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한국에선 이런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영적인 비즈니스 Business as Unusual 

- 어떻게 자기 실현을 할 것인가

아니타 로딕 저, 이순주 옮김, 김영사


 기업가가 자신의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디샵의 탄생과 진행상황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의 기업 경영 방식 자체가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야기 자체가 차별적이다. 어찌 보면 개인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바디샵을 소개하는 자서전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보다는 ‘바디샵’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기업의 자서전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주제를 말한다.


p10 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는 긴박한 사회적 요구에 더욱 열정을 가지게끔 하는 색다른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지뢰밭 사이로의 여행이었으며, 지뢰가 터질 때마다-마치 그것이 필요하기라도 했던 것처럼-우리가 세운 목표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 여행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p12 이 책은 성공적인 기업의 비개인적인 필요와 성공적인 기업가의 매우 개인적인 필요를 결합하려는 어느 한 개인의 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감당해야 할 엄청난 제약과 삶의 전반적인 완고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즈니스의 한계를 넓히고, 비즈니스의 언어를 바꾸며, 비즈니스를 긍정적인 변화의 힘이 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바디샵’이라는 기업의 운영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는 기업의 운영방식의 차별성이 이 책을 차별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 책은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철학과 종교적인 느낌이 부각된 책이다. 상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제시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단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지고서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이념’을 가지고 ‘가치관’을 굳건히 가지고 실천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 그 이념과 가치관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형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를 지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가의 기업 운영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수익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수익을 창출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기업의 운영철학이 더 내세워져 있다.

 아니타 로딕의 개인적 자서전이라고 하기에 그녀의 생애가 다 나온 것은 아니고 바디샵이라는 ‘개인’의 성장 이야기 같다. 그것이 이 사회에서 어떠한 생각을 품고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 생각을 더욱 더 공고히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

 그녀 자신도 최고의 설득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 것처럼 재밌는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신념과 가치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게 되니까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선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종교적이고 도덕적이고 또한 선동적이기까지 한 이 책이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체험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용을 떠나 한 개인에 대한 인상이 더 남은 책이다. 그녀의 히피 기질이라거나 선동가적 기질이라거나. 또한 사회적 차별에 대하 분노하고 약자에 대해 공감하는 마음.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는 행동력까지. 조금씩 드러난 한 개인의 인생 여정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져 흥미있게 또한 이상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비록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야기로 풀어가더라도 말이다. 더구나 ‘경영’을 이야기하며 오로지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으로 이끌어 가기란 쉽지 않을 텐데도 그것을 잘 버무려 내고 있다.

 기업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사명’을 윤리적인 측면에 치중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적인’이란 말은 이미지상으로는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잡히지 않는 듯하다. 번역하면서 이 제목을 붙인 의도를 알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원제를 보니 원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영적’이라는 말에서는 종교적인 측면의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종교적인 측면으로 부각되기 보다는 종교인이기에 가질 수 없는 측면의 느낌보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신념이나 이상이 실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내용이며 그 부분을 더 부각하고 있는 책이다. 본질적으로 이상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더 받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을 더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풍성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니타 로딕의 개인의 생각이 바디샵을 통해 발현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생각들이 또 다른 ‘기업’을 통해서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디샵이 아니라 공동체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과 태도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이념의 가치를 더욱 뒷받침할 수 있는 유명인들의 말들을 인용하고 있다. 그것처럼 자신과 같은 활동을 펴는 또 다른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첨가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NA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경영의 미래,

게리 하멜・ 빌 브린 저, 권영설・김종식・신희철 옮김, 세종서적, 2009.


경영의 미래는 크게 4부분,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는 경영 혁신을 다루며 각각 경영혁신에 관한 개념과 경영혁신의 실제 사례를 다루고 있다. 3부와 4부는 경영의 미래를 다루며 새로운 경영을 위한 원칙과 방법, 경영혁신가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경영혁신은 유전자를 바꾸는 일이다. 현재의 경영과 경영자의 문제점과 경영상태를 지적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해결방식, 토론 문화, 권한 위임, 실험과 실패와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유전자를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미래의 경영을 위한 DNA는 이제까지 진행해온 새로운 기술 개발, 제품 혁신이 아니라 직원들의 창의성, 시간 활용, 의사결정 구조, 모험정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영혁신은 인적자원을 어떻게 높이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경영은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일이고 조직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야 한다. 사회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듯이 기업환경 역시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창의적인 개인과 조직에 대한 혁신적 방안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보다 혁신적인 미래 경영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미래 경영이 주목해야 혁신기업의 경영전략으로 홀푸드, 고어, 구글(Google)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들의 경영혁신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할 것은 조직의 수평적인 커뮤니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경영의 미래라는 제목처럼, 경영의 미래를 다루는 part3 부분, 특히 8장이 집중되어 봐졌다. 경영의 개념과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료 조사를 통해서 정리될 수 있지만, 미래는 보다 통찰력을 요구하는 부분이니까. 저자가 말하는 경영의  또한 혁신을 다루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들과 맥을 닿는다. 창의경영의 창시자라고 하니 저자의 주장에서 같은 이야기가 뻗어나간 건가? 아무튼 경영의 미래를 위해 생물학적 진화와 적응력, 신앙의 개념을 끌어다붙인 것이 조금 흥미로웠다.

 조직 속에서 일했지만 늘 ‘경영’이란 부분과 멀리 떨어져 생각했다. 비즈니스, 사기업의 조직적 속성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어느 조직이나 경영의 요소는 있는 것이다. 단지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이윤 창출’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다고 경영판과 다르게 생각한 것 같다. 가정에서도 ‘경영’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경영세계와 무관한 곳에서 살고 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관료제며 효율성만 따지는 조직의 특성들, 그리고 상사라인의 행동들이 모두 공감되는 것도 조직속에 있어 봤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경영의 미래는 경영가만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저자의 이야기가 뼛속까지 ‘혁신적’이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된 시점과 내가 읽는 시점과의 괴리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만큼의 시간에도 상황이 빨리 변화되었다는 이야기일까.

 어쩌면 조직과 경영에서 제시되는 혁신의 방법이란 많은 경영의 대가들이 조언하지만 결국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인 것 같다. 그러니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혁신의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현재 경영혁신을 이룬 기업들의 사례는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방법에 대한 이론을 머리로 보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적용된 상황들을 보고 거기서 이론적인 것들을 가늠해보는 맛은 다르니까 말이다.

  미래 경영을 위한 조언을 다루고 있으니 보다 미래지향적인 사례들을 다루는 것도 좋았겠지만, 변화하는 흐름에서 실패라고 불리는 기업 경영의 사례들이 혁신 사례와 함께 제시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단지 그것이 기업경영의 ‘혁신’적인 운영의 결과인지 변화하는 시장상황, 직종의 차이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변화의 흐름 속에서는 새로운 직종의 기업보다 지속되어온 기업의 전후가 어떻게 다른지가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2-08-0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젊다, 엄친아다, 불온하다!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세계는 망신창이가 되었다.”

   더 볼 것도 없다. 이 문장에서부터 이 책은 내 맘에 쏘옥 들었다.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끝까지 책을 편하게 읽어 나가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묻게 되는 이 짜증나는 질문들을 속시원하게 비판해줘서 즐거웠다.

   경제는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생각해보고 경험해 보았을 의문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책이다. 현재 통념처럼 되어 버린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유시장을 주창하는 선진국의 논리와 그들이 시장에 가한 정책 사이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의롭지 않은’ 주장에 대해 사례들을 제시해 가며 반박하고 있다.

   그러니 23가지의 질문과 그 답들, 그들이 말하는 것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다는 형태로 진행된 논쟁들이 재미를 더해 주었다.

   경제는 어렵다, 아무도 책에는 관심이 없다, 하물며 경제책인데,라는 통념을 비웃으며 승승장구하는 장하준의 책들이다. 이쯤되면 장하준 개인의 인기를 떠나 사람들이 얼마나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경제는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어려운 것처럼 포장되어 왔지만 사실 실생활에 밀접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것을 실제 상황과 사례들에 비유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의 ‘전문’책이지만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듯한 방식이 아주 좋다.

   어쨌든 글은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시종일관 자신의 주장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 좋다. 이것은 저자가 가진 지식의 수준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겠지만, 일단 확고한 자기주장을 펼 수 있다는 것은 이야기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그러니까 이러한 질문과 의문형태의 물음을 던지고 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다 보니 23가지 물음은 짧은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이 책이 번역본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번역보다 한국말로 설명해준다면 오히려 더 쉽고 절절하게 와 닿지 않았을까. 저자는 전문번역인을 통해 번역하게 했는데 자신이 번역하기엔 바쁘다 한다....그리고 자신이 한국말로 하다 보면 오히려 왜곡된 전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영어로 쓰여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인이라 그런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번역본이 껄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끄럽다.

    원체 유명한 저자라서 글의 맛과 더불어 저자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에 대해 처음 떠오른 것은 ‘젊다’ ‘엄친아’ ‘불온하다’였다.

    

 ■ 젊다 

 

  오랫동안 이름을 들어온 듯한데, 63년생이다. 오래도록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교수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당연 그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으려고 했었다, 읽었다고 착각했다가 사실이었다. 자세히 그의 저서들을 보니 읽은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의 글을 읽었다고, 저자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러한 착각이 들었던 것일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번역본이기에 그제야 내가 완전 저자를 잘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교포던가 또한 놀라며 다시 저자에 대한 소개를 뒤적였다. 역시, 한국에서 태어났고 대학 이후에야 영국에서 공부를 했다. 영국 대학 교수이니 영어로 당연 수업을 진행하고 글을 쓰고는 하겠지. 또한 우리나라를 향해 출판한 것이 아닐 터이니. 여러 번 칼럼이나 신문에서 저자의 글을 보곤 했는데 그것이 저자를 오래도록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자주 언론에서 접한 이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자의 나이가 젊다는 것에 놀란 것은 내가 가지게 된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 탓이 크다. 정부로부터 금지 서적으로 분류된 탓에 저자의 이름이 더욱 공공연하게 오르내렸던 것 같다. 자본주의를 비판함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도한 반응들이 오히려 그의 위상을 높여 주지 않았을까. 나 역시 요즘 시대에 ‘불온’ 서적이란 것이 지정되리라는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에 당연스레 과거의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당연 저자도 희끄무레한 머리색을 가진 초로의 교수로 머릿속에 여기고 있던 것이다. 이런!

   암튼 저자가 젊다는 것이 중요하다. 젊다는 것은 요즘의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배웠다는 것이고 그 속에서 가치와 생각들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니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경제학적 관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더구나 온전히 한국적 시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유럽에서 공부하였고 그 바탕을 가지고 있다. 좀 더 생각의 얼개가 자유스러우리라 생각한다.

 

엄친아시군!

    

   저자는 경제학자로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다. 그의 동생 장하석 역시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저자의 아버지 장재식은 행정고시 합격한 3선 의원에 전 산자부 장관 출신이며 어머니 최우숙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한국사회는 혈연 집단이니 사촌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 전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진이 저자와 사촌지간이다. 이렇듯 저자의 집안은 ‘특출’한 집안이다. 일찍부터 학자적일 수 있었고 또한 경제력과 영향력까지 갖춘 집안이다. 잘 아는 말로, 엄친아다. 더구나 놀라운 건, 그들의 1세대인 저자의 할아버지와 형제들은 모두 독립운동을 했다. 그러니까, 또한 독립군의 자손이기도 하다.

가진 자들에게 무수히 당해와서인지 일찌감치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대충봐도 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대략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 집안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가진 자들의 행로와는 사뭇 다르다. 앞서 독립군 자손에 저자의 부친과 형제들은 6·25전쟁에 참전하였고 상이용사가 된 이들도 있다. 그들의 집안은 형제애와 가족애가 돈독했고 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깔려 있었다. 장하진 전 장관은 이렇에 집안의 분위기를 전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현대사에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러나 정의롭지 못한 일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자기 일에 성실해야 한다는 게 가풍으로 자리 잡은 거죠. 우리는 한번도 ‘좋은 대학에 가라, 좋은 과에 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만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과를 선택하라’는 말씀은 하셨죠.” 이러한 분위기에 저자의 아버지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의 태몽을 기억한다. 멧돼지를 품에 안는 꿈을 꾸었다 한다. 저자의 사진을 보면 통통한 얼굴 인상이 조금 닮았다(^^:::) 싶다. 우리들이 늘 꿈꾸고 싶어 하는 돼지꿈을 꾸고 잉태된 아이, 그가 바로 장하준 교수다. 이런, 꿈까지 ‘되는’ 사람이라니! 꿈의 기운 덕분이었을까. 저자는 영국에서 공부한 지 4년 만에 케임브리지 교수가 되었다. 나이로 얘기하자면 27세 때다.

놀라운 성과, 결과를 쥔 저자이기에 과정 역시도 순탄했을 듯 보이는데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기까지는 한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1986년 케임브리지 대학은 석사과정이 아닌 디플로마(diploma:학위를 주지 않고 수료증만 주는 과정) 과정만을 저자에게 허용했다. 대학이 석사과정에 저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참 놀랍다. ‘세계 2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대학 졸업생’이라는 이유였다고 하니...저자는 이 과정에 들어가서 4개월 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학과 교수들이 1년 만에 석사를 주겠다고 했고 박사과정도 마찬가지였고 박사과정이 끝나기 전에 “경제학과 교수를 하라"고 했다 한다. 그렇게 교수로 임명되고 나서 박사를 받았다 한다.

   도대체 얼마나 놀라운 실력을 보였기에 단순 감탄을 떠나 실제로 교수가 되었을까. 어떻게 공부하였기에 그러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많은 양의 책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는데 도서관 직원이 아버지가 그 책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독서의 정도를 가늠하면 사례로 중학교 2학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영어원서로 11번, 번역판으로 12번을 읽었다 한다. 더구나 저자인 칼 세이건으로부터 직접 편지까지 받았다 한다.

    

불온하다구! 

 

   서울대에서 개발경제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에서도 같은 전공이었다. 저자는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였는데 로손은 계획 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킨 학자이다. 저자 역시 그의 아래 공부를 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저자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또한 저자는 옥스팜의 일원으로서 세계 은행, 아시아 개발 은행, 유럽 투자 은행 등의 자문을 맡았고 워싱턴 D.C.에 있는 정치 경제학 연구 센터의 회원이다. 에콰도르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의 경제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로 2003년도 뮈르달상을 수상했고 또 2005년에는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년 바실리 레온티에프상을 수상했다. 세계 경제학계와 출판계에 저자는 유명한 인물이며 비주류경제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그가 영국의 대학에서 잘 연구하며 살아갈 줄 알았더니 모교인 교수직에 세번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매번 탈락하였는데도 말이다. 이쯤되면 그래도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었나 보다 싶다. 그런데 그의 임용탈락에 한가지 이유가 떠돈다. 이른바 저자가 비주류경제학자라는 이유가 그것이라 한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경제에 치중한 서울대 교수진들 사이에 홀로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란다. 표면적인 이유는 논문 자격요건이 어쩌고 한다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이유는 공공연하게 나온 이 이유, 저자는 한국사회에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대학에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경제학자라는 것이다. 여전한 한국사회의 이러한 인식들이 세상살이를 서글프게 한다.

   아무튼 오히려 더 잘 되었다. 저자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이 펼치고 싶은 대로 주장을 이뤄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불온서적이라는 지적도 당하지 않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