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갇혔다고 느낀다. 수많은 말 속에. 의미와 맥락이 무한히 확장되고, 왜곡되고, 중첩되는 언어 속에. 결코 단 하나의 의미만을 가리키지 않는 모국어 속에](170쪽, 김혜진, 경청)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말 뒤에 자신의 치부를 안전하게 감춰 둔 채, 발가벗겨진 누군가의 치부를 요리조리 돌려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도 묻지 않는다.](173쪽, 김혜진,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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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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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세상을, 어떤 점에서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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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4월 독서정산


1. 칼 뉴포트 저, 김태훈 역, 『디지털 미니멀리즘, 세종(2019), 완독


미국의 저명한 논평가 앤드루 설리번은 '나도 한때는 인간다웠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끝없는 뉴스, 소문, 이미지의 폭격이 우리를 광적인 정보 중독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망가졌다.'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망가져서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요즘엔 그런 생각까지 든다. 여기에 목숨이 달려있다고. 각종 디지털기기와 정보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삶은 더 불행해질 거라고. 

나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책도 샀다. 주기적으로 한 번씩 읽으며 내 삶에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자각하고 여기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겠다. 뚜렷한 목적 없는 인터넷 서핑은 진짜 인생낭비다.


2. 김영하 저, 『작별인사』, 복복서가(2022), 완독


1~2월에 읽고 4월에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작가가 책에 담고자 했던 생각은 인상 깊었고 또 어떤 점에서 내 삶의 모토와도 맞았지만,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서사를 구체적인 시공간과 캐릭터로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최박사의 급발진이라던가 철이가 수용소에서 갑자기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라던가. 좋은 생각을 담기에 이 책은 너무 얇았다. 







읽고 있거나 읽다가 만 책들

















1. 이승종 교수의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 학문적인 철학 책을 자주 읽긴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팔로우 업 하고는 싶은데, 그 중에 관심을 두고 챙겨보려는 사람이 이승종 교수다. 비트겐슈타인을 자연주의적으로 새로 읽는 작품이고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것의 의미에 관심이 많아 읽다가 다른 게 바빠져 책을 다시 반납했다. 언젠가 '사유의 이미지'와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개념을 비교, 교차해 정리해보고싶다.

2. 루소의 "에밀" : 에밀 곳곳에는 번뜩이는 통찰들이 자주 엿보인다. 이 책은 완독하려면 아무래도 혼자는 안 될 거 같고, 단체로 모여 읽던가 해야 할듯...

3. 김명주의 "검푸른 고래 요나" : 3/2 정도 읽고 바빠져서 덮었다. 소설이 좀 몽환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닌데, 주제라던가 서사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종교와 연관지어서 읽으면 재미있게 해석할 게 많은 작품. 난 특히, 여기서도 경계에 선 이중적 존재에 눈 길이 많이 갔다. 인간이자 고래인 요나.

4.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아, 이거도 읽다가 바빠져서 덮었다. 초반에 정보에 대한 강박과 거대한 자아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중세 해석자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 책. 언제 쯤 독후감을 쓸 수 있으려나.

5. 이민열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 뭔가에 집중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쉬고 싶을 때 이 책을 조금씩 다시 봤다. 다시 봐도 좋다. 역시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 사숙 중이다.

6. 아미시 자의 "주의력 연습" : 각종 디지털 기기, 정복 중독으로 산만해진 일상을 되돌아보고 회복하기 위해 고른 책. 계속 읽는 중.

7.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 실용적으로도 도움 되고 영어 공부도 할 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거르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좋은 부분도 많다.


한 달을 돌아보며

1. 뒤적거린 책이 참 많았다. 몇 권을 계속해서 붙잡고 끝까지 읽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며칠 놓고 있으면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잊게 되기도 한다. 전에는 이게 참 싫었는데, 이젠 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가 상황도 되고 책도 재밌어서 완독 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나중에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다시 읽어나가면 좋은 거 아닌가 싶다.

2. 밀도 있던 글을 쓸 때 사용한 노트를 오래 만에 꺼내봤다. 예전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글을 손으로 쓸 수 있었나 모르겠다. 이젠 이렇게 한 글을 전부 손으로 쓰는 건 쉽지 않지만, 확실히 글쓰기를 위한 구상이나 생각정리, 구조화 과정에서는 손으로 쓰는 작업이 꼭 필요한 거 같다.

3. 상수역에서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서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둘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나는 술을 좀 깨러 알라딘 중고서점엘 갔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거 중에 하나가 책 구경인데, 이 날은 구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술 기운을 빌러 책을 좀 많이 질렀다. 6만 원 넘게 샀는데 앞으로 중고서점에서 이정도로 많이 살 일이 또 있으려나..?


5월에 읽고 싶은 책

1. 어맨다 레덕의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거는 아마 완독할 듯. 생각보다 몰입감 있고, 밀도 있고, 유익하다.

2. 아마시 자의 "주의력 연습"과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 주의력 연습은 쭉 읽고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정리하면서 다시 읽고 싶다.

3. 김혜진의 "경청"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4.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이 거를 기본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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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니멀리즘 -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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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삶을 위한 디지털 미니멀리스트의 실용적인 조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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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3월 독서정산


① 칼 포퍼 저, 허영은 역,『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포레스트북스(2023), 완독


한국에서 번역된 칼 포퍼의 책 중에서 유명한 것으로 "추측과 논박"과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 있다. 전자는 그의 과학 철학을, 후자는 그의 정치 및 역사 철학을 살피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도 분량도 좀 되는 데다가 마냥 쉽지는 않아서 몇 가지 입문서를 거친 후 붙잡아보는 게 좋은데, 그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이 책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다. 에세이 및 강연 모음집이어서 포퍼의 사상 개략을 일괄하기에 이만한 책도 없다.

구획 문제에 대한 그의 반증주의 기준, 진화론적 지식론 등 거창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의 낙관적 태도와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두 태도가 제일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문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삶에서의 문제를 디폴트 값으로 전제한다. 그에게 중요한 건 문제를 대하는 태도다. 문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잘못으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과학이든 사회든 더 나아질 수 있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변화는 시작되지도 않는다. 계속 반복되는 문제를,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를 보면 한숨을 짓는 나인데, 그는 졸수(卒壽)의 나이에 행한 교토상 수상 강연에서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문제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니, 그는 이렇게 까지 말한다. '평생을 바칠 만한 멋진 문제를 하나 찾으라고.' 멋진 말이었다. 내가 평생을 바쳐 고민해보고 싶은 문제가 뭘까란 고민을 하게 됐다.

두 번째, 낙관적 태도. 전부터 한국 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는 냉소주의, 비관주의적 시선에 뭔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내가 보기엔 어쨌든 현재는 정말 살기 좋은 시대가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완벽이라는 형용사는 인간과 어울리지 않으니 그렇다 치고, 어쨌든 계속해서 좋아졌고 좋은 건 사실 아닌가. 스티븐 핑거가 2018년 TED에서 "Is the world getting better or worse?"라는 강연을 했을 때 무척이나 공감했던 이유였다. '완벽하지만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고, 우리가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는 아래의 책 - Enlightment Now - 에서 이 주장을 자세히 개진했다)

포퍼가 말하는 바도 이와 유사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과거에서 배울 수 있고, 함께 노력하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디폴트로 여기면서도 냉소주의,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문제를 사랑하고 낙관적 태도를 유지했다는 게 대단하다.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는 분명 나아졌고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사해야 할 것들도 많다. 앞선 세대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많은 것들 말이다. 평화나 경제적 풍요로움같은 것들. 물론 우리는 완벽할 수 없기에 우리가 마주한 사회와 세상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재해있다. 비관주의나 냉소주의에 빠질 바에 주어진 것에 감사해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충만한 삶을 사는 데도,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도 도움이 되는 태도 아닐까.

한 달을 돌아보며

붙잡고 조금 뒤적인 책은 여럿 있었으나 완독한 것은 포퍼의 책 한 권. 진짜 바쁜 한 달이었기에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하릴없이 쳐다보느라 많은 시간을 쏟은 유튜브 또는 shorts 영상을 삶에서 없애고 그 자리를 독서나 영어공부, 명상으로 대체만 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다. 관심과 욕망이 분산 되어 흩어진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집중을 위한 선택이 참 어렵다.

4월에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참 많다. 그런데 시간은 얼마 없고 욕심은 많아서 오히려 책을 잘 붙잡지 못한다. 그래서 '문제'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뭐가 있을까?

 - Erich From의 The art of loving : 소유 중.
 -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 전자책으로 읽다가 말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리기.

나머지는? 심리학 책을 읽을까, 철학 책을 읽을까, 뇌 과학 책을 읽을까, 소설 책을 읽을까. 심리학 책은 새로운 것도 좋고 기존의 읽은 것을 다시 읽는 것도 좋다. 브런치에 전에 깊이 읽은 심리학 책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으니. 새로운 책은 어떤 분야가 좋을까. 불안과 명상 정도면 좋겠다. 철학 책은? 지적 쾌락 용도면 구미가 당기는 어떤 책도 좋지만 문제의식과 연관된 거라면 내재성을 키워드로 삼는 게 좋겠다. Mof도 좋고. 뇌 과학은? 집에 쌓인 거만 봐도 벅차다. 소설 책은? 쿤데라, 로스, 소세키 전집을 보고 싶은데, 아니면 책 읽어주는 남자. 이렇게 쭉 적어보니 너무 많다. 그냥 땡기는 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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