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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보노보노의 원작 번역가, 또다른 보노보노의 작가 그녀의 신간 에세이 한권.
아침에 우연히 펼쳐든 첫 페이지의 프롤로그에서 오른쪽 집게 손가락이 아프다"는 첫문장에 요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아픈 나를 솔깃하게 했다.
왠만해선 약도, 병원도 외면하는 난데 엄지손가락이 아프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사소한 동질감에 시작한 독서, 병원처방같은 결과는 못 얻었지만 자꾸자꾸 끌리는 글들에 한참을
읽어 나갔다.

요즘의 책표지는 참 예쁘다. 심지어 리커버북의 재출간도 대세이다. 있는책도 리커버에 혹해서 또 사고
싶을때가 있을정도다. 그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건 커버안쪽의 표지다.
조금 덜 화려한 안쪽 표지가 더 좋을때가 많다. 사람도 그렇다.
첫인상만큼이나 중요한건 진짜 그사람의 모습이다. 나는 그 느낌을 다행이도 좀 잘 알아본다.

글을 쓰는 일은 은연중에 나를 표현하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솔직하지 못하다.
SNS가 발달한 요즘에는 일상생활에 대한 노출이 더 많아지는데 간혹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자기표현
들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은 더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될 것같다.
나는 개인적인 사생활이야기를 듣는것같아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간낭비라고까지 생각했던터라 어느정도의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는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에세이를 읽으며 세상을 읽고, 또 사람을 읽는다. 힘든일, 어려운일 잘
내색하지 않는 나는 종종 그런글들에서 안도를 하게되고, 또 위로도 받는일이 많아졌다.
한때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미덕이라고 하는 책들이 많았다. 요즘은 내가 중요하다고 하는 책들이 많아
졌다. 유교사상이 깊숙이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나중심이 자칫 이기적이고, 나쁜것이라는
인식이 종종 있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내 중심의 삶이 당여한거다!라는 책들이 많아졌고 조금 더 솔직한
작가들의 글이 더 와 닿는다.
사람과의 만남뒤에 유난히 공허함이 남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어딘지 모르게 겉도는 대화를 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많은 만남보다 나는 진실한 사람 몇사람과 교류하며 사는 삶을 지향한다.
유쾌하지 않은 만남에 내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은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배우게 한다.

마음은 액체다. 가고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것 같다가 역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고,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래서 작가는
이 대목에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단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우리마음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인다는 오류가 있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는다. 그래서 또 책을 읽는다.

무턱대고 최선을 다하는일. 종종 쉽게 목표로 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독일심리치료학자의 말을 인용한 대목 "감정을 통제하려는 것은 날씨와 싸우는 일만큼이나 어리석은
헛수고'라는 대목에서 또 한번 위안을 받는다. 가끔은 궂은 날씨를 핑계로 게으름을 부리는 낭만도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주곤 하는 경우를 떠올리며,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따위의 오만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힘들면 쉬어가고, 눈앞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로했다.
유난히 진솔하게 느껴졌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읽으며,,, 연휴 마지막날엔 나도 맥모닝 공감을 실천
해보기로 했다. 역시 아침엔 맥모닝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