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 인구 절벽 위기를 기회로 맞바꿀 새로운 미래 지도
전영수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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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존 이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로에 진입한 듯하다. 이론대로라면 고용, 소득 등 재무 개선만으로 출산율이 높아져야 하지만, 한국은 출산 포기가 사뭇 사회 트렌드로 번지는 양상이다. 과거엔 거의 없던 평생 비혼이 남(14%), 여(7%) 모두 급증했다. 20~30%로 상승하는 건 시간문제다... MZ세대는 ‘무자식‘을 표준으로 받아들일 기세다. 그들의 시대 의제는 다양성이다. 다양한 생활 모델을 골라 본인의 효용을 높이는 카드를 선호하고 선택한다. 그 때문에 ‘졸업 -> 취업 -> 결혼 -> 출산 -> 양육‘의 전통 모델은 기능 부전에 빠졌다. 저출산이 팬덤적 문화 현상으로 번지면 기존의 인구 정책은 무의미해진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_ 전영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62/378

전영수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은 향후 대한민국 인구와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관한 책이다. 다만, 해당 기간 동안 인구 변화에 변곡점이 특별히 생긴다는 의미보다는 향후 5년간 유망산업, 구매력있는 소비자, 소비의향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에서 타겟팅(targeting) 책으로 구분하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 그리고, 변화는 현재 우리보다 조금 앞서 고령화 길을 걷는 일본의 사례를 주된 예시로 분석된다.

초고령사회, 구매력있는 노령층,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 층으로 특징되는 인구 구조 속에 유망 부동산, 사업분야 등이 소개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이슈에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개인적으로 점심시간에 EXCEL을 가지고 해 본 계산이 있어 올려본다. 2021년 우리나라의 저출산 관련 예산은 42.9003조다. 이를 정부에서 지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배분하면 얼마가 돌아갈까?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저출산 문제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금액은 달리 배분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1) 가임기 여성의 경제적 문제 2) 신혼가구의 소득 문제 3) 자녀 양육비 문제. 2020년 현재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15~49세)의 인구는 11,422,000명이며, 2020년 혼인 건수는 214,000건, 신생아수는 272,337명이다. 가임기 여성에게 저출산 예산 42.9조를 나누어 준다면 1년동안 이들에게 3,755,936원씩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15세 여성부터 지급되기에 현실성이 떨어지기에 대략 금액만 짐작하는 것으로 넘기자. 혼인건수와 신생아수는 대략 비슷한데, 대략 1년에 30만명씩 신생아가 태어나고 이들이 속한 가정에 18살까지 양육비를 지급한다면, 약 800만원 정도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한 가정에 아이가 1명만 있어도 8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 이미 편성되어 있는데 가정에서는 돈이 없어서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현실. 차라리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출산 예산을 기금에다 넣고 출생신고 때마다 계좌번호 받아서 바로 송금해주면 다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할까.

저출산 문제와 저출산 예산을 보며, 이 문제야말로 정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에 맡긴다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된다...

출산 정책은 더 눈물겹다. 액수와 대상 등 자녀 숫자별 지원금을 내세워 출혈경쟁을 반복한다. 자녀를 낳으면 빚 1억을 갚아주거나 임대료를 면제해준다는 곳도 생겨났다. 튈수록 주목받기에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지만 중앙 정책과 겹치는 내용이 부지기수다. 해서 경쟁을 넘어 과열이란 혹평이 많다. 돈으로 보자면 가성비가 낮거나 없다. 투입(15년간 200조 원)은 많은데 산출(출산율 세계 꼴찌)은 별로다. 영리 조직과 개별 가계의 살림살이면 진즉 망했을 수준이다. _ 전영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300/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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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6-21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급기간을 18년으로 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최소 26년으로 해야하지 않을까요? ^^
그리고 자녀 결혼비용, 집값 등 엄청난 플러스 알파를 고려하면 무자식 상팔자라는 시대조류도 이해는 됩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06-21 14:18   좋아요 2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결혼전까지 생각을 하면 좋겠지만, 그 정도 기간까지 감안한다면 출산예산이 아닌 기본소득의 구조에서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자란 후 비용까지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모든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여겨집니다. 자녀 출생으로 인한 한계 편익과 한계 비용을 생각해볼 때, 많은 부분을 가정에서 가져가는 것도 사실이니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레삭매냐 2022-06-21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자식 표준과 출산 기피
가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군요.

출산 장려 정책은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복지 그리고 교육까
지 모두 아우르는 그야말로 지
속가능한 종합 패키지 정책이
되어야 하는데, 땜질식 처방으
로 그저 예산폭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시대의 거
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6-21 16:21   좋아요 2 | URL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점점 악화되는 저출산 문제는 분명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접근해야 할 문제를 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환경문제와 공통점이 있어 보입니다. 여러 면에서 참 위기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남한의 토지개혁 및 한국전쟁중의 북한의 토지개혁과 비교하여 미리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방법의 차이를 제외하면 농민에게 돌아간 토지의 실제 양은 큰 차이가 없었다. 사회경제적 변혁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전쟁까지 시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적 방법을 택한 북한체제가 농민에게 준 시혜나 개혁적 방법을 택한 남한체제가 농민에게 준 시혜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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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시기 동안에 남한 북한 각각에서 발생한 내부변혁은 이들 국가들을 구성요소로 하는 48년 질서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 질서는, 그것의 다이내미즘 자체가 전체의 구성단위인 남북한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는 상호적 효과를 갖는 독특한 변수로서 취급될 수 있는 그 자신의특별한 다이내미즘을 발전시켰다. 곧 하나의 체제가 구성되면 그 체제의 다이내미즘에 대해 개별단위들이 반응하고, 그것은 또 그 체제의 다이내미즘을 형성하는 독특한 양식을 갖는다. 이러한 교환의 체계는 그반대로도 발생한다. 즉, 내적 변화가 48년 질서를 변화시켜 전체 체제에 의해 형성된 변수를 수정하는 것이 발생한다. 이러한 방법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48년 질서의 구조와 과정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의 기준을 두 사회에 각각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 P70

‘48년 질서‘ 시기 남한과 북한 체제를 이끌어간 근본적 기치는 민족통일이었다. 특히 북한은 군사주의와 급진주의가 결합되어 통일을 위해 사회의 모든 정신과  자원을 집중시킨 하나의 혁명적  동원체제였다.  혁명적 동원체제는 간단하게 말해 혁명을 수행하는 또는 하기 위한 동원체제를 말한다. 동원체제는 리더십이 특정의 주어진 이데올로기와 주의, 목표를 위해 사회의 자원을 위로부터 추출, 동원하고 집중시키는체제를 말한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의 북한체제를 특징짓는 두 요소는 바로 혁명과 동원이었다.  - P73

이를테면 북한의 공식 통일정책인 국토완정론과 남한의 공식통일정책인 북진통일론, 그리고 그것들이 놓인 48년 질서가 대표적이다. 이것을 단순히 맞물린 구조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그 위계적 구조까지 보아야 한다. 국토완정론은 스탈린의 외교정책과의 연관속에서, 북진통일론은 미국의 대한정책과의 연관속에서  해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직 자체가 대쌍관계동학 접근이 보여주는 상호접근이나 비교접근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중국혁명과 한국전쟁, 38선의 복합성과 다양한 균열구조를 동태성과 함께 추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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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년부터 1802년까지 5년간은 유럽사의 경로를 그리는 데 결정적이었다. 승승장구하던 프랑스는 처음에는 해방을 구실로 내세워 유럽에서 급속한 영토 팽창에 착수했다. 1793~1794년의 패배들이 프랑스에서 혁명적 소요의 향배에 심오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1797~1802년의 승리의 희열은 혁명 지도자들과 프랑스 공화국의 세계관을 형성했고, 그들이 프랑스 국경 너머 세상을 내다보게 했다. 이것은 "신 세계질서", 즉 통치 군주들 간의 관계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질서를 재규정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었다.

일찍이 1797년에 루이 드세 장군은 일기에 보나파르트가 "이 모든 민족들에게 프랑스 국민
French nation이라는 원대한 관념을 부여하는 위대하고 기민한 정책을 갖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프랑스 최대의 적부터 시작해 지구적 규모로 그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

이집트 원정은 학문과 문화 영역에서 항구적인 유산─이집트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을 남겼지만 본질적으로는 군사적·정치적 실패였다. 원정은 레반트에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정책들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영국 식민 권력을 강타하는 대신 프랑스의 전통적 맹방(오스만 제국)이 숙적 러시아와 영국과 손을 잡게 몰아갔다. 정치적으로는 총재 정부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1798년 후반기에 2차 대불동맹이 결성되도록 촉진했다. 그것은 공화주의 이상들을 식민주의와 영토 확장과 결합하려는 기획의 실패를 의미했다.

이집트 원정이 오리엔탈리즘, 즉 비유럽의 문화와 언어들에 대한 학문의 발전에 미친 영향도 그와 마찬가지로 지대했으니, 오리엔탈리즘은 이후 유럽 식민주의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집트 원정은 이슬람 사회를 유럽의 제국에 편입하려는 최초의 (그 마지막은 아니지만) 근대적 시도를 대변했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표현으로는 오리엔탈리즘 담론을 형성하는 데 중대한 계기, 다시 말해 오리엔탈리즘의 모든 이데올로기적 구성 요소들이 수렴되고, 서구 지배의 온갖 수단들이 오리엔탈리즘을 투사하기 위해 이용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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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대부분 동안 유럽인들은 그레이트 게임을 유심히 주시했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중앙아시아와 인도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영제국과 러시아 제국 간의 전략적 대결과 갈등을 가리키는 용어다. 아시아에서 러시아 제국의 팽창에 놀란 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가 유럽에서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대립할 때마다 러시아가 영국의 가장 귀중한 식민지 속령을 침공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러한 지정학적 책략들은 사실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고, 원조 ‘그레이트 게임’에는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가 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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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2.6 202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
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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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곧 미국이 결정하고 독일이 과감하게 승인한 러시아 제재는, 결국 유럽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 재무 장관 재닛 옐런은 "유럽이 러시아 석유에 금수조치를 내려도 러시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 조치로 러시아 원유가는 상승할 것이고, 결국 러시아는 이득을 볼 것이다. 좀 더 넓게 보면, LNG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가스 시장 재편은 경제-안보-생태라는 3중의 문제를 야기한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p9

지난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4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러시아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예상외로 우크라이나가 잘 견디어내며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전망이 바뀌었다. 이와 함께, 러시아 경제 붕괴, 푸틴 치매설 등이 나오면서 러시아가 대위기가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후 러시아 경제는 루블화 강세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이 역시 틀리고 말았다. 러시아 대공황 대신 급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정작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에서 가장 눈에 가는 기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간 결산이 아닐까 싶다. 전쟁을 쉽게 끝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의 치열한 합종연횡 속에서 국제정치의 비정함과 함께 COVID-19로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유효수요의 창출과 무기재고처분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이 사용되는 현실을 깊이 실감한다.

이렇게 속는 자와 속이는 자, 승자들이 있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은 허세를 부리고 있고, 러시아는 곤경에 처해 있으며, 한쪽에서는 유럽이 다른 쪽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인플레와 산업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시급히 탄화수소 공급을 재조정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유럽 고객이 기피하는 러시아산 연료를 통해 연료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p13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파티 게이트'에서 비틀거리다가 겨우 당내 신임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며 정치적 위기를 벗어났지만, 브렉시트(Brexit)이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이 새로운 쟁점이 되면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EU의 양 축인 독일과 프랑스 역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선거에서 이기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교전에서 존재감을 잃었고, 독일은 친환경에너지 정책 추진 이후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구조 속에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5일에 시행된 북아일랜드 총선은 신페인당(Sinn Fein)의 2년에 걸친 승리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중도우파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과 아일랜드공화당(Fianna Fail)이 구축해왔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면서, 2020년 2월 선거에서 아일랜드의 다수당이 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이제 북아일랜드에서도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신페인당은 역사적 적수였던 민주연합당(DUP)을 물리쳤다.

친아일랜드 성향의 민족주의자들이 친영국 성향의 연합 주의자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1921년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이 된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신페인당의 승리,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까지, p67

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점차 확대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27개 EU 회원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에 40% 이상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금지 조치에는 반대한다. 며칠 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제안했듯, 우크라이나를 긴급히 EU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고립되는 프랑스, p6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치적으로 더 가까워진 러시아와 중국이지만, 원전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원자로 건설과 우라늄 광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들의 관계 속에서 정치 질서와 별개로 움직이는 경제 질서를 확인할 수 있다.

급부상한 중국과 러시아는 우라늄 광산 개발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러시아에는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지형의 특성상 추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발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자체 소비와 수출에 필요한 우라늄 광석의 10분의 1만을 생산한다. 중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자국 생산량을 늘리고 해외 채굴 역량을 높이면서 세계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는 '삼중 구조 전략'을 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후쿠시마 참사 이후 매우 낮아진 우라늄 가격을 이용해 다른 국가의 광산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긴장 모드의 세계 원전 시장, p44

우라늄 외에도 연료 생산 부문에서 양국의 긴장이 고조됐다. 원전에는 다양한 원자로 기술이 적용되며 제 각각 특정한 유형의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압경수로(PWR)는 전 세계 원자로의 83%에서 사용된다. 새로운 모델이 개발되더라도 원전 시장에서 가압경수로의 패권은 중기적으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긴장 모드의 세계 원전 시장, p45

당초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지적된 원자력은 '방사선 폐기물의 처리'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렇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원전에 대한 경쟁에 대해 걱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우라늄 핵분열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의 방사능 감쇠는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해롭거나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이온화 방사선(물질을 통과할 때 이온화를 일으키는 방사선. 생물조직의 구성성분을 이온화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미생물을 죽인다-역주)이 수천 년 동안 방출된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모든 국가에서는 방사성 폐기물들을 냉각수조에 보관 중이고, 고준위 폐기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라아그의 공장 등에서 재처리 후 분리보관된다. 이런 저장방법은 100년 동안은 원상복구가 가능한데, 더욱 확실한 폐기물 처리 방법을 발견할 경우에 대비해 폐기물들을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원자력 재도약에 가려진 방사성 폐기물, p48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식량 위기는 식량 안보 문제와 녹색 혁명의 실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근 급증한 아프리카의 농업생산성은 수치상으로 희망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결국 몬산토(Monsanto)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돈잔치였음을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 내부 기준으로만 봐도 실패한 것이 명백하다. 핵심 목표였던 생산성 향상은 18%에 그쳤다. 가장 성과가 나았던 동아프리카 사례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밀 생산의 경우 2006~2018년 에티오피아에서 71%, 르완다에서 66%, 우간다에서 64%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양실조는 30% 증가했다.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25%가 영양실조 상태였는데, '녹색 혁명' 이후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사실 이 '녹색 혁명'은 집약적·단작 영농에 기반한 것으로 다양한 곡물을 제공하기보다 칼로리 공급량만 늘리는 식이다. 유엔 식량 정상회의 특임 대사이자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 회장인 아녜스 칼리바타의 말을 빌리면, "식량 다양화는 사치"로 치부된다.일례로, 르완다에서는 옥수수밭과 벼밭이 영양가 높고 기후변화에 강한 수수밭과 조밭으로 바뀌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빌게이츠 재단의 수상한 농사법, p36

이제 4개월에 들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과 정지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은 단순히 미국-EU를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중국-인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세계의 대결 구도 안에서도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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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6-20 0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리스 총리 보면 .. 진짜 내각제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지네들끼리 권력 먹기네요!!

겨울호랑이 2022-06-20 09:02   좋아요 2 | URL
네 그렇습니다. 굳이 영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옆나라 아베만 보더라도 내각제의 폐해가 얼마나 심한가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내각제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듯한데, 다당제 정당제도 정착이라는 전제가 우선 충족되지 않는 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여겨집니다.... 기업의집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붉은돼지 2022-06-20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리스 존슨이 지은 런던 위인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햐~~ 더박머리 아쟈씨가 이렇게나 재미나게 쓰다니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호랑이 2022-06-20 09:27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붉은돼지님 말씀을 듣고 보리스 총리가 지은 <런던 위인전>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정치인으로서 보리스 총리는 그다지 신뢰받지 못한 인물인데, 작가로서 그의 면모가 궁금해 집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