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네이키드 퓨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네이키드 퓨처 - 당신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는 사물인터넷의 기회와 위협!
패트릭 터커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사생활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는 벌거벗은 미래


 대문자 F를 사용하는 미래(Future)는 제도, 제품, 유행, 삶의 취향과 방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현재가 계속해서 개혁 및 개선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계몽주의 시대 진보 관념에서 태어났다. 이는 집단 및 국가가 미래와 맺고 있는 상호작용이 개인 및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유이다. 공적인 개념으로서 미래는 구매, 투표, 사회적 행동을 형성한다. 미래는 기술과 발명이 이룩하는 기적을 통해 한층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세심하게 관리되는 진보한 현재이다. 


-p.6 서문에서


 공적인 미래(Future)가 있다면, 사적인 미래(future)도 있을 겁니다. 과학 전문 기자 겸 편집자인 패트릭 터커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사적인 미래입니다. 사적인 미래의 특징은 개인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미래로서 그 의도를 자신조차 모르는 영역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미래를 예측가능한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을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공하여, 개인과 기업이 활용하는 미래가 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래를 저자는 벌거벗은 미래(naked future)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직업인 기자 신분을 십분 활용하여 수많은 과학자, 정책 전문가, 비전가를 만나 기술 및 혁신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했습니다. 또한 벌거벗은 미래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미리 체험하고 우리에게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이 신간이라는 점은 기술 분야를 다루는 모든 내용이 그렇듯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장 향상된 기술들을 미리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신간평가단을 통해 읽어온 미래와 신기술에 대해 점검하고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럼『네이키드 퓨처』를 통해 다가올 미래가 장미빛 유토피아일지, 회색빛 디스토피아일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모든 행동을 예측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완벽하게 개인 취향에 맞춘 영화는 분명 시청자(혹은 참가자)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관련된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심지어 이야기에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아주 현대적이고 지극히 이야기에 집중하는 비디오 게임과 같은 공통점을 지닐 것이다.


-p.166에서 


 저자는 교육·의료·연애·문화생활·범죄·시민운동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진행 중인 '네이키드 퓨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현재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저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전문가 합의법), 현재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거나(추세 외삽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그려내어(시나리오법) 미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것이 공개된 세상의 눈부신 가능성과 치명적 위협!" 모두를 가감 없이 우리에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는 지금이다."라는 오래된 잠언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5장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적중률을 최대로 높이려면?"입니다. 이 장에서는 영화 대본과 흥행의 관계를 분석하는 BART-QL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영화 흥행을 예측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영화 관객 한 명 한 명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영화가 등장 하리라고 저자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영화의 미래가 영화의 연출 방식과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결합한 현재의 게임 장르 '인터렉티브 무비'와 닮아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영화가 게임을 압도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이 영화를 능가할 것인지 흥미진진한 대결이 기대가 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앞지를 수는 없다. 


"내가 꾸는 디스토피아 악몽은 이런 데이터가 떠돌아다니다가 당신이 아침에 커피를 사러 가서 카드를 긁는 순간 의료보험회사가 당신이 고혈압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세상입니다. 그러고 나면 정부가 당신에게 세금을 부과하죠."


-p.370에서 


 '네이키드 퓨처'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난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최전선에 눈부신 가능성을 매일 접하고 있는 과학 전문 기자이자 편집자인 저자이기에 너무나 당연한 입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저자의 전문가적 지식 수준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저자의 주장을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패트릭 터커는 "당신이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면 미래는 다시 한 번 바뀌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의도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려고 했겠지만, 저는 이 문장에서 미래 예측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다시 한 번 미래를 바꾸게 됩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영원히 미래를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정보를 통해 감시를 강화하려는 정부와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을 상대로 우리가 자신의 취향과 의도대로 'dressed future'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황 10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익숙한 것과의 만남, 우석훈


 한국이 지나온 마케팅 사회의 최정점은 아마도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2006년)가 출간될 무렵이 아닐까 싶다. 공지영의 소설은 1980년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황석영의 글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그 어딘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말로 2000년대의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정이현을 꼽을 수 밖에 없다. 그게 우리가 지나온 2000년대다. 


-p.14 프롤로그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스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스타들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무명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오고, 그 행보를 쭈욱 지켜보며, 마침내 성공했을 때 함께 기뻐한 '나만의 스타'가 아닐까 합니다. 저에게는 작가 우석훈님이 그런 존재입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음식국부론』(2005년)을 통해서 입니다. 그 당시 가졌던 음식에 대한 관심은 미시사(微視史)로 이어졌고,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을 찾다 발견한 것이 바로  우석훈님입니다. 신선한 내용과 참신한 관점에 매료된 저는 그 후로도 그의 책을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작가 우석훈은 매우 익숙한 존재입니다. 그의 관점이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그가 제기한 사회적 문제나 소박한 대안에는 귀을 기울여 경청하곤 합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불황 10년』이란 제목으로 다가올 경제 상황과 그 대안을 제시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게다가 신간 평가단의 도서로 선정되어 리뷰를 통해 나름의 애정(?)을 표현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장하준 교수와는 반대로 너무나 익숙한 저자의 책을 소개한 것 또한 쉽지 않음을 실감했습니다. 나의 편견이 『불황 10년』을 읽을 독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길 바라며, 글을 이어봅니다.          



12억원으로 하는 라이프 게임 전략


 12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평생 치르는 게임,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에서 바라보는 한국 30대의 삶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2억 원의 유산이 더해질 수가 있다. 그래봐야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12억 원을 가지고, 우리는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아이도 키우고 대학도 보내게 된다. 물론 빡빡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게 예산의 전부다. '미러클'을 기대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별로 없다.  


-p.96에서


  이 책의 본질은 '재테크' 서적입니다. 그것도 앞으로 다가올 '불황 10년'을 개인이 헤쳐나갈 수 있는 도와주는 '약은 방식'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런 책들은 지금도 넘쳐납니다. 『저는 재태크가 처음인데요』와 같은 소박한 제목을 단 책도 있고,『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처럼 중립을 지키는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와 같은 권유를 넘어 강압에 가까운 제목의 책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책들과『불황 10년』은 과연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 책은 단지 '약은 방식'뿐만이 아니라 '옳은 방식'을 함께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기 위해 월세로 살아라는 조언 뒤에는 행복한 주거를 위한 땅콩집과 코하우징을 소개합니다. 1년치 생활비를 정기 예금으로 저축하라는 충고 뒤에는 넉넉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청빈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신 동화작가 권정생님의 삶이 따라붙습니다. CEO, 귀농자,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하고 그 노하우를 공개하면서도, 일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꿈과 노력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비판하면서도, 저자는 국영수의 올바른 학습 방법 또한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별 다섯 개를 바친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의 절반은 독자가 창조한다. - 볼테르


 이 책은 260 페이지 분량의 책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4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은 부동산, 개인 재무구조, 고용 문제와 창업, 육아와 교육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장 당 50여 페이지쯤 할애하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다, 분량도 읽기에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읽다가 중단하기를 여러 번이나 거듭했고, 다시 읽은 부분도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그 만큼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일은 저에게 꽤 많은 노력을 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저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반론을 떠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14년 10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적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제가 고민하고 해결할 문제들을 이 책은 저에게 심어주었고, 저는 나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했습니다. 재테크라는 속성과 한정적인 기간을 다룬 책이라는 한계로 이 책이 스테디셀러가 될 확률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의 예상이 틀려서 호황 10년이 찾아오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많은 고민과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준, 그래서 나를 성장시켜준 이 책에게 처음으로 별 다섯 개를 매겨 개인적인 감사를 전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호와 소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호와 소음'을 예측하다. 


 이 책은 정보, 기술 그리고 과학의 진보에 관한 책이다. 경재, 시장, 그리고 사상의 진화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를 컴퓨터보다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방법과,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에 관한 책이다...(중략) 이 책은 이 모든 것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는 예측을 다루는 책이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통찰력을 가질 수 있어서 실수를 조금이라도 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쫗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고민이다. 


-p.13, '들어가며'에서


 저는 지난번 신간 평가 도서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에서 미래예측이 이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익히고 활용해야 할 기술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이번에 예측에 관한 것을 다룬 신간『신호와 소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네이트 실버는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명성을 얻었고, 통계확률기법을 카지노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미국의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고, 2013년에도 오바마의 승리를 맞춤으로써 명실상부한 예측의 대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저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저는『신호와 소음』이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예측의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보니, 764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 어디에도 그런 비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고, 저는 복잡하고 낯선 분야의 사례들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진도를 나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부족한 능력 때문에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소득을 얻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 결과를 이제 나누어 보려 합니다. 



베이즈 통계학, 미래를 예측하다. 


 이 책의 저자인 네이트 실버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요약하자면, 베이즈 정리, 베이즈주의, 베이즈주의적 세계관이다. 기존의 통계학이 멈춰 있는 과녁을 맞히는 것이라면 베이즈주의 통계학은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것이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상황이 끊임없이 변함에 따라, 또 정보가 수도 없이 많이 쏟아짐에 따라, 기존의 방법론은 '실용적'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표본을 아우르지 못하는 낡은 그릇이 되고 말았으므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신호와 소음'은 그 해답을 베이즈 정리에서 찾는다.


-p.660, 옮긴이의 말에서 


 흔히 요즘을 빅데이터 시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신호'는 그대로 이지만, '소음'만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관련 종사자들이 빅데이터의 놀라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요즘의 추세와는 사뭇 다른 주장입니다. 저자는 이런 자료를 다루는 방법론 또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관찰자가 '잘 설계된' 실험을 통해 구한 빈도를 를 기반으로 한 빈도주의 예측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해서 표준편차를 포함한 확률을 구한 바로 그 방법입니다. 빈도주의는 이런 빅데이터라는 막대한 정보의 양(반대로 소수의 사례 역시도)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베이즈 정리, 베이즈주의, 베이즈주의적 세계관입니다. 이 방법론은  빈도주의와는 반대로 (관찰자의 주관적인) 사전 확률을 미리 가지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확률을 새롭게 계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방식은 빈도주의가 가지는 약점, 데이터의 양이나 변화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사전 확률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 점을 충분히 경계하고,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고 이를 계속 반영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관찰자가 되기보단 참여자가 되자.


 우리는 여전히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다. 우리가 한 예측이 빗나간다면, 이것이 우리의 잘못 때문인지 아닌지, 또는 우리가 운용하는 모델에 오류가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단지 운이 없었기 때문인지 우리는 결코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해결책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어림값은, 신호와 소음 모두 우리 우주에서 뺄 수 없는 요소임을 깨닫고서 이 신호와 소음에 대해 전혀 흔들림 없는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며, 각각의 실체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p.486에서


 사실 빈도주의 통계학에 대한 비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서로는 고전인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 1954)』부터 최신작인 『벌거벗은 통계학(2013)』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방법론을 쓰든 결국 사람의 주관은 개입되기 마련이므로, 이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끊임없는 개선이 가능한 베이즈주의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임에 분명합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힘들고 괴로웠던 점은 개인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맞지 않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례였습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체스, 포커, 지진, 테러 등의 사례는 흥미롭기보다는 과연 내가 이런 확률을 사용할까라는 의구심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동시에 구태여 이런 확률을 통한 예측보다 더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확실한 확률에도 되도록이면 도박은 피하고, 자연재해나 테러의 확률을 구할 시간과 비용을 이에 대비하는 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당선자를 예측하기보단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경제위기를 예측하기보다는 경제위기를 발생시키는 탐욕을 줄이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 그가 바라보는 경제학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의 하나를 집필한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학부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의식적으로 경제학을 과학의 한 분야로 묘사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두루뭉술한 학문 분야에 발을 들여놨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p.15, 프롤로그에서


 장하준. 경제 혹은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숙한 이름입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시작으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서를 통해 신선한 경제학적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비주류인)역사적 제도주의 경제학자라고 불리우는 그는 경제를 바라볼 때, 한 나라의 제도나 역사를 중요시 여기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의 이러한 주장이 학계나 독자들에게 치열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출판될 때 마다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저는 여전히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하고, 풍문으로만 접해왔을 뿐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 신간평가단을 통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의 책을 만난다는 설레임 반, 다른 저작들을 읽지 않은 채 오직 이 책으로 리뷰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 반을 안고 시작된 독서였습니다. 처음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한 책 "이라는 겉표지의 문구였습니다. 과연 장하준 교수는 기존의 경제학이 불변하는(혹은 불변하는 것처럼 보이는)자연과학처럼 보이게끔 우리를 현혹시킨다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장하준, 그가 말하는 경제학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준, 그가 말하는 경제학


 고객이 원하면 어느 색의 차도 다 좋다. 그 색이 검은색이기만 하면. 

                                                                                - 헨리 포드


 백화제방 백가쟁명. 온갖 꽃이 다 같이 피고, 온갖 학파가 논쟁을 벌이게 하라. 

                                                                                -마오쩌둥


-p.115에서



 보통의 경제학 입문서는 내용은 다를지라도 그 형식에 있어서만큼은 대동소이합니다. (암묵적으로 신고전주의의 사상을 기본 전제로 한 채로)희소성의 법칙으로 시작해서 1부는 미시경제학을, 2부는 거시경제학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존 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은 연 장하준 교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학을 모든 분야에서 선택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경제 분야를 다루는 학문'으로 규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고전주의 경제학부터 행동주의 경제학까지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을 소개합니다. 더 나아가 이 이론들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정의, 다양한 이론 다음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숫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생산, 금융, 불평등과 빈곤, 일과 실업, 정부, 국제 무역과 같은 실물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풍부한 통계 지표를 통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론과 마찬가지로 장하준 교수는 현실을 일차원적 현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경제 현실을 나타내는 통계 지표가 갖고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균형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용한 "백화제방 백가쟁명"이란 말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이론과 관점, 풍부한 통계자료가 풍성한 전혀 새로운 경제학 입문서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장하준, 그가 행하는 경제학 


 물론 누구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 있다. 특정 이론 한두 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들 있다. 그러나 부디 '망치 쥔 사람', 더욱이 다른 연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이 비유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임무에 맞춰 서로 다른 연장이 달린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p.437,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당황했던 점(?)은 이 책이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이기는 하지만, 영문판의 번역본이라는 점입니다. 알아보니 다른 대부분의 책들도 영문판의 번역본이었고, 그것도 본인이 아닌 다른 전문 번역가를 통해서 한국어판을 출판하고 있었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전 세계 39개국 36개 언어로 소개된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최적의) 선택이자 경제적(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또한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그도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책을 출판할 때는 (그가 비판해 온)신고전주의적 경제학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활용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황과 상관없이 하나의 이론, 하나의 해법만을 강요하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면 정책 따로 현실 따로 돌아가는 더욱 최악의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번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작은 정부와 감세를 통해 신자유적인 경제체제를 더욱 강화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어가는 국가 채무와 연일 발표되는 증세에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늘어나는 예산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 예산은 감축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그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장하준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우리 또한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 현재 과연 누가 말하고, 누가 듣고, 누가 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어떻게 한순간에 시장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래리 다운즈 & 폴 누네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직도 애니팡을 하고 계신가요?



  

 2012년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모바일게임 '애니팡'. 이 게임의 다운로드건수는 40여일만에 12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 명이 매일 이 게임을 즐겼으며, 그 중 1명은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아이템인 '하트'를 하루 평균 10명의 친구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애니팡의 열기는 사그러들었뿐만 아니라, 제 2의 애니팡을 꿈꾸는 많은 게임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상은 기존의 기업 종사자들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례였습니다. 이전까지 혁신은 전통적으로는 사치품에서 일반 대중화가 (위에서 아래로)되는 경우, 반대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저가품에서 일반 대중화가 (아래서 위로)되는 경우, 서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조합해 새로운 영역을 (옆으로)창출하는 블루오션 전략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불과 몇 달, 심지어 며칠 만에 무너뜨리고 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새로운 혁신(서문 p.6에서)' 에 주목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킬러 앱에 대해 처음으로 소개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저자 래리 다운즈와 파괴적인 기술들 사이의 짧아지는 시간 간격에 대해 연구해온 폴 누네스이 바로 그들입니다. 두 저자는 이 새로운 종류의 혁신 현상에 '빅뱅 파괴'란 이름을 붙이고, 백 개가 넘는 세밀한 사례연구를 통해 그 실체를 연구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묶어낸 것이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 될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빅뱅 파괴를 일으키는 방법, 혹은 이로부터 살아남는 생존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빅뱅 파괴의 시대'이다.


 '빅뱅 파괴의 시대'이다. 새로운 파괴자들이 기존의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위에서도 아니고, 아래에서도 아니고, 옆에서도 아니다. 세 곳에서 동시에 접근한다. 이들은 자기 제품을 잠재적인 성장에 붙들어 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비용을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이들의 제품은 보다 싸고 보다 고객 맞춤형이다. 일부 사용자에게만 맞춤형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용자에게 맞춤형이다. 이것은 단순히 파괴적인(disruptive) 혁신이 아니다. 그야말로 초토화(devastating) 혁신이다. 


-서문 p.15에서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우선 빅뱅 파괴라는 현상을 해부하고 있습니다. 즉, 빅뱅 파괴의 기원 및 진행 상황과 이것이 초래하는 충격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빅뱅 파괴의 원동력은 짧은 시간안에 가격과 성능 면에서 몇 배씩 개선되는 '기하급수적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전략 측면에서 보다 좋고 싸며 고개지향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 측면에서 모든 소비장 계층응 공략하고, 혁신 측면에서 저비용의 실험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결과 빅뱅 파괴자들은 혁신, 정보, 실험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비용의 감소는 급격한 상승과 가파른 하강이라는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상어 지느러미를 닮은)수명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이 수명주기를 기준으로 그 특징과 생존전략을 알려줍니다. 4단계로 이루어진 수명주기의 1단계는 혁신가들의 실험이 이루어지는 특이점 단계입니다. 2단계는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빅뱅단계입니다. 3단계에서는 빠른 속도로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는 빅크런치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기술과 경험이 새로운 산업의 특이점의 기반이 되는 엔트로피 단계입니다. 저자들은 이런 기회를 잡기위해서 필요한 것은 행운이 아니라 (혁신적)진실을 말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지혜, 확보 가능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지적 능력, 빅뱅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 이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http://blog.naver.com/likeselim/220080540082 에서>


 굳이 빅뱅 파괴라는 말을 알지 못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래를 예견했던 책이나 애니메이션, 영화에 비해서 느리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쯤엔 컴퓨터의 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인간과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영생을 얻는다고도 말합니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대단히 까다로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적인 측면에서 개인과 기업, 사회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예측은 이제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번영을 위해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익히고 활용해야 할 기술입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계발해야 할 능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리게 될 그 무언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감,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혜와 여유 같은 것 말입니다. 부디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 스쳐지나가는 현재, 쉽게 잊혀지는 과거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현명함 또한 우리는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