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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노동 -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
최장집 편집 / 후마니타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위기의 노동, 이 책의 부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체제가 어떤 정치체제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며, 대부분이 이에 동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합쳐진 것으로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형성과정을 살펴 본다면 그 둘이 단순히 합쳐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부르주아지의 힘이 커지게 되고 그들이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게 되는데 그 주된 내용은 사유재산과 개인의 신체에 관한 것이었다. 부르주아지들은 자유주의를 통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여 나갔지만, 그들의 자유주의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부를 소유한 이들의 자유에 불과하였다. J.S.Mill과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재산을 적게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만을 주장하였었다. 이들에 반발해서 노동자들은 차티스트 운동과 같은 것들을 통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였고 결국 유럽에서는 노동의 성장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점차적으로 확립시켜 나갔다. 다시 말해 노동이 자신의 힘을 키움으로서 민주주의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을 하고 난 뒤 서구열강들에 의해서 이런 민주적인 체제를 그대로 수입을 하였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과 같은 의식이나 사회, 정치적 문화가 부족하였고 그것은 결국 선거가 있으나 선거가 선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독재자들에 의해서 통치되었다. 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하며 이 세상을 떠나신 후 한국에서도 노동운동이 시작되었고 민주노조운동은 8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87년 6월 민주화대투쟁 이후에 7, 8, 9 노동자 대투쟁을 통하여 그 동안 자본에 억눌렸던 노동의 힘을 분출하기 시작하였고, 이런 노동자 대투쟁을 통하여 한국의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하였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노동의 힘이 전노협을 지나 민주노총의 탄생으로 성장하였으나, 98년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서 '고통분담, 경제위기'의 명분 아래에서 노동자들의 많은 권리를 내주었고, 그것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대량해고로써 나타났으며, 또한 수많은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하여 노동의 불안정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에 더욱더 심해져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수준에 고정되게 되었고, 상시적인 해고위기로 인하여 자신들의 처지가 불안정하게 되어졌고 그것은 전 사회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민주화의 원동력이었던 노동의 힘을 약화시키게 되었고, 그와는 반대인 자본의 힘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다.
유럽에서의 민주주의의 진행 과정을 이야기하며 민주주의의 진행에 있어서 노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데 그만큼 노동과 민주주의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 아래에서 노동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결국 한국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가지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노동자 그리고 하층계급까지 포괄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동과 민주주의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할 때,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 98년 체제로 접어든 이후 한국의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해지고 있고, 많은 신빈곤층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때에,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논문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되며, 개인적으로는 최장집 교수님과 김유선 연구소장(?)님의 글이 가장 괜찮은 것 같다. 물론 다른 분들의 글 역시 좋으니 꼭 읽어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