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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을 이겨내며 써내려간 기록, 사기열전史記列傳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서. 기전체 역사서의 효시.

  내 기억 속에 이렇게 자리한 사기다. 역사서인데, 더구나 남의 나라다. 게다가 현재, 근대도 아닌 까마득한 날의 역사서를 내가 부러 선택하여 읽을 일은 없었기에 책을 읽으며 느낀 반응은, “이거 역사서 맞아?”였다. 내게 역사의 기록이란 의미가 사건, 사고 중심의 연대기적인 서술이다라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었나보다. 아무튼, 내가 읽는 부분은 사마천의 사기 중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그냥 소설책을 읽듯이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아, 이런 사람들이 실존 인물이란 말이지?를 되뇌며.


  그렇게 읽어 내려갔기에 각 인물의 사연에 감동한 부분과 사마천의 해석 부분에 감동한 부분 등이 나뉘어진다. 우선, 전반적으로 시대와 사건 속에서 행한 인물들의 행적에 대해 사마천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 칠웅 진한위제초연조의 흥망성쇠를 주축으로 하며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인 사기열전은  열전의 70편과 세가에 포함된 공자와 진섭을 포함하면 72편이 된다. 세가는 28편으로 별자리 28수와 일치하여 이는 천지와 음양의 수, 진법을 기초한 구성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열전의 마지막에 <태사공자서>가 삽입되어 있는데 여기서 사기를 집필한 목적과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이 마지막이 사기 전체의 서문이라 할 수 있으며 구성과 각 편의 서술 이유, 자신의 가계 및 학문적 배경과 경력을 기술하고 있다. 각 열전마다 ‘태사공은 말한다’라는 부분이 사마천의 의견인 것이다.

  그 속에서 인물에 대해 느끼는 그의 평이 역사서로서는 객관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지만, 괜찮았다. 그리고 간간히 인물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대입한 것이 그가 겪은 고통과 울분을 느끼게 해주어 아린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글쓰기는 자신을 정립하는 과정과 함께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이란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관찰, 평면적이지 않은 묘사를 통한 그들의 행적에 대한 해석. 아, 이 사람이 이러한 기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를 생각하니 나는 왜 글보다도 그가, 사마천이 감동으로 다가올까. 사마천의 초상화가 보이기에 나는 그가 정말로 아주 오래 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늙어 보였으니까. 정확한 그의 생몰연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략 50대 후반 즈음이 그의 생애의 마지막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젊지 않은가. 늘 작가에 대한 자료가 없을 때마다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천은 결혼을 했는가. 자식이 있는가. 사마천이 사기를 완성한 후, 그리고 딸을 출가시킨 후 자살을 했다는 설도 있다 한다. 사형당한 것이 아니라면, 그가 생을 이어간 것은 정말로 사기 저술을 위해서였던 것인가.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은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역사서 편찬자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은 뭔지 모르게 조용한 인내력을 생각게 하는데, 제사 의식에 참여하지 못한 울화통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니 말이다. 반면 사마천에게선 차분한 이미지가 더 느껴진다. 그는 글로서 그의 억울함을 피력하였다.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았다면 그는 사기를 저술하기도 전에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겪었으리라.


  번역자인 김원중의 번역의 원칙은 이러하다.


“번역은 원전 뜻을 자구 하나하나 따져 가며 번역하고 난 다음 그에 수반되는 전고나 논의의 근거를 찾아 다시 그것을 원전의 문맥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주는 독자가 원전을 읽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원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각주가 사족이 되지 않으려면 그 활용이 적절해야 하므로 원전의 단어 하나 지구 하나를 우리말로 표현하는 데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번역에 이념이 개입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생각한다.”


  번역에 대한 원칙으로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열전을 기록하면서 사마천은 태사공으로 분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듯이 열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열전의 편마다 소제목을 붙여 내용을 분류하여 놓은 것처럼 말이다.

  일단 2천년 전의 사마천에게 말한다.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이야기는 개인의 삶을 얘기한 것이긴 하지만 가만 보면 나라를 세우는데 대한 이야기가 좀더 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혼란의 장에서 여러 나라를 전전하는 유세가들의 이야기를 보며 각 인물들의 활동에 따라 어떤 나라가 남느냐,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열전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인물이 다른 열전의 조연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나라도 많고 인물도 많다 보니 그 동일인물인지 헷갈리는 면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특정한 나라에서 활약한 인물들 별로, 서로 대립하던 인물들 별로 이야기가 정리되면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일목요연하게 이러한 내용이 정리된 ‘연표’가 덧붙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작가는 열전의 순서를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먼저 하였다고 하는데 작가가 말하는 도덕적 기여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하였다. 그런 방면으로 따지면 열전의 순서에서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인물들을 본인이 직접 만나고 경험한 부분도 있지만 전해 듣거나 그들의 삶을 문헌 등의 자료로만 파악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의 자료가 얼마나 정확할까 하는 생각도 덧붙여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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