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이제야 너는 연옥에 다다랐으니

저어기 빙 둘러막은 벼랑을 보라.

저기 벌어진 듯한 들머리를 보라...


73 우리는 가까이 가서 한군데에 다다르니

먼저 보던 자리처럼 벽이

쩍 벌어진 듯 틈이 있는데, 거기


76 문 하나가 있어 그 아래엔 그리로

통하는 서로 색이 다른 세 층계와 아직껏 

한마디 말도 없는 문지기를 보았노라.


94 그리로 우리가 갔는데, 그 첫 층계의 

한 대리석은 어찌나 닦여져서 맑던지

그 안에 내가 있는 양 나를 바라보았노라.


97 어두운 자줏빛보다 진하게 물들여진 둘째 층은

껄끄럽고 구워진 돌로 되었는데 

가로 세로 금이 간 것이고, 


100 위에 얹힌 셋째 층은 활활 타는

반암 班岩인 양 핏줄에서 용솟음치는 피와 같이 보이더라... _ 단테 알레기에리, <신곡> <연옥편> (제9곡)  


[그림] Dante's Purgatory(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ederest/dantes-purgatory/)


 이승과 저승에서의 창조 체계의 연관을 단테 이상으로 잘 표현한 이는 없었다. 지옥을 벗어나 중간적이고 일시적인 세계, 즉 지상에 이르며, 거기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연옥산의 정상에 지상 낙원이 있다. 지상 낙원은 더 이상 세상 어딘가 잊혀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념적 차원, 즉 연옥에서의 정화를 마치고 천국에서의 영화(榮化)에 들어가기 전의 무오(無汚)의 차원에 위치한다._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 , p636


 자크 르 고프 (Jacques Le Goff, 1924 ~ 2014)는 <연옥의 탄생 La Naissance du purgatoire> 에서 중세에 등장한 교리적으로는 스콜라 철학으로, 문학적으로는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 1265 ~ 1321)에 의해 완성된 '연옥'의 역사를 보여준다. 비록 성경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중세 가톨릭 철학에서 '연옥'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심판 전과 심판 후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알게 된다.


  연옥 체계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우선, 연옥이 생겨남으로 인해 죽음 이전의 기간이 새로운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물론 이전부터도 죄인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경고와 늦기 전에 지옥을 면할 준비를 하라는 권고를 받아오긴 했지만, 그처럼 중한 저주를 면하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이었고 추문스러운 생활을 하거나 과도한 죄악을 저질러서도 안 되며 죄를 지었다며 가능한 속히 모범적인 참회를 해야 할 것이었다.(p558)... 연옥 체계가 가져온 두번째 결과는 그것이 산 자들과 죽은 자들간의 관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연옥의 영혼들은 누구에게 구원을 청하러 나타나는가? 우선은 그들의 혈육지친이고, 그 다음이 배우자로서, 특히 13세기에는 연옥에 있는 망자들의 과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_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 , p560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평화방송(CPBC)을 듣고 있던 중, 묵주(로사리오)기도가 흘러나왔다. 기도문은 듣던 중 유난히 "구원송"의 한 구절이 걸린다.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해당 구절은 오랜 기간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로 번역되어 사용되다가, 약 10년 전부터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정확하지는 않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기도문을 음미하고 그 뜻을 새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신앙심이 부족한 나와 같은 이들은 습관적으로 기도문을 외우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자꾸 생각나게 된다. 해당 기도문의 영어 원문은 아래와 같다.


[Fatima Prayer] "O my Jesus, forgive us our sins. Save us from the fires of hell. Lead all souls to heaven, especially those in most need of Thy mercy."


 라틴어 원문도 있지만, 라틴어는 잘 모르기에 영어 구문을 들여다 보고 생각을 해본다. 한국어와 영어 기도문을 1:1로 대응시키면,  (A)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 forgive us our sins, (B)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Save us from the fires of hell, (C)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Lead all souls to heaven (D)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 especially those in most need of Thy mercy 로 연결시킬 수 있겠다. 


 (C)와 (D)의 번역과 관련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용이 길어질 듯 하니여기서는 일단 넘기고, 내용상의 연결로만 생각해보자. 기도문에서 (C)와 (D)의 연결을 '돌보시며'가 아닌 '돌보시되'로 할 경우에는 (D)가 (C)에 종속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 영어 원문에서는 (D)가 (A), (B), (C) 전체와 관련을 맺기에 구 번역에서 내용상의 차이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


 정리해보자면, 영어 원문에서는 (A), (B), C) 중에 (D)가 especially로 연결되는 반면, 이전 번역에서는 (A), (B), (C)가 대등하게 나열되고 (D)는 (C)에 종속되는 의미로 느껴져 기도문이 수정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연옥과 기도문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럴 경우에는 이번 페이퍼를 그냥 구문론과 서양 문화의 한 부분 - 연옥 - 을 잠시 생각하는 수준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연옥은 그 모든 지옥적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천국 쪾으로 훨씬 더 가까이 쏠려 있다. 그러므로 카톨릭 기독교의 저승 신앙의 원동력은, 연옥의 영혼들이 <신곡>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환희에 찬 지진음을 내면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그 중단 없는 행렬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 이 천국의 열망일 것이다._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 , p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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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2021-07-04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때마침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있었는데, 겨울 호랑님 덕분에 좋은 정보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4 18:58   좋아요 2 | URL
작은 나눔이 되어서 저도 기쁩니다. 김민우님 남은 일요일 저녁 행복한 시간 되세요! ^^:)
 

"제에기 미신이 어쨌다구? 알고 보면 말이야,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가 미신 덩어리야 미신, 알지도 못하구서 날 친일파로 몰아? 내가 뭐 일본 그것들을 숭배하는 줄 알어? 천만의 말씀이라구, 천만에. 소위 일본에는 신궁이라는 게 있단 말이야. 무당들이 신위를 모신 당집하고 비슷한 게지. 그건 절도 아니구 교회당도 아니구, 그곳은 귀신이 사는 곳이다. 그거야."(450/676)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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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1)와 오늘(7/2) 두 건의 법원 판결이 있었다. 하나는 조국 조카 사모펀드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윤석열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 사모펀드 사건의 판결은 징역 4년으로,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은 징역 3년으로 모두 유죄판결이 났으나, 정경심 교수의 공모는 무죄라는 점에서 해당 사건을 ‘권력형 범죄‘ 로 규정한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자가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하며 그야말로 검찰의 모든 역량이 집결되어 이뤄진 기소였다면, 후자는 검찰총장인 사위가 사퇴한 이후 이뤄진 ‘마지못해‘식 기소였다는 점에서도 두 사건은 같은 유죄이면서도 결이 다르다. 해당 내용에 대한 정치평론은 이미 넘쳐나고 있으니 줄이도록 하자.

「조국의 시간」을 읽은 사람들은 대체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책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올 것인 반면,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굳이 책을 읽지 않으려 하지 않거나 낮은 별점을 주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하기에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지난 4월 보궐선거의 패배와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높은 지지는 책 리뷰를 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지난 이틀간의 판결로 한순간에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매순간이 더 명확해지는 과정이 되리라 생각된다...

ps. 설사 아무리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재산세 폭탄을 맞는다고 해도 잔악무도한 이기주의 친일정당을 지지하지는 못할 듯 싶다... 다수의 대한민국 40대 남자들처럼. 그러고보니 재산세 1기분을 납부할 시점이 다가오긴 했다...




2019년 9월 26일에는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률 회계사가 페이스북에서 사모펀드 관련 업체들로부터 빼돌려진 돈 수십 억 원이 정경심 교수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불법 이후 2년반 동안 조 장관은 적폐정신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라고 썼다. 이후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정경심은 조범동의 공범이다" "권력형 범죄로 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저희가 며칠에 걸쳐 서 몇 명이 밤샘 분석했다" "‘조국펀드‘에서 사라진 15억 행방이 묘연한데, 조국도 몰랐을 리 없다"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46/332)
- P46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 씨와 자녀들은 경기도 양평군 아파트 시행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회사인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를 설립한 이후 한 달 동안 임야 수천 평과 농지를 잇달아 사들였다. 최 씨는 공시지가가 최소 2배 이상 모든 땅을 매입가격 그대로 사내들이 주부로 있던 가족회사에 팔아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혐의 이전에 윤 총장의 장모 최 씨가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의 은행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와 불법으로 의료재단과 요양병원을 설립해 20억 원대 부당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고발과 폭로가 있었음에도 검찰은 오랫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자 비로소 검찰은 최 씨를 기소했다.(158/332)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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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7-02 19: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쿤요..재산세 납부할 기점이 곧.. 흠흠..여튼

겨울호랑이 2021-07-02 19:42   좋아요 7 | URL
네... 미실현이익에 부과되는 재산세가 개인적으로 부담이고 불만이기는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세금에 신념을 바꾸기에는...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7-02 20:4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 야단법석을 떨던 언론들이
정작 판결이 나오자 침묵 모드
로 들어가는 모습에 정말...

왜 대한민국의 언론 지수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지
이해가 됩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2 20:51   좋아요 9 | URL
네.. 그리고 사모펀드 관련 보도도 조카가 징역4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더 큰 주제인 정경심 교수와는 무관했다는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더군요... 정치면은 편향되고, 경제면은 분양광고, 주식 띄우기 기사만 가득한 것을 보면서 유력일간지들이 ‘스포츠 신문화‘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나이니 2021-07-02 20:47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정의는 느리지만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2 20:55   좋아요 7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의가 정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설사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그 편에 서야겠지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정의의 편에 서 있는가?‘ 하는 물음에 망설임없이 응답할 수 있는가라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이니님도, 저도, 책을 좋아하는 이웃분들 모두의 공통된 관심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관점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붕붕툐툐 2021-07-02 2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겨호님 생각을 지지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다양한 시각에도 맘을 열고 듣는 태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친일정당을 지지할 일은 없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겨호님 재산세 걱정하시다닛! 부자시닷!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7-02 22:22   좋아요 3 | URL
가야할 길을 확실히 알고 가야겠지만, 쉽지 않은 길인 것 같아요. 찾기도 어렵고, 그 길을 실천하는 것은 더 어려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 재산세 걱정은 다른 분들이 많이 하시기에 덩달아 해봅니다. 사실 재산세는 큰 부담이 아니잖아요, 종부세가 문제지 ㅋ

bookholic 2021-07-03 0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최선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차선을 선택해야지, 최악을 선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우리 국민들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겠죠?

겨울호랑이 2021-07-03 09:31   좋아요 2 | URL
저도 bookholic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제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최악‘이 ‘차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요... 개인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2021-07-04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오파비니아 20
버지니아 헤이슨.테리 오어 지음, 김미선 옮김, 최진 감수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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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컷 중심적 관점을 취하면, 모든 번식이 사회적이다. 짝짓기부터 젖떼기까지, 그리고 흔히 그 이후까지도 암컷은 자식 및 짝과 상호작용한다.(p208)... 암컷 사회집단의 3대 형태는 모계, 동맹, 연합이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209/285


 버지니아 헤이슨 (Virginia Hayssen)과 테리 오어 (Teri J. Orr)의 <포유류의 번식-암컷관점 Reproduction in Mammals: The Female Perspective> 새로운 관점에서 '배란 - 임신 - 출산'이라는 번식과정을 바라본다. 책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은 무엇일까? 리뷰에서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임신' 이전 단계에서 저자들은 먼저 호르몬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안드로겐(Androgens including testosterone),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Estrogen)이 전환된다는 사실을 통해 성(性) 별 차이를 생리학적 원인에서 찾지 않는다. 또한, 보다 많은 염색체를 포함하는 X염색체의  특성을 통해 임신 과정에서 암컷의 주도권을 강조하고, 수동적으로 정자를 받아들이는 난자가 아닌, 정자가 이동하는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수컷 포유류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수컷 행동의 많은 측면을 통제한다. 안드로겐도 암컷 번식에 중요하다. 간단히 말해, 안드로겐이 전적으로 남성호르몬인 것은 아니며 에스트로겐이 전적으로 여성호르몬인 것도 아니다.(p72)...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에스트로겐을 '여성' 호르몬으로, 안드로겐을 '남성' 호르몬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이 틀렸음을 증명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7/285


 X염색체는 흔히 크며, 번식 이외의 중요 기능을 갖춘 유전자 다수를 싣고 있다. 인간에서 X염색체는 유전자를 1,000 ~ 2,000개 가진 반면, Y염색체는 100개도 갖고 있지 않다. 여성은 두 종류의 X염색체를 가졌다. 한 종류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한 종류는 부계 할머니로부터 (아버지를 통해) 받는다. 여성에는 둘이지만 남성에는 하나뿐인 X염색체의 존재는 나머지 유전체의 작동에 도전을 제기한다. 가능한 생산량이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두 배로 많은 X염색체 유전자들은 유전체의 나머지와 통합되기가 어렵다.(Lyon 1961)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39/285


 임신 이전의 단계가 암컷과 수컷의 관계였다면, 임신 이후 전분비기까지의 단계에서  수컷의 위치는 뒤로 밀려나고, 새롭게 '태아- 자식'이 등장한다.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여기서도 관계의 주체로 자리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수혜의 관계가 아닌 평등-갈등의 관계임을 저자들은 강조하는데, 이 역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관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온다. 이같은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가 일어나는 계(界)가 폐쇄계(closed system)이 아닌 개방계(open system)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모체 - 태아 단위가 언제나 협력업체인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한다. 어미와 자식은 서로 다른 선택압을 받을 것이다... 태반은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능에는 영양분 및 면역 전달, 보호, 어미와 자식 간 타이밍 조정, 포궁 내 교신이 포함된다. 모체 관점에서 태반은 배아 거부를 위한, 이를테면 이질적(즉, 부계) DNA의 존재 때문에 자식을 거부하기 위한 자리일 수도 있다.(p54)... 태반은 어미를 그의 자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자식을 어미로부터 보호한다. 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28/285


 우리의 인식은 태반(胎盤, placenta)을 중심으로 '어미- 자식'의 폐쇄계를 전제로 한다. 탯줄을 통한 영양분의 공급과 양수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산소의 공급이 이들의 주된 교환 관계지만, 정작 이들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개방계의 관점에서 '어미 - 자식'의 관계를 바라봤을 때, 우리는 이들의 갈등 - 협력이 생존을 위한 최적의 조합/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면에서 출산은 복잡하고 위태롭다. 어미와 자식은 그 과정에서 포식에 취약하고, 출산의 잔재 또한 포식자나 기생충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출산은 빨라야 하지만, 어미와 그의 한배새끼 사이에서 주의 깊게 조절되기도 해야 한다.(p142)... 전반적으로 출산은 임신기의 끝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젖분비기로의 이행을 표시하기도 한다. 출산, 그리고 신생아의 특성들은 포유류 번식의 품질보증마크, 다시 말해 젖분비로 가기 위한 출발지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43/285


 젖분비기는 포유류의 진화에 중심적이다. 포유류는 그들의 번식을 구성하는 이 다면적 요소로 정의되며, 그것이 그들의 생화학, 생리학, 해부학, 행동, 사회성, 생태학, 그리고 진화에 영향을 미쳐왔다.(p158)... 정확한 정의가 무엇이건 간에, 젖떼기라는 사건은 어미와 자식의 생활을,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에너지적으로 말해, 집중적 투자 기간 후에 자식에 대한 어미의 일일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에너지 부담 전체가 자식에게 주어진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60/285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은 우리에게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수컷과 암컷의 성을 구별짓는 요소를 생리학적으로 찾을 수는 없다는 사실과 함께 포유류 생명 활동 중 하나인 번식에서 '새끼' 의 능동적 역할이다. 이는 임신기 이전 'X염색체', '난자'와 마찬가지로 역할의 주도성에 대해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 책은 사회변화와 함께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난관은 수동적 환경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난자는 난소로부터 수태의 자리로 운송되고, 정자는 반대 방향으로 포궁으로부터 난관으로 운송된다. 짝짓기에서 정자는 난자와 생리적으로 융합할 능력도 없고,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수태의 자리에 도달할 능력도 없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59/285

암컷의 생리학은 가변적 수준의 갖가지 호르몬 하에서 일어난다. 비교하자면, 수컷의 생리학은 비교적 일정한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하에서 일어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생리학적 탐구는 수컷을 대상으로 시행되며, 표면적인 이유는 가변적인 호르몬들의 혼재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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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적당한 시기와 운수는 비록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공로와 업적은 반드시 사람을 통하여 이룩하는 것이니, 한 번 대거 청소하여 멸망시키지 아니하면 병사를 동원하는 일은 쉬게 할 시기를 얻지 못합니다.(22/61) - P22

"이직(吏職)을 줄이는 것은 관직을 줄이는 것만 못하고, 관직을 줄이는 것은 사무를 줄이는 것만 못하며, 일을 줄이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만 못합니다. 옛날에 소하(蕭何)·조참(曹參)이 한의 재상을 맡았는데, 깨끗하고 조용한 태도를 취하여 백성들은 편안하고 하나가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른바 마음을 깨끗이 한 것입니다.

헛되이 붕 떠 있는 논설을 억누르고, 사무 문건을 간단히 하며, 번잡하고 가혹한 규정을 간략하게 하며, 작은 실수를 용서하고, 일상적인 것을 변화시키기를 좋아하여 이로움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의 목을 베시는 것이 이른바 일을 줄이는 것입니다."(37/61)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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