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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말 - 불통의 시대, 나의 말과 몸짓이 너에게 건너가기 위해 ㅣ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4
이종건 지음 / 궁리 / 2018년 7월
평점 :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은 책자 한권이 주는 울림이 꽤 큰 책이다. 세계짓기시리즈로 나온 근간으로
가볍게 펼쳐들었지만 책속 글귀들이 밑줄긋고 싶은 대목들이 참 많았다.
작년에 미술관에서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작가의 전시해설을 준비하며 외국인 작가의 눈에 비친 우리
나라에서 있었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느꼈던 작가의 말을 이 책의 저자도 서문으로 같은 이야기를
꺼내든다. 소통의 부재..시청앞 광장에서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도 바빠서 다른사람의 이야기
듣기를 거부하던 두 집단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데에는 사회적 차이와 격으로 부터 자유로운 정신 못지않게 용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한다. 용기는 건물의 기초같아서 그것이 없으면 어떤 덕도 쌓을 수 없다고 지적
한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언급한 네종류의 친구에 대해 살펴보면 적우, 일우. 밀우. 외우로 나뉜다.
이익을 위해 필요한 친구 적우, 함께 즐기며 놀기위한 일우. 내면을 터놓고 나누는 밀우, 존경에 기초해
덕을 함께 닦는 친구는 외우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울것 같은 가족도 서로에게 친구가 되기는 커녕 서로 벽을 쌓은채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한편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
- 감독
- 자비에 돌란
-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가스파르
울리엘, 나탈리 베이
- 개봉
- 2016 캐나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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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문구들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다분히 예술적이며, 다분히 사려깊고 진지하다.
"사람들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과 같다. 그들은 해가 나와 있을때 반짝이고 빛나지만,
어둠이 찾아들 때 오직 내면의 빛이 있을 경우만 그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는 퀴블러로스의
글을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에게 누군가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상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느냐에 대해
묻자 미켈란젤로는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없는 부분을 깍아내어 원래 존재
하던 것을 꺼내주었을 뿐이라고 대답해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우리도 우리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가 돋보이기 위해 경쟁하고 남의 눈에 들기위해 과장하려는 문화가
빚어내는 문제점드을 헤겔의 철학이론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인간적인 삶이라고 안심한다.
근간에 뉴스들에서 분노조절 장애와 같은 사회문제들이 빚어낸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한국인의
절반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고, 그중 20%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대목은 놀라지
않을수 없다. 우울이라는 감정이 자신에게 쏠릴때 형성되는 것이 분노라는 감정이라고 하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한동안 욜로와 소확행이
현재를 충실히 즐기며 사는 삶의 지향점이었다고 한다면 , 근간에 새로 부상한
키워드로 작가는 노멀크러시 Nomal + Crush를 제시한다.
평범하고 소소한 것에 광하는 삶의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조용하고 소박한 삶은 끊임없는 동요와 결부된 성공의 추구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
아인슈타인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노벨상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한 일본호텔의 심부름꾼에게 팁으로
적어준 이 메모가 최근 경매에서 20억원에 낙찰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시대가 달라져도 삶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
삶의 핵심과제는 우리의 영혼을 꾸준히 성장시키는 일이다. 한계를 응시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넘어서는
일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통의 대상은 타인이기에 앞서 자기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영혼을 향한
많은 이야기들과 진중함.
생각보다 너무 많이 묵직했지만 생각보다 몰입하며 읽게 된 책이다.
삶이 녹록치 않기에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말. 허세같지만 그런 힘으로라도 버텨봐야하는 순간들이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