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색

음 알아냈어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음 알아냈어요.
마음을 주지 않은 것도 아닌데

색에 충실한 것은 맞는데
초록과 초록 사이
이 색 저 색 요 색이 더 걸릴 수 있는거죠

절대
제 색으로만 있을 순 없어요
요색 저색 이색 색색을 다룰 줄 알아야해요

물기를 채우고
물기를 빼고
색을 다듬고
마음을 섞고
시간을 들이고
못된 것들을
더 들여 우려내곤 해야
근사해지는건 아니냐고 말을 건다

마음만 들쑤셔
마음결들이 그저 초록이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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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

 

눈끝선과 코끝
그 사이 귀가 걸리는 이

눈과 눈 사이가
코볼보다 큰 이 작은 이

입술이 코보다
한배반이나 두배인 이

눈썹이 눈보다 작은 이
눈이 눈썹만큼 큰 이

얼굴이 둥근 이
얼굴이 각진 이
얼굴이 갸름한 이
얼굴이 넙죽한 이

눈썹이 올라간 이
눈썹이 처진 이
눈썹도 둥근 이

눈코입이 몰린 이
눈코입이 정삼각형인 이
눈과 눈 사이 눈이 하나만큼
눈과 눈 사이 눈이 1.2만큼

얼이 스민 굴들
마음이 스민 얼들

제 각각
제 멋대로
제 마음대로
얼굴을 그린다
얼굴들을 그리워해본다

어느 날 손끝에서
어느 밤 달빛아래
눈감고 그리웁도록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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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이 반쯤 열린 문틈으로 스민다. 홑이불을 찾다. 어제 한낮 느티나무아래 평상에 고인 그늘바람은 아닌가 싶다. 그리운 이들의 마음에 일렁이는 그 바람인가 싶다. 나비날개짓처럼 책 넘기는 소리그늘인가 싶다. 머얼리 기차여운과 새벽소리가 실린다. 접힌 마음을 찾아 안는다. - 몇년 전 흔적이 눈을 뜨자 올라온다. 낯선 나. 낯선 나. 더 낯설게 할 수는 없는 걸까. 10여분의 짬. 시장골목에 화단들을 찾아 남긴 한낮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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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고 해보니 쉽지 않다. 더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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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 - 참 우아한 녀석인데 벌써 끝물이네요. 꽃받침만 남겨두고 줄기는 시들고, 애처로워 보아줄 수도 없군요. 그래도 드문드문 보이는 우아의 흔적. 네잎으로 만드는 풍취가 늘 예사롭지 않아요. 그늘 초록바람 곁에 설레일 때 말이죠.

발. 양귀비꽃 색과 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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