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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전쟁사 ㅣ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연구총서 30
노태돈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쟁을 꼽으라면, 1950년 6월 25일에 있었던 한국전쟁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더 소급해서 살펴보면, 역시 신라의 삼국통일까지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라의 삼국통일이라는 개념에 반하는 주장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중 가장 감정적이고 일반 대중에 태반인 것이, 영토의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즉, 호방한 기세를 가진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이루었어야 한다는 영토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그런 생각했었다. 아마 이런 생각은 조선의 역사서에서도 보이는데, 지금 현재 그런 생각들은 불과 100여년 전의 타민족에게 이 땅을 강점당하는 시련을 겪으면서 더욱 더 강해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다. 신라가 삼국을 멸망하고 통일을 이룬 것은 바뀌지 않을 사실이다(정확히는 나당연합군). 지금 필요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신라의 삼국통일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건, 역시 영토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통일신라의 부정이다. 일단 백제의 전지역은 신라가 접수하였지만, 고구려의 영토와 주민은 일부분에 불과 하기때문에 삼국통일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에 대해 저자는 삼국이 항쟁을 하면서 지역의 변동은 항상 가변적이었으므로, 그렇게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통일신라를 부정하는 견해로 신라로서는 (삼국을 통일/병합할)의지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백제통합전쟁론을 들 수가 있겠다. 이 주장의 결정적인 주장은 문무왕이 671년에 설인귀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급된 내용에 근거를 둔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이세민이 당을 방뭉한 김춘추와 깊이 논한 뒤에 "내가 고구려와 백제 양국을 평정하면, 평양 이남 백제 토지는 모두 신라에 주어 길이 평안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공박 하였는데, 이로 인해 백제통합만을 목표로 삼았다고 보는 견해이다. 하지만 저자는 백제만 병합하려고 해도 그러지 못할 형편이었고,당시 신라 지배층으로서는 자국의 안녕을 위해 고구려와 백제 양국을 멸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능력이 수반되는 가는 별도의 문제지만, 분명히 삼국통일전쟁이 실은 백제의 병합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통일이라는 개념이 흩어져있던 동일한 것이 다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삼국의 주민을 서로를 이질적으로 보았으므로, 통일전쟁이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견해인데, 이에 대해서는 삼국을 일찍부터 접촉해왔다고 서로를 익숙하게 였을 것이며, 비록 동족의식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삼국 전쟁이 격화 되면서 서로의 주민 이주 영역의 변동, 문화교류 따른 동질성이 생겼으며, 가장 보수성을 띄는 묘제 양식에 있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석실봉토분으로 귀일되는 측면이 있었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왕조의 역사서에도 이들은 삼한이라 칭하면서 하나의 범주로 보았다는 면에서, 어느정도 동질성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중국고구려사론을 들 수가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은 의도가 다분히 개입된 것으로, 이전의 중국 왕조에게는 고구려 또는 발해의 계승의식이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없고, 수-당대인들은 고구려,백제,신라를 삼한으로 하나의 범주로 보았다는 것을 들어 그런 개념이 결코 성립될 수 없음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긍정하는 입장에 서있는 이 책을 즐겁게 봤지만, 이 책에서 답하는 신라의 삼국통일 성립한다는 주장에는 약간의 의문을 가진다. 결국은 고구려의 전지역을 통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식을 가진 발해의 건국은 통일신라의 균열을 가할 수 있다. 이 저서의 발해의 내용을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국이 통합된 이후의 신라를 통일신라라고 하기 보다는 후기신라로 칭하는 것이 맞지 하는가 하는 것이 지금의 내 나름대로의 결론이다. 하지만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7세기 이후의 한민족 형성에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비록 삼국 유민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지만, 적극적으로 신라의 지배층은 일통삼한의식을 가지고 전파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정말 해양세력인 일본 섬나라는 삼국통일전쟁기나 최종적으로 통일전쟁이 마무리 되는 나-당전쟁때까지 싸움구경이나 하며 자신의 실익을 찾았다는 점이다. 50년대의 한국전쟁을 통해서 발전한 것처럼. 새삼 한반도의 국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그 블랙홀 같은 황하문명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버텨서 지금의 한민족 의식을 가지게 했다는 것 자체에 자긍심을 가질만 하지 않을까?
삼국통일론에 대한 내용을 정리 하느라 책의 전체에 대한 평을 많이 적지를 못했는데, 당시 삼국의 지배층의 정책 결정을 제법 중요하게 보며, 그들의 움직임을 서술하는데, 이건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흥미진진했다. 일종의 학술서에 포함되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혔다. 생각보다는 남들에게 더 쉽게 추천할 수 있을만한 서적이다. 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정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