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철학사 1 - 권력과 욕망 : 조토에서 클림트까지 미술 철학사 1
이광래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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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가로지르려는 욕망의 인자형이며 욕망의 표현형인 미술에게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인자형은 의미의 토대가 되며 그것을 생산하도록 충동한다. 의미를 표면화하여 현상으로서의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로지르는 욕망의 역사를 따라 그 표현형인 미술의 역사도 욕망의 고고학이 되었고, 계보학이 되어 왔다.(p26)

미술의 역사는 욕망 표현의 [억압에서 해방으로], 즉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의 커다란 주름 현상을 보여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르네상스를 경계로 미술의 역사도 [억압과 배설]의 두 시기로 가로질러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그 조건들, 즉 조형 욕망과 구속 그리고 해방과 자유를 인식소 episteme로 하여 기나긴 욕망의 학예로서 가로질러 온 미술의 흔적에 대한 철학적 역사 인식이 가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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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자형은 유전자형을 말하는 것인지요?
찰학과 미술을 관계 짓는 것은, 항상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일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표현주의가 시작된 것을 보면, 전쟁 후, 문학 사상과 함께 미술도 함께 한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3-08 10:55   좋아요 1 | URL
<미술 철학사>에서 ‘인자형‘에 대한 한자가 함께 표기되어 있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맥상으로 인자(因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철학을 욕망의 원인으로, 미술을 욕망의 표현으로 저자가 해석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초딩님 감사합니다.
 
생명과학 - 8판
닐 캠벨 외 지음, 전상학 옮김 / 바이오사이언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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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나타나거나 또는 의학계에 새로 보고되는 바이러스를 보통 신종 바이러스(emerging virus)라 한다. 급속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은 2002년 11월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처음 나타났다. 다음 8개월동안 전세계적으로 유행되면서 8,000명이 감염되고 7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과학자들은 재빨리 감염체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일가닥 RNA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로(IV) 이전까지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바 없었다.(p392) <생명과학> 中  


 유행성 독감은 생물종 사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영향을 알기에 좋은 사례가 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세 종류가 있다. B형과 C형은 사람만 감염시키며 유행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A형은 새, 돼지,말, 사람을 포함하여 다양한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인플루엔자 A형이 지난 100년 동안 인류 집단에 세 차례의 주요 유행성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이 1918~1919년 사이에 400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스페인 독감" 범유행병(pandemic, 전세계적인 유행병)이다.(p392) <생명과학> 中


[사진] 스페인 독감(출처 : https://www.history.com/news/spanish-flu-pandemic-dead)


 1919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 지 100년. 이제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사망자 수의 발표에 사람들의 마음과 경기도 얼어붙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병과 관련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오랫만에 꺼내본 캠벨(Neil A. Campbell)의 <생명과학 Biology> 을 통해 바이러스에 관한 부분을 정리해본다.


 가장 작은 바이러스(virus)는 지름이 20n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리보솜보다 작은 크기이다.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도 지름이 수백 나노미터에 지나지 않아 광학현미경으로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더욱 상세하게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는 핵산이 단백질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때로 막구조가 단백질 껍질을 덮고 있는 경우도 있다.(p382) <생명과학> 中


[사진] 바이러스의 구조(출처 : https://study.com/academy/lesson/influenza-virus-structure-and-function.html)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둘러싸는 단백질 껍질을 캡시드(capsid)라 한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캡시드는 막대 모양이거나 다각형 또는 복합형(T4와 같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캡시드는 캡소미어(capsomere)라 불리는 수많은 단백질 소단위가 모여 이루어지나, 하나의 캡시드를 이루는 단백질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 바이러스에는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돕는 보조적인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의 동물바이러스에는 막으로 이루어진 외피가 캡시드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외피(viral envelope)는 숙주세포의 막에서 유래된 것으로 숙주세포의 인지질과 막단백질을 포함한다.(p383)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작은 핵산 유전체가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인 구조이며, 외부에 피막이 있는 경우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단백질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생명과학>에서는 이와 같이 단순한 구조를 지닌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숙주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존재이기에, 필사적으로 숙주 세포에 침입하고자 하며, 감염(感染, infection)은 그 결과로 나타난다.


 바이러스에는 대사 효소도 리보솜과 같은 단백질 합성기구도 없다. 이들은 절대 세포 내 기생체로 숙주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각종의 바이러스는 제한된 종류의 숙주만 감염시킬 수 있다.(p384)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정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분리된 형태의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없고 유전자를 복제하거나 ATP를 합성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는 보편적인 생명의 언어로 쓰여진 유전 프로그램을 지닌다...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증식할 수도 대사활동을 수행할 수도 없지만 이들이 유전부호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생물계와의 진화적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p389)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감염 발생 시 사람들의 면역체계(Immune system)는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기침이나 열 등의 증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반격이라면, 기침환자 나 고열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몸이 아직 바이러스의 숙주가 아닌,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격전장임을 안다면, 단순한 열과 기침만으로 이를 금기(taboo)하는 사회 분위기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기침이나 고열환자들의 몸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겠지만, 이러한 증상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여겨진다.


 바이러스 감염은 여러 종류의 경로를 통해 증상을 나타낸다. 바이러스는 리소좀서 가수분해효소를 방출하여 세포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를 사멸시킨다... 열이나 통증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동반되는 많은 일시적인 증상은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기보다 대개 우리 몸이 스스로 감염에 대항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나타난다.(p391)... 면역체계는 복잡하고 중요하 신체의 자연 방어체계의 일부이다. 이는 또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p391) <생명과학> 中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백신 개발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생명과학>에 의하면 현재 사태 해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난 후에는 효과가 있을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종 가능성이 매우 높은 RNA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비춰보면, 백신은 실제적으로도 거의 효능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코로나 백신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 주식들이 급등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백신 판매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해진다. 


 백신(vaccine)이란 해로운 병원체에 대항하는 신체의 면역체계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병원체의 해롭지 않은 변이체를 말한다. 백신으로 특정한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한 번 감염되고 나면 현재로서는 치료방법이 거의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성 감염을 치료할 수 있을 뿐 바이러스에는 무용하다.(p391)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질병이 새로 출현하는 것에는 세 가지 과정이 작용한다. RNA 바이러스는 RNA 유전체를 복제할 때 교정판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떤 돌연변이는 기존의 바이러스를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에게조차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유전적 변이형으로 바꾼다... 바이러스성 질병의 출현을 야기하는 두 번째 과정은 작고, 격리된 인간 집단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전파되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의 세 번째 공급원으로는 다른 동물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들 수 있다.(p392) <생명과학> 中


 <생명과학>을 통해 우리는 과거 1918년 스페인 독감, 2003년 사스(SARS) 와 마찬지로 코로나 19 또한 변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과거보다 예전보다 더 파괴력있는 질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졌고,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으로 세계경제가 통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개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있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현재보다 더 넓은 숙주범위를 지니게 된 것이 많다. 숙주의 행동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길이 뚫려 이전에는 격리되어 살았던 집단 사이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p393) <생명과학> 中


 생명체 출현이후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지 않기 위한 생명체의 오랜 싸움은 진화(evolution)의 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경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이들로 인해 혼란이 한층 가중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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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07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인류 탄생 이전보다 바이러스가 먼저 있었을 것이고 매년 알 수도 그리고 눈치챌 수도 없을 수만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는 감염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며, 의사는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감기, 부종, 폐렴 등으로 호칭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것이 바이러스가 우리와 생존하는 모습인 것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3-07 17:4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바이러스와 함께한 인류역사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을 치료하게 된 상황이 오히려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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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와 인상주의

19세기의 모든 특징들은 이미 1830년경에 드러난다. 부르즈와지는 완전히 권력을 소유하고 또한 그 사실을 잘 의식하고 있다. 귀족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각하여 순전히 개인적인 생존을 유지할 뿐이다. 시민계급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명백해진다.(p15)... 공업화의 진전이나 자본주의의 전면적 승리와 보조를 같이하는 경제적 합리주의, 역사과학/정밀과학의 발전 및 이와 결부된 사유(思惟)의 일반적 과학주의, 계속된 혁명의 실패와 그 결과 생긴 정치적 현실주의, 이 모든 것들이 낭만주의와의 거대한 싸움을 준비하는 바, 낭만주의와의 이러한 싸움이 향후 100년간의 역사를 꽉 채우게 된다.(p16)

18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독자층은 서로 다른 두 진영으로 분리되고 예술은 서로 대립하는 두 경향으로 나누어진다. 이때부터 모든 예술가는 반대되는 두 질서인 보수적 귀족의 세계와 진보적 부르즈와의 세계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p17)

르네쌍스 이래 점차 드러나는 근대 자본주의의 근본적 경향은 이제 어떤 전통에 의해서도 완화되지 않는 그 뚜렷하고 비타협적인 명료성 속에 나타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인격화의 경향, 즉 경제기업의 전 메커니즘에서 개인의 환경에 대해서 고려하는 모든 직접적/인간적 영향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은 자체의 이해와 목적을 추구하고 자체의 논리법칙에 따라가는 하나의 자율적 유기체가 되며, 자기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을 노예로 삼는 폭군이 된다.(p22)

모짜르트(W.A.Mozart)가 항상 객관적이며 필연적인 확고한 플랜을 좆는 것같이 보이는 데 반하여,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모든 주제, 모든 모티프, 모든 음조가 마치 "나는 이렇게 느끼니까" "나에겐 이렇게 들리니까" "나는 이렇게 하고 싶으니까" 하고 작곡자가 말하고 있는 듯이 울린다. 과거 대가들의 작품이 잘 균형 잡히고 잘 구성된 작곡과 깔끔하고 잘 마무리된 멜로디임에 비하여, 베토벤과 그후의 작곡가들의 창작은 괴로운 가슴의 심연에서 터져나오는 부르짖음이며 읊조림인 것이다.(p56)

자연주의란 실상 새로운 관습을 지닌 낭만주의이다. 진실감에 대한 자연주의의 가정이 새롭기는 하나, 이러한 가정이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언제나 자의적이게 마련이다. 낭만주의와 자연주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후자의 과학주의, 즉 현실의 예술적 묘사에 정밀과학의 원칙을 적용한 데에 있다. 19세기 후반에 자연주의적 예술이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된 것은 관념론과 전통주의의 정신에 대한 과학적 세계관 및 합리주의적/기술중심적 사고방식의 승리에 따른 한 징후일 따름이다.(p81)

혁명의 승리와 차티즘(Chartism, 1836 ~ 48, 6개 항목의 급진적인 인민헌장을 내세운 영국의 정치운동)의 좌절 이후에야 비로소 부르즈와지는 자기의 확고한 힘을 느꼈고, 그리하여 이제 양심의 갈등이니 양심의 가책 따위는 갖지 않게 되었으며, 이미 어떤 비판의 필요를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문화적 엘리뜨, 특히 문필가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사명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잃어버렸다.(p163)

똘스또이와 도스또예프스끼의 관계에서 우리는 볼떼르와 루쏘 사이에 있었고 괴테와 쉴러(J.Ch.F. von Schiller)간의 관계에서도 그 비슷한 것이 있는, 의미심장하고 가장 깊은 뜻에서의 전형적이고 원형적인 정신적 관계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모든 경우에 있어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 감각성과 사상성, 또는 쉴러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박한 것'과 '감상적인 것'이 대면한다.(p190)

기술의 진보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문화의 중심이 현대적 의미의 대도시로 발전해가는 일로서, 이 대도시는 새로운 예술이 뿌리내리는 토양을 형성하게 된다. 인상주의는 유례없이 도시적인 예술인데, 그것은 다만 인상주의가 풍경으로서의 도시를 발견하고 그림을 시골에서 도시로 옮겨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상을 도시인의 눈으로 보고 현대적 기술인의 극도로 긴장된 신경으로 외부 세계의 인상들에 반응하기 때문이다.(p201)

시기상으로도 문학의 인상주의와 회화의 인상주의 사이에는 얼마간의 간격을 볼 수 있다. 회화에서는 인상주의의 가장 왕성한 시기가 이미 지나간 때에야 비로소 그 양식적 특징이 문학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 차이는 문학에서의 인상주의는 비교적 일찌감치 자연주의, 실증주의, 유물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거의 출발부터 익히 알려진 이상주의적 반동의 역할을 떠맡은 데에 비하여, 회화에서는 인상주의가 해체된 다음에야 그러한 반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p215)

플로베르의 세계관과 베르그쏭의 세계관을 갈라놓는 중요한 차이는, 플로베르가 아직도 인생의 이상적 실체를 갉아먹는 하나의 파괴요인으로 시간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시간관의 변화, 아울러 체험적 현실 전체에 대한 평가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 것으로서 그것은 제일 먼저 인상파의 그림에서, 다음에는 베르그쏭의 철학에 와서, 끝으로는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일어났다. 프루스트에 이르면 시간은 이미 분해와 파괴의 원리가 아니요, 그 속에서 이념과 이상이 가치를 잃고 삶과 정신이 실체를 상실하는 요소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는 시간이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의 정신적 존재, 생명 없는 물체와 기계작용에 반대되는 우리 삶의 본질을 포착하고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p269)

영화의 시대

20세기 예술의 주류를 이루는 경향들은 모두 전 세기의 선구자들에게서 그 기원을 갖는다. 입체파는 쎄잔느와 신고전주의자들에게서, 표현주의는 고흐와 스트린드베리에게서, 초현실주의는 랭보와 로트레아몽에게서 각각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예술사상의 연속성은 당시의 경제사 및 사회사가 어느정도 일관된 발전을 하고 있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p285)

연극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영화와 닮은 장르이다. 특히 시간적 형식과 공간적 형식을 종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시간적인 것과 공간적인 것이 나란히 병존할 뿐이지 영화에서처럼 양자가 내적으로 결합되어 있지는 않다. 영화와 다른 예술 간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p302)... 영화에서 시간과 공간이 마치 그 기능의 호환성을 통해 결합되어 있기나 한 것처럼, 공간이 활성화되어 시간적 자질을 획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거의 공간적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순간들의 배열순서에 일종의 자유가 생긴다.(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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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05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 사다 놓은 책인데 몇년째 keep 만 하고 있습니다. 리뷰 읽으니 더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
근데 어쩜 이렇게 책을 빨리 읽으세요?^^

겨울호랑이 2020-03-05 2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사실 저도 예전에 사다 놓고 틈틈이 들여다 보다가 이번에 맘먹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몰아보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더 잘들어오는 것 같네요. 다만, 그 깊은 내용이 모두 제것은 되지 않은 것 같네요 ㅜㅜ 아무래도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초등학교 개학도 3주 가량 연기되고, 여기에 온 가족이 함께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도 당분간 폐쇄되어 딸아이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네요..

학교선생님인 엄마도 덩달아 강제방학(?)을 맞이해서 같이 집에 갇혀 있다보니, 두 사람 모두 많이 갑갑한 듯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대안으로 ‘실내 사방치기‘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마루에 그리면 안 지워지니 먼저 투명 테이프로 테투리를 긋고 그 위에 매직으로 만든 사방치기판.

덕분에 아이는 집에서도 몸놀이를 하면서 조금은 갑갑함을 줄여봅니다. 퇴근 후 저 역시 그 놀이에 동참하면서 아이와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봅니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요즈음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맞대면서 가족의 화목을 다진다면, 이것이 코로나 19가 준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하게 보내세요!^^:)

ps. 저희 집은 1층이라 가능하지만, 2층 이상에서는 층간 소음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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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5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6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 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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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꼬

18세기 사회발전의 고유한 특징은 여러 상이한 신분과 계급을 가르는 경계선들이 아무리 강조되더라도 결국 문화적 평준화 과정은 멈춰질 수 없었고 사람들이 외면적으로는 서로 상대방과 구별되려고 안달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점점 더 닯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단지 두 개의 커다란 집단, 즉 일반 민중과 그 민중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집단만 존재하게 된 사실이다. 귀족과 상층 부르즈와지는 단 하나의 문화계층으로 용해되었고, 그리하여 이전에 문화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주는 자(창작자)이면서 동시에 받는 자(향수자)가 되었다.(p21)

로꼬꼬는 실로 르네쌍스와 함께 시작된 발전의 마직막 국면을 대변하면, 이 발전과정의 시초가 되었고 정적(靜的)/구속적/규점적 원리와 계속 싸워야만 했던 동적(動的)/해방적 원리에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이 과정을 총결산한다. 로꼬꼬에 이르러 비로소 르네쌍스의 예술적 목표는 최종적으로 달성되며, 또한 로꼬꼬와 더불어 사물의 객관적 묘사는 근대 자연주의가 추구하던 정확성과 자연스러움을 확보한다... 부르즈와 예술과 더불어 민주주의 사상과 주관주의에 근거하는, 그리고 발전사적으로 보아 분명 르네쌍스/바로끄/로꼬꼬의 엘리뜨 문화와 직접 관련되면서도 그것들과 원리적으로 대립되는 오늘 우리 자신의 문화시대가 시작된다.(p51)

소설은 17세기에만 해도 그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저급한, 어떤 점에서 아직 후진적인 문학형태를 대변했으나 18세기에 들어오면서 주도적인 장르가 된다.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들이 이 장르에서 나타난 뿐만 아니라 진정한 진보라고 할 만한 의미있는 발전이 이 분야에서 일어난다.(p45)

계몽시대의 예술

로꼬꼬와의 결별은 이 세기의 후반에 일어나는바, 상류계층의 예술과 중간계층의 예술 사이에는 명백한 간격이 있는 것이다.(p56)

로꼬꼬가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1780년 이후, 특히 다비드 등장 이후이다.대략 1780 ~ 1800년의 기간에 걸친 혁명 시대의 예술과 함께 고전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 혁명은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양식으로서 고전주의를 택했다. 그러나 이 선택에서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취미나 형식의 문제라든가 혹은 중세 말기와 초기 르네쌍스의 시민적 예술이상에서 나온 내면성과 친밀성의 원칙이 아니라, 현존하는 여러 경향을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애국적/영웅적 이상과 로마적 시민덕목과 공화주의적 자유이념 등을 포함하는 혁명의 에토스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가하는 관점이었다.(p191)

시민계급은 음악의 주된 고객이 되었고, 또 음악은 다른 어느 장르에서보다 시민계급의 정서생활이 더 직접적으로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애호받는 예술이 되었다... 새로운 주관주의의 결과 생겨난 이러한 갈등의 가장 유명하고 극단적인 예는 모짜르트와 그의 패트런인 잘츠부르크(Salzburg) 대주교와의 불화이다. 고용된 음악가와 자유롭게 창작하는 예술가 사이에 나타난 대립의 특징을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것은 연주가와 작곡가, 일반 악단원과 악단 지휘자의 분화이다.(p107)

당시의 문학은 전유럽적 문학이었고, 또 중세 이후 한번도 체험해보자 못했던 서구 정신공동체의 표현이었다. 중세의 문학은 그 보편성을 라띤어에 힘입고 있었다면, 바로끄나 로꼬꼬 문학은 그 보편성을 프랑스어에 힘입고 있었다. 그리고 중세의 문학이 교양있는 성직자 그룹에 제한되어 있었다면, 바로끄나 로꼬꼬 문학은 궁정적 귀족그룹에 한정되어 있었다.(p168)

고전비극은 인간을 고립적인 존재로 보고, 물질적 현실과는 단지 외면적으로만 접촉할 뿐 거기에서 아무런 내면적인 영향도 받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정신적 실체로 묘사한다. 이에 비하여 시민극은 인간을 사회적 환경의 일부이자 그 함수로 파악하고, 과거 비극에서처럼 객관적 현실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리어 그것의 지배를 받고 거기에 흡수된 존재로 그린다.(p124)

두 경향 사이의 긴장이 완전히 종식되고 궁정적이라 지칭할 수 있는 어떠한 요소도 더이상 시민문학에 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물론 그렇다고 일체의 긴장이 없어진 것은 아니며, 단 하나의 단일한 취미가 문학을 지배한 것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새로운 대립, 즉 교양있는 소수자의 문학과 일반 독자층의 문학 사이의 긴장이 서서히 발전되며, 후일 통속문학의 약점들을 이미 찾아볼 수 있는 취미의 타락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p67)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에 열광한 뒤에야 비로소 괴테는 독일 문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낭만주의자들이 이처럼 괴테를 지지했던 것은 그들 사이에 놓인 일체의 개인적/세계관적인 대립에도 불구하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뿐만 아니라 질풍노도 이후의 전 독일 문화를 하나로 묶는 불가침의 깊은 이해공동체가 형성되었음을 말해주는 가장 두드러진 징표이다... 쉴러에 의하면 미적 교육은 루쏘가 이미 인식한 바의 숙명적 악으로부터 인류를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괴테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은 "전체의 파괴적인 힘에 대하여 자기를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라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이르면 예술적 체험은 지금까지 오로지 종교만이 할 수 있었던 기능을 획득하게 된다.(p164)

낭만주의

낭만주의 운동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 운동이 혁명적 세계관 아니면 반혁명적 세계관을 대변하느냐 혹은 진보적 세계관 아니면 반동적 세계관을 대변하느냐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경우든 비현실적/비합리적/비변증법적 길을 통하여 그런 관점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p215)

낭만주의 이전의 예술가와 시인들이 무조건 이러한 감상자 그룹의 요구와 소망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었다면, 낭만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이후의 예술가들은 이제 더이상 어떠한 집단적 그룹의 취미와 요구에 종속되지 않으며 어느 한 그룹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른 그룹의 감상자층에 호소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p203)

낭만주의 혁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시적 언어의 혁신이다. 프랑스의 문학적 언어는 17세기와 18세기를 지나는 동안 허용될 수 있는 표현방식이나 정확하다고 인정되는 스타일에 대해 너무 엄격한 규제를 가했기 때문에 빈약하고 무미건조하게 되었다. ..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일상대화에 많이 쓰이는 표현들은 고상하고 세련된 '시적'어휘나 기교적인 풀어쓰기에 의해 대체되어야만 했다.(p255)

형식해체에 음악이 대처했던 음악 고유의 성향, 예컨대 내용의 비합리성과 표현수단의 독자적 과시 등을 보면 왜 음악이 근대 예술장르중에서도 으뜸가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고전주의에서는 문학이 주도적인 예술이었다면 초기 낭만주의는 부분적으로 회화에 근거를 두었다. 그러나 후기 낭만주의는 완전히 음악에 의존하고 있다.(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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