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문장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지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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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부끄러움이었다. 정치학을 공부하게 된 이후 나의 사색보다는 남들의 이야기들을 마치 내가 생각한 이야기인양 자랑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서 우쭐해 했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말이다. 최장집이 말이지.. 그람시가 이런 말을 했어.. 알튀세르는 이렇게 이야기 했어.. 등등 그 동안 나는 얼마나 앵무새와 같은 행동을 했었던 것인지..

 바로 앞 리뷰에 쓰여 있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이 책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 너무나 평이한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고, 여기저기에서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왜 이렇게 자주 잊고 살아가는 것인지.. 머리로는 알더라도 언제나 삶 속에서 그것을 행동으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끔 하는 그런 책인 것이다.

 올 한 해.. 나는 글을 쓰기 위한 글쓰기만을 하였다. 내가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한 사유는 하지 않은 채 예전보다 더 모호해진 글을 통해 내 글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어떤 내용보다는 그저 나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글쓰기를 했다. 그것은 많은 경우, 아니 대부분의 경우 유명한 이론가의 권위를 통해 그리고 어떤 주제에 대한 글들의 짜집기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 속에서 나만의 사유는 없었다. 그런 나에게 후배들이 과 커뮤니티와 비슷한 공간을 리뉴얼하면서 게시판 하나를 맡겼다. 그 게시판의 이름은 '덜붉은광장'.. 그 게시판에 정세나 이론 등에 대해서 덜 빨갛게;;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는데.. 차마 글을 쓰지 못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을 읽으면서 올해 있었던 이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이 부끄러움을 잊지 않고.. 올해는 조금 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부터 남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아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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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역사 강의
백승욱 지음 / 그린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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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체계 분석.. 나는 그것을 세계체제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접했었다. 대학 새내기였던 시절,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고, 자이툰 부대의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람들과 함께 자이툰 부대 파병을 규탄하는 집회를 마치고 뒷풀이를 가졌었다. 그 술자리에서 유쾌하면서 진지한 선배(지금은 학생이 아니라 진짜 활동가가 된)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가지는 의미를 세계체제론을 통해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이 나와 세계체제론의 첫 만남이었다.

 세계체제론과의 두 번째 만남은 국제정치개론이라는 수업이었다. 국제정치의 세 가지 패러다임 중 마르크스주의에 있던 세계체제론은 겨우 다섯 줄 분량으로 짧게 요약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선배들이 그렇게 열변을 토했던 세계체제론이 겨우 다섯 줄로 요약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세계체제론에 대해 혼자서라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이수훈이 쓴 『세계체제론』을 샀다. 물론 사회과학적 배경지식이 일천한 나로서는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보다 내공(?)이 출중해지면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 책을 책장 한 켠에 둘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물론 지금도 내공은 너무 부족하지만;; 여하튼  이 책은 세계체제론.. 아니 세계체계 분석으로 유명한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지오반니 아리기 그리고 세계체계 분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페르낭 브로델과 칼 폴라니가 주장한 내용들과 그것들의 강약점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한 미국의 세기에 대한 분석과 세계체계 분석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무엇보다도 세계체계 분석에 대한 많은 논의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체계 분석에 이론적 기초나 그 배경 그리고 논쟁점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된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세계체계 분석에 관한 논의들을 한 책에 다 정리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정리를 해놓은 책인 것 같다.

 세계체계 분석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세계체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나 자본주의의 미래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회과학적 분석단위로서 엄격한 의미의 사회체제는 세계체계밖에 없기에 이들의 논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창비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분단체제의 문제와 관련지어서 현실의 문제를 바라다 보면 보다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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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5
토머스 모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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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인이 자신을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라고 이야기했듯이, 대학에 들어와 나의 정체성을 만든 건 팔할이 학회였다. 남들은 보잘 것 없게 보는 학회지만, 내 대학생활에 있어 가장 잘한 행동이 학회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학회는 나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학회의 이름은 "POLItics for uTOPIA"이다. 줄여서 Politopia 더 줄여서 PT라고 부른다. 학회의 이름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니지만 난 우리 학회의 이름이 너무 좋았다. 이상향을 위한 정치학.. 그것이야말로 정치학이 진정으로 가져야만 하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나는 어떤 이상을 위한 정치학을 공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물론 이상향은 이상향이기에 조금한 의심에도 변하였으며, 불안정하였지만 그 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맑스, 하버마스, 롤즈..... 많은 학자들을 접했다. 그러다 존재하지 않던 유토피아를 존재하게 만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다 읽은 뒤 든 첫 생각은 역시 유토피아는 그 시대와 개인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어의 유토피아는 내가 보았을 때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차라리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물론 그는 사형을 당했을 정도로 그 당시에는 이런 내용이 유토피아적일 수 있었겠지만.. 내가 봤을 때 그의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에 불과해 보였다.

 그의 책은 분명 한 사람의 상상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그가 꿈꾸는 그 세상이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유토피아가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상상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것에 대한 반란적 사고.. '조반유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상상력은 언제나 지금의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나간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나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는 모든 사람들이 그가 말한 유토피아가 어떤 세상이었는지보다는 과연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그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럴 때에만 이 책이 그 의미를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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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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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네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이야기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공고생에게 공부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던 그 책 덕택에 지금은 내가 만족할만한 대학교에서,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다치바나 다카시를 만났던 것은 정말 내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었다. 나에게 열정과 희망을 주고 가능성의 공간을 보여주었던 그를 내가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이지만, 이 책은 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이지만 메시지가 없다. 그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관심이 가는 주제에 따라 수십 권씩 사서 읽어라. 이런 부러운 이야기 빼고는 특별히 메시지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저 자신의 지적 수준을 뽐내는 것에 불과한 것만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나와 같은 사회과학도라면 누가 그처럼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나도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수십 권의 책을 마음껏 지르고, 실컷 읽고, 그것에 대해서 논평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많은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보다는 차라리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이 비슷한 내용도 담고 있고, 오히려 생각할 거리가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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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혁명
빌렘 플루서 지음, 김현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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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언론에 대한 관심이.. 영상매체가 가지고 있는 권력관계로 넘어가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물론 발표의 압박으로 읽게 된 책이긴 하지만.. 어쨌든 플루서.. 나는 잘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이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 책인 『피상성 예찬』도 읽어봐야겠다. 여튼 각설하고..

 플루서는 인간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징의 도구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고대에는 바로 그림이었다고 한다. 즉 동굴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은 상징의 도구였고, 그것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였기 때문에 인간은 '세계를 의미하는 그림의 세계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 다음에 나타난 상징의 도구는 글자인데, 플루서는 글자란 단순히 그림을 행으로 풀어쓴 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일종의 그림인 글자의 발명은 장면들을 과정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글자의 발명과 함께 역사가 발명된다고 한다. 즉 역사적 의식이란 글자의 탄생 이후에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글자는 모든 대상이 정보가 되어 문화라는 저장창고에 쌓이게 되는데 이는 점차 비대해진다. 이 시기에는 역사주의적 선형문화모델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정보의 와해, 망각, 죽음 등에 대해서 침묵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굴 벽화의 탄생이 제1의 그림의 혁명이었다면, 지금의 시대는 제2의 그림의 혁명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바로 테크노 코드의 탄생이다. 즉 과거의 글이 그림을 개념으로 풀어놓은 것이라면, 테크노 코드는 개념에서 그림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예컨대 한 장의 사진은 하나의 사정에 대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사정을 의미하는 하나의 장면에 관한 일련의 개념들에 대한 그림인 것이다. 즉 제2의 그림의 혁명은 글을 대체하게 되며, 탈현대적 인간은 세계에 관한 이론을 의미하고자 애쓰는 그림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상을 가장한 텔레비전 영상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죽은 이후 수많은 변화가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글에는 현실과는 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몇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림의 홍수에 대한 설명이다. 분명 지금의 시대가 그림의 홍수라고 표현할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송신자의 폭정과 수신자의 소비자화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요즘 뜨는 UCC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는 새로운 그림의 혁명으로 인해 글자를 알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그림 즉 테크노 코드를 모르게 됨으로써 문맹으로 전락한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초등학생들도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는 걸 보면 그 문맹의 수준이라는 것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테크노 코드에 관한 그의 논의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나 그가 죽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변한 것들이 너무 많기에.. 현실에 안 맞는 부분이 몇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별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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