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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 - 역사와 예술, 대자연을 품은
홍민정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평점 :

겨울의 문턱에 훅 들어온것 같은 주말.
북유럽으로 책속여행을 떠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평소와 다른길로 들어섰다가 동화책속 그림의 실제장면과 마주하게 됐던 작가의 경험을 읽다보니,
여행 혹은 인생도 우연히 마주하게 된 장면에서 명장면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속으로 떠나는 북유럽여행을 할 나라들은 이렇게 국경을 접한채 국기의 모양에도 덴마크 국기의
십자가 문양이 다른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담겨있음을 알수 있다.
노벨상으로 유명한 스웨덴, 다소 생소한 감라스탄의 거리에서 만나게되는 소녀동상을 보니 세계의
각 도시에는 소원을 비는 다양한 상징의 동상이 꽤 많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매번 여행을 하며,
낯선도시에서, 혹은 좋은 기운을 담은 이런 상징물들을 마주할때 마음을 모으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선물같은 순간이기도 한것같다. 꼭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간절함이
더해지는 순간이기도 하고, 희망적인 기대를 조금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니까.
키루나의 얼음궁전은 실제로 동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같은데 실제로 해마다 새로운 얼음호텔로
재탄생한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 숙박도 가능하고, 공간에서 체험도 가능하다고 하니 신기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나라는 덴마크다. 실제로 책에서 소개한 안데르센의 생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히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는 한참을 검색
하고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온통 웹페이지에 소개된 장면은 자코메티의 작품이
서있는 창가장면과, 헨리무어 조각상이 있는 장면들로 국한되어 있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안데르센의 도시 오덴세, 세대를 불문하고 전세계의 어린이들의 어린시절 속에는 안데르센이 있다.
어린이들에게만 읽혀지는것을 바라지 않았고, 자신의 모습을 동상으로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화를냈을
만큼 안데르센의 200여편 동화는 전세계인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진정한 명작은 이렇게 세대를, 시대를 구분짓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에 꽤 자주가고, 많이 가보는 편이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공간은 빛이드는 미술관이다.
자연과 작품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공간과 마주하는 작품과
휴식의 장소로 많은이들에게 호응을 받는 이유이다. 이런공간들을 보고나면 한정된 장소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을 마주할때 더 아쉬움이 생기게 한다.
자연과 어우려져서 더 빛을 발하는 칼더의 거대모빌, 자연과 어우러진 색상마저 황홀하다.
북유럽의 역사는 바이킹에서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바이킹은 강력한 세력으로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했다. 바이킹들의 관으로 사용되어 사람의 영혼이 배를 타고 세계로 간다고 믿었던 이들의 유산.
오세베르크호는 바이킹들이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부상되었던 시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바이킹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노르웨이출신의 탐험가 난센과 아문센.
이 두사람의 도전으로 노르웨이는 남극과 북극을 모두 정복한 나라가 되었고, 독특한 모양의 프람박물관
에서는 이들의 탐험을 간접 체험해 볼 수있는 가상체험관이 마련되어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역사,문화미술관이라 불리우는 오슬로 시청사의 모습이다. 이공간에 들어서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유명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을 볼 수있고, 매년 노벨평화상 시상이
열리는 장소로도 알려져있다고 한다. 곧 있을 시상식 장면에서 이 공간의 일부를 확인해볼 수 있을까?

오슬로에서 빼놓을수 없는 공간.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작품들이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비겔란은 어린시절부터 조각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로댕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비겔란 조각공원에서 '모놀리텐'은 17M높이의 화강암 조각이다.
121명의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서로 뒤엉킨 모습의 조각작품으로 3명의 조각가가 비겔란의 지휘아래
무려 14년에 걸쳐 완성했고, 비겔란은 완성작이 탄생하기 전에 작고했다.
높은 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 작품으로 실제 사람과 크기가 비릇해서 더 실감이
나는 인간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으로 전해지는 느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러운 작품.
비겔란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그럼에도 함께 섞여 살아가며 의지할때 이상에
닿을수 있다는 충고를 던진다.
책속여행은 역사와 예술, 자연과 더불어 음악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매년 겨울 파리나무소년 합창단
의 목소리로 들었던 <솔베이그의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가 음악을 다시한번 들으니 그 애절함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 외에도 무민의 나라 핀란드를 비롯해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던 아이슬란드는 책을 읽고보니 조금
가깝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얼음의 나라에서 광활한 자연이 주는 이질감은 생생히
다가오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그 와중에도 빙하트래킹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이슬란드의 지역적인 특성상 역시 영화 인터스렐라 속 비현실적 장면들의 현주소답다.

생의 귀로를 넘나들만큼 위험한 공간으로 알려진 크레바스를 탐험하는 장면들을 보니 대자연속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서유럽의 국가들을 경험했던 내게 북유럽은 미지의 세계이고, 전혀다른 나라들로 와닿았다.
지금은 세계여행이 너무나도 흔한일들이 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떠날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한번은 망설여지던 나라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사진은
그런 미지의 공간에 대한 도전을 제안하는것 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부분은 무척 낯설었고, 어느부분은 무척 가보고 싶었고, 또 어느부분은 두려워서
차마 도전하고싶은 용기가 나지 않는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경험했던 핀란드의 산타
마을에 대한 내용에서 상업적이고, 인위적이며,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경험했던 좋았던 기록들은
우리가 낯선곳에 대한 도전을 해야하는 이유를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지도를 찾아보고, 공간을 검색해보고, 음악도 들어보며 어느덧 나도 북유렵의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었다. 언젠가 실제로 그 중 한곳을 경험해보고 지금 책속여행의 후기를 돌아볼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