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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
김목인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소개글을 읽는 순간 우리집 청소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예술감성 넘치는 우리집 그녀는
꽤 많이 음악적인 진로를 주변에서 꾸준히 추천받았고, 엄마인 나는 예술적인 그녀의 재능보다
엄마로서의 욕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아이를 키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 요즘이었다.
얼마전에 내심 그 부분이 많이 찔려왔던 나는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물론 쿨한 그녀의 답변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처럼 아이에게 늘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차에 이 책은 뭔가 조금 나도, 아이에게도 다르게 와 닿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인 김목인이라는 음악가를 처음 들어봤다.
내가 별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다보니 사실 요즘은 모르는게 더 많은것이 당연한것 같기도 하고.
어쨌튼, 아이보다 내가 먼저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꽤 다양한 행보를 가진 사람이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지만, 밴드의 멤버이기도 하고,
글쓰기와 번역도 하는 작가다.
예술전공이 아니라 인문계고등학교를 나왔다는 부분에서 그간 내가 아이에게 무책임하게(설마^^;;)
던진 말에 대한 안도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떤 일이든 관심사가 재능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 전공하고도 아무 관련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음을 아는 연배가 되었다.
이 책은 꽤 소소한 작가의 행보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치 일기처럼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혹은 작업노트같은 부분도 있다.
벌써 한 10년전으로 거슬러 가는 과거에 나도 꽤 유명한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했다. 그것도 무려
두권이나 되는 출판계약서를 작성했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생각보다 꽤 거한 액수의 계약금으로 선지급 받았고, 감수를 해주실 선생님을 구체적으로 소개받기도
했다,. 시간만 지나면 당연히 책이 출판되고 저자로서의 신고식을 치르게 되는구나하고 들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결국엔 계약금만 아무 댓가없이 받고 끝나는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그 책의 기획자체가 시리즈물의 기획이었기에 시장성에 대한 장애물에서는 자유로울수가 없었던 거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것은 아이에게 들려주는 하나의 진로같은 기대였다면, 읽는 동안에는 오히려
그간의 내 여러 경력들과도 많이 연관되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꿈에는 어렴풋한 원형같은 것이 있을뿐, 좀처럼 현실의 직업과 일치되지 않았던 것 같다.
현실은 레고로 만든 마을처럼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 학창시절 다들 열심히 장래희망을 써 넣었지만
20대 중반에 이미 사회는 성큼 변해 있었다.(중략)
하지만 자기가 하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변화들을 버텨내는 것 같다.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취사 선택하여 나름의 기반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참 격하게 공감했던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혹은 우리자신에게 늘 강박처럼 묻고 있는 꿈은 너무나도 구체적인 단답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의 나도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대학 전공을 정하는 일부터 참 난관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무척이나 괴로울 것 같다.
지금나는 여전히 많은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있고, 미술전시의 해설을 하고있고, 여전히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있다. 돌아보면 내가 학창시절에 꼭 하고싶었던일의 연장선에 여전히 살고있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라는 점도 신기하다.
전공과 상관없이 의상학과 친구를 따라 주말마다 패션카다로그를 모으러 다녔던 내 행보는 지금생각해도
참 즐거운 일이었는데 내 첫직장이, 그리고 내 직장생활의 전부가 패션업계였다는 점도 또 재미있다.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소소한 작은 실천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져가는 행보를 믿는 나로서는 큰그림의
막연함보다 작은 그림으로 꾸준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어가는 서사를 믿는다.
좋아하는 것들을 매번 확인하고, 관심없는 것드을 매번 지나치다보면 취향이 다듬어 진다는 저자의
말에도 격한 공감을 한다.
어른인 지금의 나도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하기가 참 힘들다. 직업으로 무엇을 고를것인가
라는 결론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needs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싱어송라이터라는 구체적인 직업군의 한 서사를 넘어,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성인으로서의 여러
삶의 행보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했던 책이다.
어떤 한마디로 정의할 수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이 한사람의 저자의 일상에서 또 하나의 공통점으로
공감을 하게한 시간이었다. 어떤 일을 하기위해 딱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도전과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패와 성공의 여부는 그리 중요한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을 얻게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