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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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간 출간되는 예술 도서들에서는 미술사에서 간과되었던 여성 예술가들과 익히 봐왔던 명화들에서 발견되는 여성 누드에 대해 새롭게 보기를 제안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여성차별과 혐오 혹은 폄하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열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가 존재하지 못했는지 시대적인 배경부터 고정관념 속 여성에 대한 편파적인 시선들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과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여류"라는 한계를 안고 당시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경범죄에 해당했던 까닭에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경찰의 허가를 받기까지해야 했던 시대 상황에서 양성평등이라는 사상은 유토피아적인 환상일 뿐이었고 이를 감수해야 했던 여성들은 자신의 화업을 펼쳐나갈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였다.19세기 파리에서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여성은 노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낮은 신분의 여성이거나 남성을 유혹하려는 매춘부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 누드가 훨씬 더 많았음에도 여성과 남성의 누드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기 일쑤였고, 폄하되어 제작되거나 해석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1985년에 결성된 게릴라 걸스는 여성미술인 모임으로 여성작가와, 미술 평론가, 미술사가 등 페미니즘 의식을 가진 미술계 여성들이 전방위적으로 모인 단체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미술관이나 전시행사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미술관이나 전시 제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포스터와 문건으로 자신들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술관의 현대미술 분야에서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은 5퍼센트 미만이지만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누드화의 85퍼센트가 여성을 그린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로 여성은 미술관에 옷을 벗어야 들어갈 수 있느냐는 항의성 문구를 담았다.

게릴라걸스guerilla 철자가 고릴라gorilla로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고릴라 가면을 쓰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고 이들이 발간한 저서도 여러 권이 있다.

회화의 지존으로 꼽히는 벨라스케스의 비너스가 영국 내셔널길러리에서 한 여성의 테러로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이유는 당시 영국에서 여성이 투표 참정권이 없었다는 정치적인 상황이 반영되었던 사건이다.(1914 ) 이렇듯 그림 속 여성은 실제의 삶이 배제된 남성 시선

의 산물이라는 관점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Mirror Mirror on the wall , who's fairest of them all?"

거울과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씐 왜곡된 많은 허영과 성차별적 고정관념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일반화된 여성 폄하의 한 장면이 아닐까.

많은 여성들은 화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자화상으로 당당히 드러냈다.

이들의 삶과 그림은 도덕적 장벽과 미술 전통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갔고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직하게 그려 낸 누드, 자화상 등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그 의지를 분명히 느끼게 한다.

불합리하고 불편한 여성미술사를 드러낸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뜨거워졌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비해 우리의 삶과 생각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는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합리적인 삶의 방향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기존의 고정관념에 예속되지 않고 세상을 보는 시선을 종종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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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허진 옮김 / 다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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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받아본 묵직한 책 한 권. 제목과 예고된 책 표지에서 뭔가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 책이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주머니에 채우듯 반복되는 작은 행복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에. 어떤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까 기대하며 펼쳐든 첫 장.

담당 기자로 배정된 주인공 진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고, 제보자 또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의 주부다.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이 50년대 후반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보니 휴대전화나 이메일의 빠른 소통과는 대조적인 아날로그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보자의 미스터리 같은 처녀생식에 대한 자료들을 추적하고, 관련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의 복잡한 관계는 묘한 설렘과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한다.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살 수 없고,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안 되는 상황들이 희망고문이 되고, 사람은 결핍에서 오히려 더 큰 욕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복잡한 가족 간의 관계부터, 친구나 사회 전반의 많은 관계들 속에서 의학적인 실험들이 행해지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 사건은 뜻밖의 상황과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다소 파격적인 주제가 고요하고 잔잔하게 전개가 되지만 반전의 결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마지막 장을 넘겨보고 싶는 생각이 여러 번 났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은 기쁨들은 뭇엇일까 생각했다.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상황들에서 다른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들에 비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테고, 온전히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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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선택적 함구증을 가졌던 쌍둥이 자매의 작은 기록들
윤여진.윤여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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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성장기를 더듬어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의 어느 한 부분은 마음에 남아 좋은 기억 혹은 아픈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목나무의 옹이처럼 누구나 그런 생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언어적 반응을 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현대사회는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아픈 사람도 많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등 현대병이라고 하는 질환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신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고, 평생을 형태만 달리할 뿐 사람은 평생 성장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자신의 위치에서 건강한 어른으로 살고 있는 쌍둥이 자매.

이들은 어렸을 때 <선택적 함구증>을 겪으며 힘든 유년기를 보냈고,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글로 남겨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록들을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내놓았다.

때로는 노래 한 곡의 가사가, 때로는 영화 한 편의 대사가,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고,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온전한 내 편이 부모가 아니어도 괜찮다. 쌍둥이 자매의 성장기에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할머니의 존재가 성인이 된 이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마음속의 온기로 남아 살아갈 힘이 된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이런 연대라면 넘쳐도 과하지 않다.

이들이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사소한 시도에서 비롯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얼음 땡>이라는 놀이를 하며 뱉어내야 했던 그 짧은 단어가 그 오랜 터널을 벗어나게 했던 시작이었다니 놀랍다.

아무리 큰일도 사소함에서 비롯된다. 사소함의 중요성을 이렇게 또 한번 일깨운다.

책 속 에피소드 중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성향을 단정 지어 미리 말해버리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더욱 위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부모에게 자식은 늘 살얼음판 같아서 이렇게 섣부른

태도를 사랑으로 착각하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알면서도 실상은 과잉보호의 태도를 놓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감하게 된 부분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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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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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현대사회에서 편리해져가는 삶의 속도만큼이나 요즘 실감 나게 지구 위기에 대한 체감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도 마을이 물에 잠겨 없어지기도 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녹조가 심해지는 현상들을 눈으로 목격하곤

한다. 저자는 위태로운 지구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장소들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사진과 지도로 소환하고 우리에게 고요하지만 위태로운 그곳의 현재로 안내한다.



고대 도시/ 잊힌 땅/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로 나누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 위태롭게 사그라지는 곳과 위험 신호를 보내는 현재의 모습을 민낯으로 마주하게 된다. 지금은 지도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장소들의 흔적을 현재와 비교하며 도식화한 자료도 수록되었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 유적은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죽은 자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모헨조다로.

기원전 번성한 문명의 중심지였을 이곳은 불에 구운 벽돌 건물들이 질서정연한 구조에 따라 배열되어 있고, 정교한 배수시설과 더불어 거대한 공중목욕탕의 흔적도 존재한다. 이곳이 한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음에도 외면당하기도 했고, 이후 철로 공사가 진행되었을 당시 애물단지로 취급되거나 벽돌을 기념품처럼 챙기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다행히도 이후의 발굴팀에 의해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졌고, 지금에 이르렀다.

독일의 다뉴브강은 현재의 물길에 따라 300만 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기념비 적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배경이 되었던 다뉴브강은 현재도 독일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까지 열 개의 나라를 통과한다. 강은 이렇듯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장벽이 되기도 한다.

지금 현재도 다양한 산업 활동 등으로 북적거리는 근대 산업화의 과정은 개량 산업을 거치고, 30%만 이전처럼 자유롭게 곡류하는 중이다. 자연을 훼손한 대가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니 위태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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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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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선각자들을 만난다.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는 더욱 새로운 일에 매진하는 일이 어렵고 시대와 타협하지 않은 삶은 녹록지 않다.

모험가, 혹은 소동꾼으로 불리며 일생을 모험과 새로운 시도로 세상과 맞섰던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자신이 삶의 원칙으로 세운 가치들을 실천하며 살았던 이들의 삶은 쉽지않은 가시밭길이었지만 분명 또 하나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책은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세상과 맞선 여성들,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이들,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과 분노를 드러냈던 사람들을 소환한다.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연구하고 찾아내는 출판물과 기획 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는 반갑다.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했던 분야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은 분명 평탄치 않았으나 오늘날의 삶이 이루어진 토대가 되었고, 그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성이라는 핸디캡은 육아와 살림으로 시대의 중심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각자의 분야에서 꿋꿋하게 이어갔다.

최초의 시작은 낯선 시도와 더불어 모험과도 같은 일들이어서 과히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기에 여성이라는 젠더 이슈가 더해지면 그 길은 더 어렵고 험난해지곤 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사회적 지도자로 대중을 선도하고 개혁하는 일들에 앞장섰던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은 개인보다 더 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했던 초석이 되었음을 역사가 되어 증명해 내고 있다.

격동의 근대기는 많은 선각자들이 사상과 이념의 충돌의 혼란함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양분된 사회적 불안과 더해져 아쉬운 결과들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그런 역사의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책들은 하나의 역할을 한다.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립운동가, 노동자, 발명가, 문화 예술 분야의 선각자들과 개인의 삶의 아픔을 드러내며 더 많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게 했던 이들의 노력은 분명 빛나는 초석이 되어 그 영향력을 확산시켰다.

삶의 여정은 언제나 선명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시도해야 했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임을 인지하면서도 그 길을 가야만 했던 이들은 그래서 선각자가 되었고, 또 하나의 갈림길을 만드는 일에 기꺼이 자신의 삶을 불태웠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하는데, 어쩌면 그 말은 용기의 부족인지도 모르겠다. 불꽃처럼 자신의 삶을 불태웠던 이들의 희생과 노고는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와는 상관없는 소중한 시도였고, 대단한 용기였음을 알게 한다. 잊힌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더 많이 드러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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