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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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문관에 나오는 예수의 이미지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온갖 비난을 쏟아냈지만 그는 (나를, 당신을, 혹은 우리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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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시벨리우스 : 교향곡 5, 7번 - Virtuoso
시벨리우스 (Jean Sibelius) 작곡, 예르비 (Neeme Jarvi) 지휘, 고텐 / DG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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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건축과 음악에서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두 사람이 바로 핀란드에서 나왔다. 한명은 알바 알토, 그리고 얀 시벨리우스. 러시아의 존재가 도스토예프스키로 정당화 될 수 있다면 핀란드는 이 두 사람으로 충분하리라. 20세기 고전음악은 몇몇의 위대한 작곡가를 제외한다면 잘해야 쇠퇴기, 못하면 암흑기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악기를 부셔대질않나 피아노에 앉아서 오분동안 아무것도 안치고 다시 들어가는것도 음악이라면서 똥을 싸제끼던 그때에 조성음악만을 가지고도 숭고한 곡들을 써내려간 시벨리우스. 서정적인 멜로디라인 뿐만아니라 클라이막스의 한방도 시벨리우스 교향곡의 특징. 곡 전반에 흐르는 베이스코드의 진행은 단순함 속에서 깊은 울림을 가져다준다. 이 음반은 예르비의 시벨리우스 신 녹음 전집 중 발췌본인데,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연주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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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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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그리고 실체없는 것에 대한 기다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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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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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축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서적은 꾸준히 구입해보는 편이다. 그러나 책장에 꽂혀있는 장서량과 이해도는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매번 읽으며 좌절하는 것은 부재의 이름은 왜 죄다  한문이며 종류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그래, 이걸 외우고 공부한다고 한다고 치자. 공포(栱包)는 왜 필요한것이며 또 굳이 주심포(柱心包)와 다포(多包)식으로 나누는지, 처마는 왜 곡선이며, 안쏠림과 배흘림 기둥은 어째서 나온 것인가?

 

 이런 근원적인 물음 앞에서 단순히 한국의 미(美)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물로 양식과 형태가 나왔고, 최종적으로 미적인 형태를 가지게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종이컵의 '최적화'에서 시작한다. 최소한의 종이를 사용해서 대량 생산과 보관이 가능하고, 그 자체로도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컵이다. 새로운 디자인 내놓으려 해도 도안을 바꾸는 것 이상의 변화가 힘든 이유는 이미 종이컵은 최적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이 전통건축에도 설득력있게 전개된다. 전통건축은 비, 바람, 중력과의 오랜 싸움 끝에 만들어진 최적화의 산물이다. 이를테면, 비에 의해 손상되기 쉬운 모서리 부분을 더 들어올리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지붕의 처마곡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목재를 부식시키는 비의 들이침을 막기 위해 처마를 한뼘이라도 더 뻗어야했기 때문에, 주심포(기둥상부에만 처마를 받치는 부재가 존재)에서 더 많은 부재를 지지할 수 있는 다포(기둥상부 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처마를 받치는 부재가 존재) 양식으로 변해갔다고 설명한다. 바깥 기둥이 안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안쏠림은 건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둥을 약간 기울여 조립해야 공사중에 쓰러짐을 방지할 수 있고, 공사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일 수 있었을거라 추측한다. 아름다운 곡선이나 외형은 모든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되고 형성된 선물과 같은 것이었다.

 최근 화제거리인 서울시청 신청사에 관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았다. '한국 전통 양식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청와대는 목조로 만들어온 기와집의 재료를 콘크리트로 바꿔치기한 것이고 경복궁에 있는 민속박물관은 법주사 팔상전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뻥튀기 시켜논 시쳇말로, 종합선물셋트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의 전당의 오페라 하우스는 '갓'의 형태를 추상화했다고 한다. (오마이 갓) 조금 덜 직설적인 것으로는 기둥과 처마 요소를 극대화한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 정도가 있겠다. 과연 이러한 형태적인 모방을 전통의 성공적인 계승 혹은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통건축물 양식을 살려 지은 건물이나 재해석한 건축물중에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왜 자꾸 실패하는 걸까? 이 책에서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은 비와 바람 그리고 중력에 대해 처절하게 싸워가며 얻어낸 결과물인데,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베껴놓은 건축물이 그 아름다움을 재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굳이 전통 건축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인데, 유럽의 성, 궁전을 껍데기만 그럴듯 하게 모방한 예식장을 떠올려보자.)  

 전통건축에 발생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에대해 상당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이 책은,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없다.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흥미로울만한 대중성까지 갖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자에게도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리라고 본다. 전통건축의 표피를 모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쉽게 읽히면서 전문적인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이 책이 언젠가는 전통건축에 관한 고전으로 자리잡지 않을까하는 예측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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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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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하는가


 오늘날을 지탱하는 원리 중에 하나가 상대주의일 것이다. '어떤 것이든 답이 될 수 있다. 이 기준으로 저 기준을 판단하지 말라'는 황금률은 상대주의적인 가치를 대변한다. 상대주의는 단순히 철학적인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이제는 시장경제에까지 밀접하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사고 파는 것은 단지 자유의사이지 어떤 것에도 판단받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날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미국을 보자. 해마다 개인 총기소지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총기협회는 '총기 구입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라는 논거로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면에 총기 및 군수업체의 이권이 걸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시에 전방위적인 로비는 미국에서의 총기 소지가 합법화되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는 법을 국회에서 발의시키기 위해 의원들에게 금전적인 지급활동을 벌이게하는 로비스트라는 직업이 합법화되어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이를 뛰어 넘어 상상도 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곳에 침투한 자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과속할 수 있을 권리와 같은 이른바 '새치기'와 같은 범주로 시작해 마약 중독자들에게 불임수술을 지원하는 '인센티브'에 관한 사례들까지. 심지어 '삶과 죽음의 시장'에서는 제 3자의 사망을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업에 대한 시장이 주택담보대출의 과다한 파생상품으로 파산지경에 이른 미국의 월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이런 것들을 과연 돈으로 사고팔아도 될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재화가 효율적으로 분배될 것이라는 믿음이 어떠한 성역 없이 적용되어야할까? 샌델은 독자들에게 생각해볼만한 두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하나는 우리의 선택 상황이 100프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떠한 외부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고 하는 '공정성의 원리'(창녀의 매춘이 과연 전적으로 자발적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어떠한 재화는 그 자체가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그것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 그 재화에 대한 가치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으로 이른바 '부패의 원리'(극단적으로, 엄마가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해보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서 우리가 특히나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재화의 가치가 금전적 가치로 대체되는 순간 그 속성 자체가 왜곡된다는 관점이다. 샌델은 영화 '머니볼'을 통해서 자본이 어떻게 야구게임을 왜곡시키는지 이야기한다. '머니볼'은 재정이 빈약한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사구(four ball)을 통한 출루율이 높으면서도 몸값이 싼 선수들을 데려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런 오클랜드의 성공으로 부자구단들이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비싼값에 대거 영입하면서 리그의 경기 양상은 완전히 변하고 만다. 사구를 얻어내기 위해 투수와 타자는 지리한 싸움을 벌이게되고, 정작 안타나 홈런이 터지지 않는 경기에 관중들은 흥미를 잃는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 서울의 정릉이라는 동네가 나온다. 영화의 배경은 90년대로 그때만 해도 북한산을 배경으로 주택과 한옥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만약 수지와 제훈이가 재회하여 그 옛날을 떠올리며 오늘 그곳으로 데이트를 나간다면 경악할지도 모르겠다. 둘만의 추억이 담긴 한옥은 헐려나가 재개발이 되어 북한산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어딘가가 되었을테니 말이다.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의 건설이 그 자체가 악(惡)은 아니다. 오래된 도시 환경은 개선되어야함이 마땅하고, 좁은 도시에서 좀 더 적은 비용으로 거주를 가능하게 하는 아파트는 경제적인 주거방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지와 제훈이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추억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 버리고 아파트가 산을 가로막으면서 도시의 풍경을 과도하게 해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있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야구경기를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는 관중이 오히려 경기를 통해 지루함을 느낀 원인은 야구경기의 속성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삶의 터전이라는 주거의 가치가 손쉬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 삭막한 도시환경의 중요한 원인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머니볼 전략이나 재개발과 같은 사례에서 얻은 통찰력을 다른 곳에 적용해보자. 자본이 인간성이나 인간 그 자체, 혹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들을 왜곡시킬 수 있다면? 

 스위스정부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장소의 후보에 오른 주민들에게 찬반투표를 던졌고, 높은 국민의식을 가진 그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그 곳이 핵폐기물 보관의 최적의 장소라면 위험부담은 있지만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고 이야기하자 돌연 그들은 반대의사를 내비쳤는데,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공동체의식이 돈으로 평가받는 것에 반감을 느낀 것이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가 득세하는 세상에 살고있다. 어떤 가치의 평가 기준이 단지 돈으로 일원화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받고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아니 그것이 단순히 돈으로 표현할 수 있기는 할까? 혹시나 가능하다면 그것을 사고 팔 수는 있을까? 사고 팔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진심일까? 이러한 질문 자체가 넌센스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책에서 제기하는 질문의 핵심은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샌델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어쩌면 대답은 하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아니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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