼이 난다. 그래가지고 무슨 문학을 헌다구. 한심허구나야.... ...



언어를 낳는 시인들은 이미 많은 세상을 낳았을게다. 그 그물에 걸려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늘 사막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이모양 요꼴인지도... ...


시가 구미를 당기는 날들이다. 진주에서 밤새 얘기를 나누다보니 밖이 희윰해졌다. 사람들도 그리운 날들이다. 가을그늘은 노랗지. 빨갛지. 가을도.

블라디보스톡까지 논스톱으루 달리는디 말여....
"경비원으로 묻어갔었다 --그 말이라...."

오 --그 눈...그 눈송이.....그 두만강
"......"
"이까짓 눈두 눈인 중 아네? 눈인 중 알어? 너두 한심허구나야....원산역을 지날 때 눈발이 비치더니, 청진을 지나니께 정신웂이 쏟어지는디, 아 - 그런 눈은 처음이었어......아 -- 그 눈 ..... 그 눈...."
그는 이미 떨리는 음성이었고 두 눈시울에는 벌써 삼수갑산 저문 산자락에 붐비던 눈송이가 녹으며 모여 토담 부엌 두멍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차가 두만강 철교를 근너가는디....오! 두만강 - 오, 두만강! 내 눈에는 무엇이 보였것네? 눈 ! 그저 그 눈! 쌓인 눈, 쌓이는 눈...아무것두 안 보이구 눈 천지더라. 그 눈을 쳐다보는 내 마음은 워땠것네? 이 내 심정이 워땠겄어?"
"워땠는지 내가 봤으야 알지유."
"그너냐, 야, 너두 되게 한심허구나야. 그래가지구 무슨 문학을 헌다구. 나는..나는 울었다. - P180

그냥 울었다. 두만강 눈송이를 바라보며 한없이 한없이 그냥 울었단 말여..."
어느덧 그의 양어깨에 두만강 물너울이 실리면서 두 볼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의 두만강이 흐르고 있었다.
"오 두만강.....오, 두만강 눈....오...오...."
그는 아침 9시 반부터 두만강을 부르며 울기 시작하여, 그날 밤 9시 반이 넘어 여관방에 쓰러져 꿈결에 두만강 뱃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 쉬지 않고 울었다. - P181

우리는 아무렇게나 쓰러져 잤는데, 창가에 찾아온 빗소리에 깬, 박시인의 고시랑거리는 소리에 일어난, 임시인의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내가 눈을 떴을 때, 부실거리는 빗방울에 유리창에는 조춘이 숨쉬고 있었고, 그 너머 하늘은 경칩 달무리 비낀 미나리꽝마냥 깊고 묽었다. 박시인이 먼저 한말 시골 나그네 핫바지 같은 내복 차림으로 창문을 척 열어붙이더니 금방 울음이 터질듯한 음성으로
"정월 초닷새 대전 추녀 밑에 비가 내리다....역전 골목을 돌아가는 리어카의 파빛..."하고 중얼거린다.
"뭣 보구 또 시 한 수 짓는디야"
하며 임시인이 뒤를 이어 내다보고는,
"저게 무슨 파여, 미나리구먼, 미나리빛으로 고쳐."했다. 나도 덩달아 벗은 몸으로 내다보았다. 빗속의 리어카꾼이 무와 시금치를 가득 싣고 곱은탱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 P182

그들과 기질이 상통할 뿐 아니라 여러모로 닮은 서울 시인으로는, 나무 때어 눌린 무쇠솥 숭늉 같은 박재삼씨가 있다. 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잔 헐까요?"
하고 물으면, 고은씨나 이호철씨 못잖은 반가운 미소를 보이며
"안 헐 수 있습니까."
하고 입술부터 핥는 이 낮술의 대가는, 설령 박성룡씨가 없는 자리더라도 반드시 한가락 뽑아야 배긴다.
"3류 시인 난해시보다 뎔 배는 좋다 말이라...."
그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으레 가사부터 한바탕 읊는 것을 바른 순서로 친다.

사공아 뱃사공아 울진사람아
인사는 없다만 말 물어보자
울릉도 동백꽃이 피어 있더냐
정든 내 울타리에 새가 울더냐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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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독이다. 다시 읽기의 장점은 아무래도 서문이나 머리말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다. 처음 읽기는 아무래도 새로운 시선에 집중하여 그 요지를 잘 추리기는 어렵다. 첫읽기를 통해 체가름한 건더기들만 남아있기 마련인데, 재벌읽기는 다시 저자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시선으로 디테일을 재배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듯싶다.


-2.


다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다. 아무런 밑줄이 없어 생소하지만, 참아내며 읽는 맛도 괜찮다.



0.


저자는 생명이란, 인식이란, 의식이란 이런 명사(존재에 관한 질문)를 모조리 빼버렸다. 오로지 물음과 대답. 묻고 듣고 답하고의 순환이라고 할까. 실패가 아니라 실수. 문답의 반복과 실수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조정하는 행위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실수할 권리, 견해를 바꿀 권리를 인권의 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라도 자리를 뜰 권리가 있다고 한다.


1.


서문이나 저자의 머리말에 있기 마련인 개요들은 첫읽기에서는 새로운 관점이나 경향을 쫓기 마련이어서 놓칠 수가 있다. 다시읽어보니 시종 침착하게 대담자의 반론을 되짚어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읽기에서 대담자의 호흡이나 물음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저자의 호흡과 관점을 다시 응시하고 있음을 안다.


2.


어머니 주여사가 걱정되어 금요일 올라가 한잔. 부친모친 원년멤버, 배드민턴모임의 방문, 처조카결혼식, 진주여행까지 피곤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일정들. 끝이날 무렵에서야 안심하고 있다. 난 마음이 놓이고 있다는 말을 건네듣는다. 


3.


애도의 나날 역시 쉽지 않지만, 명복이란 말의 무게가 새삼 다가온다. 혼자 삭일 수는 없는 무게를 타인이 조금씩 나누어 지는 일의 행로. 그 길의 고마움 말이다. 조금씩 덧나겠지만, 다짐같은 것들이 잘 감싸주리라 여긴다. 주여사님께 편안함이 살짝 깃들어 있다는 점, 주변 사람들의 마음다독임이 가까이 있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런 것들이 마음 놓이는 것이다.



4.


책은 손에서 떠날 일은 없었지만 그리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읽기의 깊이. 이 저자에 대해 헛갈렸던 모습이 많이 추스려졌다. 더 확실하게 읽고 있음에 말이다.


5.


휴식 겸 이른 잠에 자정 무렵에 일어나 두반장에 두부 안주를 만들어 한잔 할 겸 책을 읽는다. 그래그래야지. 좀더 쉽게 명확하고 없는 것에 기대지 않고,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래요하는 대담자의 궁금을 보태면서 읽는다.


6.


써내야하는 글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군 어제밤 첫 보일러를 튼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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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계를 풀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를 차별하느냐의 말미를 찾아들어가다나면 차별받는 것 같다. 날 더 미워하는 것 같다.라는 추측과 합리화가 과도하다 싶다. 주위의 전후좌우 평가가 다르다. 피해의식이 과다하다. 커피 한잔 내돈으로 산 적이 없고,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어릴 때 관계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교통사고가 일방이 없는 것처럼 가해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있다. 


-2. 


도박중독일까. 번듯한 일터에 다니면서 빚이 잔뜩이다. 관계들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일수 돈을 빌렸다. 오토바이로 문틈 사이로 날라오는 일수명함 말이다. 


-3. 


배달음식, 튀김음식만 입에 맞다. 과일도 야채도 먹지 않는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6층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보고 먼저 올라가시라 한다. 알바가 힘들다. 그만둔다.


0. 


상담 아닌 상담을 하게 된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일상이 얼마나 비틀어져 있는지. 젊은 친구들의 편린이다. 여러가지 일들을 챙기다나니 몹시 피곤해져 일찍 잠을 청한다. 밤 중동에 일어나 <<관촌수필>> 녹수청산 편을 읽다.


1.


 <<인류세 윤리>>에서는 그 윤리 가운데 하나로 <<관촌수필>>이 나온다. 토박이말이라고 하지만 우리말이다. 외려 낯선. 그 문구 가운데 한 번도 -적이라는 표현은 없다. 우리는 무언가 잔뜩 중독되어 제대로 된 표현을 하지 못한다.  이해는 언듯되지 않지만 곧 이해가 되고 단어가 쥐어진다. 암 이렇게 써야해. 하지만 이미 중독된 불구자다. 식물 한 잎. 잎새 한잎의 보살핌의 윤리가 필요하다 했던가. 착각인가.


2. 


옹점이 대박이 순심이...어린 나의 시선으로 해방과 미군정, 전쟁의 시기를 겪는 대부분 올려다 보는 시선은 놀랍다. 문득 위화보다 더 세련되다. 아니 다른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다. 허망함을 넘는 다른 메시지들이 심어져 있는 건 아닐까.


3. 


<<녹색계급의 출현>>에서는 미개인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전쟁과 보리고개와 격변을 겪은 708090세노인들의 삶이 정작 대안이라고 말하며, 그 삶의 방식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과감히 말한다. 기후양극화시대. 인류세의 윤리로 말이다. <<회색 생태학>>이 아무래도 걸린다. 우리는 녹색생태학으로만 사유해오고 있어서 이다. 시선들이 겹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4. 


Now is good 을 잘못 읽었다. Now is god 지금이 신이라고 읽은 셈이다. 지금은 PRESENT 선물이기도 하다. 지금을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없음은 안타까움이자 직무유기다. 관계를 만들어가고, 건강하지 못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척박한 일상이지만 다른 결들을 찾아가는 것. 지금을 채우는 것이 최선이다. 이왕이면 색다르게 말이다. 선물을 해보는 것도, 요리를 해보는 것도, 아이와 또 다른 나날을 만들어가는 것도 지난 질곡에서 벗어나는 방편일 것이다.



어제를 만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가을이다. 선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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