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론 개략 후쿠자와 선집 1
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성희엽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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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본국 사람을 문명으로 나아가게 함은 이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일 따름. 나라의 독립은 목적이고, 지금의 우리 문명은 이 목적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의 우리 문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명의 본지가 아니라, 우선 일의 첫걸음로서 자국의 독립을 도모하고 그 밖의 것은 두 번째 걸음으로 남겨서 다른 날에 이루려는 취지이다. 생각건대 이와 같이 논의를 한정하면 나라의 독립은 곧 문명이다. 문명이 아니면 독립을 지킬 수 없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535


 후쿠자와 유키치 (福澤諭吉, 1835 ~ 1901)가 <문명론 개략 文明論之槪略>에서 말하는 문명(文明)은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문명,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후쿠자와는 서두에서 문명을 우열(優劣)에 따라 구분하고, 앞선 문명인 서구 문명을 따라가는 것을 지식인의 과제로 정의한다. 


 지금 세계의 문명을 논하면, 유럽 국가들과 아메리카합중국을 최상의 문명국이라 하며, 투르크 土耳古, 지나, 일본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반개화국 半開國이라고 말하고, 아프리카 阿非利加 및 오스트레일리아 墺太利亞 등은 야만국이라고 일컫는다(p108)... 사물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아는 자는 그 이치를 더 깊이 앎에 따라 점점 더 자기 나라의 형국을 분명히 알게 되고, 더 분명히 알게 됨에 따라 서양 나라들에 미치지 못함을 점점 더 깨달아 이를 걱정하고 비관하며, 때로는 그들에게 배워 모방하려 하고 때로는 스스로 노력하려 이에 대립해보려고도 하는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식자 識者들의 평생 걱정은 오직 이 일 하나에 달려 있는 것 같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109


 이 책 전체에 걸쳐 논하고 있는 이해득실은 모두 다 유럽문명을 목적으로 정하여 이 문명을 위해서 이해가 있고 이 문명을 위해서 득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 학자들은 그 큰 취지를 그르치지 말지어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117


 그렇다면, 반개화국이나 야만국의 지식인들은 왜 문명화 - 서구화 -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국체 國體 - 나라 - 를 지키기 위해서다. 보다 앞선 과학기술을 앞세워 무력을 갖추고 일본을 위협하는 외세 - 외부문명 - 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명론 개략>의 주된 내용이다. 


 일본 사람의 의무는 오직 이 국체를 지키는 일 한 가지뿐, 국체를 지킨다 함은 자기 나라의 정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민의 지력 智力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항목은 매우 많지만, 지력을 계발 發生하는 길에서 첫 번째로 급한 일은 고습 古習에의 혹닉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서양에 널리 퍼져있는 문명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150


 국체 國體. 체 體는 합체 合體라는 뜻이고, 또 체재 體裁라는 뜻이다. 사물 物을 모으고 이를 온전하게 하여 다른 사물과 구별할 수 있는 형체 形를 말한다. 따라서 국체란 한 종족 一種族의 인민이 서로 모여 고락 憂樂을 함께하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보다 따뜻하며, 서로 상대방에게 힘을 쏟음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것보다 열심이고, 한 정부 아래 살면서 스스로 지배하고 다른 정부로부터 제어받음을 달가워하지 않고, 화복을 함께 감재하며 스스로 독립함을 말한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136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론 개략>에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해야하는 이유를 국체를 보존하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지식인들은 반개화상태에서 벗어나 선진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러한 기풍을 전체 인민으로 학장시켜 마침내 문명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전국 인민의 기풍을 일변 一變하는 것과 같은 일은 지극히 어려우며 하루아침 아루저녁의 우연으로 공을 세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 하나의 방법은 인간의 본성 天然에 따라 해 害를 없애고 장애를 멀리하며, 인민 전체가 스스로 지덕을 계발하도록 하여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고상한 영역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있을 뿐. 이와 같이 천하의 인심을 일변하는 실마리가 열리면 정령과 법률의 개혁도 차츰 이루어지고 장애도 사라질 것이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123


 천 번을 갈고 백 번을 단련하여 겨우 한 때의 이설 異說을 누르고 얻은 것을 국론 혹은 중설 衆說이라고 이름할 뿐, 이것이 바로 신문, 연설회가 성행하고 다중의 입 衆口이 떠들썩한 까닭이다. 인민은 분명 나라의 지덕에 의해 편달되기 때문에, 지덕이 방향을 바꾸면 인민 또한 방향을 바꾸고, 지덕이 파당으로 나뉘면 인민 또한 파당으로 나뉘고, 진퇴와 이합집산 모두 다 지덕을 따르지 않음이 없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236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론 개략>을 통해 단순히 피상적인 주장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정치, 종교, 과학의 역사와 일본 역사의 비교를 통해 나름 치밀하게 서구화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끌어낸다. 그러한 저자의 논리를 일본이 근대화로 나아갔고, 후에 제국주의를 거쳐 군국주의로 나아갔음을 알고 있는 독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한 서구 계몽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과 같은 오리엔탈리즘 등의 요소는 책의 논리를 약화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문명은 서양문명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명에 앞뒤가 있다면 앞선 자는 뒤처진 자를 다스리고 制 뒤처진 자는 앞선 자로부터 다스려지는 게 이치다(p485)... 무릇 문명이라는 것 物이야 지극히 광대해서 대개 인류의 정신이 도달하는 것은 모조리 그 이 범위 區域 안에 들지 않는 게 없다. 외국에 대하여 자국의 독립을 도모하는 것 따위는 본래 문명론 중에서도 아주 사소한 일개 항목에 지나지 않지만, 문명의 진보에는 여러 단계가 있으므로, 진보의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486


 개인적으로 <문명론 개략>을 읽으며 개화기 일본 지식인들의 사상과 함께 일본 근대화의 한계 등을 함께 엿보게 된다. 생존을 위한 이른바 문명화. 서구화를 이루기 위해 전통을 야만으로 규정하고, 서구 문명을 닮아가기 위한 노력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을 빠르게 제국주의 열강으로 올라서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근대화는 과연 제국주의를 넘어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는가.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의 몰락으로 끝난 일본의 문명화 노력은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영원히 거북이를 이기지 못하는 아킬레스, 제논의 역설을 떠올리게 한다...


 서양 인민의 권력은 쇠와 같아서 이를 팽창시키기도 아주 어렵고 이를 수축시키는 것도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반해 일본 무인의 권력은 고무와 같아서 그들이 서로 접하는 곳의 물질에 따라서 수축과 팽창의 형태가 다른데, 아래와 접하면 크게 팽창하고, 위와 접하면 갑자기 수축하는 성질이 있다. 이처럼 치우쳐서 수축하고 치우쳐서 팽창하는 권력을 한 덩어리 一體로 모아서 이를 무가의 위광 威光이라고 이름하며, 그 한 덩어리의 위광으로부터 억압을 받는 자가 무고한 소민 小民이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p449

감히 한 마디 말을 내걸어 천하 사람들에게 묻겠다. 지금 이때를 맞아 앞으로 나아갈 進것인가 아니면 뒤로 물러설 退것인가, 나아가 문명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물러서서 야만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오로지 진퇴 進退라는 두 글자가 있을 뿐이다. - P107

덕의의 도에 관해서는 마치 옛사람 古人에게 전매 권한을 빼앗겨 후세 사람은 그저 중매인 같은 일이나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이것이 바로 예수와 공자 이후에 성인이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덕의에 관한 일은 후세에 이르러 진보할 수가 없다. 개벽한 처음 때의 덕 德이나 오늘날의 덕 德이나 그 성질 性質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지혜는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지혜의 항목이 날로 증가하여 그 발명의 수가 많음은 예로부터 일일이 거론할 겨를이 없으며 앞으로의 진보 또한 가늠할 수 없다. - P290

사람의 정신이 발달함에는 한계가 있을 수 없으며, 조물주 造化의 장치 仕掛에는 법칙 定則이 없을 리 없다. 무한한 정신으로 유한한 이치를 궁리하여 끝내는 유형, 무형의 구별 없이 천지 사이의 사물을 모조리 다 사람의 정신 안에 포괄 包羅하여 빠뜨리는 게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P333

최종 목적을 자국의 독립으로 정하고 마침 지금의 인간만사를 모두 녹여 하나로 되게 하고 이 모든 것을 다 저 목적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때에는 그 수단의 다양함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제도든, 학문이든, 상업이든, 공업이든, 하나같이 이 수단이 아닌 것은 없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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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 생리학 교과서>와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뇌/신경 구조 교과서>는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인체 생리학 교과서>가 인체의 기능과 작용에 초점을 맞춘 동(動)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구조 교과서 시리즈는 세부 기관의 명칭과 위치 등 정(靜)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다. 


 마치 경제학에서 소득 활동이 flow 개념이고, 자산 부문이 stock인 것처럼 이들 책들은 내용면에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내용면에서 이러한 차이가 있다보니,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구조 교과서는 보다 전문용어 설명 위주로 구성되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반면, 생리학 교과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들 수준에서 본다면 구조 교과서의 내용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中 심장 관련 부문


[사진] <인체 생리학 교과서> 中 심혈관 관련 부문


 이미 상식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포를 만들어내거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소화활동과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배설활동, 세포의 활동을 위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호흡활동 등이 여러 기관들의 협조와 연결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본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문은 '혀'와 관련된 부문이었다. 예전 과학시간에 혀에서 맛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당연하게도 따라왔었는데, 본문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맛을 느끼는 혀 부위 지도가 잘못된 것으로 검증되면서 이제는 기각된 가설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중 과연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예전에는 지방이 비만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다가 어느 순간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으로 구분되고, 이제는 비만의 원인이 탄수화물로 상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특히 건강관련 상식) 중 상당 부문은 의도된 마케팅이나 연구활동의 결과물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중 혀(tongue)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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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05-1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 공감합니다.. 요샌 커피 연구가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6 22:22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그 정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언론이나 학계에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대중들이 유행에 쓸려다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기는 왜 쓸까? 


일기는 오늘 내가 한 일, 오늘 나의 기분, 오늘 내가 보고 읽고, 들은 것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을 쓰는 글이야. 말로는 잘하는데 글쓰기가 어려우면 일기장을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수다를 떨어 봐. 말 대신 글로 수다를 떠는 거야. 기쁜 일을 일기장에 자랑하고, 잘못한 일도 일기장에 털어놓고, 속상한 일은 일기장에 일러바치면 돼. _ 즐비, 류수형,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 ,p42


일기를 쓰면 정말 글을 잘 쓰게 될까?


날마다 일기를 쓰면 글쓰기 근육이 쑥쑥 자라서 글솜씨가 좋아져. 하지만 꾸준히 해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소용 없어. 일 년 동안 팔굽혀펴기를 해도, 하루에 달랑 한번씩만 하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아. 일기의 소재를 다양하게 찾아 쓰고, 비슷한 기분도 다르게 표현해봐. _ 즐비, 류수형,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 ,p138


 요즘 연의가 냥 작가 시리즈에 푹 빠졌나 보구나? 아니면 글쓰기에 고민이 많거나. 늦은 시간에 학교 숙제를 다 마친 후 일기를 쓰느라 고민하는 연의를 보면 일기쓰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아빠는 마음이 쓰여.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편하게 일기와 관련된 몇 가지 사진을 보면서 넘어가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는 아마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일거야. 임진왜란 7년 동안의 일을 일기 속에 담아낸 <난중일기>는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한 충무공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해. 일기를 쓴 사람의 작은 기록이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난중일기>는 잘 보여줘. 아빠도 <난중일기>를 읽었는데, 아빠 또한 깊은 인상을 받았어. 물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측면을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아빠에게 다가온 것은 일기 내용이었어. 일기는 1593년 8월 중 일부야.


21일 맑음

22일 맑음

23일 맑음 윤간, 이뇌와 해가 와서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전하였다. 또 울이 학질을 앓는다고 전했다.

24일 맑음 이해가 돌아갔다.

25일 맑음 꿈에 왜적이 나타났다.새벽에 각 도의 대장에게 알려 바깥 바다에 나가 진을 치도록 하였다. 날이 저물어 한산도 안바다로 돌아왔다.


[사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일부


 아빠는 처음에 이 일기를 읽고 깜짝 놀랐어. 날짜와 날씨만 있네. 이렇게 써도 일기가 될 수 있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기가 될 수 있어. 21일, 22일, 24일은 충무공에게 정말 평범한 일상이었을거야. 군인이었던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면 '맑음'에 행하는 훈련을 전과 다름없이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 하루를 돌아봐도 별 일이 없었다면, 무소식이 좋은 소식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난중일기>의 모든 내용이 날짜와 날씨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야. 정말 중요한 일은 세세하게 마치 눈 앞의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단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연의가 기회가 되면 직접 읽어보면 좋겠구나.


 이제 다음 사진은 아빠가 2학년 겨울방학 때 쓴 일기야. 아빠가 고모에게 일기 쓰는 법을 알려준 내용이 적혀 있어 가져왔어.


 오늘 내가 지연이(고모)에게 일기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일기 쓰는 방법은 느낀 점, 앞으로 할 일, 그리고 본일,  한 일 이렇게 다섯 개의 내용을 적으면 된다. 그렇지만, 동생은 '나는 몰라' 이렇게 쓰고 지웠다. 그리고 "나 일기 안 써" 이렇게 말했다.


 1983년이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지. 지금은 어른이 된 아빠와 고모지만, 일기 속에서는 현실 남매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지? 당시에는 일기 쓰기 싫어서 일부러 대화체 글을 넣어 줄 바꾸기도 하면서 칸을 채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저 칸의 빈 공간이 참 커 보이고 아쉽게 느껴지는구나. 연의도 일기를 통해 이런 기억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위한 큰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사진 2] 1983년 1월 18일 화요일 눈. <일기>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에서 나온 것처럼 일기는 하루를 정리하고, 일어났던 일과 그로부터 느꼈던 감정 등의 내용을 자유롭게 쓰는 글이야. 일기는 <난중일기>에서처럼 간략하게 정리할 수도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갖고 쓰면 좋겠어. 만약, 여유가 있다면 하루에 한 가지 정도를 정리해보자. 그렇다면, 아빠 일기에서처럼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될 거야. 매일매일 쌓인다면 큰 부자가 되겠고.


 아빠는 다행히도 어렸을 때 썼던 일기를 거의 다 갖고 있어. 예전에 쓴 일기는 노트에 정리했지만, 지금은 전자일기로 매일매일 정리하고 있어. 2007년 6월부터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 쓰고 있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면 뭐라고 쓰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 같아. 물론 그 중 날씨만 적은 것도 적진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야. 


 아빠는 연의가 일기를 쓸 때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문을 잘 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면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정 쓸 것이 없으면 날씨만이라도 적는다는 마음으로, 또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라는 문장을 적더라도 매일 적다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고 큰 부담이 없어질거야. 큰 부담이 없어질 때 비로소 연의 마음이 연필에 내려와 담길테니 마음 편하게 갖구.


 오늘은 일기와 관련되서 아빠 생각과 아빠일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말이 많았네. 너무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잘 보내도록 하자꾸나! 


사랑하는 아빠가 


 

[사진 3] 2007년하반기부터 2023년 지금까지 전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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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5-15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난중일기 처음에 봤을 때 의외로 날씨만 있는 날도 많고 본인의 넋두리, 심정 토로 등의 글이 많아서 재밌었어요^^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구요ㅎㅎㅎ 일기야말로 본인의 기록이니 어떻게 써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꾸준히 일기를 쓰시는 겨울호랑이님 멋지십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5 09:56   좋아요 1 | URL
저만 난중일기의 날씨에 감명받은 것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ㅋㅋ 다만, 난중일기의 치밀함을 배워야 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만 인상 깊게 봐서 한계가 있습니다만... 매일매일 끄적이다보니 별 내용이 없는 일기지만 가늘고 길게 왔네요.. 어떤 날은 ‘오늘은 일기 쓰기 싫은 날이다‘ 이렇게 넘어간 적도 있는 것을 보면 참 민망합니다. ㅋㅋ 거리의화가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2023-05-1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3-05-1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볼 수 있다는 걸 의식해서 일기장 내용을 가식적으로 기록한다면 이건 일기장의 의미가 퇴색되겠지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23-05-15 11:20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님 말씀처럼 적어도 일기장만큼은 자기 마음의 해우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보면 손발이 오글거리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솔직함이 일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호시우행님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3-05-15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책 속의 내용도, 제 느낌도 다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한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5 16:22   좋아요 0 | URL
이제는 기록을 하는 방식도 다양해서 반드시 쓰기 만을 의미하진 않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세대에게는 영상이 기록 매체가 되겠지만, 제게는 쓰기가 익숙하네요. 무언가 의미있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기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모두 소중한 작업임을 저도 페크님처럼 느끼는 요즘 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5-15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가 아빠의 어린 시절 일기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무척 신기하면서도 아빠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녀지간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일기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구요.

겨울호랑이 2023-05-15 21: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빠 일기장을 보면서 일기장 속의 철딱서니 없는 어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거리감을 많이 좁힌 것 같아요. 어른으로서가 아닌 같은 어린시절을 공유했다는 점이 아이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마지못해 쓴 일기가 이렇게 활용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 점에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를 드려야겠어요.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
 

 

그런데 언젠부턴가 눈 오는 게 싫어지더라....  집 앞 미끄러울까 치워야 하고, 운전하기 힘들어지니까 짜증도 나고, 사는데 이유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귀찮고 싫어지더라고... 먹고 사는 문제, 자식들 걱정,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늘어가고 성장을 하는데 사실 잃어가는 것도 참 많은 것 같아.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50


 뒤늦게 자신의 오랜 꿈을 펼치려는 덕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나빌레라>를 결국 다 읽었구나. 연의야, 좋은 책 알려줘서 고마워. 이번에는 아빠는 <나빌레라>를 읽으면서 뒤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또 다른 할머니의 이야기를 알려줄까 해. 덕출 할아버지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할머니. 그 할머니는 모지스 할머니(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 ~ 1961)야. 


 그러다보면 겨울이 옵니다.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고, 머리에 혹이 나고 코피가 터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지요...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였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97


 할머니도 덕출 할아버지처럼 76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0살에 되실 때까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여러 그림들을 그렸어. 뒤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그림 안에 할머니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미국의 화가가 되었단다. 마치, <나빌레라>에서 덕출 할아버지가 발레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듯이, 할머니는 그림 안에서 추억과 함께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어.


 [그림] Remastered Art Deep Snow(출처 :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remastered-art-deep-snow-by-anna-mary-robertson-moses-aka-grandma-moses-20220205-anna-mary-robertson-moses-aka-grandma-moses.html)


 당신 몸은 힘이 약해졌고 느릴 뿐이지 그렇다고 우아해질 수 없는 건 아니죠. 발레는 기술로만 이뤄진 게 아닙니다. 적당히만 해도 좋아질 거라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적어도 아름다워질 순 있습니다. '진짜 발레'는 그곳에 있어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149


  두 분 모두 늦게까지 자신의 꿈을 잊지않고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덕출 할아버지와 모지스 할머니가 처한 상황은 조금 달랐단다.  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림으로 되살려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어. 반면, 덕출 할아버지는 지금 배우는 발레를 통해 앞으로 미래 공연장에 서서 발레리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해. 다음 글을 읽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볼까?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지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275


 30분 정도 기억이 멈춘 그런 느낌이었어요. 매일 다니던 길인데, 어디 서 있는 건지, 왜 걷고 있었는지,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어요. 뭔가 무서웠습니다.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것 같이(p236)... 발레 하는 사람들은요,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언어가 안 통해도 아무 문제없이 서로 몇 시간을 소통하며 연습을 할 수 있죠. 언어, 성격, 성별 다 달라도 발레 하는 사람들에겐 발레 하나가 그냥 대화 수단이거든요. 제가 가장 두려운 건 가족을 못 알아보고 짐이 될까 봐서입니다. 그 다음은 어린 시절부터 힘들었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 잃을까 봐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발레로 대화를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230


 아빠는 두 분의 차이가 시간에 있다고 생각해. 모지스 할머니에게는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그릴 수 있었지만, 덕출 할아버지에게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로 자신의 꿈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그렇다고 두 분의 꿈 중 어느 쪽이 더 소중하거나 작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 자신의 꿈을 대하는 두 분의 마음은 차이가 있는 듯 해. 마치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는 겨울 밤 코코아를 마시면서 듣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면, 덕출 할아버지 이야기는 시험 전날 벼락치기 하는 긴장감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림 그리는 일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걸 좋아합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254


 취미로 하는 건 아니에요! 남은 인생 전부 다 걸고 하고 계신 거예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82


 <나빌레라>의 덕출 할아버지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의 모지스 할머니. 서로 다른 나라의 다른 꿈을 가진 두 분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 우리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재능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농장에서는 늘 그날이 그날 같고, 달라지는 거라곤 계절밖에 없지요.(p189)... 이렇게 한 해, 또 한 해가 흘러갔습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190

 '만약 네가 꿈을 꾸지 않는다면, 식물과 다를 게 없다'라는 말을 누군가 했대. 너한텐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열정도 있고, 그걸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목표도 꿈도 있어. 사람은 어쩌면 말야... 그걸로 다 가진 걸지도 몰라. _ HUN, 지민 <나빌레라 4>, p86


 이처럼 <나빌레라>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두 꿈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지. 오늘 연의도 덕출 할아버지처럼 꿈을 위해 노력하고, 태권도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는 독후감을 읽었어. 좋은 다짐이고 생각이야. 여기에 더해 아빠가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어. 


 꿈을 향해 가지만, 너무 열심히 하지 않기. '열심히 해야지'. '잘해야지'라는 마음의 부담을 갖다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어. 때로는 잘 안 될 수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어. 그럴 땐 가끔 내려놓고 쉬도록 하자. 다만, 꿈을 잊지는 말고.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은 여유롭게 지치지 않고 간다면 연의의 꿈을 이를 수 있을거라 믿어.  아빠는 연의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너무 열심히 하는 대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아빠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함께 실천해보도록 하자꾸나. 벌써 어린이날도 있는 5월이네. 아빠는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지만(농담), 푸르른 한 달이 멋지게 출발해보자!


 발레가 우리한테 뭐였을까? 물론 자네한테도 그렇겠지만 발레는 나한테 인생이었어. 정답은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지. 저것봐, 참 재밌지 않아? 일주일 동안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것 같은 저 신기한 둘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채록 저 아이...... 우리의 과거야. 덕출  저 어른..... 우리의 미래고.  _ HUN, 지민 <나빌레라 5>, p120


PS. 예전에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와 관련해서 아빠가 쓴 글들이야. 나중에 연의가 조금 자라서 읽을 때가 있으면 좋겠구나...


[관련 글]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https://blog.aladin.co.kr/winter_tiger/9804019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https://blog.aladin.co.kr/winter_tiger/9791591


- 추가된 연의의 답장 : 그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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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1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나빌레라는
여자친구가 부른...
그랬다고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5-01 15:37   좋아요 3 | URL
아, 여자 아이돌 ‘여자친구‘로군요. ㅋㅋ 레삭매냐님 글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너 그리고 나>가 원제네요. 레삭매냐님 덕분에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ㅋㅋ 레삭매냐님, 좋은 휴일 되세요!

얄라알라 2023-05-01 17:12   좋아요 3 | URL
저는 두 분의 대화도 어려우니 저야말로 시대와 담 쌓고?^^:;

연극으로 했었던 작품이었나요?
연의는 참 행복하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일찍 들을 수 있어서요. 그것도 아버지로부터^^

겨울호랑이 2023-05-01 20:11   좋아요 2 | URL
K-POP이 가요라 불리던 시대에, <가요톱텐>과 10대 가수상이 있던 시절에는 나름 한 주의 10위까지 노래들은 다 가사까지 알고 노래방에서도 신곡만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버렸네요 ㅋㅋ 많이 부족하지만 돌아보면 ‘공부해라‘라는 말보다 ‘나가 놀아라‘가 어린이들에게는 더 필요한 잔소리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3-05-01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다정한 아빠시네요!^^
연의가 부러워요~

겨울호랑이 2023-05-01 20:04   좋아요 1 | URL
사실 평소에 말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는 많이 부족한 아빠입니다... ㅜㅜ 그래도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저야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
 

 '늙음'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과 같다. _ <나빌레라 1> 中


 이번 주 독서노트의 주제로 선정된 <나빌레라>. 이번에 독서노트를 쓰기 위해 처음 읽었지만,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웹툰 원작의 작품이라고 한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 이채록과 자신이 꿈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있었던 노인 심덕출. 이 두 사람은 '발레'라는 같은 목표를 쳐다보고 있지만, 이들이 가진 차이점은 나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은 발레를 하기 위해 충분한 재능과 신체 능력을 갖추었지만, 발레가 자신의 길인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다른 한 사람은 발레를 향한 꿈과 열정을 갖고 있는 반면, 신체적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청년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만, 노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청년이 발레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은 자신 내면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이라면, 노인이 발레로 향하는 길을 막는 것은 외부 가족들의 방해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분명히 다른 상황에 처한 이들이 같은 꿈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다. 너무도 다른 상황에 처한 두 사람. 두 사람의 장점만 취한다면 완벽한 한 명의 발레리노가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겠지.


 아빠는 <나빌레라>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 젊은 채록이는 지금의 나로부터 발레를 찾아가고 있고, 덕출 할아버지는 발레로부터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리고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 발레리노'라는 것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찾아가는 과정을 서로 옆에선 파트너(할아버지에게는 채록이, 채록이에게는 할아버지)를 통해 확인하면서 의지하고 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로 다른 상황에 있었기에 그들이 가는 방향은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이 발레리노가 되고, 발레리노가 자신이 되는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같은 길을 가는 이들이 가질 수 있었던 공감이 이들을 멋진 팀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우리가 그리고 연의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꿈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꿈을 향해 가는 길은 때로는 즐겁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어쩔 때는 힘이 들 수도 있어. 또, 그 길을 가는 중에 다른 친구들은 너무도 쉽게 하는데, 연의는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 그렇게 힘이 들 때 어쩐지 나만 힘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괜히 이 길을 가려고 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 수도 있어. 어떻게 아냐고? 아빠가 그랬거든. 그럴 때에 <나빌레라>의 채록이와 덕출 할아버지를 생각해보자. 채록이는 덕출 할아버지의 열정이 부러웠겠지만, 덕출 할아버지는 채록이의 뛰어난 운동신경이 부러웠었지? 사람들은 자신이 힘들 때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분명 우리에겐 그리고 연의에겐 부족함보다 더 많은 재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약간의 부족함을 채운다면 그만큼 꿈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독서노트 덕분에 아빠는 <나빌레라>라는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 고맙고, 다음에 연의가 <나빌레라>를 다시 읽을 때 아빠가 한 말을 잠시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항상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연의가 자랑스럽고, 고마워.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한 주 잘 마무리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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