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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인문학 -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 ㅣ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인문편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2월
평점 :

책속의 책
무려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처음 받았을때 묵직한 두께감에 뭔가 든든했고, 수록된 100권의 책
목록을 훑어보고 꽤 많은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던 나와의 교집합이 너무 적어서 한편으로는 또 반가웠다.
다양한 주제별 10개의 파트로 나뉜 도서목록에 따라 필요한 책들을 찾을때, 때로는 인문학자인 저자의
코멘트가 책을 읽는 내 시선에서 조금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넘어가기도 했고, 책의 요약본이 아니라 책을 읽기전, 혹은 읽은 책에 대한 저자의
작은 참견들이 양념같은 책이었다.
다 마신 라떼잔에 고스란히 남은 하트문양처럼 가볍게 읽어도, 진중하게 읽어도 독서는 늘 마음에 흔적
을 남기는 과정인것 같다. 그래서 책읽으며 독서노트를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인문학 저자들이 있지만 종종 TV프로에서 목소리를 들었던 저자들은 조금 더 친근감이 생기는것
같다. 조금더 한걸음 다가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글로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스스로를 위해 집필했다고 소개한다. 그만큼 진솔했고,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힐링이 되는
과정이었다는 이야기인것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일상에서 유난히 와 닿는 책이나 구절들이 있다.
일상에 치여 지치는 순간에도, 신체적으로 피곤한 일상을 보낸후에도 개인적으로 나도 책을 통한 힐링을
하는 순간들이 주는 즐거움을 보상으로 삼곤한다.
묵직한 주제의 책을 읽고난후에는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때로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나
예술감상을 즐기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어떤 장르를 특히 좋아하느냐, 어떤 책을 즐겨읽느냐하는 질문들은 잘못된 질문이거나, 곤란한
질문이 되곤 한다.

각각의 책에 대한 스포일러를 줄수있는 요점정리가 아니라 저자의 일상속 에피소드, 그리고 인문학적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들은 책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그 자체로도 재미와 유익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각 쳅터의 말미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독서의 방향이라거나 간략한 tip이나 에피소드들을 소개
한다. 이 책을 읽기전에 간혹 책속의 책, 책속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된 책들은 읽고난후 뭔가 리스트업
요약본을 읽은듯한 아쉬움이 남곤했던 터라 이번에도 쌓인 책탑에 더 많은 위시리스트가 줄줄이 늘어
나겠구나 우려했던 예상과는 달리 책속의 책이야기라는 주제에 온전히 집중하며 읽게되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대목중에 진정한 워라밸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게 중요하다
는 문장이다. 늘 불활실한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자신이 만든 굴레안에서 각박해져가는
경우가 많은 함정에 종종 빠지게 된다. 생계형 인문학자라고 소개한다는 <하우투 워라밸>안성민 저자의
책에 대한 팁을 비롯한 책속에 소개된 책들은 검색대에서 필요할때마다 찾아볼 만한 믿음직한 도서목록
처럼 든든하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종종 하곤했지만, 점점 책은 읽고 혼자만의 여운을 즐기는
쪽으로 변해가곤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책읽고 의견나누는 독서의 장이 떠올라서 재미있었다.
사회심리학과, 인간심리학이라는 분야의 책들이 근간에 유난히 더 많이 출가되는것 같다. 복잡미묘해
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람때문에 괴로운 경우가 많고, 인간갈등들이 빚어내는 문제들로 골치를
앓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않은 그런 분야들에 대한 연구결과나 사례들을
통해 책선택에 조금 더 폭을 넓힐 수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책속에 소개된 책들을 다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유익한 내용들을 많이 접하는 느낌이었다. 예를들어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와 더불어 국내
저자의 책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닫기>같은 연결목록들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선택의 폭을 한층 넓혀
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이 또 재미있는건, 저자가 의외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언젠가부터 필독도서, 혹은 유명한 고전
같은 시리즈들의 목록들이 있다.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읽을것 같고, 누구나 읽어야 할것 같지만 그런책
들 중에는 절대로 완독이 불가한 책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책들이 주는 특별함을 장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그런 리스트업들 만들어 내곤한다.
세계여행마저도 보편화 되어있는 요즘도 우리는 종종 랜드마크를 섭렵하고, SNS를 통해 늘 같은 장소,
같은 이슈거리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대를 살고있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의 진짜주제는 100권의 책이 아니라, 100권의 책을 마치 100가지 에피
소드처럼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유익했고, 재미있었다.
내가 안읽은 책 100권 혹은 유능한 인문학자가 읽은 100권의 책자랑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서 생각
해봐야 하는 유익한 주제의 이야기들이었다.
100권의 책이 아니라 한권의 책을 100번 곱씹어 읽는것과 관련해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이란 말이 있다. 한 권의 책을 백번 읽으면 그 뜻이 통하게 된다는 말인데, 저자가 들려주는 100권의
이야기를 통해 숙고할 수 있었던 뜻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