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세계에서는 플로베르의 발견이 마르크스나 프로이트의 혁신적인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 까닭은 우리가 계급투쟁 없는 미래, 정신 분석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있어도, 이제 머지않아 모든 독창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을 뭉개 버리고, 그렇게 하여 근대 유럽 문화의 본질 자체를 질식시킬 통상적인 생각, 컴퓨터에 입력되어 매스미디어에 의해 전파되는 통상적인 생각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많은 사람들의 환심을 사야 하고, 따라서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절대적 명령의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매스미디어의 미학은 키치의 미학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매스미디어가 점점 더 우리 삶을 포위하고 그 속으로 스며듦에 따라 키치는 우리 미학, 우리 일상적 삶의 방식이 되어 버립니다. (...) 오늘날 모더니티란 매스미디어의 엄청난 활력과 혼동되고, 현대적이라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 획일적이고자 하는, 가장 획일적인 것 보다 한층 더 획일적이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쿤데라 소설의 기술 민음사 223-224


<쿤데라가 예루살렘 연설을 90년대 초반에 했다. 잡스의 혁신 - 스마트 폰의 등장 - 이후 우리의 모습을 이렇게나 잘 설명하는 말을 20년 전에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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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생략된 순무와의 교감이 그녀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준다. 수없이 많은 말들로 소란스럽던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헤아림과 공감, 위로와 포용.

 그런 것들은 이처럼 완전한 침묵 안에서만 가능해지는 것일까.

 말에 관해서라면 그녀는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녀는 말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믿었다. 그녀는 해석하고, 설명하고, 반박하고, 동의하고, 고백하면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했다.](경청, 224)


[자신은 그저 넘쳐 나는 말들에 둘러싸여, 불필요한 말들을 함부로 낭비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한 말이 언제 탄생하고 어떻게 살다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경청,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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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갇혔다고 느낀다. 수많은 말 속에. 의미와 맥락이 무한히 확장되고, 왜곡되고, 중첩되는 언어 속에. 결코 단 하나의 의미만을 가리키지 않는 모국어 속에](170쪽, 김혜진, 경청)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말 뒤에 자신의 치부를 안전하게 감춰 둔 채, 발가벗겨진 누군가의 치부를 요리조리 돌려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도 묻지 않는다.](173쪽, 김혜진,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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