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우르르 몰려왔다. 정신차릴 틈도 없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은 제법 날카롭고 무게감도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들은 각자 제 질량을 갖고 있던 것이고 시스템이란 그물에 버티고 있는데, 헐거워진 부분들로 흘러내려왔을 뿐이다. 그 틈은 일년도 더 된 일이다. 삐걱삐걱 버티어 온 것이고 잘 막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주인이란 망으로 갈아끼우는데 돌무더기 우루루 몇 무더기가 쏟아져내린 것이다.


작은 문화충돌 같은 것이라고 할까. 아니면 단조로운 공간에서 벌어진 사람 스트레스라고 할까. 대부분이 못견뎌한다. 내성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부딪침은 그대로 날 것으로 드러나고, 응급처방을 하고 약을 바르고 상처를 보듬는다. 건강해져 가는 것일 것이다. 아마라는 말을 덧대면서 바라본다.


일터 밖의 인연도 일렁인다. 가끔 가던 횟집 간판이 어느 날 바뀐다. 어 저 사장 며칠 전 횟감이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한 줄 알았는데 정리를 하다니 한번 봐야지 하는데 전화다. 들어주다나니 쉽지 않다. 식당이든 제조업이든 함께 일해나가기가 만만치 않은가보다. 고용노동부 신고는 약과이고 마인드를 공유한다는 것은 지나친 갑질일뿐이다. 버거운 일을 참아낸다는 것 자체가 지금에 맞지 않은 일이다. 일을 잘게 쪼개거나 루틴으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 만큼 후과가 따르는 것이다. 예민해져야 하는 것이다.


며칠간 손님을 치루고 또 다시 주말을 격담으로 채우니 결혼식장에 다녀오고 작업실을 들러오는 길, 저녁이 되자 온몸이 납덩어리가 된 듯 싶다. 나란 이가 10%정도 부풀다가 바람이 빠져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 가쁘다는 느낌이 든다.


몰아서 두상만드는 법을 본다. 눈을 작업하기 위해서 눈만 그리면 되지 않는다. 안와라는 공간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저 평면감만 나타낼 뿐이다. 바탕 작업이 3/4이상인 것이다. 흙마법사라고 말하는 입시생대상 조소강사는 눈코입귀가 다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 평균 이미지를 말하기 위해 쉼없이 이런저런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한다라고 한다.


작업실에도 우루루 손님들이 다녀갔다.  두 번의 전시를 약소하게 소개도 하고, 지금 작업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일터도 일도 몸도 마음도 십분의 일쯤 부풀거나 뒤틀어지거나 찌그러지거나 돌려져 있는 느낌의 나날들이다. 그렇게 다른 나를 겪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찬란한 봄꽃이 비껴가고 있다는 느낌은 십여년만 처음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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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영남일보문학상>> 신인상 시상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서정이 빛바랜 시대에 서정을 담은 그 시를 골라내어 <이름>을 불러준 비평가와 심사위원의 시선이 놀라웠다. 당선작인 <이름>이란 시를 낭독하는 행사장의 분위기는 남달랐다. 구상시인의 손주가 야구선수 구자욱이라는 것도 안 것이 그 날이다. 뒤풀이에서 대구 문인들과 분위기를 익힌 것도, 그 뒤 대구 도보여행을 번갈아 해본 것도 그 시작점인 그날이다.



2. 


삼월 마지막 봄날. 통영행 버스에 시집을 챙기고 읽다. 독서등을 켜고 흐릿한 흔적들을 남김없이 훑어 본다. 시를 나누는 사이라 나에게로 보관해둔 이력도 만만치 않다. 굵직한 몇 편들만 여기에 실렸을 뿐, 대부분 새로운 작업들이자 작품이다.


3. 


해설 작업을 한 이경수 비평가는 시상식때 심사위원 가운데 한 분이다. 우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먼저 나온 제안이라고 들었다. 날카롭고 가감없는 해설에 만족하는 이유도 몇 번을 읽고 낚아챈 마음들을 우려내고 있는데, 어쩜 그렇게 짧은 기간 잘 볼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해서이다. 아니 정작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던, 볼 수 없던 부분까지 짚어내서 이기도 하다.


4.

 

시인의 삶의 과정들이 순탄하지만 않다. 하지만 나라면 드러내지 않을 일도 그는 시의 중심부에 그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다른 아픔들을 이어붙인다. 그래서 그 시선들은 변방을 향하고  생생하게 날 것인 아픔을 건들면서 지금을 그 곁에 배치한다. 그는 약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강하고 단단하다.


5. 


제목은 포항 한 귀퉁이 작은 책방 전시회에 그가 써준 방명글이기도 하다. 물론 시의 집, 시집의 대문이 될지는 몰랐던 일이다.



0. 


몇 번을 읽고, 선물 삼아 권하고, 어느 한 편을 낭독할 예정이지만, 나침판처럼 흔들리는 그의 시감은 중첩되고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요동치면 읽힌다. 부디 멋진 시의집을 당신의 손 안에 마음 안에 넣길 바란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다. 서정과 서사가 녹아있는 흔치않은 시인을 얻었다 싶다. 2024년 봄날은 찬란한 슬픔이다. 이 시집으로부터... ...



-1.


당선작인 <이름>이란 시도 마지막 편으로 실려있다. 음미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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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앳된 청년이 들어왔다. 진**씨. 아니란다. 문자를 잘못보내 면접 30분전에 도착한 친구는 생기가 넘친다. 배경설명하자 궁금한 질문들을 한다. 휴가는 어떻게 되는지 년차 정산은 되는 것인지 등등 안정적인 부분은 어떤 것인지 되묻는다. 작업복 사이즈를 묻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40이라니, 그리고 110이라니 겉보기와 무척 다르다. 어 아니데,  .....그러고 보니 직업(지게차)과 관련있는 듯하기도 모를 일이다.


하루만에 그만두었다는


이해


나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의 관점을 지우는 일이 우선인지도 모르겠다. 사업주마다 다르겠지만 예방을 우선에 두려면 많은 것들이 걸리고 연관선상에서 염려를 해두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니 있다. 성격이 다르듯 집행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이견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온전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오해


마르크스는 계급 차별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인종차별주의자 원조격인 고비노의 영향으로 오히려 확대된 것이라고 푸코는 말하고 있다. 원한이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도 많다. 그대로 놓아두고 본다는 것은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벌어지는 사이사이를 깊숙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에 넣는 일이기도 하다. 단발의 적대하는 해석은 사태를 이해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기업 사업주들에게 막연히 주입받는 적대감을 안고 있던 24살의 기억이 떠오른다. 검색하다보니 내일(21일)이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기도 하다.


검찰


현행체계에 반대하는 심경은 십분 백분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제 본 한 편린의 글에 마음이 걸린다. 다 때려부수고 정상화하면 살만해지는 세상인가. 글쓴이도 우리의 분노와 심경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되묻는다. 프리터의 삶, 뭔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파이에 대한 논의가 미뤄지는게 아닌가 우려하는 듯싶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좀더 맘 편히 길게 안심하며 살 수 없는가. 많이 벌지 않더라도 그 시스템은 정작 그 부분을 두드려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며 느낌을 삼키고 있는 것 같다.


궤변


언론좀비들은 어디 뜯어먹을 것이 없나하며 종횡무진이다. 그렇게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듯 상대편 상처를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언제나 무지한, 아니 열심히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다수 이므로 흑색문구를 천지에 뿌린다. 유권자 한명이라도 맞으라하며 뿌린다. 쓰러트리기 위해 모든 것은 사용하는, 죽음도 불사하는 기괴함이란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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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 찬 바람이 거슬린다. 할인매장에 알바하시는 분이 또 바뀌다. 특대사이즈 고무장갑과 비닐봉투를 고른다. 단골집에 저녁하러 가기에 앞서 막걸리 한병도 챙긴다. 


티브이에서는 여전히 격앙되고 새된 목소리로 방송중이다. 어디를 틀어도 같은 뉴스다. 저기 저 화면 안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해진 궤변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살려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한다고 변명할까.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한 곳에 멈춘다. 패널 가운데 보지 않던 인물이 앉아 있다. 강한 어조에 다른 패널과 진행자도 놀란 모양이다. 


논리란 일관성이 있고 선후가 맞아야 할텐데 그들은 여전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고 한다. 하루 먹고 하루 살기 어려운 친구들은 그렇게 들은 대로 내뱉는다. 정치에 관심없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것으로 보이려면 무의식중에 들은 것들이라도 옮겨야 한다. 다 나쁜 놈들이예요.



한밤중에 일어나 목감기약을 챙겨 먹다. 자제했어야 한다. 술은


봄꽃이 몽울져 있다. 그래도 꽃들은 제 할 일을 한다는 설사장님의 말이 맴돈다. 우리들에게 제 할 일들은 다 다르지만 그 말이 틀리다곤 할 수 없다.


우리 이런 세상에 살아지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좀더 운을 좋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타니처럼

해석가능한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도록









2


<반디TV> 영상을 본다. 색채편을 보다나니 흔히 지나쳐 간과하기 쉬운 분야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색채 연습을 하기 위해 주색-보조색-포인트색을 갈라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색을 쓰기가 수월해진다. 이렇게 하면 음이든 색이든 무지의 분야, 취향의 분야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연습하고 덧 쌓아가면 나아지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이란 말은 어쩌면 그 분야는 모른다는 핑계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반추상이든 추상이든 의식을 많이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자꾸 자신이 잘모르거나 서툰 것을 폐기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나이든 티를 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란 것은 이렇게 뭍힌 무의식들을 인식의 틀로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마음 속의 경직된 울타리를 걷어내고 좀더 색다른 목표를 잡아볼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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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1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쁜놈들이란 말이 현 정치인의 도덕성을 지적하는 촌철살인같은 말이네요.ㅠㅠ
내가 제일 잘한일은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정치판에 발을 들이밀지 않은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학생회장 출신들에게 이런 제안들이 먹혀서 똥팔육들이 등장한 거니까요.ㅠㅠ

여울 2024-03-19 10:10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해요. 늘 그러했지만 종교, 정치 역시 불문율처럼 조심조심 할 부분이 되어버렸죠. 옳다 그르다의 나누기로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해서일까요. 무신론자인 저는 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니 유신론자가 아니기는 할까. 정치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어요. 신심이 부족하거나 정치에 관심없다고 하대할 수는 없는 일이죠. 거기까지 포함하는 것이 정치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연습하는 것은 관찰입니다. 니편내편이 유난히 강한 이 섬나라는 욕의 저편으로 너머서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으련 건 아니었는데. 암튼 반갑고 감사해요^^
 

-5


잠자는 방을 옮기다.  빈방에 보일러를 틀고, 청소를 하고 분위기를 바꾼다. 


-4


끓어오르는 성격을 갖는 이들, 아니 많은 분들이 욱하고 치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조편성으로 불쑥 작업장을 떠난 친구를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가 아닌 몸임이기도 하고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은지? 여러 방법들이 있을텐데 아쉽기도 하다. 며칠이 지난 뒤 다른 친구가 그만둔다 한다. 크고 작은 일들이 겹쳐 이 생각 저 생각 안에 잠겨 끙끙댄다. 


-3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사이의 일들을 조율하는 걸 불편해한다.  애초에 상황을 만들려하지 않는 것 같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몸마저 그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음을 접는다.


-2


그러다 공고를 내는데 우연의 반경은 생각보다 좁다. 낮과 밤새 수십 번의 흔들리는 마음을 뒤집기를 반복한다. 일년이 넘도록 투병중인 대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손수 운전에 걸을 수 있다니 말이다. 가는 길 활짝 핀 목련 한 그루. 눈여겨 본다. 만난 자리에서 직접 그 반경에 걸린 분들에게 전화를 돌려 진의를 확인하고, 현 상황을 파악한다. 혈액암에서 이겨낸 친구. 앞으로 나갈 틀과 방향에 대한 토론들. 


-1


떠날 사람과 돌아올 사람들의 파일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이 모아둔 일상들이 빛난다. 얼마나 대단한가. 


0


 패턴을 찾는 사람. 패턴을 먼저 살피려는 사람들. 주문한 지 조금 지나서 손에 잡힌 책은 그동안 읽던 관련 서적의 완결판처럼 보인다.  부록에 실린 공감과 패턴의 설문을 풀어본다. 예전의 나. 지금의 나는 무척 다르다. 우리는 다르게 본다고 하지만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에디슨이 자폐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원래 그런 것이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채워야 한다거나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은 내 중심인 것이다. 나는 해설자에 설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다른 것이다. 그 상태로 인지하는 연습. 그것만이 달라지는 또 다른 바탕이 될 수 있다.


 0.1


 이 책도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단어와 유추, 그리고 범주를 만들어가는지 살핀다.  어린아이는 위대한 발명가와 유사하다. 위대한 발견자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사람들은 그 디테일을 거꾸로 살릴 수 있다. 가능성의 책이기도 하다.







1


 푸코의 강연자료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무척 쉽다. 핵심들이 짧은 글들에 응축되어 있다. 집요하게 묻는 랑시에르에 대한 서신 인터뷰 내용도 놀랄만 하고 정교하다. 


'하게끔'하는 사회에 살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법과 권력에 대한 상식들은 이삼 백년 전에 고정되어 있다. 발달지체는 이런 것은 아닐까.  숱한 교과서형 반복과 그것의 스피커가 되어 재생산하는 사회는 좀더 낫게 사유하기가 어렵다.


읽으면서 시대가 푸코를 가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시대를 차고 넘쳐 흐르고 있다. 시대의 질문들은 협소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그 대답을 주워담을 능력이 없어보인다. 






2.


공장 도면. 유투브 영상, 자료들을 끊임없이 보고 있다. 전공서적도 주문해둔다. 오늘도 하루가 만만치 않다. 물러가던 목감기가 다시 올라온다. 어제 오후의 찬공기가 얇게 입고 움직인 옷안을 기웃거렸나 보다.  그래도 뭔가 틈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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