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10만부 기념 행운 에디션)
박여름 지음 / 히읏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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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의 케이크가 나를 축하해주는 느낌! 재목부터 위로가 된다. 위로받고싶을 때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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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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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섣부른 이해보단 솔직한 오해를

집에 관한 이야기이자 집을 둘러싼 마음들의 이야기


#축복을비는마음

#김혜진

#김혜진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젋은작가상수상작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집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부동산이 아니라 집이라고 하는 공간.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를 가능하게 하는 게 집일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들이 모습이 평화롭고 행복하지 않고 안타깝고 씁쓸하다.


삶에 기대를 품는 작은 희망조차 가지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미애, 딸 혜민과 함께 살 집 하나 얻기가 어려운 절박한 상황의 미애. (#미애)재개발이 되기만을 기다리면 낡은 빌라 하나를 팔지 못하고 버티는 만옥.(#목화맨션) 기대와 두려움으로 부동산투자를 위해 이곳저곳 물건을 보러다녔고 오래된 오피스텔에는 월세를 내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는 세입자때문에 애가 타는 남우사모님, 장사장 대신 밀린 월세를 받아내면서 세입자 관리를 하는 호수엄마.


재개발과 부동산 투기, 전세 사기, 미분양 등 집과 관련된 이야기들 중 행운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들이 없다. 절박하고 남루하고 퍽퍽한 인생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 인물들은 희망을 붙들고 있다. 헛된 희망같아보여도 그 작은 희망을 버팀목삼아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입주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인선이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청소를 한다고 했을 때 경옥은 경악했다. 그러나 집이라는 공간은 그런 것이다. 살게 될 사람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곳이지 않을까. 


주변 어딘가에도 있을 그런 집에 관한 이야기들이 너무 사실적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책 속 인물들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모든 게 지나치게 정답 같은 질문들과 대답들. 옳은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 좋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당연히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어쩌면 자신도, 해민도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건 희망의 모습과 비슷했다.

삶에 기대를 품는 것이 번번이 자신을 망친다는 결론에 이른 뒤로 미애는 가능한 한 희망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삶은 언제나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했고, 그래서 희망을 부풀리는 능력이 불필요하게 발달한 거라고, 자칫하다간 눈덩이처럼 커진 희망 아래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자신에게 수시로 경고하는 것만은 잊지 않으려고 했다.  p.19 #미애


그건 기대였고 우려였고, 가능성이자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방향을 조금만 틀면 완전히 달라 보이는 홀로그램처럼 밤새 그녀의 내면에서 반짝거렸다. 아니, 그건 그녀가 도무지 짐작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던 자신의 미래였는지도 몰랐다.  P. 113 


누구를 용서한다고요? 뭘 용서하는데요?

그녀가 물었고 남자가 답했다.

홍 사장님요. 제가 다 용서했다고요.

홍 사장이 왜 용서를 받아요?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어요?

그녀는 알고 싶었다. 허름한 주택들에 걸었던 기대를 일찍 철회하지 못했던 게 그의 잘못이었는지, 호재니 기회니 하는 말에 번번이 이끌렸던 게 그의 잘못이었는지, 그것이 이 남자에게 용서를 받아야 하는 종류의 일인지도. 그러나 그 말을 하지는 못했다.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모든 비극적인 결말이 자신을 향할 것 같았다. p.131 #이남터미널


멀리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녀를 채근하던 조바심이 기대감으로 바뀐다. 그 순간, 그녀의 집은 잿빛 담벼락 너머에 자리한 수많은 주택 중 하나가 아니다. 오랜 세월,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며 낡아가는 그렇고 그런 주택도 아니다. 그 집엔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순수한 애정과 진실한 마음이 머물러 있다. 이 순간, 그녀의 집은 특별하고 유일한 장소다. 매일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움트는 공간이다. p.227 #사랑하는미래


인선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람.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 사람.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잃지 않는 사람.

그러나 그렇게 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선은 몸으로 배웠다. P. 246 


경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을 청소할 땐 마음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으냐고 물었다. 받는 돈은 똑같은데 몇 배나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거였다.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뭐.

인선이 답했고 경옥이 물었다.

축복요? 무슨 축복요?

깨끗하게 청소해드리는 만큼 좋은 일 많이 생기시라고 빌어주는 거죠. p.270 축복을비는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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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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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이 소설 안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삶 속ㅇ에 깃든 어둠과 그림자. 그리고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 소설은 서로 대비되는 존재를 토대로 우리의 삶을 자연스레 풀어내고 있었다.


밝은 에너지로 언제나 빛을 내는 수민과 그 옆에 그림자와 같은 '나' 일본에서 만난 미노리와 테츠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노리와테츠) '나'는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p.30)'이라고 하는 것처럼, 빛나는 존재 앞에서 짙어지는 그림자라는 것을,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진다(p.31)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친구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회사와 맞서싸웠지만 결국 소송에서 지고만 민주와 '나' (#변산에서)민주의 남편이기도 하고 '나'의 친구이기도 한 승민의 죽음으로 인해 기나긴 소송이 시작되었고 결국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이 바로 지금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서서히 시야가 밝아진다. 그렇게 캄캄한 마음을 들여다보는(p.61) 일이 사랑이라고,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직장에서 꾸역꾸역 일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서른 직전이 된 '나' (#너무늦지않은어떤때) 직장을 그만두고 연애도 끝내고 인도로 떠났다. 불편한 인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 그곳에서 만난 안와. 나이도 많고 부인도 두 명이나 있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는 불편하지만 어딘가 친근했던 것은 자신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가끔씩 내 삶이,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느껴져. P.147' 그렇게 그곳에서 시간과 안와를 통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어떤 오늘도 너무 늦지 않았다(p.150)는 것을 깨닫는다.


오롯이 밝기만 한 것도, 무작정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우러져 섞일 때 삶도 자신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니 어두운 마음도 시간을 견디면 서서히 보이게 된다고.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하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며 어떤 오늘도 늦지 않았다고. 삶 속으로 끌여당겨지고 싶은 표류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마음도 괜찮다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잠시 누웠다가 천천히 일어나고 그러면서 살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나를 닮은 그림자는 내 몸만한 어둠이 아니라 빛의 잔해처럼 보인다던 엘로이즈의 인터뷰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빛도 어둠도 나와 함께 있으며 어둠이 전부가 아니라 빛의 잔해라는 것.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최은영인데 여성서사가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사회에 뿌리박힌 문제들이나 우리의 삶을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게 표현한다. 또한 누군가를 악한 인물로 몰아가거나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면면들을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풀어낸다. 


이후로 좋아하게 된 작가를 보면 김헤진 작가 백수린 작가 김화진 작가 또한 그런 느낌인데, 이제 문진영 작가도 넣어야겠다.



#미노리와테츠

너에게 사과를 빚졌어, 하고 미노리가 말했다. 너를 좋아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you and me, 미노리가 말했다. We are like, 음, we are like…… 미노리는 그뒤에 붙일 단어를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 I know, 나는 말했다. 

미노리는 천천히 단어를 고르며 이야기를 계속 했고, 언제부터인가 온전히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지만,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미노리는 이야기하고 이는 것이다.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지는 마음에 관해. P. 30-31



#변산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P. 61



#오상그리아

커다란 유리병이 다 비어가도록 둘 중 누구 하나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 엄마에 그 딸이었다.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말에 오랫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P. 89~90



#내할머니의모든것

다만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날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최선의 것들을 몸에 걸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최선의 것들이자 유일한 것들을. 단 한 벌의 코트, 하나의 모자, 하나의 목도리, 한 켤레의 장갑.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P. 96



#너무늦지않은어떤때

그리고 나는, 천국과 지옥을 믿지 않아.

그는 나를 보지 않은 채 고해성사하듯 허공에 대고 말했다.

방금 신을 믿는다고 했잖아.

안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지만 내가 믿는 신은 천국에 살지 않아. 나는 지금, 여기의 아름다움만을 믿어.

나는 상상했다. 지금, 여기의 신. 작은 것들의 신을. 안와가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가끔씩 내 삶이,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느껴져. P. 146~147





#고래사냥

진공 상태로 떠오를 때가 아니라 붙잡혀 돌아올 때. 지구는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구나. 놓아버리지 않는구나. 기울어진 채 멀리 수평선에 돋아 있는 낮은 섬들을 바라보노라면, 발 딛고 있는 대지가 얼마나 단단하고 안온한 것인지 깨닫게 되곤 했다고.

언젠가 룸메씨가 내게 해준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지금이, 룸메씨가 바이킹을 타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도.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P. 159



#지나가는바람

우린 아마 평생 이러고 살겠지.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근데 갈대 괜찮지 않나. 지나가는 바람에 한껏 몸을 누이면 되니까. 한참 엎어져 있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고, 또 엎어지고. 누가 누구를 일으켜줄 수는 없지만, 같이 엎어져 있는 건 참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림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속으로 생각만 했다. P. 225



#한낮의빛

검고 두꺼운 암막 커튼을 쳤는데도 이 방안은 왜 이렇게 어둡지 않을까. 눈을 감고 안대를 썼는데도 왜 어떤 잔상이 망막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걸까. 묻고 싶었다. 우리가 잠들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일까. 우리가 우리에게서 빛의 기미를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자리에 누운 채 어슴푸레한 사물의 윤곽을 눈으로 더듬는 동안, 어디선가 읽었던 니체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낮의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밤의 어둠도 한낮의 빛을 알지 못한다. P. 2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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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유영만 지음 / 이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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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험난한 인생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한 것이 편하고 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좋지만 집도 좋아해서 가만히 앉아서도 오랜 시간 혼자서 잘 놀곤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한데, 어느날 마음이 고장났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 참 많이 걸었다.


교수님의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내가 왜 걸었는지 알겠다. 무너지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든든하게 알려준다. 인생은 언제 어떤 장소에서 기회를 맞이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절망과 희망, 걸림돌과 디딤돌, 내리막과 오르막, 슬픔과 기쁨.(p.81) 다양한 이중주가 순환하고 있다고.

문제 생겼을 때 회피하고 도망치고 탓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문책형 질문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문제에서 벗어날 대응을 위한 학습형 질문으로 안정감을 찾았어야 했다. 자전거 길 위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아가는 삶 속에서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 


내 삶의 주름은 자글자글하겠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의 주름(p.225)이 생긴다고 해으니. 그러나 주름이 많은 인생이야말로 저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하니 교수님 말 믿고 씩씩하게 걸어가겠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p.283


인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지루한 일상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이라서 그 안에서 특별함이나 소중함을 느끼기는 어렵게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인생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인 것이다. 지금 당장 나가서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먼저 해야할 것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 


우선 건강한 몸으르 견뎌야 한다(p.81)고 하니 체력을 키워야만....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국토종주를 하는 교수님의 여정을 함께 달렸더니 숨이 찬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상상하며 달렸기에. 교수님의 국토종주에 함께한 다양한 시인과 작가들의 책이 더 눈에 띄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이현승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다음 책은 이현승 시인의 시집이다.


문제가 생길 때 두 가지 대응 방식이 있다. 하나는 문책형 질문으로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며 누구 잘못인지 따져 묻는 방식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난국을 돌파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문제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학습형 질문 방식을 채택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응 방식을 찾아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구사한다. 문책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걱정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만, 학습형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다짐과 노력이 필요한지 배운다. p.136


'온전한 사람'을 떠올리면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인간적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반면에 '완전한 사람'은 완전무결하거나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완전한 사람이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온전한 사람이 되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인식의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가능한 일이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목표'를 달성하는 피곤하고 지루한 반복이지만, '온전함'을 추구하는 여정은 숭고한 '목적'으 향하는 자기 발전과 자기 재창조의 과정의 과정이다. 자전거 국토종주과정은 완전함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의 '과정'이다. 끝까지 '종주(縱走)'하고 '완주(完走)'하는 것도 목표지만 길 위에서 내가 '온전(穩全)'히 주인이 되는 '온주(穩走)'를 해서 더욱 행복하고 경이로운 기쁨을 맛보았다. p.159


주름은 마치 구겨진 종이와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삶이 많이 구겨진다.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의 뜻하지 않는 힘에 굴복 당할 때도 있고,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 장애물에 의해 넘어질 수도 있다. 우여곡절의 삶을 살다가 겹겹이 쌓이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구겨진 종이처럼 내 몸에 얼룩으로 남는다. 종이가 많이 구겨질수록 정석대로 접은 비행기보다 멀리 날아간다. 우여곡절이 많은 구겨진 종이일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날아간다. 똑바로 접은 비행기는 내 마음대로 날릴 수 없지만 종이를 구겨서 만든 종이비행기는 내 의지와 방향대로 멀리 날아간다.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에 각인된 다양한 주름은 세상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p.225


내가 매일 하는 일이 나를 결정하듯, 내가 매일 보내는 순간순간이 이전과 다른 나를 탄생시키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지금 일몰을 바라보는 시간도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다. 아름답고 황홀했던 찰나의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쉽고 그리워질까. 모든 순간이 다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이 되는 이유다. p.286



지금, 여기서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내일 저기 가서도 여전히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 남은 나이가 몇 살인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말은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내일 다른 순간을 위해 오늘의 행복한 이 순간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결정적인 순간은 격정적인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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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청춘문고 19
안리타 지음 / 디자인이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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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안리타


 



 


보내지 못한 편지를 씁니다.


다를 거라 믿고 싶었고, 확신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불안이 되어 이별로 가는 길인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을거예요.

마음의 무늬가 달랐고,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이 달랐고,

나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이 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이 될 줄 알았으나

결핍과 결핍이 만나 서로를 채워줄 줄 알았으나

사랑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잃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눈물이 달라서 우리는 몰래 울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눈물은 서로에게 가닿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나는 몰랐던 날들을 잊었고 자주, 오래오래 아팠습니다.

얼마나 부서져야 그날이 올까요.


불면의 밤은 오래도록 나를 붙들고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을 씁니다.

당신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공허한 밤이,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가 길었습니다.

외로운 밤이, 그렇게 흘러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공허하고 외로운, 그래서 쓸쓸하고 슬픈 밤.


그렇게 하루하루가 닳고 닳았습니다.

그런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밤이, 꺼지지 않는 별빛처럼 빛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 새벽이 참 행복했었는데 말이죠.


숱한 밤이 지나가고, 걷고 또 걸으며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이렇게 당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프고, 슬프고, 이상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의 바다, 나의 밤, 나의 외로움, 나의 공허,

이 모든 나의 당신.

당신은 어디에도 있고, 당신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작가님의 문장을 바탕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은 다를 거라 믿고 싶었던 거야.
사랑은 그러니까
당신만이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었던 거지.
단지 믿고 싶었던 거고
확신하고 싶었던 거야.
내 마음이, 계속 그리 지시하는 거야.
그래,
그때부터
우리는 이미
이별이 시작되었지.
p.33

너도 나도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했을 것이다.
각자가 지닌 모양대로 마음대로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서로가 가진 마음의 무늬가 달라 맞지 않았을 뿐
마음의 방식이 서로에게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

마음을 나눈 사이란 어쩌면 상대가 지닌 마음의 생태와
모양까지도 그려해야 하는 일이다.

나의 사랑 하나로 너의 사랑이 될 수는 없더라. p.35

어리석은 밤.
서로의 마음을 감추느라 한참을 떠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렇게 잡음만 쌓인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이 될 줄 알았는데,
상처와 상처가 만나 또 다른 상처가 되어간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숱한 밤을 떠들고 밤새 열병을 앓을 것이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들이 만나
사랑을 꿈꾸다가 사랑을 잃고,
또 아프다고 말하는 밤.

결핍과 결핍이 만나 결핍을 확인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야 할까? P. 39

서로의 눈물과 눈물은 결코 만날 수 없어서,
단지 우리는 보이지 않게 울었겠지.
서로 섞일 수 없는 눈물을 지닌 탓에
자꾸만 몰래 울어야 했겠지.
p.41

이별 후에 이별이 있고 이별만 있어
매일매일 다짐해도 몇 번을 더 이별해야 할까.
그러니까 이별은 몇 번 만에 성사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우리를 모르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뿐인데,
여기 남아 계속되는 마음은

당신을 잊기 위해
나는 또 한번 죽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부서져야 하나. P. 43

잠이 오지 않는다.
당신을 쓴다. 당신을 지운다.
당신의 얼굴을 떠올린다.
떠오르지 않는다. p.65

당신을 오래오래 떠올렸다.

그렇게 흘러가는 공허가 많고 많았다.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가 닳고 닳았다. P. 117


우리의 마음은
결코 꺼지지 않는 별빛이어서
세상이 잠든 새벽에도 밤새 빛났다. P. 140

먼 당신의 아주 작은 일부가
이곳을 스치고 있구나,
당신의 마음이 조용히 지나가는구나, 생각할 때면

조금은 아프고, 슬프고, 이상했다.

진짜
아프고
슬프고
이상했다. P. 141

네가 있는데, 네가 없어서
걷고 걸었다.
내가 떠나고 내가 돌아오는
긴 긴 새벽마다. P. 143


이 밤, 이 공허를, 이 침묵을
당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아.
당신은 어디에도 있고, 당신은 어디에도 없어서.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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