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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9월
평점 :

기대하고 있던 마틴게이퍼드의 신간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호크니와의 대화 <다시 그림이다>, 공저 <그림의 역사>를 함께 쓴 미술 평론가 마틴게이퍼드
그에게 듣는 호그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영국의 화가이야기.
런던이 파리, 뉴욕과 더불어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시기를 포함해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영국회화의 발전과
흐름을 풀어낼 저자인 미술평론가 게이퍼드는 당시의 변화를 목격하고 그 변화에 직접 참여했던 주요 인물들과의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들의 삶이 연결된 회화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뭔가 이런 역사적인 인물들의 단체샷은 이 자체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든다. 1945-1970년경까지의 25년간 전쟁이 끝난
직후의 황폐한 상황속에서 희망과 낙관주의가 서서히 꽃피며 역동적인 1960년대를 맞았던 런던에서 독특한 개성의 화가
들과, 이들 주변의 미술비평가와 거래상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미술을 읽는다.
현대미술의 이단자들! 이 책에서 언급되는 화가들과 수많은 개인 인터뷰와 다수의 모음집이 축약된 이 책에서는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함에서 보여지듯 오랜 준비기간의 아카이브 기록이라고 하겠다. 무려 30년 넘게 기록된 자료라는
점에서 이책의 리뷰를 한번에 마무리하려는 내 시도가 허황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페이지가 생각보다 엄청 더디게 넘어간다. 읽다가 자료찾다가 , 관련 작품찾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사실 아직 마지막페이
지를 넘기려면 한참을 더 가야할것 같다.
루시안 마이클 프로이트(1922-2011)는 독일출생의 영국 사실주의 화가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1856-1939)의 손자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직감적으로 그림의 두가지 상이한 방식을 조화시킬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실제 본것을 바탕으로 그림안의
그의 느낌과 생각을 결합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루시안 프로이트에 관한 세개의 습작, 1969>
현대 가구디자이너였던 베이컨은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회화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즉흥적인 재능의 분출을 통해 미술가로
작업을 지속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이 크리스티 뉴욕경매에 출품되어 한동안 경매사상 최고가의 작품으로 기록이 된다.
베이컨의 작품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이 최고가의 기록으로 경매에 낙찰이 된 배경에 주목해
보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런던에서 제작된 회화작품이 제작 당시에 비해 오늘날 그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더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회화라는 장르에 주목하고 있다.
회화는 물감이라는 물질자체가 유동적이고 섬세한 까닭에 생겨나는 모든 변화가 새로운 유익함을 만든다는 희망속에서
습작과 구성 스케치를 통해 서서히 완성작으로 발전해가는, 세심하게 기획된 그림이라는 전통적인 개념과는 크게 다른것
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베이컨은 즉흥적인 그림의 개념에 대한 신뢰를 가진 사람이었다.
오랜 준비기간만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나 등장인물이 무척 방대하다.
책을 받고 한동안은 책속 페이지에 소개된 그림들을 보는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한 작품들.
특히 호크니는 근간에 전시도 있었던터라 더 친근하게 와 닿았다. 전시보고나면 한동안 그 작가의 작품찾기 삼매경하는
습관이 생기다보니 전시외에 꽤 많은 작품을 보게 되는데, 호크니의 다작은 봐도봐도 끝이 없고, 아직 생존작가라는
무궁무진한 작품의 확장가능성.(물론 고령의 작가이긴해도 호크니의 그간의 작품경향들로 보아 아직도 기대되는 작품들.)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경우는 남들이 모두 안할것 같은 일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물간 유행을 벗어던질 것인지, 아니면 나면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지.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 비록 실패하여 후회되는 결과를 얻을지라도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생기기 마련일테니.
20세기 최고의 표현주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베이컨은 자신의 그림이 관람객의 신경에 무언가를 보게하는 감각을 던지길 추구했다.

신문의 신간소개 코너에서도 이 책을 다뤘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이름만으로도 솔깃하게 만드는 이들이지만, 시류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그림에 대한 우직함을 가졌던이들에 대한
오마주.

표지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진다. 당분간 밑줄 쫘악 그으며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할 책.
마틴게이퍼드의 기획으로 소개된 미술사를 따라가다보니 세명의 화가뿐 아니라 한사람의 예술가를 읽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화가의 작품은 개인의 삶과 시대를 둘러싼 배경과 함께 완성된다.
마틴게이퍼드는 이 책에서 25년간의 영국현대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 폭넓은 시대의 예술의
연결고리를 갖게하는 묘한 힘이 있다.
마틴게이퍼드의 책들은 이미 호크니와의 대화뿐 아니라 호크니와의 공저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좀더 한단계 마틴게이퍼드 내공을 보여주는 책이다. 단시간에 이 책을 쭉쭉 읽어나가기보다 차근차근 따라가 보려고 한다.
번역서이다보니 역시 원서에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함께 찾아봤다. <현대미술의 이단자들 >이라는 제목과 달리 원서에는
Modernist & Mavericks 라는 제목이 붙었다.
역시 공부란 하면할수록 점점 더 할게 많아지는 수렁같다는 생각을 하게만들었던 묵직한 예술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