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 위대한 전쟁 1 - 이덕일의 천하통일 영웅대전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덕일씨는 역사 대중화의 기치를 내걸고 맹활약 중인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중간 저자이다. 최근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 일단 역사 드라마의 성공으로 대중들의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시점에 맞추어 이 책을 펴냈다.

일단 이 책의 미덕은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역사적 사실의 주요 국면들을 생동감 넘치게 기술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 나라의 삼국 시대가 시대적 배경이지만 삼국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아울러 기술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대로 삼국 시대는 당시 동북아의 정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대임을 알 수 있도록 중국 및 일본의 정치적 변화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1권에서는 당태종의 집권 과정을 상당한 지면을 두고 소개하고 있어, 당태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저자의 역사적 해석이 나름 담긴 저술을 하고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같은 정사 사료뿐만 아니라 화랑세기, 일본서기 같은 진위 문제가 있는 사료도 같이 참조하고 있고, 연개소문의 어린 시절에 관한 기록은 단채 신채호의 저술도 참조하여 다양한 사료들을 동원하여 나름 당시대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데, 어떤 기록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주관적인 역사 해석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위 문제가 아직도 거론되고 있는 화랑세기나 일본서기의 고대사 관련 기록들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역사적 기록들이 담겨 있다.

단점으로는 글의 목적상 전쟁사나 정치사 위주로 기술되어 있어 다분히 단조롭다. 또한 저자의 의도대로 사실들을 엮어 기술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이 다소 결여되어 있다. 읽는 사람으로하여금 열려진 텍스트라기 보다는 닫혀진 텍스트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읽는 재미가 이러한 단점들을 상회하므로 위 단점들은 다른 책에서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올논어 1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우리들의 고전으로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왔나? 하는 반성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고전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고전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사회적인 노력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적인 노력 중에도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지만 고전을 적당히 다이제스트해서 가르치는 것은 고전에 대한 더이상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전에 대한 고리타분한 찬양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고전을 읽는다는 일이 어떤 일인가를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전공인 역사인지라 사료를 읽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한문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 1년 동안 서당에 다니며 맹자를 배웠습니다. 고전 한문 문법을 익히는 데는 맹자만한 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처음부터 맹자가 재미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용의 일부분은 이전에 조금씩은 들었던 내용이라 생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미를 느꼈던 것은 맹자의 본문이나 주자의 주가 아니라 역대 유학자들의 주석이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맹자집주였으므로 맹자에 대한 역대 유학자들의 주석이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중국 철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이 없다면 시대별로 달리하는 경전의 해석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에 따라 경전의 내용을 재해석하는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그것이 동아시아 학문의 대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고전은 재해석되어야 하는 책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는 한 고전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굳이 김용옥씨의 장황한 해석에 대한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해석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자체도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는 다른 사실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해석의 위대함입니다. 그러한 태도가 상대주의적이고 회의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완전하고 절대적인 진실을 주장하는 것은 항상 전체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 보다는 다수의 보편성을 점차적으로 획득해 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죠.

오랫동안 우리는 서양의 잣대로 동양을 해석하고 이해해 왔습니다. 그것은 세계사의 슬픈 단면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늘상 동양에서는 근대성에 대한 논란을 계속해왔고, 오늘도 우리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립시키려는 노력이 소수의 학자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인간의 얼굴이라는 책을 낸 이정우씨를 비롯하여 일군의 학자들이 우리식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밑바탕에서는 우리의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김용옥씨의 노력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우리의 고전들을 많이 소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길에는 본래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일찍이 젊은 날에 문학 기행의 형식을 통해 작가와 우리 산하와의 관계를 천착해 온 저널리스트 김훈이 이제 자신의 몸으로 우리 산하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풀어 냈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단정하고 건조한 문장이 인문학적 상상력의 세례를 받아 단아하면서도 명징한 이미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아름다운 문장을 빚어 낸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한줄 한줄이 버겹게 느껴질지 몰라도 어느 정도 참고 견디어 내면 현기증 날 정도로 돌진하는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그의 서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아니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 산하와 그 속에서 삶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글들은 세속 도시에서 때묻은 일상에 절어 살아가는 우리네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파문은 곧 커다란 동심원을 그리며 커져 가 종래는 우리 가슴에 우리 삶의 근원을 향한 끝간데를 모를 그리움의 상처를 남길 것이다.

여행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떠남이다. 더군다나 그 여행이 우리 산하를 순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 문명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이 땅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이며, 그들이 남겨 놓은 우리 문명의 실마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무등산에서 담양으로 가는 길 곳곳에 남겨진 오래 된 정자들(식영정, 소쇄원, 취가정 등)을 보며 김훈은 말한다. '정자의 위치는 세상을 깔보지도 않고, 세상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정자의 내부 구조와 원림 내의 공간 배치는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지도 않고, 세상을 정면으로 대하지도 않는다. 정자와 세상과의 관계의 본질은 서늘함이다.'

또한 도산 서당을 둘러보며 김훈은 말한다. '도산 서당의 위치는 인간세와 차단된 격절의 공간도 아니고 인간세에 매몰된 오탁의 공간도 아니다. 그 자리는 인간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한 굽이를 돌아서 있는 위치이며, 인간의 세상과 아름다운 거리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인간의 세상과 쉴새없이 통로를 개설하는 위치이다.'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산하 곳곳에 남겨진 우리 조상들의 흔적들은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눈이 있는 자는 볼 것이고 귀가 있는 자는 들을 것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그 흔적들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들은 입을 열어 대답할 것이다.

그의 여행이 단지 옛것과 대화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자연에 대해 쉴새없이 풀어내는 그의 예찬은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그리운 풍경을 제공한다. 또한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보게 하기 보다는 그들의 생명력에 주목하게 만든다. 김훈의 말처럼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김훈은 책 머리에 자신의 글이 가진 운명을 예감한다.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일이 얼마나 버겁고 힘든 것인지. 종국에는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 하는 힘겨운 싸움임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싸우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돌아서거나 싸움은 애초부터 필요하지도 않다는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지 않는가.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인 시지프스의 신화 앞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불사의 삶을 갈망하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누리어라.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영역인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