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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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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vs. 구루


 멘토(Mentor)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신조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서툴게나마 짐작해본다면, 조언을 구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받아온 상담상대나 스승으로부터 효과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갖고 있을 터입니다. 반대로 조언을 주려는 이들은 기존의 지도자나 선생님과는 차별적인 지위와 신선함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멘토입니다.


 서양도 이런 현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들은 멘토나 컨설턴트 같은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구루(Guru)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루란  원래 "힌두교, 불교, 시크교 및 기타 종교에서 일컫는 스승으로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비즈니스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 단어를 가져와서는 마치 능력이 극에 달해 신비감마저 선사하는 '현자'라는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의 3대 구루로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마이클 포터를 꼽는 식으로 말입니다. 동양은 서양의 언어로, 서양은 동양의 언어로 포지셔닝하려는 노력이 묘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현실을 상상하라』는 비즈니스계의 새로운 멘토 혹은 구루로 떠오르고 있는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의 신작입니다. 저자는 옥스퍼드 올 소울스 컬리지(Oxford All Souls College)에서 7년 연속 우등생 장학금을 받았으며,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강의를 하던 철학자 로버트는 1998년부터 강단을 떠나 다양한 기업에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우리에게 친숙한 알랭 드 보통과 시민교육기관인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London)을 설립하고,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철학자로 시작해 컨설턴트로도 입지를 굳힌 경영 구루의 강의를 경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학자, 전략을 파하다.


미국 비누공장에서, 포장기계의 오작동으로 가끔씩 비누가 안 들어간 빈케이스가 발생함. 경영진이 외부 컨설팅을 받아서 X-Ray 투시기를 포장공정에 추가 하기로 결정함. 컨설팅비: 10만불, X-Ray기계: 50만불, 인건비: 매년 5만불 


그런데...

X-Ray 투시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몇 개월간 갑자기 불량률이 제로가 되버린거임. 원인을 알아보니 최근에 새로 입사한 라인 직원이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빈케이스를 다 날려보내고 있었음. 선풍기 : 50불

출처: http://bd105.blog.me/10181605756


 저자는 "적군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순간 모든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격언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본인이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전략 무용론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대신에 그가 강조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판에 박힌 전략적 질문을 넘어서서, 현실을 탐색할 수 있는 질문과 해답을 얻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연상하게 하는 방식과 구성입니다. 경영서로서는 색다른 방식이지만, 저자가 원래 철학자 출신임을 상기한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책은 모두 48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질문들은 다시 12개씩 묶어서 4개의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큰 그림(세계라는 현실)속에서 시작한 질문은 시장, 당신의 조직을 거쳐서 당시의 머리속이이라는 미시적인 존재로 점점 좁혀가며 핵심을 파고듭니다. 심오한 질문 다음에는 저자의 풍부한 컨설팅 경험에 근거한 사례가 뒤를 잇습니다. 질문마다 종종 등장하는 집필 장소가 전세계를 아우르는 것처럼, 책의 사례는 저자의 유년기에서부터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던 저는 저자의 과한 친절(?)에 오히려 눈쌀을 찌푸려야 했습니다.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실어놓은 점이 아쉽다.


 흔히 수학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 가장 금기시하는 일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바로 해답을 보는 일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기막힌 질문과 절묘한 사례 다음에 곧바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에 색으로 강조까지 해가면서 곧바로 해답을 알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덕분에 질문과 사례를 음미하고 사고하기도 전에, 너무나 쉽고 빨리 해답과 만나게 됩니다. 대신에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과 심사숙고 후에 해답을 볼 수 있는 편집이 아쉽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저자의 참신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오해를 불러일킬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전략을 비판하고, 현실에 기반한 질문을 통해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바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경험과 고민해서 나온 해답 또한 식상한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이 담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와 컨설팅 분야를 비판하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시도에는 거듭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컨설팅이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의 기계가 고장나서 자체 해결을 못해 전문 수리공을 초빙했다.

수리공은 이리저리 몇시간을 살펴보다가 망치질 한 번을 했더니,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회사에서는 수리공이 제출한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1900년대 초에 물가수준으로는 거금인 200달러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놀란 회사에서 상세한 수리 내역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더니.....

내역서에는

   1.망치질: 5달러

   2.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 195달러

   3.합계: 200달러


출처: http://me2.do/IxtXiz7S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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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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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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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읽었던 탈무드와 재회하다.  


 70~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반복되는 고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문학적 호기심과 소양을 키운 것은 바로 '세계문학전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뒤를 이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들이 나이를 먹고,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세계문학전집'이 원본이 아닌 아동을 위해 축약되고, 편집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감을 넘어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어린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사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거나 이를 표절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최근에는 나름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 속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될 책인『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또한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탈무드가 아닌 원전에 기반한 책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 책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은 탈무드 중에서도 6부의 구성과 5,894쪽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유대의 법전인 『미쉬나(Mishinah)』입니다. 미쉬나를 먼저 소개하고, 이를 유대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현대에 맞게 해석하여 풀이해 줍니다. 그리고 소개한 내용에 걸맞는 적절한 예화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예화 부분이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 '탈무드'라고 믿고 읽었던 부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상당 부분 알고 있거나, 혹은 잊고 있었지만 다시 되살릴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각 장의 마지막에 성공한 유대인의 실화나, 유대인의 성공철학을 담고 있는 금언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입니다.


 반면에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이 책의 원서는 1998년에 출간된 『Yudaya Talmud Business(유대인 탈무드 비즈니스)』입니다. 그리고 그 원서를 2001년에 번역 출판한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의 개정증보판이 이 책『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입니다. 즉, 책이 출간된지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가인지, 번역자의 노력인지는 몰라도) 성공한 유대인으로서 책머리에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페이스북 CEO 주커버그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루고 있는 인물은 클린턴 정부의 엘런 그리스펀, 로버트 루빈, 아서 레빗과 같이 이제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럼 이 책의 출간 시기를 감안해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탈무드에서 잃어버린 상도(商道)를 발견하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유대인의 금전, 창업, 신용, 계약에 관한 철학을 다루고 마지막장에서 이 모든 것에 우선하며, 모든 것의 근본인 지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내용을 살펴보면 약간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떨리는 감동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지키려하지 않는 이상(理想)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자의 것을 착취하여 생활해서는 안 되며, 가난한 사람 또한 땀을 흘리지 않고 남에게 빌리거나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p.44에서


비즈니스의 기본은 정직이다. 그것도 상도(商道)의 근본이며, 정직으로 일관하는 것은 상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p.74에서


자유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지 방종이 아니다. ...(중략) 그러나 시장 경쟁이 무법(無法)의 경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경쟁이란 시장의 질서와 소비자의 이익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성립되는 경쟁인 것이다. -p.88에서

 

정직한 '품질과 가격'이 신용이다. -p.108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리고 과오의 의도 여부를 막론하고 과오는 과오인 것이며, 반드시 과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p.135에서


생활이 궁핍하여 물건을 팔아야 한다면 금, 보석, 집, 토지의 순서로 팔아라. 마지막까지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은 책이다. -p.206에서


 사실 이러한 원칙들이 유대인만의 특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상업 또한 원칙과 규칙이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자본주의 성립 이전부터 전통적인 상도(商道)가 분명 존재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작가 최인호님이 그의 소설 『상도』를 통해 부활시킨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문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다"란 말을 남겼고, 12대 300여년 동안 부를 모아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에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여라."라는 말이 전해져 옵니다. 모두 신용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로 지금에 와서 곱씹어도 진한 향기가 풍겨나옵니다.

  


너는 이상주의자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저는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책을 리뷰하면서, 항상 책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런 시도는 항상 남들도 다 알고 있는 정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과 글솜씨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밋밋한 해답에 분명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는 바로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순진한 생각이 결코 헛된 공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현실주의적 생각의 가장 극단으로 들 수 있는 사례는 몇 년 전 제기되었던 영어를 모국어로 삼자는 영어공용화론입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적합한 사례는 바로 유대인일 것입니다. 국토도, 국가도 없이 수천 년을 떠돌았어도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 그들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반증입니다. 반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는 넘쳐납니다. 단기의 이익만을 좇고, 품질과 신용을 뒷전으로 미뤄둔 결과는 참담합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반쯤은 농담과 반쯤은 허탈함이 우리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올리는 주말은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말은 달콤합니다. 논리 또한 그럴 듯 합니다. 이를 외면하면 뒤쳐질 것 같은 조바심이 자꾸 빠른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리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오직 지혜를 담고 있는 책과 지혜로운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적어봅니다. "예를 들자면 달걀값이 올라 양계장을 시작했다고 치세. 그런데 큰 비가 계속되어 홍수가 나서 닭이 전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네. 투기를 잘하는 사람은 그것을 예상하고 오리를 사육한다네."-p.85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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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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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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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부모님은 베이루트에서 가장 큰 서점의 계좌를 갖고 계셨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아무런 제한 없이 가져와서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의 서고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한적인 지식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중략) 열 세 살 무렵에 독서 일지를 쓰기 시작해 1주일에 30시간에서 60시간씩 책으 읽으려 했고, 오랫동안 이런 습관을 유지해 왔다.

-p.378~379

 

 올 한 해 제가 손꼽아 개봉하기를 기다렸던 영화는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슈퍼맨 시리즈인 '맨 오브 스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흥행 성적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보다 영 떨어지지만, 원조 슈퍼 히어로로서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여전합니다. 너무나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정의를 위해서 싸우기에 슈퍼맨은 종종 종교적 메시아로서 해석되기도 하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곤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문화학자들은 슈퍼맨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와서 미국을 위해 헌신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자수성가한 이민자들을 상징하며, 이것이 바로 그토록 오랜 세월 슈퍼맨이 사랑 받는 이유라는 이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리뷰하게 될 책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시대의 슈퍼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그는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파리 제9대학에서 금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월가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다 2006년 철학 에세이스트로 전향해,  금융위기를 예측한 전작 『블랙 스완』(2007)으로 전 세계 언론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월가의 이단아’, ‘월가의 현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부와 명예, 학식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니다. 저자의 프로필만으로 얼어붙었던 저는 실제 책을 받아보고는 786페이지에 7권으로 된 구성, 용어설명과 부록에 주와 참고문헌으로 첨부된 어마어마한 두께에 압도당했습니다. 마치 자신을 패배시킨 것에 면역력을 가져서 점점 더 강해지는 괴물 둠스데이 앞에 선 슈퍼맨(그는 결국 둠스데이에게 그만...)의 심정으로 책과 정면승부를 펼쳐보았습니다.

 

 

둠스데이를 상대하는 법

 

 게다가 에세이는 교과서와 상극이다. 에세이에는 더욱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탐구와 함께 자전적인 성찰과 비유가 혼합되어 있다. 나는 리스크와 관련된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확률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중략) 따라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가 불확실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기에는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서문 p.39에서  

 

 이 책은 저자의 의도에 의해서 7권의 책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각 권이 진화, 정치, 경영, 윤리, 철학과 같은 분야에서 '안티 프래질'에 대한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이 각 권의 내용들이 다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개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읽어내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머리 속에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이라는 단어만 수백번 반복한 느낌 밖에는 아무 것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번째 패배를 인정하고, 두 번째부터는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공략을 통해서 차근차근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책을 먼저 읽은 경험자의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이 책을 읽어내는 첫 번째 비결은 '용어'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깨어지기 쉬운 특성을 나타내는 '프래질'과는 반대로 오히려 더 강해지는 특징으로 저자가 창안한 개념입니다. 이 외에도 거의 원어를 한글로 옮겨놓은 듯한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책 말미에 용어설명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덮어놓고 내용으로 돌진하기보다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우선입니다. 그 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서문과 각 권의 제목들을 살펴보길 권합니다. 책에 대한 대략적인 모습이 그려지고, 그 후에 책을 읽어나간다면 한결 수월하고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안티프래질은 사상인가, 현상인가?

 

 나는 우리가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길을 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안하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함을 이루어내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중략) 아랍인들도 이런 생각을 다음과 같은 통렬한 문장으로 포현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실력이 없어도 된다. 그것을 글로 쓰려면 정복해야 한다.

 

-서문 p.27에서

 

 이 책이 학술적인 논문으로 확장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읽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방대한 분량과 저자 자신이 일반인은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복잡한 기술적 내용(심지어 관련 종사자를 위해서 번역자는 일부러 부록을 원문 그대로 실었다고 합니다.)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안티프래질이 과연 자연적인 혹은 사회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저자가 우리에게 주문하는 새로운 사상인지조차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책에 삽입되어 있는 예화인 토니와 네로의 이야기를 우화 형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간하고, 기술적인 내용은 논문의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책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013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필요한 책일지도 모릅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철도 민영화를 비롯한 민영화 이슈,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둘러싼 찬반양론, 장기간 대치하고 있는 여당과 야당, 불안한 북한 정세에 이르기까지 프래질을 넘어선  '슈퍼프래질'(충격을 받으면 자신만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전염시켜 연쇄적인 파국을 일으키는 현상을 묘사한 말로 제가 만들어 보았습니다)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이 책이 제안하는 바벨전략(이원적인 전략으로서 하나는 안전하고 다른 하나는 위험한 두 개의 극단을 조합한다. 일원적인 전략보다 더 강건하며, 때로 안티프래질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기도 한다.)이 매우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제안하고, 수용하고, 거부하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누가 프래질이고 누가 안티프래질인지를 우리는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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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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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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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변화란 무엇인가?

 

 변화는 예상보다 느리게 일어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빠르게 일어나기도 한다. 더 느리다고 하는 까닭은, 예고된 발전이 언제나 곧바로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실현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략) 이에 비해 더 빠르다고 하는 까닭은, 변화란 일어났다 하면 거세게 몰아닥쳐 미쳐 알아차리기도 전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p.20에서

 

 작년 tvN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7>에 이어서 올해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94>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떠오리게 하는 복고적인 감성이 대중들과 통했다는 중론(衆論)입니다.  저 또한 이 드라마를 뒤늦게 찾아서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르게 되는 개인적인 감상은 바로 변화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약 20여년이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모뎀을 이용한 피시 통신에서  광랜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으로, 삐삐로 호출하고 공중전화로 통화하던 모습에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태풍의 눈은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수많은 변화를 거쳐왔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었던 저는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위에서 인용한 변화의 속성을 설명한 부분을 읽으면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 속도를 체감하기는 힘이 듭니다. 반면에 변화에 조금이라도 적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럼 (이전에 리뷰했던 새로운 황금시대의 저자처럼 모두 호주 출신인) 과학자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와 언론인 비앙카 노그래디가 그려내는 제 6의 물결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제5의 물결에서 정보통신기술이 핵심이었다면, 제6의 물결에서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자원 효율적인 기술들은 재료, 장비,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망라하여 성능이나 생산성, 효율을 높이면서도 비용, 자원투입, 에너지 소비, 쓰레기나 오염물질을 줄이는 기술이다. ...(중략) 이 모든 청정기술이 등장하면서 자원 효율성을 높일 기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p.150~154에서
 

 

 저자들은 자연, 사회적인 변화에 대해 인간이 어떤 일을 하는 새로운 방법인 혁신을 통해 대응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은 크게  ①새로운 '기술'의 발전  ②'시장'의 변화  ③이 두 요소를 서로 연결시키고 함께 결합되도록 북돋우는 '제도'의 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경기 변동이 이루어진다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론에 따르면, 현재 증기력에서 정보통신기술까지 다섯 번의 커다란 '혁명'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제 우리 앞에 효율성을 앞세운 청정기술이라는 제 6의 물결이 곧 들이닥친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측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지금 현재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조짐입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카쉐어링 서비스에서부터 태양전지사업으로 추정재산 26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은 중국인 젱롱 시의 사례까지 책은 이미 시작된 제 6의 물결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의 1부가 변화와 혁신, 다가올 제 6의 물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 2부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해법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제 쓰레기가 곧 기회이며, 이를 통해 알맞은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며, 이는 곧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가 하나로 통합됨을 의미합니다. 이런 효율성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생산물은 지역적이고, 정보는 국제적인 경향이 가속화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해답은 바로 자연의 디자인과 기술을 응용하는 생체모방(biomimicry)뿐이라고 저자들은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쾌한 논리와 적절한 사례를 통해 책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저는 막연한 저항감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이러한 자원 한정 시대에 등장하는 도전에 맞서 한국은 전지구적 지속 가능성과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울은 '녹색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을 선도하고 확산시키는데 전념하는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본거지이다. ...(중략)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어 한국은 2012 글로벌 청정기술 혁신 지수에서 세계 10위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1위에 올랐다.

 

-p.7~8 한국어판 서문에서

 

 행동설계틀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히스 형제의 책 『스위치』의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이건희 회장에 관한 일화로 시작합니다. 1993년 신경영 전략을 발표한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에게 7.4제(오전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라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삼성의 원동력을 이제는 폐지된 7.4제에서 찾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을 내다 본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과감한 기술 투자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청정기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하지만 달콤한 저자의 지적은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저자가 바라본 녹색한국의 모습과 제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의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로만 한국을 살펴본 저자의 안이함이 불러온 실수인지를 내내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결코 비효율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모두가 지금 반드시 생각해 볼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점을 알아야 방향을 정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청정기술을 사용하여, 녹색 성장과 함께 하며, 자연친화적인 문화 속에서 살고 계십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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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왜 따르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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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아이리더십>>이 출간된 직후에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스티브 전기문이 나왔다. 스티브가 그 책을 칭찬하고 인정했다지만, 나는 아이작슨의 전기문이 부당하다 싶을 만큼 스티브를 부정적이고 흠 있는 사람으로 그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목격한 여러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전했다.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전직 애플 부사장으로 오래도록 이사로 지냈으며 개인적으로 스티브의 친구이기도 한 빌 캠벨Bill Campbell도 "그 빌어먹을 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이작슨의 전기문에 거친 말을 내뱉었다.

 

-서문 p.5에서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도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애플사(社)를 비롯한 IT기업들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의  성패를 논하기엔 아직 시간이 이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티브 잡스를 향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관심 또한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여전히 스티브 잡스 관련 책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이 너무 뜨거우면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듯이,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이 역시도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관해서 다룬 『왜 따르는가(원제: Leading Apple with Steve Jobs : management lessons from a controversial genius.)』를 이번에 리뷰하면서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저 자신이 먼저 스티브 잡스에 가지는 생각과 경험을 밝히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만을 사용해왔고,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사의 제품을 단편적으로 사용해봤습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호감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지만,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임음 밝혀둡니다.

 

 

 과도한 애정이 본질을 흐리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십이 오직 스티브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별난 성격 때문에 가능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사회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제품 개발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비전에서 시작된다. (중략)...스티브의 비전이 우호적이고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기술 전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만들었고 그가 정말로 특별한 제품을 줄줄이 탄생시킨 덕분에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p.17-~18에서

 

 먼저 이 책의 저자 제이 엘리엇Jay Elliot은 전 애플 수석부사장입니다. 그는 1980년, 몸담았던 인텔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한 식당에서 스물 다섯 살의 스티브 잡스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후 20여 년간 스티브 잡스와 함께 제품 개발, 인재 채용, 조직 문화, 브랜딩 등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졌고 수석부사장으로서 애플을 진두지휘해왔습니다. 왼손잡이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신뢰를 받은 인물답게 저자는 시종일관 시대의 보편적인 경영관과는 전혀 달랐던 스티스 잡스의 경영철학에서 애플의 성공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확고한 사업철학과 가치기준(2장)을 갖고 있었고, 우수함을 넘어 탁월함을(7장) 추구했으며, 혁신과 창의력이 살아 숨쉬는 일터 (11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말하는 방식입니다. 책은 연대기적 구성보다는 저자의 주장을 나열하는 방식으으로 이루어졌고, 저자의 주장과 잡스의 일화가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잡스에 대한 애정은 잘 전달되지만, 그리 긍정적인 효과는 미비합니다. 잡스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스티브 잡스를 뛰어나지만 비뚤어진 괴짜로 만들었다면, 저자는 시대를 앞서갔던 천재이자 위대한 경영자로서 잡스를 제한하려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 책의 모순이 시작됩니다. 오직 '스티브 잡스'만이 가능했던 철학, 행동, 카리스마를 아는 것이 과연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이단아는 확고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그 해답을 위해 우리는 잠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웃라이어하면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의 성공은 사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그의 주장입니다. "그들(아웃라이어)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라는 글래드웰의 말처럼 스티브 잡스 또한 미국이라는 지역, 전자공학의 발달이라는 역사, IT산업의 호황이라는 기회 없이는 그러한 성공을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해집니다. 우리는 막연하게 제 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거나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천재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는 보편적인 교육, 기업가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진취적인 사회, 공평한 기회와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만들면 됩니다. 보편적인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을 때, 이를 뛰어넘는 천재가 반드시 출현한다는 사실을 저는 한 애니메이션에 발견했습니다.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적어둡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숭이의 무리에 대해서 말이네. 원숭이들은 두목을 정점으로 통솔된 무리를 이룬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씩 꼭 그 무리에 거역하는 이단의 원숭이가 꼭 나타난다."

 

"이단의 원숭이?"

 

"그 이단의 원숭이는 자신의 무리에서 떠나 다른 무리에 다가간다. 그 다른 무리의 원숭이들은 이단의 원숭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구타한다고 하지.

 

"오오! 원숭이 무리에도 테일러 같은 왕따가 있었구려!"


"그러나 그 이단자야말로 귀중한 존재인 것이다."

 

"귀중한 존재?"

 

"왜냐면 원숭이들은 이단의 존재에 의해 무리끼리의 피를 교환해. 자신의 무리의 피가
혼탁해 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단의 원숭이야말로 원숭이 무리에 있어 필요 불가결하다."


"자연의 섭리로 이단자가 태어난다는 말인가?"


"음, 우리 군 조직에 있어 테일러는 그런 이단자였을런지도 몰라."


"그럼 중장님은 군에는 테일러가 필요하다는 말이오. 왜 그러시나, 중장님"

 

"이단이야말로 조직의 핵심. 그렇지만 지금 와서 테일러가 그런 자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

 

-애니메이션 무책임 함장 테일러 26화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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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