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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레옹'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책표지가 강렬하고 너무 예쁘다.
그런데 마치 하나의 과녁처럼 보여지는 장면에는 한대의 차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위태로운 장면이다.
액션스릴러, 내가 그리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첫장면부터 교도소의 무시무시한 무기수를 전면에 등장 시킨다. 감옥에 갇혀있어도 그에게는 미국전역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줄 조직이 건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는 누군가의 사형집행을 명령한다.

액션스릴러로서 긴장감 넘치는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장르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무리 고약한 인상을
하고 있다고해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의 거친 사내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안스러울 만큼 치밀하고, 인
내심이 강하다. 세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상황들을 마주하며 살았을 사내는 그래서 더 집요하게 자신의
딸을 강하게 키우려는 사명감을 불태운다.
그 방법이 너무나도 눈물겹게 진솔하다. 감정을 걷어낸채로 무심하게 이루어지는 대화를 읽다가 몇번
이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링위에서 선수는 맞지 않을수 있는 방법이 없다.
피할수 없다면 그 위기에서 대처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폴리의 아빠, 네이트는 늘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보호하던 형의 환청을 떠올린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용기를 북돋우은 그에게 장착된 어마어마한 화학물질이 바로 그것!
가녀린 소녀는 아빠의 기대보다, 바램보다 훨씬 강하고 대담하다.
그것이 바로 핏줄이 주는 힘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절박함이고, 한가닥의 희망이었다.

일생을 통해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선택이 사소한 결정이 될 떄도 있지만,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엄청난 경우일 때도 생긴다.
어느날 갑자기, 존재도 모르던 아빠에게 납치당하듯 동행을 시작한 이들이 서로의 앞날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후, 어려운 순간이 마주할 때마다 점점 더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찡했다.
한편의 위태로운 장면장면들을 마주하며, 소설이라 안도했고, 이 여정이 얼른 끝나길 바랬다.
"도로에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길 안내를 해줄 표지판도 없지만 그들은 결심했다.
그 어떤 길도 보이지 않아도 죽을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누구에게나 인생의 방향을 안내해 줄 친절한 가이드는 없다. 그래서 늘 시행착오를 겪고, 그래서 늘
후회를 하고, 그래서 또 다른 희망의 내일을 그려가는 것이 아닐까
이 한권의 책속에 등장하는 부녀와 그 주변의 사람들은 우리 인생의 하나의 축소판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두려웠겠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한줄기 빛이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더불어 험난한 여정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곰인형은 하나의 무생물이
아닌 극속 전개에 활력을 주는 존재감이 엄청난 드러난 공신이었다.
곰인형처럼 현실에는 없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잘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