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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CEO도 미생이다. 


우리에겐 기술도, 자본도 모자랐다.

경쟁사는 제품을 시장에 무료로 배포했다.

세상은 장밋빛이 아니었고, 

우리는 또 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앞표지에서


 이 책 『하드씽』의 저자 벤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자와 관리자로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 라우드클라우드를 설립하고, 2002년 이를 옵스웨어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한 뒤 2007년 휴렛팩커드에 16억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IT 관련 종사자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성공 가도를  순조롭게 달려온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CEO로서의 삶이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합니다. "CEO가 겪는 첫 번째 문제는 CEO가 되어서야 CEO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p.289)라는 그의 진솔한 고백은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완생인 CEO조차 실제로는 미생일 뿐이라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획득한 생생한 경험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맛깔 나는 글솜씨'로 엮어 블로그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테크놀로지 업계의 슈퍼스타 마크 안드레센과 함께 벤처 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쟁쟁한 신생기업에 투자해왔습니다. 기술자, 관리자, CEO, 작가, 투자가로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 『하드씽』인 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스타트업 구루 벤 호로위츠의 경영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공 공식은 없다. 극복 경험칙은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혁혁한 공을 세운 창립 멤버를 어쩔 수 없이 해고해야 할 때.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 우리 회사로 데려오고 싶은 탐나는 인재가 있을 때. 업무 능력은 흠 잡을 데 없이 탁월하나 좋지 않은 행실 때문에 늘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직원이 있을 때. CEO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뒤표지에서  


 이 책은 크게 8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의 제목처럼 1장부터 3장까지는 '수줍은 꼬마 울보에서 벤처 창업가'로서 저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자세하게 담겨있습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그런 과정에서 주인공이 얻은 경험과 교훈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이러한 글을 쓰게 된 목적과 독자에 대한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책 전체를 통해서 저자가 전하고 싶은, 동시에 반복하고 있는 메시지는 '난제를 풀어내는 공식' 같은 것은 없다는 점입니다. 즉, 성공 공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성공한 이들의 경험과 조언만이 도움이 될 뿐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성공 공식 대신 책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저자 벤 호로위츠의 직접 겪은 다양한 체험에서 길어올린 경험칙입니다. 저자는 CEO의 숙명인 악전고투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기준, 기업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원칙, 직원들과 직장 문화를 조율하는 방법, CEO 자신을 다스리는 마음가짐들을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솔직한 고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즉, 대부분의 경영서가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책은 오히려 위기와 실패시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경영서로는 이례적으로 저자가 즐기는 힙합과 랩 음악, 영화 등을 책의 곳곳에 배치한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악전고투 중인 모든 이들에게


 나는 그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을 헤쳐나갈 정확한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그 방법을 찾도록 도와 줄 뿐이다. 그리고 때때로 그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평화를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조언과 경험자의 깨달음을 길잡이로 삼는다 해도 힘든 문제는 언제나 힘든 법이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이 말만 남기겠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악전고투 중인 모든 이들이 조만간 평화를 찾기를!


-p.384에서  


 하지만 저자가 다른 경영서들의 성공 공식과 다르다고 말하는 '나만의 교훈'이 얼마나 차별화 된 것이냐는 의문을 빼먹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경영서들도 다양한 사례와 통계, 인터뷰와 면담을 통해서 새로운 '교훈'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직까지 성공에 대한 형식지(形式知)는 존재하지 않으며, 암묵지(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만이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결국 '교훈'이라는 단어는 저자의 겸손한 표현이자, 경영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미국과는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입니다. 주주의 의해 창업자가 쫓겨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전문 CEO들의 활약과 이들에 대한 헤드 헌팅이 당연한 미국과 상대적으로 창업자와 대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분명 이 책은 현직 CEO가 초보 CEO를 위해 쓴 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떠한 조직에 있든, 어떠한 위치에 있든 꿈을 이루기 위해 악전고투 중인 모든 이들이 읽어볼만한 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CEO이며, 사회의 구성원이자, 다양한 갑을 관계를 놓여있는 미생이기 때문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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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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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끌리는 컨셉의 법칙 -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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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치 넣으려고 냉장고를 또 사겠어?


 위니아 만도는 1995년 처음 김치냉장고를 출시했습니다.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김치냉장고를 출시할 때만 해도 냉장고가 있는데 별도로 김치만 보관할 냉장고를 누가 사겠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김치냉장고가 없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중략) 딤채의 성공 사례는 영국 헐Hull대학 경영대학원 수업교재에 자세히 소개되었을 정도입니다. 기존의 일반 냉장고와 성공적으로 차별화시킨 제품 컨셉 덕분에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경우인데요. 


-p.48에서


 마케팅은 참으로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그 속에는 첨단의 이론과 각본 없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문제는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입니다. 현실을 중시하는 이들은 생생한 사례에 주목하고, 이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논리적인 이론에 방점을 찍습니다. 물론 정답은 이론과 사례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일일 터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흥미롭지만 쉬이 우리에게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 알게된 친구 덕분에 마케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전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관심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케팅을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그 답답함 또한 커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케팅 이론은 간결해지지기보다는 복잡해졌고, 사례는 또다른 이론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만이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봅니다. '현재의 마케팅이론은 이론적이고 분석적이다 보니 통합이 필요한 컨셉개발에 적용할 때 많은 한계를 절감한' 김근배 교수가『끌리는 컨셉의 법칙』이라는 신간을 우리에게 선보였습니다. 과연 기존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양사상과 인문학으로 마케팅을 풀어내다. 


 이처럼 컨셉에는 '잡다'는 의미와 '여럿을 하나로 묶는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컨셉은 곧 '여럿을 붙잡아 하나로 꿴 것'이라는 의미가 되는데요. ...(중략) 그런데 컨셉을 개념으로 번역했던 사람이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의미를 알았다면 아마 개념 대신에 일이관지로 번역하지 않았을까요. 일이관지에는 '하나로'라는 의미와 '붙잡다'는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컨셉이 원래 의미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즉 일(一)에는 '여럿을 하나로'란 의미가 있고, 관(貫)에는 '꿰뚫어 붙잡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p.35, 40~41에서


 컨셉 개발을 위해 필요한 통합적 사고를 저자는 동양 사상을 기반으로 추론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은 인문학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 결과 틀에 박힌 실증주의를 넘어선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낸 마케팅 이론과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로 적절하게 엮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은 이런 '끌리는 컨셉의 법칙' 17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상당히 많은 법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법칙은 다시 자연스레 다음 법칙을 필요로 하는 논리적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론의 연쇄는 컨셉을 논어의 일이관지(一以貫之)로  풀어낸 저자의 주장을 그 자체로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통합적 사고가 음(陰)이라면, 이를 보완하는 양()은 바로 다양한 사례입니다. '배변 연습용' 기저귀에서 '걷는 아이용'으로 컨셉을 바꿔 성공한 하기X의 역전 드라마, '비누'에서 '팩'으로 컨셉을 바꿔 재도전에 성공한 스웨덴 제품, 혁신적인 기능을 가졌지만 소비자에게 익숙한 방식의 DVD 플레이어에 패배한 티보(Tivo) 등의 사례들은 이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보조바퀴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사례를 직접 분석함으로써 이론을 검증해볼 수 있는 적절한 문제의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빼어난 해답 속에 빠져있는 '문제 의식'이 아쉽다. 


  통념을 깨뜨리는 역발상의 사고는 바로 모순을 부정하고 서로 대립되는 것을 상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음과 양이 합쳐 태극을 이루듯이 말입니다. 여기에 법칙 1~16이 음이고 이를 부정하는 법칙 17은 양이 되어 이들이 서로 상생해 하나의 '법칙'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p.332에서


 저자는 마지막 법칙 17에서 '모든 법칙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법칙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처음에는 열린 마음을 가진 작가들이 종종 책의 마지막에 사용하는 익숙한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용한 글에서 보듯이 작가 김근배 교수에게 있어 마지막 법칙은 통합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귀결이 될 수 밖에 없는 법칙입니다. 완벽할 수 없는 법칙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런 방식은 독자가 수동적인 독서가 아닌 적극적인 사유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고민한 저만의 끌리는 컨셉은 바로 "왜라는 문제의식을 갖자"입니다. 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케팅에 관한 아쉬움은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제품이 좋은 것'이라는 관점이었습니다.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가리는 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지만, 비난과 흑색선전을 지양하고 구분하는 능력은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터와 소비자 모두 마케팅의 방법 이전에 마케팅의 목적인 왜라는 문제의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아야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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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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