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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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던 마틴게이퍼드의 신간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호크니와의 대화 <다시 그림이다>, 공저 <그림의 역사>를 함께 쓴 미술 평론가 마틴게이퍼드

그에게 듣는 호그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영국의 화가이야기.

런던이 파리, 뉴욕과 더불어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시기를 포함해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영국회화의 발전과

흐름을 풀어낼 저자인 미술평론가 게이퍼드는 당시의 변화를 목격하고 그 변화에 직접 참여했던 주요 인물들과의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들의 삶이 연결된 회화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뭔가 이런 역사적인 인물들의 단체샷은 이 자체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든다. 1945-1970년경까지의 25년간 전쟁이 끝난

직후의 황폐한 상황속에서 희망과 낙관주의가 서서히 꽃피며 역동적인 1960년대를 맞았던 런던에서 독특한 개성의 화가

들과, 이들 주변의 미술비평가와 거래상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미술을 읽는다.

 

현대미술의 이단자들! 이 책에서 언급되는 화가들과 수많은 개인 인터뷰와 다수의 모음집이 축약된 이 책에서는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함에서 보여지듯 오랜 준비기간의 아카이브 기록이라고 하겠다. 무려 30년 넘게 기록된 자료라는

점에서 이책의 리뷰를 한번에 마무리하려는 내 시도가 허황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페이지가 생각보다 엄청 더디게 넘어간다. 읽다가 자료찾다가 , 관련 작품찾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사실 아직 마지막페이

지를 넘기려면 한참을 더 가야할것 같다.

루시안 마이클 프로이트(1922-2011)는 독일출생의 영국 사실주의 화가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1856-1939)의 손자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직감적으로 그림의 두가지 상이한 방식을 조화시킬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실제 본것을 바탕으로 그림안의

그의 느낌과 생각을 결합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루시안 프로이트에 관한 세개의 습작, 1969>

현대 가구디자이너였던 베이컨은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회화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즉흥적인 재능의 분출을 통해 미술가로

작업을 지속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이 크리스티 뉴욕경매에 출품되어 한동안 경매사상 최고가의 작품으로 기록이 된다.

베이컨의 작품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이 최고가의 기록으로 경매에 낙찰이 된 배경에 주목해

보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런던에서 제작된 회화작품이 제작 당시에 비해 오늘날 그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더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회화라는 장르에 주목하고 있다.

회화는 물감이라는 물질자체가 유동적이고 섬세한 까닭에 생겨나는 모든 변화가 새로운 유익함을 만든다는 희망속에서

습작과 구성 스케치를 통해 서서히 완성작으로 발전해가는, 세심하게 기획된 그림이라는 전통적인 개념과는 크게 다른것

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베이컨은 즉흥적인 그림의 개념에 대한 신뢰를 가진 사람이었다.

오랜 준비기간만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나 등장인물이 무척 방대하다.

책을 받고 한동안은 책속 페이지에 소개된 그림들을 보는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한 작품들.

특히 호크니는 근간에 전시도 있었던터라 더 친근하게 와 닿았다. 전시보고나면 한동안 그 작가의 작품찾기 삼매경하는

습관이 생기다보니 전시외에 꽤 많은 작품을 보게 되는데, 호크니의 다작은 봐도봐도 끝이 없고, 아직 생존작가라는

무궁무진한 작품의 확장가능성.(물론 고령의 작가이긴해도 호크니의 그간의 작품경향들로 보아 아직도 기대되는 작품들.)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경우는 남들이 모두 안할것 같은 일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물간 유행을 벗어던질 것인지, 아니면 나면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지.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 비록 실패하여 후회되는 결과를 얻을지라도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생기기 마련일테니.

20세기 최고의 표현주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베이컨은 자신의 그림이 관람객의 신경에 무언가를 보게하는 감각을 던지길 추구했다.


신문의 신간소개 코너에서도 이 책을 다뤘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이름만으로도 솔깃하게 만드는 이들이지만,  시류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그림에 대한 우직함을 가졌던이들에 대한

오마주.



표지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진다. 당분간 밑줄 쫘악 그으며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할 책.

마틴게이퍼드의 기획으로 소개된 미술사를 따라가다보니 세명의 화가뿐 아니라 한사람의 예술가를 읽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화가의 작품은 개인의 삶과 시대를 둘러싼 배경과 함께 완성된다.

마틴게이퍼드는 이 책에서 25년간의 영국현대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 폭넓은 시대의 예술의

연결고리를 갖게하는 묘한 힘이 있다.

마틴게이퍼드의 책들은 이미 호크니와의 대화뿐 아니라 호크니와의 공저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좀더 한단계 마틴게이퍼드 내공을 보여주는 책이다. 단시간에 이 책을 쭉쭉 읽어나가기보다 차근차근 따라가 보려고 한다.

번역서이다보니 역시 원서에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함께 찾아봤다. <현대미술의 이단자들 >이라는 제목과 달리 원서에는

Modernist & Mavericks 라는 제목이 붙었다. 

역시 공부란 하면할수록 점점 더 할게 많아지는 수렁같다는 생각을 하게만들었던 묵직한 예술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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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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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의 하룻밤 시리즈가 추가되었다.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철학과 사상은 늘 어렵게 느껴지고 오래되어 시대와 안맞는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요즘 내게 이 철학과 사상은

유난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일들이 많았다.

지난해와 올해 두개의 자격증을 획득했는데 미술심리치료사와 독서지도사 과정의 가장 중요한 이론의 꽤 많은 부분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철학자와 사상들이라 반가웠다.

시험을 위한 준비, 혹은 교육과정에서 학습적인 접근을 하긴해지만 실질적인 사례들과 연관하여 공부하는 과정에서

조금 친숙해진 사상들이라고 하겠다.

고대부터 현대사상가들과 이론들을 관련에피소드와 함께 읽으니 재미도 있고, 이해도 빠른 장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오늘 아이와 잠깐 외출하며 이 책을 들고 나갔는데 한창 교과에서 윤리와 사상을 배웠던 아이라

소크라테스의 일화등을 소개하며 몇가지를 물어보니 꽤 반가워했다.

철학과 사상이 어려운 이유는 낯선 외국이름과 짧은 문장으로 대표되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인데 각각의 카테고릭의

간결한 정리가 몰입도를 높여준다.

철학의 역할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당연한 현실에 사고의 칼날을 들이대고, 때로는 상식을 초월한 논리를 가져와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안목을 넓이는 방법으로 독서나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곤 하지만, 사람은 늘 우물안개구리같은 자신만의 시야에갇혀

생각하거나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양한 철학자들의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의 갈래를 넓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것은 특히나 간결하고 구체적인 목차와 철학의 흐름을 정리해둔 자료였다.

철학의 계보를 따라 차근차근 정리된 내용과 시각적인 자료의 정리는 복잡한 철학의 틀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성과 감정.

복잡하고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특히 사람의 이성의 중요성을 느낄때가 많아졌다. 옳지않은 행동을 저질렀을때 우리는

내면의 존재인 양심에 대해 일깨우게 된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들과의 매순간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양심과 철학에 내재된 선한 필터를 통해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이 아닐지.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어 점차 진화해나가고, 전해져오는 많은 서양철학은 생각보다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항상 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 많은 선인들의 지혜를 떠올리기도 하고, 이론적인 접근을 종종 시도하지만

우리스스로의 굳건한 신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소개한다.

결국 철학은 인간에게서 비롯되었고, 인간중심의 이론인것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신념을 통해  "할수 있다!"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해 보자.

 

 

우리집 책꽂이에 있는 RHK출판사 하룻밤 시리즈가 이렇게 쌓여간다.

최근간에 읽었던 근현대 세계사는 올초에 전시해설을 했던 크리스조던의 전시테마였던 레이첼카슨의 <침묵의 봄>을

잘 정리해 주어서 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시리즈다.


https://yeonv6.blog.me/221455459578

 프롤로그의 주제이기도 한 "철학은 삶의 고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라는 말은 결국 현자들의 생각을 토대로

삶의 다양한 문제들과 직면할때 우리에게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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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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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죽음에 관한 모든것이라는 주제로 직접 죽음과 관련하여 일선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취재를 통해 막연한 죽음이라는 용어중심에서 벗어나 나와, 그외의 많은 타자의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

죽음이라는 막연한 상태에 대해 초근접 서사라고 해야겠다.

실제로 독일 올해의 저널리즘 로포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언젠가는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애써 어둡고, 낯선 죽음을 고찰하길 꺼린다.

우연인지 요근래 내가 읽었던 책들중에도, 출간되는 책들중에도 시한부의 삶을 남기고 써내려간 자전적인 글들이 꽤

많았다.

나 아닌 타인이 아니라, 내가 죽음을 맞게 된다면...혹은 나 아닌 전혀 다른 제 3자의 죽음을 이책에서는 상황별로

상세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긴장되고 낯선 상황의 전개가 살짝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감정에 치우친 에세이가 아니라

이성적인 상황의 파악으로 금방 몰입이 된다.

책갈피에 적힌대로 " 생의 끝을 안다는 것. 유한함으로 더욱 찬란한 오늘을 산다는 것."

그렇다. 두렵고 낯설어서 외면하기보다 끝을 알고(그 시기가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그 상황별 예측이 가능하다면 좀더

후회스럽지않은 결말로 생의 마감을 준비하게 될것이다.

죽음이라는 단계를 거쳐 모든것이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누군가 남겨진 이들도 있을테고, 죽음의 순간이 나와 가까운

사람일 경우에도 이 상황들은 같을 테니까.

 

한 사람의 일생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는 모두 죽어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고있다고 할 만큼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저 우주밖의 먼일이라는 생각에서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삶에서 그리 많은 죽음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나이지만 누군가 가까운 지인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때 우리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것이 다반사이다.

누군가의 삶의 시한부를 알리는것부터 조금스럽지만, 책의 저자도, 나의 생각도 당사자가 알아야 하는것에 동의 한다.

삶의 과정에서 늘 좋았던일만 있을수 없을뿐 아니라, 생의 정리라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 있을테니까.

 

임종을 앞둔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것도 저자는 본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다고 소개한다.

내가 만일 그사람의 입장이 되었을때 원하는 상황대로 자신의 감정이입을 한다는것. 역시나 그런 상황들은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테니 역시 쉽지않은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병원의 수술실이나 수술의사의 가운이 초록색인 이유까지 책에서 꼼꼼히 다루고 있는데 병원을 종종 드나들때 무심히

지나쳤던 그런 이유들마저도 알고보니 깊은 뜻이 담겨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신체적인 나이또한 눈으로 드러날 만큼 변해간다.

늘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할 거란 생각에서 벗어나 어느순간 몸의 이상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우리의 몸과

마음이 나이들어 간다는 것들을 인지하게 된다.

한참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오랫만에 만났을때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상황이 오면, 어쩐지 슬퍼진다.

나이들어 변해버린 외모때문이 아니라, 삶의 여러가지 희노애락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좀 놀라웠다. 죽음에 관한~ 이라는 타이틀의 책을 꽤 많이 읽어봤고, 이 책에서도 그저 그런 죽음을

매개로 여러 단상들을 소개하겠거니 짐작했었는데, 너무 구체적이고, 너무 현실적인 상황들에 대한 묘사가 당황스럽고

낯설었던 반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숙고하게 되었다.

잘 살아가는것은,잘 죽어가는것이다 라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번은 꼭 마주하게 될 순간이지만 연습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는 그런 슬픈 죽음의 상황에서 벗어나, 탄생 만큼이나 경건하고 중요한 죽음의 순간에 대해

더 잘알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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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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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친구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들이 꽤 있다는 얘기를

했었턴 터라 이 책의 출간은  그런 맥락에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세계를  생활권으로 흔하게 개념짓는 요즘이지만  그 와중에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법한

일들이다. 책에서는 1840년부터 1975년 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표는 나와 조금 더 윗세대들에게는 조금 더 친근한 이미지 일것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예쁜 우표를 모으는

일들을 취미라고 얘기했던 기억들이 있을텐데 나에게도 주마등처럼 스치는 경험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저자는 본업이 건축가다.

서두에서 작가는 여러가지 자신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우표에 집중하기 시작한 일들에 대해 소개한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50여개의 나라를 시대별로 탐험하며 때로는 모험처럼, 때로는 잠자리 동화모음처럼 읽을 것을 제시한다.

(사실 무심한듯 이야기 하고 있지만 건축가로서의 꼼꼼하고 치밀한 작가의 성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저자는 이 책의 서술방식을 스케치에 비유한다. 여러나라의 우표를 소개하며 저자의 해석에 대해 독자의 재해석을 유도하

기도 하고 그에 관한 추가자료와 더불어 여행컨셉에 걸맞는 음악과 영화의 추천, 검증된 레시피까지 담고있다.

 

지도상의 위치, 국가명, 그리고 인구와 면적등 기본적인 국가의 요소들과 지도상의 위치까지 수록했다.

우표에 사용된 도안은 그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치고, 획일적 남성적 군주제 문화에 대한 위풍당당한 묘사,

각종 군사정복과 온갖 국가적 영웅들을 기념하는 이미지들이 종종 등장한다.

우표는 그 나라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구체적 물증이고, 일종의 정치적 선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 자신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점은 당연하고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니 어딘지 모르게

그간 우표에 갖고 있던 내 식견이 참으로 미약하다는걸 느끼게 된다. 세상엔 정말 모르는것 투성이라는 자괴감이~~

 

작가가 모으는 우표들은 사용을 한 우표들이다. 이 사용의 흔적은 마치 소멸한 과거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느낌이다.

독특하게도 작가는 이 우표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방식에 맛을 보기도 하고, 섬세한 미각을 활용해 우표의 성분들과도

교감을 한다. 역시 호기심천국같은 작가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부분이다.

우표라는 매체를 통한 예술적인 작업들이 많이 소개될 줄 알았던 나의 작은 기대는 사실 예술보다는 역사쪽으로 분량이

많이 기울어졌다. 그래서 좀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역사적 에피소드는 들어도

뭔가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역사는 특히 사건사고만큼이나 맥락을 파악하지 않으면 늘 꼬이고

복잡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책장의 페이지가 뒤로 넘어갈 수록 저자가 서두에서 이 책을 읽는 방식을 소개할때 언급했던 패키지여행같은 흐름이

아니라는 말이 점차 이해가 된다. 장시간 교통편을 여러번 갈아가고 가야하는 일정처럼 정해진 한정된 페이지에 역사의

구체적인 개요를 소개하기가 쉽지않음을.

우표의 그림들을 마치 기호처럼 풀어나가다보니 어느새 각 나라의 국기에 담고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면 좋겠

다는 욕심이 생긴다. 참 신기한것은 시대가 달라도 국가적인 움직임이나 과거를 살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모습이

순환하는것 처럼 느겨진다.

시각적으로 보이는것과 실제로 상징하는 의미가 다른것처럼 발레리나의 모습을 많이 그렸던 드가는 실제로 엄마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게 된 아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드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고, 이미지에서

선명하지않은 얼굴의 형태를 그렸다는 것이 우표속 이미지들의 왜곡과 닮아있다.

 

​책에서 소개된 우표들은 기대보다 아기자기한 우표가 아니라, 서두에서 말한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적 영웅이나 사상들을

최소한의 공간에 담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드가의 작품이 수록된 우표는 너무나도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역사와 삶은 복잡한 것이니, 단순함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도전할 분야가 아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말中 >

역사를 평가하고 읽는 방법은 지극히 객관적이어야 하며, 후대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왜곡된 역사의 평가가 불러오는

여러가지 문제점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잘 안다는것이 문제.

 

책을 읽으며 이제는 하나의 고전적인 아이콘이 되어버린 우표가 왠지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통신의 발달로 활용도는 떨어졌지만,  한장의 우표가 담고있는 의미들을 역추적하며 알아보는 방법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일정한 규칙을 정해 드라이한 문체로 덤덤하고, 시크하게 말하고 있지만 저자의 깊은 내공이 문장과 단락 곳곳에서 드러

난다. 작가가 가진 세가지의 취미할동중에서 모티브를 삼은 사라진 나라와 오래된 우표들이 담고있는 이야기들 공유해준

작가에게 감사하지 않을수 없다. 역시 취미활동도 다양하게 하는 사람은 반경이 더 넓어지는 것과 비례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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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친구 - 제8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9
추수진 지음, 이소영 그림 / 샘터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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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문학상 대상수상작으로 출간된 동화집이다.

오랫만에 어린이 동화을 읽어보니 느낌이 또 새롭다. 맑은 수채화 같은 그림과 어린이들의 맑고 순수한 이야기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스토리,

아이들의 주로 일상공간인 학교와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성장해가는 스토리

 

위기에 몰린 휘파람새를 구해준 태호, 그로인해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자아가 채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자기만의 경험들을 축척해 나가고 그런 과정에서 성인

으로 성장해 가게 된다.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성인으로 성장했을때  인성이 바른 어른이 되는 것이다.

휘파람 새를 구해주고 안도할 사이도 없이,  왕따아닌 왕따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한창 민감한 청소년기을 보내고 있는 태호는 귀가길에  특별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고층빌딩들이  광범위하게 들어서는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유리로 지어진 공간은 새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되었다.

태호의 새 친구 이슬이는  유리창에 형광펜으로 단순한 선을 긋는 방식이 새들에게는 충분히 경고등의 역할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작은 손길을 보탠다.

우연히 만난 친구 이슬이와의 짧은 만남이 태호에게는 선을 실행하기 위한  자신만의 의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의 수채화같았던 삽화만큼이나 동화이야기를 통한 환타지 여행은 짧지만 따뜻했다.


이 첵에서는 두편의 짧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두편의 동화 모두 환타지적인 요소를 담고있어 실제로 아이들이

느끼기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꿈을 이루는 방식.

나에게 하루만 실현가능한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지, 동화를 읽는 재미중의  하나.

동화에서 느끼는 상상의 나래가 점차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이 어른이라면 너무 쓸쓸할것 같다.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의 끈끈함을 나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지.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킬레스건건

이 있기 마련이다. 상처를 동여맬수록 그 부위가 얼른 낫지않고 덧나거나 오래가는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도

점점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알고보니 진리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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