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ㅣ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참 오랫만에 신선하고, 참신한 문화사를 만났다. 소소한 직업군들을 다룬 그야말로 일상다반사라고 할 만한
일들이라 마치 신문의 가십기사를 본것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컬러사진 한컷없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아쉬울만큼 짤막하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책 한권을 앉은자리
에서 다 읽어버릴만큼 책장이 휘리릭 금방 넘어간다.
책 제목에서 제시한 하루 24시간동안 24개의 직업군의 동선을 따라 로마의 하루를 살아가는 설정이 흥미진진
했다. 무려 2000년전의 시대상을 픽션으로 다루고 있고, 우리와는 또 먼 나라이지만 삶의 가닥이 또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재미있다.

로마제국의 최대영토가 메소포타미아부터 템즈강, 티그리스강에 이르는 거대제국의 명성을 날릴때도
그곳에 사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값싸고 신선한 식재료를 찾기위한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그들에게 삶이란 제국의 영광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집세를 구하고, 집과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생활이 가장 큰 일이었다는 사실.
저자는 고대로마사를 연구한 학자로서 어려운 역사학적인 관점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민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하루 24시간 꼬박 세상이 이렇게도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고, 기대감으로 그들의 삶의 현장을 따라가본다.
당시 로마에서는 오후 7시가 기점이 되어 자정을 하루의 시작으로 보았다는 점을 알수 있다.
까마득한 옛날의 열악한 여러 상황들에서도 로마인들의 인식은 사회적 부당함과 질병을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보고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한다.
각각의 스토리 속에서 소개되는 일화, 농담, 연설, 편지등을 통해 부연설명 혹은 각주를 대신하는 형식도
새로웠다.
단지 그 부분에서 몇몇 자료들은 좀 난해해서 연결이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순찰대원, 수레꾼, 제빵사, 아픈아이를 돌보는 엄마, 황제의 전령,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소녀등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다양한데 그 역할에서도 구체적인 상황까지 설정이 되어있다는것도 각각의 스토리의
몰입을 도와준다. 각 에피소드에서는 직업군의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있지만 그 이야기속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읽게 되는 방식이다. 길바닥 수업이 싫은 남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에피소드 수록글중 학생들은
건강하게 여름을 잘 버텨 주는 것만으로도 제 할 일을 다하는 거라는 교수론이 대목이 눈에 쏙 들어온다.
시대를 달리해도 늘 생산적인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근간에 주 노동시간의 정례화를 향한 여론이 시끌벅적한데 그 영향으로 자동화시스템과 무인시스템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되는 요즘이라고 한다. 오래전에는 아주 단순한 일들도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치는 시대였다.
예를 들어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벨과 호각을 사용하지 않고, 시간을 알려주는 노예가 있었다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빵 터졌던 에피소드는 암모니아 냄새에 익숙해진 세탁부의 이야기 였다.
지금도 세탁세제의 가장 대표적인 성분중인 하나인 암모니아를 고대로마에서는 인간의 방광에서 얻어서 활용
했다는 대목인데 그야말로 생활 밀착형 시대읽기가 분명하다.

목욕탕 종업원의 일상을 통해 시대상을 소개하는 에피소드에서는 고대 로마황제의 센쓰넘치는 판결이
마치 한편의 유머를 읽는것처럼 명쾌하고, 유쾌하다.
책속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은 로마의 생활전선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여행을 계획할때 큰 유행을 타는 방법은 "살아보기!!"이다. 현지인이 되어 그들과 동화되어 살아보기가
하나의 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동안 고대로마 도시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듯한 느낌이
좋았고, 어느 유명도시하면 랜드마크처럼 커다란 기념비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곤 했던 내게도 신선한 접근
이었다. 책속에 수록된 에피소드와 더불어 작가의 참신한 스토리전개 기획이 돋보였던 멋진 문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