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한동안 홍차의 맛보다 분위기에 취해 이것 저것 사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가을의 절정인 요즘 다시 이 책, 홍차와 장미의 나날들 제목과 표지로 그런 홍차이야기를 떠올리며
이 책을 첫장을 열었다.
우선, 이 책에서 말하는 홍차와 장미의 나날이라는 표현은 직설적인 의미를 담는다기 보다 지난 날들에
대한 모리마리라는 한 개인의 경험담을 담고있다.
심지어 이 책의 주인공은 이미 고인이 된 19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가 다른 여성의 경험을 소개한다.
작고한 고인의 기록들을 찾아내어 엮은 글 들이라, 일본의 지난 세대에대한 어떤 문화나, 정서가 약간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생각보다 술술 읽기는 편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무엇보다 각주가 굉장히 많은 편이라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읽으면서도 이해가 되지않는
낯선 음식에 대한 용어는 문화적인 이해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야겠다.
책의 저자인 모리마리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평범하지 않은
감성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자란 부유했던 어린시절과 대비
되는 그녀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한
여성으로 다가왔다. 삶의 한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순간, 나 자신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게 하는지. 이 책은 그런면에서 세대를 앞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파격적인 선택으로 느껴졌다.
TV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다뤄지는 우리에게 소울푸드라는 것들이 있다.
책에서 모리마리의 영혼의 음식들에 대한 에피소드와 레시피들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유명맛집이 성행
하는 요즘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맛집에 대해 열광하는 편이 아니고, 경험상으로도 꽤 유명한 맛집이 내게도 맛집으로
꼽을만큼 만족스러운 경우가 실제로 많지는 않았다.
어떤 음식의 가치는 그 음식에 대한 나의 경험과, 추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에는 이 책의 오타로 보이는 문장의 술어부분을 눈으로 자꾸 짚어내게 되었다.
한참을 읽어나가다 보니 모리마리는 스스로의 자존감이 꽤 높은 여성으로 문장상 문맥에서도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담고, 표현하고 있던 것이었다. 참 재미있네.
세계화와 유럽문화에 대한 선호로 국내에서도 종종 개념의 혼재된 상업적인 흐름들을 발견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근의 일본도 오래전부터 꽤 이런 문화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발견되곤
한다. 그 옛날 원시시대에도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이 있었다고하지 않던가.
"그때 그때에 따라 인간에게는 감이 제철인 시기와 배가 제철인 시기가 있다. 감이 제철일때 배가 아니면
안된다. 감이 제철인 시기에는 감의 맛을, 배가 제철인 시기에는 배의 맛을 즐겨야 한다"는 은유의 표현
으로 모리마리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종종 하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두번이나 그 이야기를 인용할 만큼 삶의 유연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은 과히 길지 않다. 어느정도 삶에 대한 이해를 할 만하면 아마도 늙어간다고 하는 시기가 온
다고 해야하려나? 삶의 과정은 경험과 추억을 축적하고, 소환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관계를 맺어가는
날들이 이어지는것 이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일상다반사의 여러 소소한 윤활유 같은 영혼의 음식,
혹은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그런 삶의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 주는 모든 정서적인 코드들을 일깨우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결론으로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