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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보급판 문고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공중그네는 신선했다.
현대를 사는 사람은 정신 질환에 걸린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는
사실과 엉뚱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엽기적인 이라부 캐릭터가 그랬다.
공중그네가 특수, 전문직의 사람을 다뤘다면 인더풀은 평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라부가 활약했다.
이제 다시 나타난 이라부는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정치가, 젊은 ceo,
중년의 여배우 등을 치료한다. 엽기적으로.....
옮긴이이 말을 보니 이 사람들은 일본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이런 지역적인 공감의 폭이 줄어든 것은 아쉬우나 이라부의 엉뚱하면서도 질병의
근원을 찾아내는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그리고 가슴 골을 훤히 드러내며 주사를 놓는
마유미의 비중이 늘었다는 건 팬 서비스 차원일까?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면장선거는 앞의 세 작품이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다면 그 반대로 인물과 공간이 다 작가의 상상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에게도 낯익음과 낯섦 사이에 연결 고리로써 역할을 한다고 한다. )
젊은 공무원 료헤이는 도쿄에서 근무하다 순환근무의 일환으로 외딴 섬에
2년동안 파견되고 4년마다 돌아오는 면장선거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 면장선거는 두 후보의 오랜 전쟁과도 같았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선거 운동을 바라보며, 어느 쪽에 서지 못하고 양측의 휘둘리기만 한다.그러던 중 료헤이는
2개월동안 파견근무를 온 이라부와 마유미를 맞이하게 되고, 노인요양원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 위해 양측은 이라부에게
로비를 시작하고 이라부 담당인 료헤이는 더 곤란하기만 하다. 자율신경 실조증까지 얻게 된다.
이런 료헤이에게 던지는 이라부의 처방을 옮겨본다.
"아무래도 원인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인 것 같은데, 이럴 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혼자 있으면 되지. 아파트에 숨어버린다거나."
이라부가 코를 후비며 대답했다. 소파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참 나, 전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요."
"그럼 일을 그만둬."
료헤이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거 농담? 아님 카운슬링?"
"어쨌든 스트레스를 안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야. 흐르는 대로 살아, 그게 최고야. "
"흐르는 대로 살아라........."
무엇보다 앞에 세 이야기 보다 면장선거는 더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현대 사회는 공정을 따지지만 어찌보면 따뜻함과는거리가 멀다.
부정이 난무한다고 해도 그 속에 섬을 사랑하는 섬 사람들의 따뜻함이 있다.
료헤이는 이런 점을 멍청한(?)의사 이라부를 통해 점점 깨닫게 되고 안좋던 정신과 속도
정상이 된다.
영화도 전작만한 후편은 없다고 한다.
공중그네에 이어 인더풀이 나왔을 때 그런 맘으로 봤는데
의외였다. 그러자 배가 아팠는지 재미보다도 이 작가 작품 하나 뜨니까
계속 날로 먹으려는 거 아냐? 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책을 덮자 내심 또 이라부 안나오나..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이런 맘에서 면장 선거는 정말 반갑다.
이라부와 마유미는 왠지 어린 시절 봤던 코난이나 설까치처럼 다정하다.
이런 캐릭터로 날로(?) 먹으려는 작가는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할까? 내심 존경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