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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평점 :

고전 연구가인 한정주 선생님의 해설이 곁들여진 문장집이다. 이책은 이덕무의 소품문 『이목구심서』
와『선귤당농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목구 심서>는 이덕무가 24세부터 26세까지 쓴 산문집이고 <선귤당농소>는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쓴 산문집이다. 이덕무 특유의 감성과 사유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글 들이다.
근간에 읽었던 한정주선생님의 <율곡인문학>에 이어 이책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한창 탈무드나 중국 사상가들의 책이 붐을 이루었는데 이덕무나 율곡이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역시 결이 많이 다르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우화같기도 하고 이덕무를 조선의 에세이스트라고 소개
하고 있는데 자기 개발서 느낌도 많이 들었다. 잔잔하고 짧막하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글이 참 좋다.
이 책도 역시 연필들고 밑줄 긋는 문장이 많았던 책이다.

책의 목차만 보아도 일상을 보는 이덕무의 시선의 반경을 어림하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고, 너그러워 지는것 같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기록을 통해서 스스로의
내면을 다독이게 되는 글이 참 좋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많은 글은 불편하고 맥이 빠진다. 소박하지만 진솔한 글이 주는 감동은 시대를 달리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떠들썩하거나 호들갑스러움이 불편한 경험을 주는것처럼.
이덕무의 글을 읽으며 느낀점은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아니어도 많은 깨달음을 남길수 있다는 사실이다.
느긋하고 여유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화의 향기와 색깔을 지녔다면 매화답게 살면되고, 유자의 향기와 색깔을 지녔다면 유자답게 살면된다
는 글의 대목에서는 내면보다 외향을,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요즘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각문화의 발달과함께 겉모습에 치중하다보면 마음이 각박해져 가는 경우가 생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견해의 다양한 전환과 관점의 무궁한 변환만이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 존재
하는 중간지점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임을 강조한다. 절대적인 지식이 아닌 삶을 보는 유연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색과 깨달음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해야할까?

많이 배우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하고, 이해하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을 읽으며
"깨어있는 삶"이라는 어느 글의 대목이 떠오른다. 매 순간을 의식하며 살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간혹 나태해질때도 있을테고, 습관처럼 무의식중에 지나는 순간도 있을테지만,
소소한 매 순간의 보석같은 순간을 놓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역시나 이덕무도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다산초당 한정주 선생님의 인문학 책들 ↙
http://yeonv6.blog.me/221187198991

좋은 문장을 만나면 체온이 변한다.
따뜻해지거나 뜨거워지거나 시원해지거나 차가워진다.
그 달라진 온도를 느끼며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좋은 문장을 알아차린다.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뜻한 이덕무의 위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쁘고 즐거운 때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을 더 많이 만난다.
그때마다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바로 소소한 일상이다.
크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하루하루 마주하는 작은 것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노을의 빛깔에서, 눈 내리는 밤의 풍경에서, 활짝핀 꽃과 차 끓이는 소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