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볼(Philip Ball)박사의 형태학 3부작은 각각 <모양 Shapes> <흐름 Flow> <가지 Branches>를 주제로 구성된 책이다. 이들은 각각의 다른 주제로 각권을 시작하지만, 독자들은 이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로 묶여있음을 곧 확인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들은 <스스로 짜이는 융단 : 자연의 패턴 형성(The self Made Tapestry : Pattern Formation in Nature>라는 한 권의 책을 세 권으로 분권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권은 내용상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각 권들이 가지는 긴밀한 유대감으로 형태학이 생소한 독자들도 앞의 내용을 상기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여겨진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각각의 리뷰에 담으려고 한다. 다만, 그 전에 <모양> <흐름> <가지>라는 각각의 책들을 리뷰하기에 앞서, 페이퍼를 통해 개략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으며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 지 간략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페이퍼는 일종의 프롤로그(prologue)라 하겠다. 크로키(croquis)를 그리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 본다. 형태학 3부작의 리뷰는 전체적으로는 필립 볼의 형태 3부작을 기본으로 하되, 보다 읽기 쉽고 친근한 우든 북스 책들을 묶는 형태로 리뷰를 작성하는 형태를 따른다. 우든 북스의 책이 핵심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 얼마나 리뷰에 묻어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이렇게 했을 때 형태학 3부작과 우든 북스 세트의 책들 중 어떤 책들이 파트너로 묶이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동일 요소가 반복되는 기하학적 질서, 즉 규칙성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패턴은 하나의 격자이며, 자연의 패턴 형성 방법은 훨씬 더 복잡한 형태의 동식물이 어떻게 간단한 물리적인 힘만으로 조정되는 점진적인 공간의 분할과 재분할로 구성되는지 알려 준다.(p5) <모양> 中


 위의 내용처럼 <모양>에서는 개체에 표현되는 패턴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설명하는 법칙으로 '엔트로피 Entropie'가 소개되고 있다. 또한, <모양>에서는 엔트로피의 결과로 자연의 대칭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우든 북스 중 <대칭성, 질서의 원리>와 <황금분할>이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이들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움직임은 패턴과 형태를 만든다... 알갱이들에게 이웃에 반응할 능력을 주면, 끝도 없는 패턴이 거기서 생성될 것이다. 이들은 저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정하거나 계획한 적 없는 눈부신 조화를 이룬다.(p5) <흐름> 中


 <흐름>에서는 자연의 불안전성과 불규칙성이 만들어 낸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내용은  '난류 亂流'로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잘 들어맞는 우든 북스의 책은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로 생각되어 이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올려 놓는다.


강물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에서, 자연 철학자들은 정맥과 동맥을 떠올렸다. 정맥과 동맥은 또한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가지를 친 분지 형태들은 무질서와 결정론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이것은 새롭고 특이한 기하학을 알리는 현상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속에서 질서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p5) <가지> 中


 형태학 3부작의 마지막은 <가지>이며, 이 책의 핵심어는 프랙탈(fractal)이다. 그리고 우리는 책 안에서 각각의 형태들이 다른 형태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우든 북스에서 <대칭성, 질서의 원리>가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만, 그 외에도 <신성한 기하학>의 내용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다음의 책들도 연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페이퍼에 이름을 올려 본다.


그렇지만, 필립 볼 형태학 3부작을 이처럼 과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 달의 뒷면을 남겨두는 모습이 되고 만다.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예술적인 부분도 추가적으로 곁들여 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어떤 예술이 형태학 3부작에서 소개되고 있을까. 저자는 <모양>에서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형태>에서는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 ~ 1890)의 그림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설명한다.  <가지>에서는 직적적으로 미술작품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초현실주의 작품(아마도 마그리트 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가 여기에 해당될 듯하다) 이 프랙탈과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들을 묶어볼 계획이다. 간략한 프롤로그를 작성할 계획으로 시작한 페이퍼였는데, 막상 쓰고 나니 거창한 공약이 되버린 듯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리뷰가 될 듯하여 심히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이번 페이퍼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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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0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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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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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 전 취학아동을 둔 부모를 위한 '초등학교 입학 준비'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설명회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제게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차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알려주는 교과 전반의 내용, 부모가 챙겨줘야 하는 부분 등 유용한 정보를 접했던 것도 좋았습니다만, 특히 인상적인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아이의 분리 경험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관점이었습니다. 설명회는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 ~ 1980)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e>의 구절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전체의 주제를 잘 나타낸다고 여겨집니다.

 

 분리 경험은 불안을 일으킨다. 분리는 정녕 모든 불안의 원천이다.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인간적 힘을 사용할 능력을 상실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나의 반응 능력 이상으로 세계가 나를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p24) <사랑의 기술> 中


  설명회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1학년 아이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아이들이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교우관계를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우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학교에서 '분리 경험'을 극복하기 위한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이라면, 가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보호'와 '관심'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부모가 깨닫는 것이 교과과정을 이해하는 것보다 몇 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인간은 의존성, 자아도취(narcissism)적 전능(全能), 타인을 착취하려는 욕망, 저장하려는 욕망을 극복해왔고 자신의 인간적 힘에 대한 믿음, 곧 목표 달성에 있어서 자신의 힘에 의존하는 용기를 획득해 왔다... 사랑의 능동적 성격은, 준다고 하는 요소 외에도, 언제나 모든 사랑의 형태에 공통된 어떤 기본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 등이다. 사랑에 보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자식에 대한 모성애에서 가장 명백히 나타난다.(p44) <사랑의 기술> 中


 보호와 관심에는 사랑의 또 하나의 측면, 곧 '책임'이라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책임은 그 참된 의미에서는, 전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이다. 책임은 다른 인간 존재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p46) <사랑의 기술> 中


 아이들이 맺는 사회 관계인 두 축인 학교와 가정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지난 설명회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2018년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웃분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오직 무한하게 작은 현재뿐이다. 그리고 그 현재 속에서 인간의 삶이 영위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정신력을 그 현재에 집중시켜야 한다.(p1213) <인생이란 무엇인가 1 : 12월 31일> 中


 그리 중요치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p71)  <인생이란 무엇인가 1 : 1월 1일> 中


 톨스토이(Lev Nicolaevici Tolstoi, 1828 ~ 1910)는 일기형식으로 쓴 그의 저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1>에서 위와 같은 글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른 한 해를 열었습니다. 톨스토이의 말은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과 작더라도 좋은 것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톨스토이의 말 속에서 비록 다른 SNS만큼 크지는 않지만,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알라딘 마을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의미한 넓은 인간관계보다 작지만 의미있는 관계를 이웃분들과 맺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합니다. 




 얼마 전 이웃분께서 딸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페어리루>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늦었지만, 감사말씀 드립니다. ^^:) 딸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리뷰를 써볼까 했습니다만, 쉽지 않네요... 나중에 페이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 해 마무리 잘 지으시기 바랍니다.


PS. 간식 먹는 귀요미가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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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12-30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행복한 연말 되시고요.. 내년에는 학부모가 되시는군요... 미리 축하드리고요~~ 더욱 뜻깊은 한 해가 되겠네요... 새해 복도 많이 많으시고 늘 행복하시길...

겨울호랑이 2018-12-30 23:2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bookholic님과 가족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2018-12-3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31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31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마지막 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8-12-31 11:34   좋아요 1 | URL
cyrus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니데이 2018-12-31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새해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올해도 좋은 글과 인사 감사했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엔 더 좋은 일들이 가정과 하시는 일에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12-31 12:0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2019년 새해에도 항상 알라딘 서재의 등불이 되어 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8-12-31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31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12-31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 책, 오랜만에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도 좋은 게 많더라고요.
<무도회가 끝난 뒤>와 같은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저력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셔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변함없기를... 새해복많이받으시길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15:0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페크님 덕분에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어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인 2018-12-31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군요..따님이.이제 초등학생이라...;;;;;;;;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즐거운 연말, 연초 보내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12-31 20:09   좋아요 1 | URL
태인님 저 역시 항상 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들어 태인님의 글이 많이 줄어들었네요. 내년에는 더 많은 태인님의 글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별이랑 2018-12-31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2018년 바삐 뛰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묵직한 학부형으로 더 많은 숙제를 하게 되셨네요.ㅎㅎㅎ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상대적 측면에서도 비교해주는 글들 항상 감탄하며 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12-31 20:13   좋아요 2 | URL
^^:) 예전 별이랑님께서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에 글을 남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덕분에 꾸준히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별이랑님의 더 많은 꽃 사진과 글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메오 2019-01-01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9-01-01 00: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메오님도검강하고 뜻을 이루는 한 해 되세요!^^:)

blueyonder 2019-01-01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9-01-01 13:5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blueyonder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cott 2019-01-01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018년 좋은글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행복 가득 평온 가득하세요.^.^

\-----/
/~~~~~\

| 福마뉘ㅣ
\______/

겨울호랑이 2019-01-01 19: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리 2019-01-01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8년 겨울호랑이님 서평들 덕분에 좋은책들을 만날수있었습니다.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겨울호랑이 2019-01-01 20:05   좋아요 1 | URL
얄리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레삭매냐 2019-01-01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무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9-01-01 23:00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9-01-02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2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2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9-01-02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사가 늦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겨울호랑이 2019-01-02 20:06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서도 행복한 2019년 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2018년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페이퍼에서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인권(人權, Human Rights)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인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인권의 표현을 찾기 위하여 유네스코(UNESCO)에 인권에 관해 전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조사해줄 것을 의뢰하였다. 이 요청을 받은 유네스코는 가맹국들의 사상가와 문필가들에게 설문을 돌려 각자의 종교적, 문화적, 지성적 배경에서 도출된 특유한 인권관을 조사하였다... 인권위원회는 선언문 기초 작업에 착수할 때부터 원칙을 세워 보편적 인권이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에서 기원한 서구의 발명품이라는 가정을 거부하였다. 그 대신 위원들은 계몽주의 인권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공동선에 대한 어떤 보편적 관념을 확인하기 위해 전세계의 위대한 종교, 문화 전통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이러한 오랜 토론의 결과가 1948년 12월 10일, 인류 역사 속에서 발전해온 세속적, 종교적 인권개념을 집대성한 최고의 인권문헌인 '세계인권선언'의 채택으로 이어졌다.(p56) <세계인권사상사> 中


  미셀린 이샤이(Micheline Ishay)가 저술한 <세계인권사상사>는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세계 여러 문명권과 다양한 종교의 영향을 비교, 제시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짧은 페이퍼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과감히 생략하고, 세계인권선언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세계인권선언>의 주요 성안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카생(Rene Cassin)은 <세계인권선언>을 사원 입구의 주랑으로 이루어진 현관에 비유하여 인권의 중심 사상을 선언했다. 카생은 <세계인권선언>이 프랑스 혁명 당시에 외쳤던 구호처럼 "존엄성, 자유, 평등, 박애"의 네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인권선언>의 전체 30개 조항 중 27개 조항이 4개의 기둥으로 각각 나뉘어 있으며, 이들 4개 기둥이 모여 주랑 현관의  천장에 해당하는 28~ 30조를 함께 떠받치고 있다.(p36) <세계인권사상사> 中


  비록, 유엔인권위원회가 서구 중심중의에서 탈피해서 세계인권선언서를 작성하려고 노력했다지만, 카생의 설명을 듣자면 세계인권선언이 유럽 중심주의라는 형식적인 틀까지 깨뜨리지는 못한 듯하다. 유럽 건축 양식을 빌려 카생이 설명한 유엔인권선언의 세부 구조는 다음과 같다.  


[사진] 주랑 현관(출처 : 위키백과)


 첫째 기둥은 인권의 일반 원칙과 개인의 자유를 의미하며 전문과 제1~11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기둥은 개인과 개인이 속한 사회집단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권리를 의미하며 제12~17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기둥은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권리를 의미하며 제18~21조가 이에 해당한다. 넷째 기둥은 사회적, 경제적 영역의 권리를 의미하며 제22~27조가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천장은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국제적 질서 그리고 권리들을 서로 조화시키기 위한 원칙을 의미하며 제28~30조가 이에 해당한다.(p37) <세계인권사상사> 中


 위와 같이 개인과 집단 사이의 권리와 이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질서를 규정한 세계인권선언이지만, 우리 현실 속에서 유엔인권선언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가? 세계인권선언의 대상을 개인으로 한정해 살펴본다면,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을 경제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으로 크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문제를 바라보는 로버트 달(Robert Dahl, 1915 ~ 2014)의 입장은 다분히 비판적이다. 


 단순하게 요약해 보자면, 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 그리고 정치적 기본권을 성취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이상은 실현된다. 두 번째 관점에서는 재산권을 보호받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부유해질 기회를 보장받음으로써 미국인들의 이상은 실현된다.(p172)... 이와 같은 상호 대립적인 이상들 가운데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 지를 두고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은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p173)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 中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완전한 정치적 평등이란 미국 시민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 소비주의 문화에 내재한 공허함을 자각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권의 문화가 가져오는 보상과 도전의식의 가치를 깨닫게 될 때, 그들은 미국을 저 멀리 잘 잡히지 않는 목표에 훨씬 더 근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p133)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中


  로버트 달에 따르면 기존의 재산권, 경제적 불평등, 법인 기업의 비민주적인 권위가 지향하는 경제발전이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 그리고 정치적 권리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권리는 침해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산권보다 인권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확산만이 경제 민주화와 정치 평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임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개별 리뷰에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현상황 아래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차례다. 이에 대해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쿠미 나이두(Kumi Naidoo)의 말을 옮겨본다.

 

 인권선언문은 시민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구별하지 않았다. 먹을 것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을 구분짓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그 둘 사이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 후 수십 년간, 각국 정부들은 그 두 종류의 권리 사이에 구별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그 권리들이 인식되고 보호되는 데 있어서 불균형이 생겨났다.(p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8년 12월호 : 유엔인권선언 70주년에 부쳐 > 中


 인권운동에 있어서 우리는 표현하고 시위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해서 주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경제, 금융 정책과 그것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동료조직들과 협력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정부에 묻고 부패와 불법자금의 흐름과 취약한 국제적인 조세구조를 밝혀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 손을 잡고 친구, 동료들과 연합을 구성해야만 가능한 거대한 일이다. 인권운동가, 변호사, 노동조합, 사회운동가, 경제학자, 종교지도자 등 여러 조직에 걸친 협력이 필요하다.(p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8년 12월호 : 유엔인권선언 70주년에 부쳐> 中


  쿠미 나이두의 제언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1883)의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구절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Workers of the world, unite!'를 연상하게 된다. 또한, 연대와 단결의 근간이 타인에 대한 공감임을 생각해본다면, 아담 스미스가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강조한 '동감(同感, sympathy)' 문제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지난 250여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유엔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인권'에 대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여러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은 다음 독서 여정이 될 것임을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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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12-22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분노. 차별. 경멸이 가득한 세상
연대한 우리가 어떻게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요즘 참 생각이 많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2-22 19:19   좋아요 2 | URL
비록 지금 많이 혼란스럽지만, 이러한 혼란도 일종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8-12-22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2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3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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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무렵 나는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집 한 채를 손수 지어 홀로 살고 있었다. 그곳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쯤 떨어진 곳이었으며, 나는 순전히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2년 2개월 동안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문명 생활의 일원으로 돌아와 있다.(p9) <월든> 中


 2015년 7월 25일부터 시작한 시골학교에서의 생활을 다음 주면 마무리하게 됩니다. 약 3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소로우의 월든 생활보다는 긴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월든 walden>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ry David Thoreau, 1817 ~ 1862)는 다음과 같이 자신이 월든 호숫가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월든 호숫가에 간 목적은 그곳에서 생활비를 덜 들여가며 살거나 또는 호화롭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용무를 보자는 데 있었다.(p33) <월든> 中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p246) <월든> 中


  외부와 단절된 수도 생활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 소로우와 달리 저희 가족의  시골생활의 목적은 연의 교육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을 자연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교육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골학교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2년 2개월동안 월든 호숫가를 떠나지 않은 소로우와는 달리 저는 강남역으로 출퇴근을 해야 했으니, 생각해보면 같은 시골 생활이었지만 소로우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았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계절은 바뀌었습니다.





[사진] 장평에서의 사계(by 겨울호랑이)


 이렇게 해서 내 숲 생활의 첫번째 해는 끝이 났다. 그다음 해도 첫해와 큰 차이는 없었다. 1847년 9월 6일 나는 드디어 월든을 떠났다.(p454) <월든> 中


 나는 숲에 들어갈 때나 마찬가지로 어떤 중요한 이유 때문에 숲을 떠났다.(p460)... 나는 경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p461) <월든> 中


 소로우는 위와 같은 말로 <월든>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얻은 바를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무엇을 얻었느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까요. 시간이 흘러야 제대로 돌아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 곳 생활을 통해 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는 대답을 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월든>의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갈무리 합니다. 


 나의 거처는 사색을 하기 위한 곳뿐만 아니라 진지한 독서를 하기 위한 곳으로도 그 어느 대학보다 나았다. 내가 사는 곳은 그 흔한 순회도서관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나는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몇 권의 책들의 영향력 속에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이 젖어들게 되었다.(p144)... 때로는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p145) <월든> 中


PS. 다시 생각해보니, 독서보다는 운전 실력이 많이 좋아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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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09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계...다시 도시로 가시는군요! 겨울호랑이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사진이 너무 정겹고 멋집니다!^^

겨울호랑이 2018-12-09 23:5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 연말연시가 실감되는 요즘입니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꾸준히 같은 지점에서 시차를 두고 찍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올려봅니다. ㅋ

카알벨루치 2018-12-09 23:57   좋아요 2 | URL
사진에도 조예가 있으신가 봅니다 의도적인 시골생활이 너무 가슴에 다가옵니다 연의의 성장과 성숙에 부모님의 마음과 정성이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12-10 00:01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 칭찬에 감사합니다만, 요즘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좋은 덕인 듯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0 00:03   좋아요 2 | URL
사진 찍으시는 분의 계획된 의도가 돋보입니다 휴대폰은 이차적인 것이고요 ㅎㅎㅎㅎ편한 밤 되십시오~

겨울호랑이 2018-12-10 00:05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8-12-10 00: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3년 넘는 기간동안 출퇴근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인생에서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를 선물 받으신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도 응원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겨울호랑이 2018-12-10 08:53   좋아요 3 | URL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출퇴근 거리가 조금 멀어지게 되니 아침에 서둘러 나올 수 있어 혼잡함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좋은 점이었다 생각합니다. 나와같다면님 말씀처럼 저희 가족에게 좋은 경험이었네요 응원에 감사드리며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2018-12-10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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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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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12-10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단 운전 실력뿐이었을까요?
얻어 가시는 것들이 더 많았으리라고 봅니다^^
사계 사진 모든 계절이 좋네요!
이렇게 좋은 풍경도 담아 가시는군요.ㅋㅋ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좋은 날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8-12-10 08:5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지금 당장은 몰라도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느낄 때가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목나무 2018-12-10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는 출퇴근하느라 좀 고생스러우셨겠지만 따님에게는 두고두고 오래 기억에 남을 시골생활이었을 것 같아요. ^^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바뀌는 계절 느끼고 즐기시며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겨울호랑이 2018-12-10 08:53   좋아요 2 | URL
설해목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작은 마음 하나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었기에 저 역시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설해목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세요!

oren 2018-12-10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께서 기나긴 시간 동안 머나먼 통근길을 마다 않고 고달픈 시골 생활을 자청하신 데는 자식 교육을 위한 부모로서의 심모원려와 숭고한 희생 정신이 깔려있었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님께서도 정확하게 인용해 주셨듯이, 소로우가 월든 호수로 간 이유는 아주 시급하고도 중요한 ‘개인적인 용무‘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건 바로 파상풍으로 급작스레 사망한 형을 추모하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이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바로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국내에서는 『소로우의 강』으로 번역)이었고요. 그런데,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쓴 그 책이 참담한 실패를 겪고 난 뒤에야 『월든』이라는 걸작이 (비슷한 장소에서) 탄생한 사실이 재미있더군요.

오늘 문득 『주석 달린 월든』을 펼쳐 그 대목을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새롭고 흥미롭네요. 소로우의 처녀작은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자비로(=빚을 내서) 1,000권을 출판했으나, 4년 동안에 팔린 책이 290여 권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75권은 기증한 거라고 하고요. ‘이제 나는 거의 900권에 달하는 책이 있는 서고를 갖게 됐지만, 그중 700권 이상이 내가 쓴 책이다.‘라고 일기에 쓴 것도 나중에 출판사로부터 되돌려받은 미판매 재고분 706권을 가리키는 것이었고요. 『주석 달린 월든』에서는 ‘개인적인 용무‘를 좀 더 익살스럽게(?) ‘개인 사업‘으로 표현해 놓은 점도 눈에 띄네요.

* * *

내가 월든 호수로 간 목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 살려는 것도 아니었고 거기에서 힘들게 살려는 것도 아니었다.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개인 사업을 하고, 상식도 없으며 계획을 해서 사업을 꾸려갈 만한 재능도 없어 어리석게는 보여도 그만큼 한심하게는 보이지 않을 일을 하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주석 달린 월든』)

겨울호랑이 2018-12-10 23:12   좋아요 1 | URL
에고. oren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다만, 제가 나중에도 아이 앞에 작게나마 노력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됩니다. oren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월든」의 숨겨진 뒷이야기가 이해가 되네요. 저는 소로우가 ‘개인적인 사업‘으로 표현한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안개 걷힌 듯 이해가 되네요. 좋은 말씀에 감사드리며, 저 역시 「주석 달린 월든」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요즘 「소로우의 자연사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만, 끝나는대로 읽어야겠습니다. oren님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2-10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모두가 겨울호랑이 님처럼 실천으로 옮기진 못하죠. 대단하십니다. ^^

겨울호랑이 2018-12-11 00:22   좋아요 3 | URL
^^:)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럴 줄은 처음에는 몰랐답니다 ㅋㅋ 알았다면, 아마도... ^^:)

2018-12-11 16: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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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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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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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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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8-12-13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자연에서 자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겠지만,
강남까지의 출퇴근이라니! 겨울호랑이님은 정말 힘드셨겠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혼자 어느 시골 집에 살며,
책 읽고, 글쓰고, 술 마시며 지내고 싶단 생각을 하긴 해요.
이 각박한 대도시를 벗어나고픈데, 아직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니 벗어날 수가 없네요.

겨울호랑이 2018-12-13 22: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그래도 제가 조금 마음을 더 써서 아빠로서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은빛님께서도 시골에서의 은퇴를 생각하시는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네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기다림이 큰 만큼 더 좋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 감은빛님 편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8-12-19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018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12-19 23: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

302moon 2018-12-19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고맙습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저도 분발해야지, 생각하지만 그냥 말뿐ㅜㅜ 편안한 밤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2-20 06: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이웃분들 덕분입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연말이네요. 302moon님께서도 행복한 한 해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syo 2018-12-19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겨울 보내고 계신가요 ㅎㅎㅎ 2018도 어김없이 서재의 달인이 되셨어요. 같은 감투를 쓰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올해도 많이 배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2-20 06:3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syo님께 축하 말씀드립니다. 올 한 해 syo님의 유쾌한 글로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깐도리 2018-12-21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2018년 서재의 달인 되시 거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12-21 13: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역시 깐도리님께 2018년 서재의 달인 축하 말씀 드립니다. 평소 많은 책을 읽으시고 꾸준히 리뷰를 올리시는 깐도리님께는 당연하겠지만요. 내년에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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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면 겨울이 옵니다.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고, 머리에 혹이 나고 코피가 터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지요...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였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p97)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p275)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지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p275)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p202)

그림 그리는 일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걸 좋아합니다.(p254)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농장에서는 늘 그날이 그날 같고, 달라지는 거라곤 계절밖에 없지요.(p189)... 이렇게 한 해, 또 한 해가 흘러갔습니다.(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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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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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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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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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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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1-25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 저도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이 빨리빨리, 를 외치며 사는 것 같거든요.

좋은 글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1-25 18:24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좋은 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페크님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