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너와 너희들이 심어놓은 씨앗이
이렇게나 자라났어.

때를 맞추어 물을 주지도
근사한 비료를 주지도 못했는데
서러웁도록 시린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이렇게나 자라났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었어.

그래, 나는 나이지만
또 너이고 너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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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3-02-1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굽어진 나무
 

잔을 비웠다.

나의 위장은 부풀어 올랐지만

이내 몸 밖을 빠져나가 소변기로 흘러 내려갔다.


예수의 신성에 대한 이야기가 내 귀로 흘러들어와

그분의 인성에 관한 말로 번안되어 입으로 흘러나왔다.

카잔차키스였다. 


프란체스코와 도스토예프스키로 풍성해졌던 잔은 

다시 한번 비워졌고 

무언가로 채워졌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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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최근까지 아파트만 짓느라 정신 없던 우리나라의 건축판도 이제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불패의 신화를 자랑했던 부동산이 슬슬 하락할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투기의 개념을 벗어날때 진정으로 '살아가는 곳'으로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최근에는 땅콩집을 시작으로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에 따라 주택에 관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저렴한 비용에, 풍요로운 삶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들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건축이 형성되기 이전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은 그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최종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이데아를 실현시키는 도구였고,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서 신성을 상징하는 공간,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보편적인 기능을 담을 수 있는 도구였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통시적으로 인류가 갖고 있었던 건축 그 이전의 철학을 탐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현대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지에의 주택 선집이다. 이 시대가 만들어내고 있는 공간의 시작은 이 분에서부터 라고도 할 수 있다. 기둥-보-슬라브의 적층으로 이루어지는 돔-이노 시스템의 창시자로 이 시스템은 현재에 거의 모든 건물에서 이용되고 있으니까. 경제성과 효율성에서 아직까지 이 이상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 인류는 아마 당분간은 이 체제를 유지할 듯 싶다. 좋든 실튼간에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꼬르뷔제는 많은 주택 작품을 남겼는데,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빌라 사보아'주택은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만 익숙해진 우리에게 경사로, 옥상정원, 필로티로 이루어진 이러한 주택은 아마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꼬르뷔제가 추구한 건축적 이상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주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터인데,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거장의 건축세계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건축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많은 관점 중에 '현상학적 접근' 이라는 방법론이 있다. (철학적으로는 많은 유행을 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메를르 퐁티) 사람들이 이성 중심주의, 즉 머리로만 생각하는 건축에 몰두해 있을때, 아니야 건축은 온몸으로 받아들어야해! 움직이고 느껴봐! 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니까 사진과 같은 2차원적 프레임에 갖힌 건축, 혹은 단순히 조형미를 갖춘 건축, 혹은 이데아를 형상화해낸 류의 건축이 아니라 인간의 오감과 움직임을 통해 느끼고 체험하는 건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북촌이나 인사동을 걸으며 느끼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각과 느낌 같은 것을 건축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현상학적 접근 방법으로는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이고, 나아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스티븐 홀' 같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더불어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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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감각
Juhani Palssasmaa 지음, 김훈 옮김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훌륭한 저서이고 이 책을 통해 한수 배워간다고 생각한다면 아까운 돈도 아닐듯. 사실 술 한잔 안먹으면 생기는 돈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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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끄러지듯 다가왔지
우리 사이엔 인력 이외에
어떠한 힘도 작용하지 않았어

운석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자신의 갈길을 잃게되
공전 반경은 점점 줄어들고
지구의 품에 안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빛을 내며 소멸해버려
오늘같이 맑은 날의 밤이면
찬란한 최후의 순간을 확인할 수 있을꺼야

그래서 말인데
집 앞에 내린 눈은
꼭 치워 주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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