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목포의 거리이름이 일상의 심미성에 미치는 서설 연구
초록
이름을 짓고, 이름이 불리며, 이름에서 만나고, 이름을 나눈다. 언어가 갖는 무의식적 함침은 무딘듯하지만 날카롭다. 애써 경관 5)이란 말로 확장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문자에 서서히 몸은 익는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전자나 생활자로서 일상은 습속을 갖는다. 여행자나 낯선자의 시선은 그래서 또 다른 보기나 다른 문화자산을 향유하는 출구다. 그 실뿌리를 찾아 연구프로젝트4),5),6),7)의 손을 빌리지 않고 쓴다. 천천히 음미하는 산책자의 모습으로 품어온 흔적을 남긴다. 이름을 삼키는 아픔은 때로 거부하는 몸짓이고 싶다. 때로는 거리를 걷는 연인이 대화하듯 지나치는 예쁜 거리의 이름들을 음미해 지금과 달리 어루만지길 꿈꾼다. 아이들이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하는 속도로 거리를 몸에 배게 할 때를 생각해본다. 장소로서 명명하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시공간을 담고 있는 이름으로 거듭나며 불리길 상상해본다.
들어가며
세상은 이미 마을과 거리 이름으로 기억과 향기를 간직하지 못한다. 도시의 익명성과 잠시 머무름으로서만 거리를 기억할 뿐이다. 거리와 마을이 향기와 몸으로 체험되고 오감을 충동하는 시공간을 살아내기에는 너무 바쁘다. 거리의 나무한점, 구름한점 마음 속에 붙잡아 두지 못한다. 부질없이 보이지도 않는 무심한 거리이름을 겨워내는 것이 바람직한 일과 상관없는지도 모른다. 도시의 추체험자로서 새로운 도시의 경험자로서 마추치는 거리이름를 비교하여 대면시켜본다.
목포
바닷가 물이끼같은 수분이 증발한다. 코끝과 살갗을 미끌거리며 비껴간다. 음미하듯 걷고 달리는 부주산을 품고 있는 부주로에서 보면 후광대로를 따라 줄지어선 당종려나무와 비파나무의 진초록이 파릇거리는 바다의 물결로 흔들린다. 근대사산책팀이 한밤을 통채로 쓸고 지나간 날 장미의 거리 부근의 순대국과 흐릿해진 기억들이 새롭다. 늙은 큐레이터의 거칠은 목소리의 남농기념관의 소나무 그림과 책자는 갓바위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남농로로 이어진다. 미항로부터 시작하는 여객선들과 갈치낚시배들은 밤이 깊도록 불야성을 이루는 계절이 있다. 연두네가 목포로 내려온 날 마신 평화주나 인동주, 그리고 맥주한잔 회포를 풀던 곳이 통일대로와 원형로 주변이다. 보름달이 잔잔한 영산강과 월악산에 서로 비치는 길 역시 녹색로이다. 2) 3)
포항
새벽 택시기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악센트의 꼬리를 잡을 수가 없다. 몇번씩 되뇌이는 뭐라고요?는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빠져나간다. 엇 박자, 서로 공명하지 않는다. 그 모호한 리듬을 틈타 어느새 새천년대로를 지나 철강산단로를 달리고 있다. 또 하루는 옥산, 옥계계곡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목적지를 가리키는 네비는 연신 끝도 없이 새마을로만 가르친다. 콘크리트를 심어논 새마을은 증발하지 않는다. 하루 두대 새마을호는 포항 전역인 효자孝子역에 멈추지 않는다. 새마을이란 고유명사는 이렇게 인상깊다. 해병부대 근처 해병로, 어김없이 훈련병을 맞는 부모와 친척이 해후한다. 신흥로나 중흥로는 일제와 산업역군을 떠안듯 많은 도시의 동명이소이다. 한켠의 정몽주로나 포은로를 가장자리로 해서 철강로, , 포스코대로, 새천년대로와 희망대로가 삶의 젓줄이란 두툼한 옷을 입고 봄이와도 옷을 벗지 못한다.
호명이 일상에 미치는 사례
SNS에 오늘 철강로를 산책했네여...블라블라보다 장미의 거리에서 만나 활짝 핀 꽃속에 한참 머무르는 정경은 비교하기에도 머쓱하다. 그렇게 말들이 겹치거나 농축되는 사이 한 만번쯤 익숙해질때 광고에 노출된 무의식처럼 이 시공간에서는 무채색의 덧칠이 되어간다. 이름이 뭐 대단한 일이 되겠는가 하고 여기는 사람들의 소양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 이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새천년, 백년, 희망이란 레토릭 역시 삶과 일상을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시가 마을의 색깔과 기획을 갖는 것은 더할 나위 없지만 던져진 이름으로 일상의 회자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좀더 시민의 소양과 상상력이 자랄 수 있는 토양과 자립적인 관심이 일상화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면에서 도시 앞의 거리를 나름대로 부르고 아끼는 것도 한 방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둔산초교 앞 골목을 아**미로라고 서로 호명하거나, 둔산 시*단체로로 불리는 순간, 또 다른 공간으로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화분이나 무엇인가 주인없는 빈공간이 아니라 관여하고 싶은 거리로 다시 피어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부르는 거리 이름이 아니라 부르고 싶거나 불러주고 싶은, 너-나의 자장 속에 회자되는 이름으로 불린다면 어떨까? 아**미로의 1호 목련과, 은단풍나무, 그 사철나무를 공유하거나, 연산홍을 분양할 수 있는 관계공간이 확장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스며든다.
행정의 편의에 사로잡힌 1로 2로가 아니라 또 다른 골목길의 이름을 공유하고 쓰이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돈이 많이드는 일도 아닐 것이다. 문화자본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서로 부르다가 공개적인 이름짓기 위원회가 생겨 장사 속으로 매몰된 이름사수투쟁이 아니라 인문의 향기나는 경쟁이라도 벌어지면 더 좋은 것은 아닌가? 거리이름짓기가 아카데미로와 시(민)사(회단체)로로 팽팽하게 경쟁한다면 행정 편의 속에 함몰된 둔산로 74번길은 잊혀질 것이다. 머무르고 살고 궁금한 거리로 톡톡 두드리는 순간, 그 시공간은 심미적인 공간과 사회적자본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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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포항거리이름들 - 괴동로 · 기림로 · 기북로 · 남원로 · 남미질로 · 달전로 · 대송로 · 대신로 · 대이로 · 대해로 · 도솔로 · 도음로 · 동빈로 · 동해대로 · 동해안로 · 두호로 · 문덕로 · 문덕서로 · 문예로 · 법원로 · 보경로 · 봉좌로 · 부남로 · 불종로 · 비학로 · 새천년대로 · 상대로 · 새마을로 · 서원재로 · 소티재로 · 송덕로 · 송도로 · 송림로 · 신덕로 · 신흥로 · 삼호로 · 삼흥로 · 상공로 · 서동로 · 섬안로 · 성실로 · 수목원로 · 신덕로 · 신항로 · 아치로 · 아호로 · 양학로 · 양학천로 · 연일로 · 연지로 · 영일만항로 · 용당로 · 용흥로 · 우창로 · 운하로 · 월포로 · 이동로 · 자명로 · 장기로 · 장량로 · 장량중앙로 · 장성로 · 장흥로 · 정몽주로 · 중앙로 · 죽도로 · 죽장로 · 죽파로 · 중성로 · 중섬로 · 중원로 · 중흥로 · 지곡로 · 천마로 · 창흥로 · 철강로 · 철강산단로 · 청암로 · 축항로 · 충무로 · 칠성로 · 칠포로 · 포스코대로 · 포은로 · 하원로 · 학산로 · 한동로 · 해동로 · 해병로 · 해안로 · 호동로 · 호미로 · 효자로 · 환호로 · 흥해로 · 희망대로
2. 목포거리이름들 - 통일대로, 후광대로, 백년대로, 미항로,평화로,장미로,녹색로,비파로,교육로,삼학로,영산로, 유달로, 해양대학로, 번화로, 수강로, 만세로, 호남로, 삼일로,청호로, 호정로, 산대로, 산정로,연동로,동영로,남농로,안장산로,용두로,용해로,이로로, 마파지로, 연산로, 원산정로,터진목로,죽선로, 죽교천로,양을마을로,상동로,석현로,선곡로,부주로,옥암로,신흥로,삼각로,하당로,송림로,임성로,당가두로,정의로,남악로,원형로,포미로,대양로
3. 목포 자전거도로지도
4. 이시철, 도시정책과 토지 다이어트의 건강영향 모색, 한국도시행정학회 도시행정학보 제25집 제1호, 2012
5.국립국어원, 언어경관 조성 장기계획 연구, 한국건축역사학회 , 2006: 언어 경관 조성에 대한 외국사례와 법,제도적 정착 시범지구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한 논문.
6. 김효정,유승호,김민규, 문화도시 육성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2004 ; 도시의 활동성, 창조성, 쾌적성, 심미성, 문화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형 문화도시 조성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한 논문
7. 김미영,문정민, 도시 재생 관점에서 문화의 거리 공간특성 분석,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19권 6호, 2010
연구 ▼
연구는 인문적 소양을 품어야 한다. 연구는 장황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는 삶의 경험을 데이터로 쓸 수 있다. 연구는 도표가 없어도 된다. 연구는 딱딱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연구는 그것을 바탕으로 그렇게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도록 충동을 일으켜야 한다. 통찰을 우선으로 한다. 이론적인 근거도 좋지만 일상을 꿰뚫는 삶의 경륜이나 사회의 막힌 혈을 뚫는 통찰을 엿볼 수 있으면 된다. 논문으로 도서관에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나 술자리에 회자될 수 있는 연구를 더 환영한다. 논문들 사이를 간추려 또 다른 움직임의 근거를 만들 수 있다면 그 가공물도 포함한다.
그리고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