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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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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판단- 논리학의 발생론 연구,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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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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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연구 2-2- 인식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의 기초
에드문트 후설 지음, 이종훈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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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설이 철학을 연구하며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것은 철학을 모든 개별 학문의 이론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개혁하는 일이었다. 그는 이 과제를 '철학은 그 본래의 목적상 가장 엄밀한 학문이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때의 엄밀성은 다름 아니라 불분명한 가정이나 미심쩍은 가설은 어떠한 것이든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28 


 하이데거가 보기에 종래의 철학은 존재를 늘 존재자처럼 다루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의 모든 대상들은 다 존재자, 즉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존재자들이 '있는 것'이기 위해서는 언제나 '존재', 즉 '있음'이 어떤 식으로든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존재'를 '존재자를 존재자이게 해 주는 어떤 것'으로 이해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존재'를 '어떤 것'으로 보면, 그것은 다시 존재를 존재자처럼 보는 것은 결국 존재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접근 방식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그는 '은폐'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31


 현상학의 두 거장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1859 ~ 1938)과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 ~ 1976)의 사상을 다룬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는 이성(理性, reason)으로 대표되는 근대 유럽 문명과 과학 기술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서로 다른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엄밀한 학문'으로 대표되는 후설의 사상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후설이 생각하는 바는 매우 명료하다. 즉, 토대가 되는 학문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토대가 되는 학문이 언제든 거짓으로 판명날 수 있는 판단들로 이루어진 체계라면, 그 학문을 기초로 해 세워진 또 다른 학문들의 체계 역시 위태로워지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이 토대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후설은 철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며, 또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바로 후설의 학문적 꿈이기도 한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56


 후설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이성의 한계, 근대성의 한계를 절감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문 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고, 그 중심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객관성 위에 세워진 새로운 철학. 이것이 후설이 생각한 새로운 철학이며, 현상학이다. 

 

 철학의 새로운 방법과 관련해서 후설은 먼저 '무전제성'이라는 이념을 내세운다... 후설이 말하고자 했던 '무전제성'은 어떤 전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가정은 결코 전제로 삼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p64)... 후설은 대상이 어떤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 주어진 모습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현상'이라고 부른다. 후설의 철학을 현상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67

 

 다만, 후설이 생각하는 객관성은 기존의 객관성과는 조금 다르다. 의식과 대상을 분리하는 기존의 객관성이 아닌, 의식과 대상을 인정하고 이들간의 지향적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해명한다는 점이 후설 현상학의 특징이다. 후설에 의하면 의식과 대상간의 유동적이며 중첩되는 관계가 저마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순수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수많은 현상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마치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한 '영원의 상 sub specie aelernitatis' 아래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 같이 순수한 관점에 이르는 것을 후설은 목표한다.


 후설은 학문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되도록이면 주관적인 요소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다양한 관심들과 대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들 중에 무엇이 가장 근본적이겠는가?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현상의 의미는 늘 다를 수 있음을 자각하는 태도, 즉 하나의 대상이 각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의미 현상'을 현상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설은 이러한 태도야말로 참된 의미의 객관성이라고 말한다.(p71)... 후설은 의식과 대상을 분리해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의식과 대상은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다.. 의식은 언제나 '~에 대한 의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는 대상의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상 역시 의식 없이는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의식의 '지향성'이라고 부른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74


 그렇지만, 과연 인간이 신(神)과 같이 전체를 조망해서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추출해 낼 수 있을까. 쿠르드 괴델(Kurt Godel, 1906 ~ 1978)이 불완전성 정리(Godel's incompleteness theorems)를 통해 증명한 바와 같이 가장 이성적인 학문으로 알려진 수학마저도 그 체계 내에서 증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면 후설의 선험적 현상학 또한 불가능하지 않을까. 괴델의 논증처럼 하이데거는 인간(현존재)가 결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후설과 대립한다.


 후설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른바 '순수한 현상'을 아는 상태에 도달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그와 같은 관점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후설의 현상학이 부딪치는 일종의 한계가 드러난다. 만약 우리가 '순수한' 관점에 도달하기 어렵다면, 후설 현상학의 목표와 이념 역시 좌초되기 쉽기 때문이다. 후설은 그와 같은 관점에  '선험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선험적'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 세계를 마주해서 겪는 경험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지를 묻는 '태도'를 말한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92


 하이데거는 존재(sein, be)와 존재자(seiendes, , is-ness)를 구별한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한다고 앴을 때 인식하는 것은 존재자이지 존재가 아니다. 존재가 '0'과 '1', '삶'과 '죽음' 처럼 디지털(digital)적인 것이라면, 존재자는 아날로그(analogue)적이다. 그중에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구별되는 '현존재(Dasein)'가 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는 세계 속에서 그 무엇 또는 누군가와 함께 하며 존재(있음)의 의미를 찾는데, 만약, 현존재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면 불안이 생긴다. 존재와 비존재는 삶과 죽음과 연결되고 이 지점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 ~ 1980)의 실존철학과 접점을 이룬다.


 모든 학문의 탐구 대상은 존재자들이다. 학문은 존재자들을 분석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존재'가 '존재자'와 다르다면, 존재자를 다루는 학문의 방식으로 존재를 말할 수는 없다. 하이데거가 전통 형이상학을 '존재 망각의 역사'라고 평한 것은 존재를 존재자처럼 다루는 방식이 결국 존재 자체를 은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p100).. 하이데거에게 인간은 여타의 존재자들과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구별되는 존재자다. 왜냐하면 오직 인간만이 존재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존재자이기 때문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1


 인간이 특별한 존재자인 까닭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유일한 존재자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라고 부른다.(p104)... 현존재는 자신에게서 존재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존재자다. 인간, 즉 현존재를 제외한 그 어떤 존재자도 존재를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현존재의 특성을 실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6

 

 인간은 그저 상황 속에 던져진 존재자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다. 그러나 그 한계는 인간을 그저 좌절하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그 도전을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솔직하게 자신의 삶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순간일 것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12


 이처럼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는 근대 유럽 문명의 한계라는 공통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후설과 하이데거의 답을 비교 설명한다. 인식 - 대상의 상관관계로부터 순수한 현상을 보려고 한 후설과 세계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의 문제를 말한 하이데거. 이들의 관계속에서 공자(孔子, BC 551 ~ BC 479)와 맹자(孟子, BC 372 ? ~ BC 289 ?)의 '예 (禮)'가 떠오른다면 너무 무리한 연장일까. 춘추(春秋)시대의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제시한 공자의 주례(周禮)와 사단(四端)인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서의 맹자의 예. 공자의 예는 보편질서라는 의미에서 후설의 선험적 관점과 통한다면, 맹자의 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는 점에서 세계 내에 현존재를 강조한 하이데거 철학과 통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후설과 하이데거 모두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철학을 발견하게 되는데 후설의 선험적 관점은 <실천이성비판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의 초월성을 이어받은 반면, 하이데거는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사물을 발전시켰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또 칸트를 만난 것을 보면, 근대 이후 철학에서 칸트를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후설은 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이성이 특정한 관점이나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상정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후설의 이른바 선험적인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어떤 특정한 상황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 상황을 벗어날 길은 없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 직면한 냉정한 사실이다. 그는 인간 실존의 이러한 상황을 '세계 - 내 - 존재'라는 말로 표현한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6


 후설이 하이데거는 세속적인 주관과 선험적인 주관을 철저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하고 그의 철학을 경계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후설이 보기에 하이데거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인간을 가두어버림으로써, 모든 상황적 조건을 뛰어넘는 보편타당한 학문의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에 바리케이트를 쳐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후설이 의식을 절대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끌고 가려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근원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하이데거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 존재, 즉 현존재를 가장 생생한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20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에 담긴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의 큰 줄기를 잡고, 현상학에 도전한다면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좋은 입문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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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 그림, 정병규 꾸밈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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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온책 읽기 세 번째. 비가 오는 날에 무엇을 할까?

「비가 오는 날에...」에서는 우산 쓰고 가는 치타, 물 먹는 사자, 살살 걷는 나비, 물장난 치는 티라노사우루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호랑이, 비를 뿌리는 용 등 여러 동물들의 비맞이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유독 무엇을 하는지 그려지지 않는 이가 한 명 있다.

‘아빠는 지금 무얼 할까?‘

책에서 아빠의 자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여백으로 비워져 있다. 이는 작가가 아이들을 위해 비워둔 공간일 것이다. 이 공간에 채워지는 아빠의 모습은 아마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아빠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은 비를 내리는 구름위에 다른 동물들과 함께 선물을 들고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비오는 날의 아빠 모습과 그림 속의 아빠 모습은 현실 속의 아빠와 아이들이 바라는 아빠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아이가 바라보는 현실의 아빠와 이상적인 아빠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에... 」는 이런 점에서 글밥은 적지만,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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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09-18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반가워요 우리 아이랑 이 책 정말 좋아했어요 *^^*이 책 보고나서 아이랑 김창열님 물방울 그림도 같이 보면서 이야기 나눴지요. 그 아이가 지금은 고3ㅠㅠ 말이 없습니다 ㅠㅠ 생사만 확인할뿐 ㅠㅠ

바람돌이 2020-09-18 18:56   좋아요 2 | URL
생사확인 공감 팍팍!!! ㅎㅎ
그 생사확인도 지 필요할때만요. ^^

겨울호랑이 2020-09-18 19: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저희 딸애는 틈만 나면 놀아달라고 보채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같이 놀아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8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아빠랑 그림책을 함께 보는 모습.
사진을 찍어 두세요.
멋진 한 장면일 듯합니다. 훗날 추억해 보시면...

겨울호랑이 2020-09-19 00:25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추억이 될 듯합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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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8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책에 관심이 가네요.
강신주 저자가 딴지걸기인데다 제가 좋아하는 장자, 노자인데다, 게다가 김영사라니...ㅋ

겨울호랑이 2020-09-19 00:28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다면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의 내용을 심화시켜 ‘뒷다리 잡기‘ 수준이라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주나라의 전통적인 사회 규범으로서의 예(禮), 즉 '주례(周禮)'의 권위가 크게 약화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서 중앙집권적인 법(法)이 제정되고 규범이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당시의 지식인들은 과거의 전통을 고집하고 새로운 질서를 경계하는 보수적인 입장과 옛날의 제도를 부정하고 혁신하려는 진보적인 입장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가 바로 '유학 지식인들', 즉 유가(儒家)들이었다면, 후자는 바로 '관료 지식인들', 즉 법가(法家)들이었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7


 강신주의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는 공자(孔子, BC 551 ? ~ BC 479 ?)에서 시작된 유교(儒敎)가 맹자(孟子, BC 372 ? ~ BC 289 ?)와 주희(朱熹, 130 ~ 1200)에 의해 시대의 도전을 이겨내고 새롭게 변모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유학의 본래 모습은 어떠했을까. 주(周)나라가 쇠약해지는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 ~ BC 403)에 공자는 예(禮)와 인(仁) 그리고 서(恕)를 통해 전통으로의 복귀를 강조한다. 전통적인 행위 규범인 '예'와 이를 내면으로 받아들인 '인'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서'는 공자 철학을 대표하는 핵심어이며, <논어 論語>는 이를 잘 담고 있는 책이다.


안정되고 질서 잡힌 사회는 피통치자들이 '도덕적 수치심(恥)'을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공자는 이를 위해 먼저 주례를 잘 지켜야한다고 통치자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한비자와 공자의 정치철학, 즉 '법에 의한 통치[法治]'와 '예에 의한 통치[禮治'는 타율적 복종인가 아니면 자율적 복종인가 하는 차이점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38

 공자와 안연의 대화에서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유명한 말이 등장한다. '자신을 이겨서 예를 회복한다'는 이 말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여 예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예에 따라 행동하는 주체의 모습을 공자는 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한 사람이란 '예를 내면화해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41


 공자의 자기 반성은 주체가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예에 의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냈을 때, 그것은 예에 맞지 않는 것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서(恕)를 따른다는 것은 자신에게 내면화된 예의 명령에 따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57


 그렇지만, 이러한 공자의 사상은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 ~ BC 221)에 들어서면서 도전받게 된다. 진(晋)나라가 한(韓), 위(魏), 조(趙)로 나뉘어지고, 제(齊)나라 주인이 강(姜)씨에서 전(田)씨로 바뀌면서 시작된 철기문명의 전국시대에서 공자의 사상은 위협받는다. 당시를 대표하는 사상가는 양주(楊朱, BC 440 ? ~ BC 360 ?)와 묵자(墨子, BC 480 ~ BC 390)로 이들에 의해 국가, 가족의 질서는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맹자는 새롭게 본성(本性)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응전해간다.


 맹자에 따르면 양주의 철학은 '자신만을 위하기[爲我]' 때문에 군신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질서를 부정하게 된다. 한편 묵자의 철학은 '모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랑하기[兼愛]' 때문에 부자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가족질서를 부정하게 된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69


 

맹자에 의하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주체의 의식적인 생각이나 현실적인 경험에서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측은지심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서 맹자는 '본성[本性]'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는 모든 인간은 측은지심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결론 내린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75

 

 맹자가 도입한 '본성'이라는 개념은 유교 사상 체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공자의 '예'가 거울과 같은 본보기였다면, 맹자의 '예'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이미 가지고 있다면, 무게 중심은 예에서 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게 된다. 이러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 차이에서  '돈오점수(頓悟漸修)',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떠올리게 된다. 공자의 '예'에서 깨닫고도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한다는 불교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떠올리고, 맹자의 '예'에 단번에 깨닫고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연상한다면 다소 무리한 연관일 수도 있겠지만.


 공자는 교육을 통해 주례(周禮)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자연스럽게 익힐 것을 권고했다. 모든 사람이 서(恕)의 정신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맹자에게 있어서 예는 결코 외부에 존재하는 학습 대상이 아니었으며 우리 마음의 본성에서 기원한 것이다. 즉 우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예라는 덕목이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맹자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유학의 이론을 내재화하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22


 공자에게서는 인보다는 예가 근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맹자는 예보다 인을 더 중요시한다. 이는 그의 정치 이상이 인한 정치[仁政]로 표현된다는 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공자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예를 맹자는 본성이 실현되어 나오는 네 가지 마음 중 세 번째 마음 정도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맹자에게 있어 예란 예의범절이라는 외적 형식을 학습해서 내면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불현듯이 출현하는 사양지심과 관련된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78


 이러한 맹자 사상과 공자 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맹자의 사상이 본성이라는 혁신을 이루었지만, 지나친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가한다. 예를 본성으로 내면화했지만, 이것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순자(荀子, BC 298 ? ~ BC 238 ?) 철학에서 체계적인 논리와 함께 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공자의 정신을 찾을 수 있음도 지적한다.


 순자는 '본성[本性]의 영역'과 '인위[僞]의 영역'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에서 자신의 논의를 시작한다. 본성의 영역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조건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인위의 영역은 우리의 의지와 실천에 의해 변경 가능한 영역을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맹자가 예를 사단이라는 형식을 통해 본성의 영역 안에 포함시킨 것과는 달리, 순자는 그것을 인위의 영역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순자는 성악설을 통해 예를 외재성이라는 본래 자리로 되돌려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00


  또한, 외래 사상인 불교(佛敎)사상에 대항하는 유학의 또다른 모습인 성리학 사상을 소개하면서 본성의 문제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가도 이(理), 기(氣)의 개념과 함께 설명된다. 이처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온 유학의 모습과 주요 사상가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로부터 독자들에게 유학이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끊임없이 변화해온 물과 같은 학문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송대의 신유학이나 시유학을 체계화한 주희 철학이 후대에 성리학[性理學]이라고 불린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들 모두 인간 내면의 잠재성으로서의 '성[性]'과 인간 외부에 있는 사태들의 법칙으로서의 '이치[理]'가 같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즉리[性卽理], 즉 '우리의 본성과 외부 사태의 이치가 같다'는 명제는 주희 철학 체계의 핵심테마가 된다.(p111)... 주희의 발상 중 핵심은 인간에게만 본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도 그들만의 본성이 있다는 주장에 있다.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16 

 이와 함께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 걸기>, <정약용 & 최한기 : 실학에 길을 묻다>,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는 지식인 마을에서 관련성이 높은 책이기에 더불어 읽는다면 체계적인 동양철학 줄기를 잡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약, <논어>와 관련하여 깊이 읽고 싶다면,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이토 진사이의 <논어고의>를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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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17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한창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고 있는데, 오고쇼 씨도 천하를 삼킨
다음에는 무력으로 지배할 수 없다며
논어와 맹자 타령을 하는 걸 보면
역시나 주자학이 지배 계급의 질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7 11:5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종교 또는 사상이 국가와 결탁하게 되면 초기의 뜻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는 현상을 예외없이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한 변화가 사상이나 종교를 처음 일으켰던 선각자들의 뜻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반추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