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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민주화 - 한국 민주주의의 변형과 헤게모니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기억으로는 본서가 출간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서 산 것 같으니, 사둔지가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 된다. 분명히 앞서 몇장을 읽기는 했지만, 저자의 다소 추상적인 문체와 그에 따라 글이 설명하는 바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빨리 읽기를 접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공부해보겠다며 몇권 관련서적을 사들였고, 다수가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이였고, 반이상이 본서의 저자가 저자였다. 일단은 완독을 해놓고 생각해보면 저자의 다른 저서보다는 쉬운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여전히 정리가 어렵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건 자신이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내용, 문제의식은 같다. 한국 민주주의는 보수화되었다. 사회의 여러가지 갈등을 이슈화 하지 못하고, 노동배제적, 사회불평등의 심화를 최소화 하는데 실패하는 등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중 하나는 정당과 정당체제의 허약함에 있다... 내가 잘 못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같은 저자의 문제의식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읽으면서 지금에서야 느낀 것인데, 앞선 민주정부는 이전의 권위주의 정부와는 다르게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꿀리는게 없었고, 오히려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한미FTA 추진 시에 보였던 문제적 모습을 더 쉽게 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미FTA가 불러올 사회적 불평등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는 민주주의가 "외부의 강력한 정치체제가 부과하는 제약으로 부터 독립적으로 행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미FTA가 체결됨으로 인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영토 밖 행위자들의 승인 없이 정책 결정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한 것에서 들어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FTA 자체의 성격을 뛰어넘어 민주정부가 반민주적인 진행방식으로 한미FTA를 추진했다는 데에 가장 큰 분노를 (여전히) 느낀다. 그때 당시에는 생각이 지금보다 더 덜 여물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랬다. 이처럼 민주정부의 개혁인사들도 그런 것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러갈등과 분열을 나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여러갈등과 분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인데도. 조금의 소요라도 싫다는 것이다. 일단 나 부터 그렇지만. 그런 탓인지 본서에서 지적한 바처럼 지역주의 구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갈등의 대표되는 분열선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지역적 배분만 생각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문제가 무언지 정확히 모른다는게 보인다. 그리고 본서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문제가 '당연히'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요소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스스로는 크게 연계해서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여튼 개중에 북한과의 통일이라는 관점보다는 평화공존적인 관점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남북한 통일문제에 대하여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일전의 통일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약간 밑쪽의 세대의 (저 못사는 나라와 합치게 되면 우리가 손해본다는 식의) 생각을 보면서 저건 아니지 라는 생각을 가진바 있었는데, 비록 동일한 내용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관점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일단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서적의 시작을 끊었으니, 이번에는 좀 꾸준하게 읽어볼 생각을 가진다. 좀 꾸준하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