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은 명나라 사람 홍자성이 지은 잠언집이다. 나도 대학생때 읽어보겠다고 조지훈 시인의 역본인 현암사의 책을 구입했었다. 그때 끝까지 다 읽었는지는 기억 나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어린 녀석이 이런걸 보겠다고 펼쳤던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역자가 서문에서 책의 내용을 인용했는데, ‘비뚫어지고 험악한 인정과 힘겹고 험난한 세상길’에 힘이 든 탓에 이런 류의 책을 들게 된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담은. 그저 책이 공간된 그 해 잠시 유행하고 시들해질 뿐인 그런 책들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살아 남은 두루 공인된 고전 중에서 골라야 겠다 생각했고, 그 중 하나가 <채근담>이다. 이 역본은 작년 초에 종이책으로 구입했지만 쌓아만 두고 들지 않다가 최근에 전자책으로 갈아 타기(?) 시작하며 새로 전자책으로 구입 했다.
읽고 간단한 한,두줄 메모를 기록 해볼까 하여 시작해 본다. 이것만 하고 안 올릴 수도 있다. 일단 5칙 내외로 읽고 적어보려고 한다.
<1칙> 만고에 처량하지 말고 한때에 적막함을 택하라
1칙을 평설하며 역자는 이완용의 예를 들었다. 역사가 너를 심판하리라! 뭐 이런 느낌이다. 허나 이완용이 살아있을 적에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던가? 더군다나 그런 일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 후대에 어떻게 기록하건 상관없지 않았을 사람들이기에 더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거기다 역사적인 선택을 할 위치나 능력이 안되는 일반적 소시민 입장으로는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 같은 소시민이 저지를 악행이 있다 한들.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분할 일을 저지른게 아니라면 어찌 그 악행이 대대로 넘어가 알려지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2칙> 투박하고 우직하라
투박하고 우직하다는 것이 악평을 받을만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생활에서는 주변을 힘들게 하는 구석이 분명 있다. 크게 공감이 가지 않으며 울림을 주는 것도 없다. 그런데 ‘공손하고 조심성 많기보다는 차라리 허술하고 우직하기를 바란다’는 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3칙> 마음은 밝게 알리고 재능은 깊이 감춰라
‘군자의 마음은 하늘이 파랗고 태양이 밝듯이 해야 하니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좋은 말이다. 어떤 맥락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으나.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공적인 자리에 서려는 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다만 재능은 깊이 감춰라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역자의 평설에서는 ‘생각은 분명하게 밝혀도 좋으나 재능은 함부로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재능을 보이면 시기하는 이들에게 이용당하거나 해코지를 당하기 쉽다’라고 했는데... 생각을 드러 내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이해할만하나 재능을 귀한 옥처럼 감춘다는 구절에 대한 설명으로는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4칙> 권세에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것이 더 깨끗하다.
역자의 해설에서도 읽은 것처럼 속세를 피해 산중에 은거하는 산중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에서 나온 내용이 아닌가 싶다. 모든 인간관계를 허물벗는 벗어날 수 없는 사회인 입장으로는 지침으로 삼을만 하다. 나를 잃지 않고 나중에라도 내가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자세다. 다만 역자가 평설에서 예시르 설명한 후한의 공분이라는 이의 이야기는 4칙에 대한 바른 예로 보이긴 하나 현대인으로 보기에는 바보 같았다. 앞선 선임자들과 달리 부유한 고을인 고장현에 재직하며 재물을 늘리지 않은 것은 칭찬 할 수 있으나, 처자식은 푸성귀만 먹었다 하니 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