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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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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 기업인의 죽음에 수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표하고, 그가 만든 제품들로 그의 죽음을 추모하던 장면이 TV 뉴스를 통해 나왔던 것이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기업인임에도 청백리와 같은 삶을 산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이라든지, 불굴의 의지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공을 이루어낸 현대의 정주영 회장과 같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세계화되면서 이윤추구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존경받는 기업인을 찾아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런 면에서 잡스의 죽음에 수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던 그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나, 그중 하나를 꼽자면 그가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그의 노력으로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였고,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였기에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이런 변화를 스티브 잡스 혼자서 만들어낸 것일까?


 조너선 아이브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로 현재 애플의 산업디자인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많은 제조업체들에게 디자인이란 제조품의 스펙과 기능 이후에 고려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달랐다. 조너선 아이브가 담당하는 산업디자인팀은 애플의 핵심부서로서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전 세계적 대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상의하며 더 아름답고, 더 편리한 제품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 냈고 그런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너선 아이브에 관한 책이지만, 또한 애플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애플의 핵심부서였던 산업디자인팀이 어떻게 활동했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냥 넘어갔던 덮개마저도 고객들이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고민하던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고민수준을 알게 해준다.


 "디자인이 제품의 겉모습을 경쟁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상입니다. 바로 그런 사고가 기업의 영리를 위한 어젠다입니다. 고객, 나아가 사람을 위한 어젠다가 아니라는 애깁니다. 제품을 차별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에 애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차별화는 단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결과일 뿐입니다."(p.193)


 이 말만큼 그의 디자인 사상을 잘 설명하는 글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이런 이런 마인드로 잡스와 함께 애플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단순히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좀 더 고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편리한 고객중심의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조너선 아이브의 삶은 곧 애플 그 자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은 많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르네상스가 잡스라는 사람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 조너선 아이브와 같은 훌륭한 조직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상기할 때, 애플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새로운 변화의 시초로서 그들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 이후의 새로운 아이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이 글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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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 문석현. 휴먼앤북스. "2014.5"


 회사업무는 항상 반복된다. 전년의 매출실적을 분석하고, 금년의 특이사항을 체크해서 금년의 업무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한다. 즉 내가 하는 업무의 시작은 바로 전년 실적의 분석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나와 비슷한 업무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년의 실적, 다시 말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업무의 가장 기본이며 이런 기본이 바탕이 되었을 때만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한 매출신장이 가능할 것이다. 엑셀파일에 빽빽하게 적힌 숫자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 데이터를 보는 눈을 키우자!




 2. 보고의 정석. 박신영. 엔트리. "2014.5"

저자의 이전 저작인 "기획의 정석"을 읽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매우 쉬운 내용이고, 그 내용이 반복되기는 했지만 그 짧은 책에서 기획이란 결국 "그"의 마음을 읽고, "그"를 설득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해줬었다. 그런 그녀의 새 책, 보고의 정석! 사실 회사생활의 가장 기본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바로 보고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일을 100% 마무리 했다고 볼 수 없다. 조직생활의 기본인 보고! 보고의 기본을 배우자.





 3. 휴식을 거르지 마라. 니시다 마사키. 부즈펌. "2014.5"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그 동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직장생활을 몇 년 하고, 대리라는 직급을 달게 되고 또 곧 결혼을 앞두고 쉬는 날마다 결혼준비로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저 명제가 정말 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노동사회에서 잘 논다는 것과 잘 쉰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야만 하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잘 쉰다는 것, 휴식은 정말 중요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짧게 주어지는 휴식시간, 어떻게 잘 쉴 것인가? 잘 쉴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4. 100살이다 왜!. 후쿠이 후쿠타로. 나무발전소. "2014.5"


100세 시대라고 한다. 현재도 최빈사망연령(당해년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은 나이)은 2년마다 1년씩 올라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아마도 최빈사망연령은 120세 정도 될 것이다. 이렇게 수명은 연장되어 가는데 사회 제도와 우리의 마인드는 이런 시대변화에 맞춰서 변해가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100살이라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후쿠이 후쿠타로씨를 보면서 100세 시대, 아니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야 할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책을 읽으면서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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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7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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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정말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신간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제공 받은 2권의 책을 아직 다 읽지도 못했는데ㅡㅜ

 벌서 새 책을 추천해야 할 시간이 되었네요 ㅎㅎ;;

 

 1. 기업의 시대, 중국 CCTV 다큐멘터리 제작팀 저, 허유영 역, 2014.4

 

 어떤 이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을 '주식회사'로 꼽는다. 다수 자본의 집적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게 되어 유럽에서 인도, 아메리카로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통합되고, 발전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인류역사에서 주식회사로 대표될 수 있는 기업의 등장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그리고 또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업이란 조직체계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어떤 함의를 갖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예의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가 발현되는 시기부터 기업의 역사적 계보를 탐구한 것으로 뵌다. 기업이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2.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다케우치 가즈마사 저, 이수형 역, 2014.4

 

사실 엘론 머스크라는 기업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고,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마주 했을 때는 평범한 기업가의 자서전으로 생각하고 별 흥미없이 돌아섰었다. 그런 책이었는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신문을 읽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면서였다. 그 이후 그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한 마디로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혁신의 대가였다. 레드오션에서 피터지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자신 혼자만의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간 엘론 머스크의 사례를 읽으면서 우리 역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혁신가로 성장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3. 대기업과 싸워서 이기는 작은 회사 사장의 전략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자영업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물론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처러 높은 자영업자 비율로 인해 경쟁은 과다해지며, 도한 대기업이 더 많은 이윤창출을 위하여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영역에도 진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3년 이면 80% 이상은 망한다고 한다) 수익은 커녕 버티는 것조차 너무나 힘든 수렁 속으로 빠지곤 한다. 모든 조직에는 그 조직에 어울리는 그 조직만의 선택과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그런 선택과 해법을 위해 노력한다면 작은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대기업에 밀리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마스다 무네아키 저, 백인수 역, 2014.4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어떤 강연에서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기존에 시장점유율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자신들은 고객들의 라이프 타임을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이 점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이제 시대는 바뀌어 가고 있다. 단순히 상품의 가격을 인하해 고객들에게 보다 많이 판매해서 매출을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고객들이 우리 기업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와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매출과 기존의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다. 고객들의 라이프 타임을 더 많이 점유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팔 수 있을 것인지, 특히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지난 달에는 서평용으로 받은 두 권의 책에 제가 선정한 책들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었지만, 이번 달에는 1권은 포함되지 않을까라는 소소한 기대와 함께 오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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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지기 2014-05-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5월 추천 도서(4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트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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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마음대로 뽑은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요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경제/경영 신간 서적들입니다^^

 

 

 1. 이명로, 월급쟁이 부자들, 스마트북스

 

 "상승미소"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명로 씨의 신작인 "월급쟁이 부자들"이 1등^^!! 이 책의 저자인 이명로 씨는 책을 쓰면서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고소득 전문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모를 잘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님에도 금전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방법(가정경제 로드맵)을 제안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월급쟁이들은 카드값이 빵꾸나면 안 되는데 라는 걱정으로 매달 월급날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적은 임금이지만 그 적은 월급만으로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함께 배워나가면 좋을 것 같네요^^

 

 

 

 

 2.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21세기북스

 

 유통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1인으로서, 특히 현재 온라인 사업부문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선도적인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에 대해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곧 한국에 진출한 아마존에 대해서 미리미리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자(?)로서 대비를 해야겠죠^^??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져가는

현실 속에서 온라인 유통기업 중 가장 선도적인 아마존은 우리가

한 번쯤은 공부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박신영, 삐딱해도 괜찮아, 한빛비즈

 

 김두식 교수님의 "욕망해도 괜찮아"를 카피한 게 아닐까 싶은

"삐딱해도 괜찮아". 사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저자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기획의 정석", "삽질정신" 등의 책으로

유명한 박신영 씨의 새 책인 줄 알고 관심을 갖게 됐던 책인데,

알고보니 그 박신영 씨가 아니라 "껌정드레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옆 동네 블로거분이 쓰신 책이었다는^^;; 이러면 실망할

법도 한데 책을 훑어보니 책 내용이 재밌어 보입니다.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확신도 서지 않고, 하루 하루 흔들리는 갈대 마냥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저에게 어울리는 책인 것 같습니다. 

 

 

한스 위르겐 크뤼스만스키 저, 류동수 역,

 0.1% 억만장자 제국, 새로운 제안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20:80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듣고서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개념이 있지라며 분통을 터트렸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20:80의 사회만 해도 참 감사한 사회가

아니었는가 생각이 듭니다. 양극화라는 단어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경제적 부가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작금의 시대, 세계경제의 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0.1%의 삶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 책 함께 읽으면서 불편한 현실을 제대로

응시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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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지기 2014-04-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4월 추천 도서(4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트장 드림

종이달 2021-10-04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학에 기초를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답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이다. 물론 나는 이런 이스턴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정치에 대한 정의를 내가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은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은 "적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적대"는 사회적 관계의 모순 속에서 다양한 차원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적대에서 내가 속한 사회적 존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정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렇게 논한 이유는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나 가치는 다르지만 행위로서의 정치는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는 현 사회의 가장 근본 모순이라 할 수 있는 자본주의라는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입장에 의해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모순 이외에 다른 사회 모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진보와 보수도 그 내부에서 다양한 세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노동당은 바로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진보세력 내부에는 근본 모순에 대한 입장은 비슷하지만 그 외의 다른 사회모순 특히 분단모순에 있어서 그 입장의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 했었고, 분단모순에 대해서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던 자주파가 진보세력의 다수를 점했던 것이 여태까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번 평등파의 창당 시도가 자주파로부터 진보세력의 대표 자리를 찬탈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회 운동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살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학생 운동을 중심으로 사회 운동이 점차 확산된 한국의 역사에서 자주파는 언제나 평등파에 비해 다수를 점했다. 80년대부터 한국 사회 운동이 표면화 되었다고 할 경우 약 30년의 세월 동안 평등파 소위 구PD세력은 사회 운동에서 소수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전위당 중심의 민중운동 또는 변혁운동이 중심이 되었던 지난 시기 동안 평등파는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될 수 없었다.

 자주파가 다수였던 진보진영 내에서 평등파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개였다. 자주파에게 운영권을 내준 채 함께 하든지 사회적 발언권은 적어지더라도 독립된 조직을 갖든지 말이다.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주파와 평등파는 초기에는 함께 하다 자주파의 패권주의에 평등파가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형식이었다.

 이번 평등파의 신당창당도 그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총련에서 탈퇴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의 혁신을 위한 전국학생연대회의"를 건설했던 것처럼 이번의 신당창당도 그런 수순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현재 진보진영이 처한 상황이 변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평등파가 이 상황을 이용해 여태껏 차지하지 못한 진보진영의 대표세력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가장 크게 변한 상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의 진보진영이 의회주의적 대중정치를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의 진보진영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전위당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변혁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략 속에서는 한 마디로 활동가의 수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의회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 곧 한국의 진보진영을 대표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운동이 아닌 의회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있다. 즉 과거에는 활동가의 수가 그 정치세력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상황에서는 '국민적 지지'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가 바로 그 힘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승수 전 진보정치연구소장이 권영길 후보가 들고 나왔던 "코리아 연방 공화국"에 대해서 이걸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나 역시 그것에 동의했으며, 선거 패배에 있어 그런 잘못된 주장이 분명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종북주의' 논쟁이 튀어 나왔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등파가 의도적으로 민주노동당 내에서 강력한 힘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공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생각을 계속 전개하자면 초기의 '종북주의' 논쟁이 민주노동당 내에서 평등파가 운영권을 지려는 시도로서 나온 논의였다면, 조선일보, 동아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언론들이 그것을 부각시키면서 자주파를 공격하면서 '종북주의'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즉 초기의 '종북주의'는 단순히 민주노동당 내에서 평등파가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었다면 조중동에 의해 증폭되고 사회화 된 이후의 '종북주의'는 진보진영 내에서 자주파를 말살하고 평등파가 완전한 패권세력으로 등극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조승수가 조선일보에 인터뷰를 한 것이 좋은 근거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신라가 자력으로 고구려를 이길 수 없기에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처럼 민주노동당 내에서 평등파가 자주파에 수적으로 밀리니 기존의 빨갱이 담론에 기대어 조선일보와 함께 자주파를 공격한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좀 오바하는 건가? 어쨌든 난 그렇게 생각한다. 보수진영이야 그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여러 정당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진보진영은 그야 말로 없는 지지율을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 더 많은 지지율을 얻느냐에 따라 그 명운이 크게 갈릴 것이다. 의회주의가 중심이 되고 있는 현재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활동가의 수가 아니라 바로 국민적 지지도다. 바로 그 점에서 평등파는 조중동과 연합해 분단체제라는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반공이데올로기의 힘을 얻어 이번 기회에 자주파를 '압살!' 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게 내가 이번 평등파의 신당창당 운동에 대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평등파의 이번 행동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손석춘이 말하는 것처럼 평등파의 신당창당운동이 민주노동당 죽이기가 아니라 진보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된다면 그래서 진보의 영역이 넓어진다면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지 않은가?

 다가오는 총선이 한국 진보진영의 대표세력을 결정 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을 때, 지금의 상황으로는 평등파의 신당이 진보진영의 대표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비록 민주노동당이 지역위를 포함해 전국정당으로서 그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에 반해 신당은 아직 그 실체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를 60여년 동안 지배해 온 반공 이데올로기는 그런 차이를 뛰어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 된다.

 물론 나는 평등파의 이런 행동의 진보정치가 추구해야 할 '대의'를 저버리는 많이 치사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고, 나는 평등파이다.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나 역시 소극적이나마 그네들의 등에 비수를 꽂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주파 사람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 참고로 나는 임시 당대회가 열린 2월 3일이 되기 전인 2월 1일 탈당했다. 그 이유는 심상정 비대위가 내놓은 안이 사실상 자주파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안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결국 평등파의 신당창당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민주노동당 분열의 책임을 자주파에게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이런 개인적인 생각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왕 이렇게 된 것 평등파의 신당이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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